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2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23화(123/524)
Episode 123
“으음.”
조용히 눈을 떠보니, 익숙한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내 방이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곳은 현실인 것 같다.
최소한,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신상태는 또렷하니 말이다.
그나저나, 무의식에 빠져 있었을 때 꽤나 신기한 경험들을 했었던 것 같다.
포근하고 아늑하며 어두운 공간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순간과, 그곳에서 강제로 빨려나가 왠지 모르게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던 기억.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나는 듯 했지만 왠지 모르게 고통은 없던 순간과, 내 몸이 누군가와 이어지는 듯한 기분.
그러한 경험들을 무의식 속에서 어렴풋이 느끼다가 눈을 떠보니, 내 기숙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있다.
이번엔 또 몇주가 지났을까? 아니면 몇달이 지났을까?
클라나는 어떻게 됐을까? 그녀가 날 걱정하게 된다면, 곧 찾아올 시련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
노예시장은? 패널티 중첩은? 페를로체의 비밀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으휴…”
정신이 또렷해 지자마자 머릿속에 밀려들어오던 수많은 고민거리를 곱씹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워버렸다.
‘오늘따라 조금 힘드네?’
솔직히 말해서 살짝 지쳤다.
아직 모든게 아름답게만 보이고 부족한것 하나 없던 꼬마 시절, 아버지에게 처음 예언을 들었을 때 부터 지금까지.
그저 마왕을 타도하고 세계에 해피엔딩을 선사하겠다는 하나의 목적만을 보며 달려왔다.
물론 도중에 다 때려치고 싶을때도 있었고, 유혹에 넘어갈뻔 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었다.
내가 포기하면, 모든게 끝이였기 때문이다.
[영구적 디버프: 위악자의 숙명]설명) 자신이 ‘위악자’임을 들킬때마다, 생명력과 수명이 줄어듭니다. (특수 스택은 오직 생명력만 깎입니다.)
[스택:3 특수 스택:1]“음.”
그런 생각을 하며 디버프 창을 열은 나는, 이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러니까 지치지.”
수명은 줄어도 체감이 없다. 하지만, 생명력은 줄어들면 바로 체감이 올 수밖에 없다.
생명력이야 말로 사람이 움직이고, 사고를 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지친 이유는, 생명력이 감소되어서였다.
멘탈적으로 지치거나 모든게 힘들어진게 아니라, 그냥 체력이 떨어져서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다시 힘을 내자.
수명과 생명력이 깎인 건 문제가 안된다.
앞으로 해야 될 일들이 산더미 같은데, 생명력 탓이나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애초에, 선조님도 5스택 까지는 게임 클리어가 가능하다고 말하시지 않았는가?
– 이론적으로는, 5스택까지는 게임을 클리어 할 수 있어.
분명히 그 대목을 내가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전혀 문제 없다.
– 문제는 그건 개발사에서 언급한 조건일 뿐이라는거지. 그리고, 애초에 그게 가능하기나 한건진 모르겠어. 블랙테일 판타지 1을 유일하게 클리어한 사람이였던 나조차 2는 못깼거든. 하지만, 리더보드에는 분명히 클리어 기록들이 있긴 했단 말이지? 그러니 넌, 최대한 스택을 아껴서…
아무튼 문제 없다.
“아윽.”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온 몸에 통증이 온다.
아무래도, 스택이 3개나 쌓이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오긴 왔나보다.
“…음?”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내 시야에 검은색 머리카락이 삐죽 솟아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 툭, 툭
그 모습을 쳐다보다 무심코 그것을 두드려보던 나는, 이내 그것의 정체가 카니아의 머리카락임을 깨달았다.
“…안녕, 카니아.”
그런 카니아를 살짝 미소를 지은채 지켜보던 나는, 이내 그녀의 눈에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는 것을 깨닫고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어디가 아픈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카니아의 머리를 쓰다듬던 나는, 이내 그녀가 깰새라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읏…”
보아하니 날 간호하느라 몇날 며칠을 샌것이 분명해 보였기에,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엎드린 그녀를 잠시나마 쉬게 내버려 둬야겠다 생각한 나는.
‘이건…?’
나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내 것임이 거의 확실시 되는. 방의 구석에 놓여져 있던 지팡이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결 낫네.”
이윽고 지팡이를 들어 요리조리 살펴보던 나는, 지팡이를 사용해 땅을 짚고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몸이 지쳐서 그런거였잖아.”
지팡이로 땅을 짚자마자, 다시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렴, 그래야지.
겨우 스택이 하나 더 쌓였다고 지쳐서 쓰겠는가?
마왕을 잡으려면, 아직 멀었다.
2학년, 3학년은 커녕 겨우 1학년 2학기의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고작 여기서 지칠리가 없다.
그래, 전부 생명력이 고갈된 탓이야.
아직 할만해.
“…흐음.”
그런 생각을 하며 방을 나서려던 나는, 문득 침대에 엎드려 있던 카니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저렇게 자면, 허리가 나빠질텐데.’
전회차에서 한참동안 불면증에 고생을 했기에, 기상천외한 자세로 많이 자보아서 안다.
계속 저렇게 자면, 분명히 허리에 문제가 올 것이다.
“영차.”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조심스럽게 카니아를 들어올렸다.
굉장히 지쳐보이는 그녀를, 침대에 눕혀주기 위해서였다.
“…어라?”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 카니아를 눕힐 때가 아닌 것 같다.
그녀를 들어올리던 내 시야에 들어온 시계는, 수업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니아, 일어나.”
“…으음.”
결국 수업에 지각하는걸 끔찍히도 싫어하는 카니아를 위해, 나는 그녀를 잠에서 깨운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솔직히 그녀를 푹 쉬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래도 수업은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도련…님?”
“카니아.”
그런 마음으로 카니아를 깨우니, 내 품에 안겨있던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동안 잘 지냈어?”
“…아.”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니, 카니아가 날 멍하니 쳐다보기 시작했다.
“왜 그래?”
“…도련님.”
“응?”
그 말을 들은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쉬시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으, 으응?”
카니아는, 내 가슴에 고개를 파묻으며 말했다.
“꾸역꾸역 참지 마시고요.”
이윽고 그녀는, 조용히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물끄러미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도요.”
“…..?”
이윽고 난데없이 그렇게 말한 그녀는, 지팡이를 들지 않은 내 손을 잡아 부축을 하며. 천천히 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카니아. 업무의 보고는…”
“일단은 미루죠. 나중에 한꺼번에 보고드리겠습니다. 당분간은 잠시 수업이나 들으며 쉬자고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어째선지, 카니아가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뭐지?
.
– 끼이익…
“으흠.”
최대한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교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
하지만, 그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시선은 그 즉시 나에게로 쏠리고 말았다.
하긴,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 이후로 방에서 두문분출 하던 망나니가 어느날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라도 힐끔 쳐다볼 것 같다.
“그럼.”
물론 그런 시선들에 움츠러들기엔 너무나도 많은 경험을 해온 나였으므로 적당히 무시하고 있으니, 카니아가 재빨리 내게서 떨어지더니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살짝 이상하게 쳐다보던 나는, 이내 아이들의 눈빛을 읽고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데자뷰를 보는 것 같은데.’
마치, 평민들에게는 무시당하고, 귀족들에게는 배척당하던 클라나의 첫 등장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물론, 그 대상이 나로 바뀌었다는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프레이! 여기에요! 어서 앉으세요!”
“…하아.”
아무튼 그런 눈빛을 꼿꼿이 서서 받아들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를로체?”
“파트너끼리는 같은 자리에 앉는 거라고요!”
“…그래.”
이어진 그녀의 말에 나지막이 대답한 내가 그녀의 옆에 앉자, 시선들도 내가 앉은 자리로 따라오기 시작했다.
아마 귀족들은, 위독하다고 소문이 났을 내 건강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파악하고 손익을 계산하기 위하여.
평민들은 그저 권선징악을 해준 하늘을 칭송하거나 내가 처한 꼴을 보기 위해.
열심히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클라나 님, 오늘 시간 있으세요?”
“세레나 님, 제가 좋은 장신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리고 그런 시선이 오간 뒤, 몇분도 지나지 않아 귀족들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두개의 파벌로 나뉘었다.
날 발견하곤 창백하게 얼굴이 질려버린 클라나와, 애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세레나로 이루어진 두개의 파벌로 말이다.
‘…잠깐, 벌써?’
그런 장면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나는, 이내 느낀 의문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왜 지금 시점에서 나뉜거지?’
내가 예상했던 파벌이 나뉘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한참 뒤인 2학년 때였다.
아직까지는 내가 어느정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편이 좋을텐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프레이님, 괜찮으신지요?”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왔어요!”
“이러다 큰일 나시는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몇몇 여학생들이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의외로 아직까지 내 파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던 걸까?
“당신들! 물러가세요!”
“페, 페를로체 씨?”
“프레이는 제가 집중 마크하고 있어요! 방해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녀들은 페를로체에 의해 자신들의 자리로 쫒겨났다.
이럴때는, 페를로체도 토템 역할로 꽤 쓸모가 있는 것 같다.
“이리나, 같이 놀래?”
“이따가 같이 점심식사하자!”
“으, 으응?”
내 옆에서 싱글벙글 웃고있던 페를로체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평민들이 이리나의 주변에 모여 이야기 꽃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리나가 저렇게 인기가 많았던가?
“프레이, 오늘 밤 시간 있나요?”
“뭐?”
갑자기 인기가 많아진 이리나를 수상쩍게 쳐다보고 있으니, 이번엔 자신의 파벌을 해치고 내게 다가온 세레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프레이, 저 사랑하는거 맞죠?”
“으, 으응.”
왠지 모르게 사실로 답변해야 될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답변을 마친 나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세레나의 행동 방식이 밤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낮에는, 나와 카니아의 애정행각을 보기 싫어 접근을 꺼려하는 그녀니 말이다.
“모두들, 모였군.”
그렇게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이솔렛이 들어오자 모두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되며 일단락 되었다.
“그럼, [검술학의 이론] 168페이지를 펴도록. 오늘은 검기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심화적으로 접근해 볼거다.”
“”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아이들은 이솔렛에게는 항상 찍소리도 못한다.
하기야, 후작 가문중에서도 가장 알아주는 명문가인데다가… 용사 파티의 일원이였던 초대 검성이 시조인 가문의 장녀인데. 그 누가 그녀를 건들겠는가?
‘…아, 내가 건드렸지.’
칠판을 바라보다가 문득 뇌리를 스친 실없는 생각에 쿡쿡 웃던 나는, 이내 천천히 눈꺼풀을 내리기 시작했다.
“프레이! 뭐하시는건가요! 자면 안돼요!”
“…조금만, 조금만 잘래.”
옆에서 페를로체가 뭐라 하지만, 졸음을 버틸 수가 없다.
아무래도, 잠시만 눈을 붙여야겠다.
잠시만.
아주, 잠시만…
.
“으윽…!”
어두운 방에서, 짙은 흑마력이 뭉개뭉개 피어져 나온다.
“콜록! 콜록!!”
“으으…”
그러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카니아… 이게 어떻게 된건가요?”
그렇게 한참동안 기침을 하던 사람들 중에서, 클라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더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프레이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그가 가장 ‘원하는’ 일을 꿈꾸게 해주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렇게 말하는 클라나의 옆에는, 여전히 의식을 잃고 있는 프레이가 누워있었다.
“맞아, 그래서… 솔직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한편, 클라나의 말에 맞장구를 친 이리나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냥 수업을 하는 꿈이 나온거야?”
“그게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 도련님이 가장 원하던것이… 그저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듣는 평범한 일상이었던것 같습니다.”
“네?”
카니아의 답변에, 클라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치만, 그게 말이 되나요? 이 흑마법은,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욕망을 끄집어 낸다면서요?”
“…그만큼, 도련님이 지쳐있으셨다는 겁니다.”
그런 클라나에게 답변한 카니아는, 이내 침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깨어날 시간이 되셨는데도 도련님이 깨어나시질 않아서, 이 치료요법을 며칠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는 하루종일 누워서 잠만 자셨습니다.”
“잠만… 잤다고요?”
“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 싶어 클라나 씨와 이리나 씨까지 불러들이니… 겨우 저런 구체적인 소망이 나온거고요.”
그렇게 말한 카니아는, 조용히 프레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엇보다도, 도련님과 일심동체인 제가 강렬히 느끼고 있습니다. 편안한 휴식을 말이죠.”
그 말이 끝나자, 방 안에 숙연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최근 마음속 깊은곳에서 느끼는 가장 강렬한 욕구가, ‘휴식욕’이 될려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야 할지 가히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해.’
그렇게 침묵이 감도는 방 안에서, 카니아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세레나 씨는 사정이 있어서 못 오셨고, 페를로체씨는 들킬 염려가 있어서 애초에 참가를 못 시켰는데…’
자신의 옆에 있는 프레이를.
‘…왜 무의식에 나온거지?’
아리송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이다.
‘설마?’
이윽고 그 눈빛은, 꽤나 매서운 눈빛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