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2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25화(125/524)
Episode 125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너무 놀란 나머지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지금 클라나가 뭐라 한거지?
내가 제대로 들은게 맞긴 한건가?
“…그, 그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내 당황스러운 반응을 본 클라나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으으…”
그러던 그녀는, 결국 입에서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대체 피의 맹세는 언제 한거야?”
그런 클라나에게 넌지시 묻자, 그녀는 내 눈치를 보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가 쓰러져 있을때, 내 피를 네게 먹였어.”
“설마 손에 있는 그 붕대가…?”
어쩐지 그녀의 손에 붕대가 감겨있더니만.
설마하니 그게 피의 맹세를, 그것도 나에게 하려 낸 상처였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후우.”
“프, 프레이.”
인상을 찌푸린채 클라나의 붕대를 감은 손을 어루잡고 있으니, 그때까지 내 눈치를 보던 클라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널 도울게. 넌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그래.”
“아까 노예시장에 관련해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지? 노예시장에 관련한 정보도, 인력도 지원해 줄게. 어떤 부분에서 내 도움이 필요한거야?”
이윽고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난, 이번 노예시장의 노예들을 전부 해방시킬거야.”
“…뭐?”
그 말을 들은 클라나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그 많은 노예를 전부 해방시키는 시나리오는 생각해두지 못했나보다.
“그게 가능할까?”
“…가능성은 충분해, 그리고 네 도움이 있다면 더 높아질거고.”
“내, 내가 뭘 하면 되는거야?”
그런 그녀에게 나는, 표정을 굳히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해방사건의 숨겨진 배후가 되어 줘.”
“…뭐?”
“이번 노예시장 해방사건의 영웅이 되어달라고.”
그렇게 말하자, 클라나가 입을 떡 벌린다.
“이번 사건의 여파는 꽤나 클거야. 그러니, 제국의 태양이 되기 위한 후광으로 안성맞춤이겠지.”
“너, 너…”
“당연히 나는 그림자로 남아야지. 내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건 너도 잘 알잖아.”
그 말에 클라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클라나는, 이내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치만… 그걸로 정말 괜찮겠어?”
“뭐, 어차피 훗날 모두가 알게 될텐데. 그때 가서 죽어라 칭송 받지 뭐.”
그런 그녀에게 농담조로 말했는데, 클라나가 고개를 숙이곤 손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음.”
조용히 클라나를 지켜보던 나는,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클라나, 네게 말할게 하나 있는데.”
“응?”
“너, 자존감이 너무 떨어지지 않았어?”
얼마전부터 그녀를 볼때마자 계속 들던 생각이지만, 클라나의 자존감이 최근들어 너무 낮아진 것 같다.
과거에는 어쩔수 없었다지만, 모든걸 알게 된 지금에도 계속 그런다면 꽤나 곤란하다.
그러니, 이쯤에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네가 황좌에 앉아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마왕군과 결사항전을 지시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그, 그치만…”
내가 진심을 담아 말하자, 클라나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뭐만 하면 바들바들 떠는 약한 모습만 보여주고 말이야. 심지어 한번도 더듬은적 없는 말까지 더듬고 있잖아.”
그렇게 말하자, 클라나가 할말을 잃은채 시선을 옆으로 돌린다.
“…그치만, 난 아무것도 아닌걸.”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그저 신분을 잘 타고났을 뿐인, 별볼일 없는 3황녀에 불과했어. 이번 회차에서 그걸 뼈져리게 느꼈다고.”
우울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한 클라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시작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걸 저번 회차에서 실감했었어.”
“…마왕을 말하는거야?”
“그래, 물론 처음에는 인정할 수가 없었지.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해서 어떻게든 그 벽을 뛰어넘으려 했는데…”
말을 하다가 말꼬리를 흐린 클라나는, 죄책감이 서린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오히려 그 벽을 부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방해하고, 상처입힌 꼴이 되었잖아.”
“그건 네 탓이 아닌…”
“그리고, 그녀에게까지 폐를… 아.”
그렇게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어버린 클라나를 아리송하게 쳐다보던 나는, 이내 조용히 눈앞에 정보창을 띄웠다.
“네 정보창을 읽어줄게, 클라나.”
“뭐?”
“이름, 클라나 솔라 선라이즈. 힘과 마력, 그리고 지능 수치는 전부 7에… 정신력은 8.1. 그리고, 지배자의 아우라라는 특성도 가지고 있네.”
“프레이?”
“지배자의 아우라라… 아주 좋은 특성이지.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저릿저릿 하게 만들 정도니까 말이야.”
이윽고 내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정보창의 내용을 읊자, 클라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혈통빼고는 아무것도 없던, 모두에게 배척받던 별볼일 없는 3황녀가 순수한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 정도까지 올라왔는데… 그런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클라나의 발언을 끊으며 시선을 고정했다.
“내 눈에 보이는 네 성향이 뭔지 알아?”
선명하게 보이는, 그녀의 ‘성향’에 말이다.
“패왕이야.”
“패…왕?”
“그래, 만천하를 호령하는 지배자라는 뜻이지.”
그 말을 들은 클라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기 시작했다.
“솔직히 내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 조금 못미덥긴 한데… 그런데서 장난질을 치진 않거든.”
“그, 그말은…”
“네게는 황제가 될 자질이 차고 넘쳐, 클라나.”
내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클라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시죠.”
“프레이…”
“그래야 당신을 섬길 맛이 날테니.”
이윽고 내가 쐐기를 박자, 클라나는 손의 떨림을 멈췄다.
“……….아.”
이윽고 움직임마저 멈춘 클라나는,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에 날 담고선.
“그런…가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기 시작했다.
“그게 당신의 답변인가요?”
클라나가 아까와는 사뭇 달라진 눈빛을 띠기 시작했다.
퀭하고 자괴감에 물들어 있던 눈빛이 아닌, 지도자로서 빛나던 때의 눈빛으로 말이다.
그런 클라나에게 다시한번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니, 그녀가 애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할게요.”
“그래요, 그거면 됐…”
“아까도 말했지만, 앞으로 제겐 반말을 해주세요.”
그러다가 갑자기 클라나가 표정을 엄숙하게 바꾸며 말하자, 그제야 나는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최근에 보였던 소극적인 모습이 아닌, 제국의 진정한 태양이 드디어 다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러면…아, 아까 한 이야기 말인데…”
덕분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클라나를 바라보던 나는, 문득 아까 그녀가 했던 발언을 떠올리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화두를 던지려 했지만.
“그럼, 이야기는 이쯤 하죠.”
“응?”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저기, 아까했던 이야기는…”
“그건 말이죠.”
덕분에 당황한 내가 뭐라 말하려 하자,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클라나는.
“당신의 대답을 들으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요”
“네?”
“그저, 제 선언이었을 뿐.”
그렇게 답하고는 문을 가리키며 축객령을 내렸다.
“그럼, 안녕히.”
“…어?”
아무래도, 뭔가가 잘못된 것 같다.
.
프레이가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선다.
“…으읏.”
그런 그를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클라나는, 지팡이를 잡은 그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걸 보고는 작게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철컥.
“프레이…”
그렇게 잠시 후에 문이 닫히자.
“제멋대로여서 죄송해요…”
클라나는 짓고 있던 여유로운 표정을 벗어던지고는, 슬픈 표정을 한채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치만…”
그렇게 한참동안 책상에 엎드려있던 그녀는, 이내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하기 전에, 당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단 말이에요…”
중얼거림은, 이내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
“도련님, 나오셨나요?”
“앗.”
클라나의 방에서 나서니, 무표정을 짓고 있는 카니아가 시야에 들어왔다.
“카니아, 여긴 왜 왔어?”
“…그냥 따라와봤습니다.”
“그냥?”
아까는 혼자 보내놓고서, 왜 지금은 따라왔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눈도 게슴츠레 뜨고 있고 말이다.
얘가 뭘 잘못 먹기라도 했나?
“도련님, 이걸 드십시오.”
“…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카니아가 내게 뭔가를 건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확인을 해보니, 꽤나 고급스럽게 생긴 약병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차분하게 만드는 약입니다.”
“갑자기 그건 왜 주는데?”
“몸보신을 위해서 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카니아가 물약을 거듭 내밀기에, 나는 별 생각 없이 그것을 받아 마셨다.
일단 카니아가 주는 보약이니 문제는 없을 것이고, 지금 내 심신이 클라나의 발언때문에 꽤나 놀라있는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오, 이거 효과 있네.”
“그러게요.”
그렇게 한결 나아진 기분을 느끼며 카니아에게 물병을 내미니,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했다.
“표정이 편안해지신걸 보니, 효과가 좋은 것 같아 기쁩니다.”
“…그래.”
그런 그녀를 약간 떨떠름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나는, 이내 지팡이를 짚으며 복도를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도련님, 이번엔 어디로 가시려는 건가요?”
“노예 시장에 관련이 있는 사람을 만나러 가려고.”
그 말을 듣고 잠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카니아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여자로군요?”
“…어떻게 알았어?”
“왠지 그럴 것 같았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대답을 듣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나는, 이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흑마법이라도 쓰는거야?”
“무엇이 말입니까?”
“아니 그냥, 아까부터 계속 내 생각을 잘 맞추는 것 같아서…”
“제가 흑마법을 썼다면 도련님이 눈치채셨겠죠.”
그러자, 카니아가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도련님을 모신게 몇년인데, 그 정도는 표정만 봐도 압니다.”
“…그래?”
“네, 전 도련님의 유능한 집사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으쓱거리는 카니아를 보며 피식 웃고있던 나는.
“…음?”
복도 저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울려퍼지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쟤네들이 여긴 왜?”
“꾸우우!!”
“구구구!!”
올빼미와 비둘기가 전력을 다해 내게 날아오고 있다.
벌써 저 장면을 몇번이나 보는걸까?
“저 녀석들은 지치지도 않나봅니다.”
“그러게, 대체 비둘기가 어떻게 올빼미와 싸우는 걸까? 보통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나?”
“비둘기가 올빼미와 ‘싸운’다고요?”
그런 생각을 하며 카니아의 말에 맞장구를 치니,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질문을 던져온다.
“응, 잘 싸우던데?”
“…….!”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갑자기 자존심이 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교육이라도 시켜야 하나?’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두 새들을 바라보며 폭력 금지 교육이라도 시켜줘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 푸드득!
“…어?”
코앞까지 내게 다가왔던 녀석들이, 갑자기 내 어깨를 발로 잡아채고는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덕분에 녀석들에게 어디론가 끌려가기 시작한 나는, 두 새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설마, 어디서 싸움이라도 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