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3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31화(131/524)
Episode 131
“프레이! 어디가는 건가요?”
“…….”
“프레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돌려 복도를 벗어나려 했지만, 그 순간 팔짱을 끼고 있던 페를로체가 빼액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젠장, 하필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복도였다면 적당히 섞여서 빠져나갔겠지만, 하필이면 이곳은 사람이 별로 올 일이 없는 한적한 복도다.
노예들이 대기를 하는 대기실이 있는 곳이라, 보통은 시장이 끝날때까지 올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여긴 왜 왔지?”
“당신을 막으러 왔죠! 이곳에서 또 무슨 비열한 술책을 저지르실게 뻔하니까요!”
“오늘 내가 여기 올거라는 건 어떻게 알고?”
“그것도 모를 것 같나요! 저번에, 당신이 절 데리고 온곳이 여기였잖아요! 당신은 그때 분명히 ‘사전 계획’ 이란걸 짜셨던 거에요!”
그렇게 말한 페를로체가 날 사납게 노려본다.
“그걸 눈치채고 있었어?”
“전, 바보가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며 뿌듯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 페를로체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오늘 여기 올걸 알고 있었지?”
“무슨 소리신가요! 당연히 오늘밖에 없잖아요!”
“왜?”
“시장이 열리는 날은, 오늘이니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더욱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번 시장은 일주일간 열리는데.”
“네?”
“일주일간의 구매가 끝난 다음에, 일괄적으로 노예들을 배송하기 시작하거든.”
“헉.”
그 말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페를로체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 그렇군요? 그치만, 아무튼 당신을 여기서 만났으니 그런건 상관 없어요!”
“…오늘 내가 무슨 일을 벌일거라 확신이라도 했나봐?”
그녀에게 그렇게 말한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날 ‘옳은 길’로 인도해주려 온건가?”
며칠전에, 세레나에게 경고를 받았다.
되도록이면 페를로체를 자극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세레나의 말이 틀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에 이번에도 그녀의 말에 따르려 했지만, 페를로체가 보낸 편지를 본 이후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가]옳지않은 행동은 그만두세요! 약속을 어기시뇨!
은혜도 모르시는건가요? 저번에 약속했잖아요!
길게 말할 것도 없고! 저녁에 당장 찾아 오세요!
저번에 일기장에 남겨진 비밀 메세지를 보는 방법과 똑같은, 세로에 숨겨진 ‘옳은 길’이라는 메세지.
그 메세지를 보낸 시점이, 하필 내가 클라나에게 정체를 들켜 패널티를 받았을 때라니.
이것 참 공교롭지 않은가?
“오, 오지 마세요!”
“…흠.”
그런 생각을 하며 페를로체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그녀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두손을 들어보였다.
“더 이상 다가오시면, 절 해치려는 걸로 알고 공격할거에요!”
이윽고 평소처럼 어정쩡한 포즈로 공격을 준비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건 그거고, 일단 지금은 따돌려야겠어.’
그녀의 비밀을 파해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노예시장 해방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페를로체라는 혹이 붙는다면, 안 그래도 어려운 이번 퀘스트의 난이도가 극악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떠보는 말을 하긴 했지만 페를로체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녀의 표정 변화와 눈 떨림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확신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괜히 무리를 해 그녀를 자극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레나의 말을 따르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니까.
– 딸깍.
생각을 마친 나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조심스럽게 조작하기 시작했다.
– 슈우우…
“아무튼! 따라오세요! 이런 추악하고 사이한 곳에서 벗어나서, 당신이 회개를 할 수 있도록 흠씬 때려 주겠…으아?”
그러자 지팡이에서 짙은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세레나의 설계에 나머지 세명의 마법이 섞였는데, 아무리 페를로체라도 감당하지 못하겠지.’
최종 병기나 다름없는 지팡이에서 뿜어낸, 카니아의 정제된 흑마력이 주변을 물들인다.
물론 페를로체의 압도적인 성력에 금방 사라져 버릴 기운이지만, 잠시나마 그녀의 눈을 가릴 수 있다면 문제 없다.
“어, 어디있나요? 프레이! 또 무슨 사술을 쓰신건가요오오!”
‘…흔적은 알아서 페를로체가 없애주겠지.’
공공장소에서는 사용이 꺼려지는 흑마력이지만, 페를로체의 성격이라면 전부 말끔하게 없애버릴 것이다.
그러니, 도망갈 시간은 충분하리라.
“프, 프레이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 있던 계단을 통해 빠르게 아래층으로 향한 나는, 내게 경례를 해오는 경비대장에게 대충 답변을 하고는 인파로 들어가려 했지만.
“시, 실례지만… 혹시 침입자를 본적이 있으십니까?”
“침입자?”
“네! 입구를 보니 경비병들이 전부 실신해 있어서 말이죠… 확인해보니 전부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졌지 뭡니까?”
잔뜩 당황한 경비대장의 말을 듣고는 자리에 멈춰섰다.
“그래서 일단 수색을 하고 있는데, 혹시 수상한 사람을 보지 못하셨는지…”
“위층에 있어.”
“네?”
그런 그를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은 나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딱 보기에도 상당한 실력자 같으니 최대한 많은 경비원들을 대동하는게 좋을거야. 혼자 갔다가 털리지 말고.”
“프, 프레이님! 전 이래봐도 실력자입니다!”
내 말을 들은 경비 대장이 살짝 자존심이 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힘 7.3에 마력 3이라, 페를로체가 손가락으로도 이기겠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애송이의 투정으로 들릴 뿐이다.
“잔말 말고 부하들을 끌고 가서 빨리 잡아. 안 그러면 최고 책임자에게 찾아가서 직접 따지도록 하지.”
“아, 알겠습니다!”
그리하며 눈을 부릅뜨고 말했더니, 경비 대장이 사색이 되어 고개를 숙이더니 다급히 어디론가 뛰어가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요즘들어 재수가 없으려니 원…”
‘…불행의 동전을 가지고 있으니 그렇겠지.’
옛날에 그에게 주었던 불행의 동전을 생각하며 살짝 미소를 짓던 나는, 이내 인파에 섞여들며 생각에 잠겼다.
‘이거, 오히려 잘됐는데?’
페를로체를 봤을때만 하더라도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오히려 잘된 일 같다.
페를로체의 초월적인 무력의 원천은, 오직 일대일 상황에서만 초월적인 힘을 발위할 수 있는 ‘태양신의 가호’에 있다.
그렇기에, 좁은 복도에서 여러명이 그녀를 상대한다면 어느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을것이다.
물론 페를로체에겐 방어에 특화된 ‘성력’이 있기에 저정도의 실력을 가진 녀석들에게 다칠 일도 없을 것이다.
즉, 페를로체와 경비원들이 동시에 발이 묶이게 된다는 거다.
‘모두에게 알린다. 노예 대기실이 있는 복도에서 페를로체와 경비원들의 교전 발생 예정. 덕분에 경비가 약간 느슨해질 것으로 파악됨.’
그렇게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전음을 전달하고는 조용히 품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 전투 간부장입니다, 현재 전투 간부들과 함께 비밀 휴게실에 접근 중입니다. 잠시 이곳에서 대기를 하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 마왕군 책략가 르메르노입니다. 프레이님의 말대로 경비가 느슨해졌습니다. 부하들을 시켜 경비원들을 조금 더 정리할까요?
‘전투 간부들은 내가 명령을 내릴 때까지 그곳에서 대기해. 르메르노, 부스럼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아주 은밀하게 진행하도록.”
그러다 내게 온 전음을 듣고 자연스럽게 명령을 내린 나늗, 이내 오묘한 감정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이거… 진짜로 마왕이 된 느낌인걸?”
전회차에서 녀석들에게 굽신댈때는, 다음회차가 찾아오면 반드시 전부 때려눕히겠다고 굳게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에게 추앙을 받는데다가 명령까지 내리고 있으니… 뭔가 기분이 좀 그렇다.
‘그래도, 써먹을때 써먹어야지.’
덕분에 약간 감정이 싱숭생숭해졌지만, 아무튼 녀석들을 단순히 때려눕히는 것보단 써먹을때 까지 써먹고 때려눕히는게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마음이 다시 편안해졌다.
– 스윽…
그렇게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는.
“좋아, 그러면…”
바글바글한 인파속에서 조심스럽게 기만의 로브를 뒤집어쓰고는 중얼거렸다.
“…이제 우리 공주님을 만나러 갈 시간이네.”
몇주간 방치해뒀던, 마족 공주님을 구해주러 갈 시간이다.
.
“으으, 으으으…”
“아이고, 아이고 머리야…”
프레이가 기만의 로브를 뒤집어 쓰고 바삐 어디론가 향하던 그 시각.
“잠깐… 뭐야?”
노예 시장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은, 머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혀,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임까?”
“나, 나도 몰라 임마.”
“설마… 저희 또 존검까?”
평소에도 졸다가 경비대장에게 자주 혼나던 경비병들은, 이번에도 또다시 졸아버린 건 아닌가 식겁을 하기 시작했으나.
“아냐… 그건 아닌것 같은데.”
“이, 이게 다 뭠까?”
이내 그들의 주변에 펼쳐져 있던 광경을 보고는 얼어붙어 버렸다.
“뭔진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난건 확실한 것 같다.”
왜나하면, 그들의 눈 앞에 실신을 한 동료들이 거품을 물고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뭐 생각나는거 좀 없냐?”
“아, 그러고보니…!”
그런 이상현상에 잔뜩 당황한 경비병이 그의 동료에게 묻자, 그는 손뼉을 치며 말하기 시작했다.
“교대를 하려고 문을 열었었는데, 저기 저 녀석이 저희에게 날라왔었음다!”
“…맞아, 그러고보니 그랬지.”
이윽고 둘은, 자신들의 앞에 엎어져 있던 거구의 덩치를 가진 경비병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얘, 120kg도 넘지 않냐? 그런 애가 어떻게 날아왔지?”
“그러게 말임다… 자기가 직접 몸을 날려도 그정도로 높게 뜨지는 못할것 같던데…”
하지만, 아무리 이야기를 나눠도 범인은 좁혀지지가 않았다.
– 치직, 치지직…
“선배, 무전 왔슴다!”
“에이씨… 또 한바탕 깨지게 생겼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무전이 걸려오자, 선배라 불린 경비병은 머리를 긁적이며 무전을 받았으나.
– 비상, 비상사태다. 전 경비병들은, 지금 당장 노예 대기실의 복도로 집결해라.
“…뭐?”
무전기에서 들려온 내용을 듣고는, 다시 한번 당황했다.
– 경비병들을 때려 눕히고 침입한 침입자와 교전 중이다. 부상자 다수 발생.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말도 안돼, 칩입자라니 그럴리가…”
“몬스터라도 칩입한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용병들을 고용해 조직한 경비병들이었기에, 비록 목소리는 급박했으나 둘은 진위여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고.
– 침입자는 소녀. 흰 머리와 눈을 가진 소녀다.
“…소녀?”
그러한 상황은 무전이 알린 칩입자의 정체가 나오자 절정을 찍었다.
“장난 아님까? 무슨 소녀가 몇십년이나 구른 용병들을 상대함까?”
“이상하네… 분명히 경비대장님의 목소린데… 술에 취한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그렇게, 둘이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그때.
– 터벅, 터벅.
“…음?”
그들에게, 누군가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소녀잖아?”
“얌마! 멈춰!”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사람을 쳐다보던 둘은, 곧 그것이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임을 깨닫고는 무기를 겨누어 멈춰 세우려 했으나.
“뭐라?”
“”………!!!””
그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지금 뭐라 했느냐?”
“으, 으으…”
“혀, 혀허 형님. 저게, 저게 뭡니까?”
자리에 멈춰선 소녀의 눈이 빛나자,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감정들이 그들에게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공포.
경외심과 압도감.
마치, 망망대해에서 만난 거대한 파도나 눈앞에서 터진 화산, 또는 허공에 생긴 거대한 태풍을 연상시키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자연재해를 마주한 미지의 감정을 느끼던 둘은.
“”으으…””
어느새 자기들도 모르게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한심하군.”
그런 그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그저 그들의 사이를 지나칠 뿐인 소녀의 눈은.
그때까지 루비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왕 루비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우리가, 방금 뭘본거냐?”
“……저도 모르겠슴다.”
그런 그녀를 본 여파로 한참동안 공포에 떨던 둘은.
– 스윽…
“또, 또뭐야!”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소녀가 또 한명 나타나자,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이, 이이익…!”
그래도 아까처럼의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기에, 경비병들은 오기를 발동해 무기를 들거나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지만.
– 쨍그랑!!!
손가락을 튕기는 경쾌한 소리가 들린 이후, 그들의 무기와 마법진이 산산조각 나버리자 할말을 잃고 말았다.
“…이거, 아만타디움인데.”
“그건 그렇다 쳐도, 마법진이 깨지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심까?”
그렇게 로브를 뒤집어쓴 글레어마저 시장으로 들어서자, 한참을 멍을 때리던 둘은 이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아까 무전, 사실인가보다.”
“그러게 말임다.”
노예시장에, 어둠과 빛이 집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