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2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26화(126/524)
Episode 126
“으, 으아아…”
사납고 흉폭한 새들이, 양쪽에서 내 어깨를 잡고는 어디론가 질질 끌고가고 있다.
“구구!!”
“…에휴.”
올빼미는 그렇다 쳐도 비둘기한테 까지 끌려다니는 신세라니. 대체 난 얼마나 약해져 버린걸까?
“카니아, 나좀 도와줘.”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새들에게 끌려가던 나는, 결국 뒤에서 조용히 날 따라오고 있던 카니아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제국 최고의 망나니에 체면을 잔뜩 구길수록 유리한 나일지라도, 새들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런 내 말을 들은 카니아가, 상당히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새들에게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도, 도련님에게서 떨어지세요.”
이윽고 그녀는, 올빼미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니아에게 새 공포증이라도 있었나?’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카니아가 올빼미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꾸.”
“…읏.”
기분탓이 아닌것 같다.
올빼미가 낮은 목소리로 울자, 카니아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현재 상태의 그녀라면 웬만한 상급 몬스터도 여유롭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올빼미 하나에 쩔쩔 매는 것일까?
“저기, 미안한데 내가 지금 숨이 차거든? 그러니 조금만 쉬었다가면 안될까?”
아무튼 도움 요청에 실패한 나는, 눈앞에 계단이 나타나자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두 새에게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꾸우.”
“구구.”
그러자 계속해서 날갯짓을 하며 나아가던 두 새가 행동을 멈추고는, 내 어깨에 앉았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그럭저럭.”
물론 다친곳은 없었지만, 잠시나마 새들에게 끌려다녔다는 사실에 살짝 자존심이 상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점을 티내기도 뭐했기에, 나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려는건데?”
그러자, 두 새가 일제히 날개를 들어 어딘가를 가리키기 시작했다.
“…하?”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일단 녀석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보니, 벽이 나왔다.
– 휙!
그리고 그 순간, 녀석들이 날개를 꺾어 옆쪽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얘네, 진짜로 정체가 뭐지?’
수상할 정도로 똑똑한 두 새에게 잠시 의구심까지 들었지만, 나는 이내 표정을 굳히며 녀석들의 안내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싸우면 안되는데.”
상당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말이다.
“두분이 싸우셨을까봐 걱정하시는겁니까?”
그러자, 내 옆에 바짝 붙어 따라오던 카니아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시점에서 두분이 싸울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그 두분에게 신변의 위협이 생겼다고 보는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둘이 같이 있는데 신변의 위협이 발생하려면, 마왕은 와야할걸.”
“…아.”
세레나는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손가락 하나로 제압하는 사람이고, 페를로체는 일대일 최강이다.
그렇기에, 둘이 같이 있는데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필시 그 둘 사이에 일어난 트러블이라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페를로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걸 아는건, 오직 나와 세레나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새들도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려고 하는걸 보면, 일이 어떻게 됐든 간에 아카데미 안에서 벌어진 걸꺼다.
그러니, 무슨 일이던 간에 조속히 가기만 한다면 막을 수…
“역시나, 걱정이 되시나 봅니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니아가, 이내 물끄러미 날 쳐다보며 말한다.
“요즘들어 날 너무 잘아는것 같아, 카니아.”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 그녀를 마찬가지로 물끄러미보던 나는, 새들이 날 째릿 쳐다보기에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여긴…?”
“아카데미의 지하실이로군요.”
그 뒤로 한참동안 열심히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곳은, 아카데미에 있는 지하실의 입구였다.
‘왜 여기로 안내한거지?’
햇볕하나 들지 않는 아카데미의 지하실은, 꽤나 흥미로운 장소이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없는데다가 한적하지만, 가끔가다가 암전에 대비한 훈련용으로 쓰이기도 하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들이 꽤 묵직하기 때문이다.
만약 위악자 루트를 타지 않는다면, 1학년때 이곳에서 페를로체와의 개인 이벤트가 발생한다.
예언서에 따르면 상당히 간질간질한 이벤트라고 하지만, 물론 지금 내게 그런 것은 사치일뿐이다.
아무튼 2학년때 발생하는 아카데미 공성전 이벤트때는, 이곳이 학생들의 전초기지가 되고.
만약 3학년때까지 내가 생존한다면 이곳에서 히로인 한명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수 있다.
그 외로도 상당히 잡다한 이벤트들이 많이 발생하는 이 지하실은, 별볼일 없어보이지만 꽤나 중요한 장소이다.
“일단… 들어가야겠지.”
그렇다면, 저 이벤트 제조기인 지하실에서 과연 무슨 일이 발생했기에 새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들어가보지 않고서야 그 답을 찾아낼수는 없을 것이다.
“…흡.”
그런 생각을 하며 심호흡을 하던 나는, 긴장된 마음을 안고 천천히 지하실의 문을 밀었다.
– 끼이익…
낡고 녹슨 문이, 듣기 싫은 소리를 사방에 퍼트리며 열린다.
“…하?”
그걸 바라보며 침을 삼키던 나는, 이윽고 나의 시야에 들어온 지하실의 광경을 보고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이게 다 뭐야…?”
사방이 어지럽다.
그나마 이 지하실에 몇개 남아있던, 녹이 슬거나 썩어가던 가구들은 거의 박살이 나있고.
지하실의 바닥에는 커다란 균열과 구덩이들이 생겨져 있었으며.
지하실 주변에는 짙은 농도의 달의 마나와, 내 옆에 있는 카니아가 저릿함을 참지 못하고 내 뒤로 숨어버릴 정도의 성력이 가득했다.
“”………””
그리고 그 한복판에는, 부채로 얼굴을 가린채 페를로체를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는 세레나와.
마찬가지로 두 손을 든채 세레나를 노려보고 있는 페를로체가 있었다.
“뭐야…”
그러한 광경들이 한꺼번에 뇌로 들어온 충격때문에 한동안 제대로 된 사고를 못하던 나는.
“…진짜 싸웠어?”
이내 식겁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세레나의 저 모습은 눈앞에 있는 상대와의 싸움을 머리속에서 시뮬레이션 해볼때 취하는 포즈고, 페를로체의 저 모습 또한 무언가를 쳐부술때 취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덕분에 당장 이 지하실에서 탈출을 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저 둘을 말려야 하는지의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프레이?”
“앗! 당신!!”
갑자기 둘이 동시에 날 쳐다보더니, 반가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당신, 보고 싶었어요.”
“정말로 이곳에 오셨군요! 그럴줄 알았어요!”
뭔가 싶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고 있는데, 두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대체 뭐지?
“너희… 싸우던거야?”
“네, 싸우고 있었어요.”
갑자기 급변한 분위기 때문에 당황해하던 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지니, 세레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물론, 훈련 차원에서였지만요.”
“…훈련 차원?”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페를로체가 특유의 맹하고 멍청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세레나 씨가 절 훈련시켜주셨어요!”
“너를?”
“네! 세레나씨는 정말 착하신 분… 아니, 그보다 여긴 왜 왔냐고요!!”
“얘네들이 데려왔다만?”
그 말을 들은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에 앉아있던 새들을 쳐다보았다.
– 푸드덕!!
그러자 녀석들은 일제히 날아오르더니, 주인들의 어깨 위로 돌아갔다.
“…꾸.”
“…구?”
이윽고 올빼미는 조용히 내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고, 비둘기는 불만이라도 있냐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녀석들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노려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너희는 왜 여기에 있던거야?”
“아까도 말했잖아요? 저희는 훈련을…”
“훈련을 굳이 여기서 할 필요가 있나?”
아무리 부정부패로 물들어버린 선라이즈 아카데미라고 해도, 일단은 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명문 아카데미인지라 당연히 훈련장 정도는 있다.
즉, 넓고 쾌적한 훈련장이 아닌 어둡고 퀴퀴한 지하실에서 훈련을 할 이유는 하등 없다는 거다.
“당신의 말이 맞아요, 프레이.”
그러한 의견을 말하며 둘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니, 세레나가 눈웃음을 치며 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희가 하던 훈련은 조금 특수한 훈련이었답니다.”
“조금 특수한 훈련?”
“네, ‘어둠을 극복’하는 훈련 말이에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는, 옆에서 여전히 멍청한 미소를 짓고 있던 페를로체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페를로체 씨가 어둠을 두려워 하는건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렇기에, 특별히 어두운 상태에서 훈련을 할 필요가 있었어요.”
“…맞아요! 프레이 당신이 언제 제 약점을 악용할지 모르니까! 특별히 하는 특훈이에요!”
내가 무슨 짓을 할까 두려워하여 약점을 극복하는 훈련까지 하고있는 주제에 그 사실을 해맑게 까발리고 있는 페를로체를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상대가 세레나야? 넌 클라나랑 더 친한거 아니었나?”
“클라나 씨가 내뿜는 불빛은 너무 환해요! 그래서 훈련을 하는 의미가 없어요! 그리고…”
말을 하다 말고 잠시 세레나의 눈치를 보던 페를로체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쳤다.
“세레나 씨가 말하길, 자신이 가장 잘나고 똑똑해서 저와 싸우는데 적임이래요!”
“…전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았어요.”
하긴, 페를로체와 일대일로 훈련을 하려면 세레나 정도 되는 인물이 아니면 불가능 할 것이다.
일대일 한정으로 최강자나 다름없는 태양신의 가호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에게 능동적으로 맞추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세레나는…
자연스럽게 페를로체를 조사할 수 있을것이다.
“…뭐, 알겠어. 그럼 더 이상 볼일은 없을 것 같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이내 흥미를 잃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다음부턴 이런일이 없도록, 애완동물들 관리들 똑바로 해.”
“네.”
“구구한테 뭐라하지 마세요! 한창 잘먹고 잘 클때란 말이에요!”
그렇게 살짝 진심이 어린 충고를 한 뒤, 내게 따박따박 대드는 페를로체의 외침을 들으며 출구로 향하던 그때.
“아, 프레이.”
“…응?”
갑자기 세레나가 날 붙잡더니,
“츄릅.”
“…..!”
혀를 섞었다.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영겁같은 찰나가 지난 후, 서로의 입술에 이어져 있던 침을 낼름 핥아서 없앤 세레나는.
“곧 좋은 소식을 드릴수 있을 것 같네요.”
조용히 내 귀에 그렇게 속삭였다.
“프레이!!! 세레나 씨에게 무슨 짓을 하시는거에요!!!”
“…그럼, 안녕히.”
“아참, 제가 보낸 편지는 보셨나요!? 보셨다면 답장을…!!!”
이윽고 고함을 지르는 페를로체의 말에 맞춰 내게서 떨어진 그녀는, 눈웃음을 치며 손을 흔들었다.
“…우웩.”
“카니아?”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그대로 뒤돌아 서 출구로 향하던 나는, 옆에서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는 카니아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디 아파?”
“아, 아닙니다.”
“아프면 좀 쉬어. 며칠 뒤에 열릴 노예시장 해방 미션을 위해서라도.”
“…네.”
그런 카니아가 걱정되어 등을 토닥여준 나는, 그 즉시 표정이 부드럽게 바뀐 그녀와 함께 기숙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노예 시장 미션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충분한 휴식을 취해두어야 할 것 같다.
.
“…흠.”
프레이가 카니아와 함께 문을 열고 나가자, 눈웃음을 치고 있던 세레나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대체 뭘까요?”
“…….”
그런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어느새 바닥을 뒹굴고 있던 의자에 앉은 페를로체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난동을 부리시지 않나.”
평소의 순수하고 명량한 표정이 아닌,
“프레이가 오자마자 멀쩡해지지 않나.”
퇴폐적이고 퀭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그런 그녀에게 세레나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지만.
“…다음 시련이 관건이야.”
그런 그녀를 무시한채 지하실을 나서며, 페를로체는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때, 진실을 알려야 해.”
페를로체는, 어느새 다시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