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2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21화(121/524)
Episode 121
“…음?”
허리를 숙이고 프레이에게 속삭이던 이리나는, 별안간 인상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마나에 잔뜩 민감해져 있던 그녀의 몸에, 어디선가 마력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음.”
그것을 인지하자마자 눈을 날카롭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리나는, 별안간 싸늘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우웅…
“쥐새끼가 숨어들었네.”
이윽고 그녀는, 손에서 화염과 흑마력이 섞인 구체를 만들어낸 뒤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물론 품에 여분의 마력스크롤이 있긴 했지만, 저번의 불량 스크롤에 당한 이후로는 중요한 상황에서 마법 스크롤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믿는 이리나였다.
“…당장 나와.”
그렇게 화장실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이리나는, 이내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나오라고.”
그럼에도 문이 요지부동이자, 이리나는 최대한 프레이가 있는 곳을 몸으로 가리며 온 몸의 신경을 화장실의 문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혹여나 공격이 쏟아지면 바로 프레이를 지키기 위해, 지난 회차에서 쌓인 전투 경험을 전부 끌어내는 그녀였다.
– 끼이익…
“멈춰. 죽기 싫으면 무릎부터 꿇고, 손을 천천히…”
그렇게 한참동안 문을 노려보던 이리나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지만.
“죄, 죄송… 히끅.”
“루루?”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이 다름아닌 루루임을 깨닫자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너… 거기서 뭐하고 있었던거야?”
“그, 그게…”
물론 당황한것은 루루도 마찬가지였다.
더 정확한 상황을 알기 위해 마안을 작동시키자 마자 발각이 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님이 쓰러졌다고 해서 잠시 들렸는데… 가, 갑자기 프레이님이 검은색 토혈을 해서…”
“문이 잠겨있었을텐데?”
“…여, 열려 있던데요?”
혹시나 자신에게 문을 열어준 메이드장이 문책을 당할까봐 루루가 거짓말을 하자, 이리나는 상당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자동 잠금 마법이 고장난건가? 하지만 그럴리가 없는데…”
“저,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어?”
그런 이리나의 눈치를 보던 루루는, 다급히 방의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기다려, 너 여기서 뭘 하려던건데?”
“병문안이요.”
“그런데 내가 올때 왜 숨었는데?”
“가, 갑자기 프레이 님이 피를 흘려서… 저도 모르게 당황해서요.”
“왜 당황했는데?”
그 말을 들은 루루는,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제, 제 탓인가 해서.”
그러자 한숨을 내쉰 이리나는, 이내 그녀를 쳐다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네 탓은 아니니. 지금 프레이는 치료를 하고 있는 거거든.”
“치, 치료요?”
“그래. 지금 프레이가 피를 토하는 이유는, 나쁜 피를 몰아내고 새로운 피를 만들어내는 치료를 하고 있어서야. 아마 저 치료가 다 끝나면 다시 건강해 지겠지. 그러니, 문책을 당할 걱정은 안해도 돼.”
그 말을 들은 루루는, 여전히 안절부절 못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뭐해? 언제까지 여기 있을거야?”
“아, 저 그게…”
루루의 마안에 비친 프레이의 몸은, 이리나의 말대로 새로운 피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오히려 몸이 원래보다 몇배는 더 개운해졌을 것이다.
“…아.”
하지만, 루루의 마안에 비친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봐온 사람들 중에, 가장 심각하게 망가져 있는 몸상태 또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카니아의 도움을 받아 흑마력을 둘러 루루로부터 몸상태를 숨기고 있던 프레이였지만.
영혼이 결합한 충격으로 흑마력이 그의 몸 안으로 스며들어 위장이 풀리고 말았다.
“또… 내 잘못인거야?”
그리고 그 결과, 루루의 트라우마가 재발하고 말았다.
비록 그 상대가 제국 최고의 악인이라 불리는 프레이였지만, 어릴때부터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혀왔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기는 충분했다.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 그래?”
덕분에 루루가 쭈그려 앉아 팔을 긁어대기 시작하자, 당황한 이리나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화, 화장실에서 당신의 말을 들었어요…”
“뭐?”
“프레이, 프레이 님이 시한부라면서요…”
이윽고 루루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이리나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아, 아냐. 그게 무슨 소리…”
“제 마안으로도 봤어요. 프레이 님의 몸이 심각하게 망가져 있는거.”
“마, 마안?”
마안이라는 소리에 다시 한번 당황한 이리나는, 이내 죽은 눈을 띤채 말하는 루루를 바라보며 침음을 삼키기 시작했다.
“알려주세요.”
“뭐, 뭘?”
“프레이님이 저렇게 된건… 언제부터였나요?”
그 말을 듣고서야 루루가 왜이러는지 깨달은 이리나는, 조용히 목을 가다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가 소위 ‘애완동물’이 되기 전부터. 아주 한참 전부터 그랬어.”
“…네?”
“최근들어 상태가 심각해지긴 했는데, 원래부터 시한부였다고.”
그 말을 들은 루루가 벙찐 표정을 짓자, 이리나는 재빨리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너만 알고 있어. 프레이가 특별히 총애하는 너라서 알려주는거야.”
“으앗.”
“아카데미에 프레이의 눈과 귀가 가득한거 알지? 누구한테 말하다 들키면 너도 나도 끝이야. 명심해.”
이윽고 그렇게 당부를 한 이리나는, 여전히 벙찐 표정을 짓고 있던 루루의 팔을 잡고 방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조만간 나좀 봐.”
“예?”
“이야기 좀 나눌게 있어서 말이야.”
그녀의 눈에 있는 마안과 몸에 있는 낙인을 분석해보고 싶어서 근질거리던 이리나는, 그녀와 약속을 잡고나자 즉시 그녀를 방 밖으로 내보냈다.
“명심해,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마.”
– 쾅!!
이윽고, 프레이의 방문이 거세게 닫혔다.
“프레이가… 원래도 시한부였다고?”
그 덕분에 넓은 복도에 홀로 남겨진 루루는.
“그리고, 내가 오고 나서부터 상태가 저렇게나 심각해졌다는 건…”
이내 넊이 나간채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대체…”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
한편 그 시각, 루루를 내보낸 이리나는.
“휴우…”
한숨을 내쉬며 프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시작할게.”
그렇게 한참동안 프레이를 쳐다보던 이리나는, 품에서 조심스럽게 무엇인가를 꺼냈다.
– 스릉.
그것은 번쩍이며 빛나는, 예리한 칼날을 가진 의식용 단도였다.
“흐읍…”
그것을 조용히 쓰다듬던 이리나는, 팔을 쭉 뻗고는 단도의 끝을 자신의 팔에 겨누더니.
– 푹!
“…으긋!”
길게 베어냈다.
“참아. 참으라고, 이리나.”
팔꿈치가 있는 부분부터 손목까지 이어진 기다란 상처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오자, 이리나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프레이가 나 때문에 겪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며, 이리나는 눈을 감고 있는 프레이의 입을 조심스럽게 벌리고는.
“으븝.”
“흐아…”
천천히 팔에서 나오는 피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 화륵!!
그러자, 이리나와 프레이의 주변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분명히 열기를 띠고 있었지만 그 어느것도 태우지 않으며 둘을 감싼 불길은, 이내 여러가지 색채를 내며 빛나기 시작했다.
– 슈우우…
“네게 피의 맹세를 할게, 프레이.”
그러한 신비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 이리나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네게 내 몸과 마음을 바칠게.”
그러자, 불꽃의 세기가 한층 거세졌다.
“마법사가 누군가에게 몸을 바친다는건, 그 만을 위해 싸우겠다는거고. 마음을 바친다는건 그 외에는 그 누구도 섬기지 않겠다는거야.”
그녀의 말대로, 피의 맹세는 일반적인 맹세가 아니었다.
마법을 숭배하는 마탑의 마법사들이, 자신의 고귀함과 고결함을 증명하기 위하여.
또는 교단의 성직자들이 자신의 신앙심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도 아니면 황가의 황족이 황위에 오를때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것조차도 아니면, 타락한 흑마법사들이 그저 힘을 추구하기 위하여.
마나에게, 태양신에게, 태양 그 자체에게, 혹은 마신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바치기 위한 최고위의 맹세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피의 맹세는 지금까지 항상 초월적인 존재나 세상의 법칙을 향해서만 행해져 왔다.
그리고 그것을 어긴 사례는, 이제는 그저 동화책이나 신화의 이야기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천년전의 용사 파티의 일원들밖에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네게 내 순결을 바칠게.”
그 정도로 어마무시한 일을, 지금 이리나가 행하고 있었다.
세계의 법칙도, 초월적 존재도 아닌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한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바침으로서.
세계의 순리조차 비틀고 있었던 것이다.
“순결을 바친다는 의미는… 너도 알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중얼거린 이리나는,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영혼을 바칠게.”
거기까지 말하자, 주변을 감싸고 있던 불길이 둘을 덮쳤다.
– 슈우우…
이윽고 그 불길은 둘로 나뉘어 프레이와 이리나에게 파고들기 시작했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이리나는.
“너에게 어떻게 속죄를 해야 할지… 오랜 시간을 고민했어.”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던 프레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대체 무엇을 해야 네게 저지른 잘못을 속죄할 수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거든.”
나지막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또 고민을 하며 너와 함께 지내니까… 겨우 알겠더라.”
그렇게 말한 그녀는, 카니아의 변장술이 풀려 온몸에 드러난 프레이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슨짓을 해도, 네게 완전히 은혜를 갚는건 불가능하단 걸.”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주변에 있던 불꽃들이 남김없이 둘의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러니까 그냥, 내 모든걸 네게 바칠게.”
그제야 의식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깨닫고 슬며시 미소를 지은 이리나는, 조용히 프레이에게 포개지며 말을 마쳤다.
“그러니, 마음껏 써줘.”
그 직후 이리나와 프레이의 가슴에서 튀어나온 작은 불꽃이, 허공에서 합쳐저 작은 구슬이 됐다.
“…뭐야?”
그 구슬을 조심스럽게 받아들고는 소중히 어루만지던 이리나는.
“왜 색이 조금 혼탁하지?”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프레이의 영혼이 아직 카니아에게 남아있어서 그런건가?”
그녀가 전회차에서 마나에 맹세를 했을때와는 달리, 구슬의 색깔이 혼탁했기 때문이다.
“…짹.”
그리고 그런 그들을, 창가에 앉아있던 카나리아가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
한편 그 시각.
“클라나, 집중하거라.”
“아, 네.”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던 클라나는, 싸늘한 이솔렛의 일갈을 듣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칠판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손에 붕대는 왜 감은거지? 어제까지는 못보던 상처다만.”
“…수련을 하다 다쳤습니다.”
이윽고 턱에 손을 괴고 있던 클라나에게 질문을 던진 이솔렛은, 그 말에 잠시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클라나를 바라보다가.
“그거라면 다행이다만, 허튼짓을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명심하겠습니다.”
이내 그렇게 말하고는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그럼, 다시 시작하지. 검기의 효력과 효능은, 수련한 마나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즉,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이끌어낼수…”
저번의 저택 피습사건 이후로는, 클라나를 꽤나 경계하는 이솔렛이었다.
“…흐흠.”
하지만 정작 클라나의 신경은, 온통 서랍안의 구슬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구슬은, 은색과 황금색이 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