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2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27화(127/524)
Episode 127
“이 예시는 마나와 검기에는 막대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 너희들 모두 이것을 숙지하여…”
내일은, 며칠간 제국을 들썩이게 할 노예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2학기의 유일한 메인퀘스트이자 1학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하이라이트가,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다.
“흐아암…”
“프레이, 집중하거라.”
덕분에 긴장된 마음을 숨기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하품을 하다가 이솔렛에게 한 소리를 듣고 말았다.
“검술 성적도, 실력도 반에서 제일 바닥인 네녀석이 수업마저 안 듣는다면…”
“난 검술에는 흥미가 없어서. 차라리 마법수업이 백배는 더 재밌다고.”
그런 이솔렛에게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니, 주위에 있던 귀족들이 숨을 죽여 웃기 시작했다.
‘…진짠데.’
하긴, 검사인 주제에 검도 제대로 못 다루는 폐급이 마법타령이나 하고 있으면 나라도 꽤나 웃길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검술을 마스터한 상태다.
그렇기에 이솔렛에겐 미안하지만, 이미 모든걸 아는 검술 수업보다는 저번의 기연으로 얻은 별의 마법의 운용에 도움이 되는 마법 수업이 더 좋다.
– 딩 동 댕 동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올렸다.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다. 혹시 질문사항이 있는 사람은, 교실에 남도록.”
나와 귀족들의 소음을 무시하며 수업을 계속 진행하려던 이솔렛은, 수업종이 치자 책을 덮으며 그렇게 말했다.
– 드르륵!
그러자 대부분의 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대부분의 평민들은 눈을 말똥말똥 뜬채 자리에 앉아 이솔렛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레이, 너도 남아라.”
그런 평민들을 속으로 기특하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던 나는, 매서운 이솔렛의 발언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왜…”
“남거라.”
하지만 이솔렛은 그저 엄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
덕분에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나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도로 앉았다.
“교수님, 마나의 흐름과 검기의 흐름의 유사성에 대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검기를 유동적으로 변형시킬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중심으로 연마를 해야 하나요, 아니면 힘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나요?”
“실전에서 마법사를 상대로 한다면 검기로 마법을 베어내는게 더 효율적인가요? 아니면, 그저 견제의 수단으로만…”
그러자, 자리에 남어있던 평민들이 일제히 이솔렛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긴, 차기 검성이라 불리우는 이솔렛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 저런 열정도 이해가 간다.
“검기에 마법을 실어 보내는 경지가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음.”
그렇게 한동안 평민들에게 친전히 답변을 해주던 그녀는, 누군가가 그런 질문을 던지자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꿈을 쫓는군.”
평범한 교수라면 분명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경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솔렛은 질문을 던진 학생하게 호의적인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난제를 풀기위해 메달린 사람들 덕분에, 지난 천년간 검술은 아득히 높게 발전해왔다.”
그렇게 말한 이솔렛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네가, 혹은 너희들이 그 난제를 풀수도 있을지 모르겠군. 그럼, 질문은 이만…”
“…교수님은요?”
그렇게 말하고 아이들에게 질문 시간의 종료를 선언하려던 그녀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아이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겼다.
“나는, 이미 벽에 부딪혔다.”
“벽이요?”
“그렇다. 물론 나 뿐만이 아니라 황실 기사단의 기사단장도, 서대륙의 전사장과 동대륙의 검후도. 그리고 지난 천년간 검술에 힘을 쏟아 부운 사람들이 전부 뛰어넘지 못했던, 저주스러운 벽이지.”
그 말에 아이들이 침음을 삼카자, 이솔렛은 아련한 눈빛을 지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언젠간 내 제자들이, 혹은 제자의 제자들 중에 벽을 깨부수는 사람이 결국은 나오리라는 희망을.”
그러자,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나 그거,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이솔렛의 연설을 들은 나는, 이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하긴. 나는 꼼수나 다름없으니.’
내가 검기에 마법을 실어 보낼 수 있게 된건, 기연을 통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몸에 지니게된 ‘별의 마법’ 덕분이다.
즉, 정상적으로 벽을 뛰어넘은게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벽에 도달했다 담담히 아이들에게 고백하는 이솔렛은, 그 벽을 뛰어넘을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검성의 재림이라는 그녀의 별명이 헛되지 않게, 천년전에 마왕을 쓰러트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검성과 동등한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 아마 2학년때부터 시작될 이솔렛 각성 퀘스트를 진행하면 충분히 그녀도 검기에 마법을…
“그럼, 오늘의 질문은 여기까지다. 프레이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나가도록.”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데, 이솔렛이 학생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
“빨리 나가지 않고 뭐하나.”
끝까지 자리에 남아 날 쳐다보던 다섯 메인 히로인들까지 교실에서 내보낸 이솔렛은, 결국 그녀와 단둘이 남게된 내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일부터 열리는 노예시장에 갈 생각이냐.”
“…그런건 또 어떻게 알고 있.”
“난 바보가 아니다, 프레이. 그 정도 정보는 알고 있어.”
그렇게 말한 이솔렛이 날 뚫어져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곳에 가지 말거라, 프레이.”
“내가 왜? 나만 가는것도 아니고, 이 반에 있는 귀족들의 대다수가 참가할텐데?”
“…마지막 기회다.”
이윽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 그녀는,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살기를 뿜어내며 말했다.
“내 첫번째 제자이자, 오직 검술 밖에 없었던 내 인생에서 첫번째로 맺었던 인연. 그리고, 아카데미의 담임 교수로서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란 말이다.”
“어기면 어떻게 되는데?”
“…이제부터 널 전력으로 적대할거다.”
“적대는 진작부터 하고 있었잖아?”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겠다는거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가문과 의절을 한 주제에 날 견제하겠다고? 무슨 수로?”
“방법은 차고 넘친다. 그러니, 그때가서 후회하지 말고 내 말을…”
“읏차.”
그런 내게 이솔렛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말했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게 네 답이더냐.”
“그럼, 안녕히.”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이솔렛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려던 나는.
“…몸이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소문이 사실인가보군.”
그녀의 입에서 나온 소리를 듣고는 잠시 자리에 멈추어섰다.
“자업자득이다, 프레이.”
“…그럴지도.”
“이만 가보거라.”
바들바들 떨리는 내 지팡이를 물끄러미 이솔렛은, 더 이상 날 보기도 싫었는지 손을 내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 병이지?”
나도 괜히 이곳에서 심력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빨리 교실을 나서려고 했는데, 그녀가 내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알거 없어.”
그런 그녀에게 시큰둥하게 답한 나는, 밖으로 나서며 중얼거렸다.
“…설마, 다시 날 걱정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이솔렛은 전회차에서 세레나와 함께 죽기 전까지 날 걱정했던 사람 중 한명이다.
그렇기에 비록 그녀를 완벽히 실망시켰다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자칫하다가 그녀가 다시 날 걱정이라도 하는 날에는, 시련에 휩쓸려 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이번 메인퀘스트에서 쐐기를 박아야겠지.’
그렇기에 노예시장 해방 미션은, 내게 있어서는 상당히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미션을 성공함으로서 본격적으로 1회차 때의 이야기가 틀어질것이며, 본격적으로 내가 망나니를 넘어 악인으로 인식받게 될것이고, 내 동생인 ‘아리아’에게서 걱정을 없앨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클라나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잡히긴 하지만… 세가지 빛의 마나중 가장 흑마력에 강한 태양의 마나를 지닌 그녀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지금 퀘스트에 집중해야겠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마음을 굳게 먹은 뒤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도련님.”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카니아가 날 붙잡아 세웠다.
아무래도 교실 옆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무슨 일이야?”
“…괜찮으신지요?”
“응?”
그런데, 갑자기 카니아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제가 보기에는, 도련님은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슬픈것 같습니다만.”
“그게 무슨 소리…”
“설마 지금까지 그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어오시며, 늘 감정을 숨겨오셨던 겁니까?”
지금 카니아가 뭐라 하는걸까? 내가 슬프다니? 감정을 숨긴다니?
나는 지금 이솔렛이 시련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때문에 기쁘다.
그렇기에 슬프지도 않으며, 감정을 숨길 필요도…
“이제 제 앞에서는 감정을 숨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표정관리도 안하셔도 되고요.”
“카니아,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정말로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말한 카니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뎌지셨군요. 너무 많이 풍파를 겪으셔서.”
“…..?”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카니아가 한숨을 내쉬며 내게 다가왔다.
“부축해드리겠습니다.”
“지팡이가 있어서 부축은 필요 없…”
“제게 기대세요.”
이윽고 막무가내로 날 부축하기 시작한 카니아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팡이도 좋지만, 가끔은 저도 사용해 주시죠.”
“…풉.”
그녀가 던진 농담에 웃음을 터트리자, 카니아 역시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본다.
‘정말로, 카니아랑 가까워졌나보네.’
그런 그녀를 마주보며 나는 미소를 유지한다.
저릿거리는 심장을 속으로 어루만지고.
왠지 모르게 카니아 앞에서는 점점 쓸모가 없어져만 가는 가면을 애써 고쳐 쓰며.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그런걸 다 읽어내는걸 보니.’
인간은 익히 적응의 동물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런 인간도, 마음의 고통만큼은 적응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마음의 고통에 적응한 결과는, 대부분 정신병이나 폭력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숙사까지 부축해드리겠습니다. 거기서 내일의 계획을 같이 점검해보죠.”
“다른 애들은?”
“꼭 불러야됩니까? 점검은 저희 둘로도 충분…”
하지만, 나는 이미 적응을 해버렸다.
그러니 뭘 어쩌겠는가?
힘들다고 추하게 찡얼거리거나 무너지면, 그저 나만 손해일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높은 정신력을 믿고, 언젠가 찾아올 평온을 기대하며.
“점검은 똑바로 해야지.”
“도련님이 직접 세우신 계획이니, 완벽할겁니다.”
“…너무 확신은 하지 마. 부정타니까.”
그저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빛이 있으리라.
.
그렇게 프레이가 카니아에게 부축을 받으며 기숙사로 향하던 그 시각.
“여러분, 신세 많이 졌습니다!”
패널티 덕분에 병원에 입원해 있던 루비는, 어느새 퇴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너무 무리하지 마렴. 그러다 또 쓰러질라.”
“루비 누나! 잘 가~!”
자신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는 병원 사람들에게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던 그녀는.
“만약 몸이 아파지면 말해! 우리가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으면, 성녀님 정도는 얼마든지…”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성녀의 이야기가 나오자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럼, 전 가볼게요!”
그렇게 말하고, 사람들의 흐뭇한 미소를 받으며 병원을 나선 루비는.
“그럼 슬슬…”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할 때로군.”
프레이의 완벽한 계획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스승님.”
– 왜 그러냐?
“저 휴가좀 낼게요.”
하지만 그건, 루비의 계획도 마찬가지였다.
– 뭐? 안된다 이놈아!! 내가 말했지 않느냐!! 조만간 대륙 마탑 교류회가 있다고!! 거긴 절대 빠질수 없…
“그럼, 부탁드려요.”
– 자, 잠깐…! 이런 썩을!! 왜 내 제자란 년들은 하나같이…!
희미한 빛으로 자신을 감싸 숨기고 있던 글레어가.
“…이번엔 반드시, 증거를 잡고 말거야.”
로브를 뒤집어 쓴채, 루비의 앞에 떠오른 정보창을 먼 곳에서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