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3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32화(132/524)
Episode 132
경매장의 최상층,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는 구역.
“저거… 진짜 마족인가요?”
“세상에. 뿔에다가 저 붉은색 눈 하며, 검은 꼬리까지… 진짜 마족인가봐!”
“참나, 이제 하다하다 마족까지 노예로 나오네. 놀랄 일이야.”
한 감옥에, 다른 곳과는 달리 유난히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물론 진짜 마족이랍니다! 철저하게 검증을 받은, 보라색 마력을 가진 진짜 마족이에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번들거리는 콧수염을 가진 안내원이 잔뜩 멋들어진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몇백년간 제국은 물론 서대륙에서도, 동대륙에서도 모습을 숨겼던 마족들이, 오늘 이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안내원과 사람들의 눈동자에는,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영락없이 마족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소년과 소녀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었다.
“저건 어떻게 구매할 수 있나요?”
“보증서는 있나요? 보증은 어떻게 진행됐고, 누가 참여했죠?”
“마족은 강력하고 사악하다고 들었는데, 제대로 길들인게 맞나요?”
언뜻보기에도 상당히 불쌍해보이는 그들이었지만, 그런 마족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눈이 돌아간채 안내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희귀한 것과 사치에 목숨을 거는 귀족들에게는, 그들이 마족이라는 것은 그저 하나의 가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증은 확실합니다! 비록 보안상의 문제때문에 마탑에는 의뢰를 맡기지 못했지만… 서대륙의 대마법사와 동대륙의 대주술사가 교차로 검증을 진행하여 확답을 받았으니까요!”
“그래서, 보증서는…”
“물론 보증서도 있습니다! 구매를 하시기 전에 마법적 처리가 된 보증서를 확인시켜드릴 예정이에요”
그렇기에, 신난건 노예시장과 안내원이었다.
노예시장은, 마족을 유치한 것으로 역대 최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그 어느때보다도 높은 수익을 거두어들이고 있었고,
안내원은 마족의 거래를 성공시킬 시 받는 보수금과 어드벤티지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족이므로 강한것도 사실이고 사악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시지요! 보증에 참여했던 마법사들이 직접 복종 마법을 걸어놨으니까요!”
“그래도 말을 잘 안들으면 어쩌지? 난 고분고분한게 좋은데.”
“전 오히려 대드는 편이 나을것 같네요. 오히려 그런 쪽이 더 배덕감이 느껴지는지라.”
덕분에 최상층에는, 뜨거운 열기가 감돌고 있었다.
노예시장도 참가한 사람들도 모두 만족하는 몇 없는 거래가, 성황리에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성향을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고분고분한 마족과, 반항을 잘하는 마족을 선택하실 수 있어요! 물론, 수량이 한정되어 있기에 선택을 하실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렇기에 그곳에서 불행한건 영문도 모른채 팔려나가 능욕을 당하게 생긴 마족들이자.
그와 동시에 클라우드 왕국을 이끌어갈 희망들이었던 왕족들밖에 없었다.
“사겠소! 금액은 어느정도 되오?”
“잠시만요, 제가 이곳에 가장 먼저 왔다고요!”
“무슨 소리, 내가 먼저 왔거든?”
그런 그들을 구매하기 위해 잠시 최상층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지만.
“하, 몇분 일찍 왔다고 생색은. 어차피 이곳의 규칙은 다들 잘 알지 않는가?”
누군가의 말에 그 분위기는 잠시 가라앉았다.
“네, 맞습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노예를 소유권을 가져간다. 그것이 저희 노예 시장의 절대적인 규칙이죠!”
그런 그에게 싱긋 웃어보인 안내원은, 두 팔을 뻗으며 말했다.
“현재 이 마족들은, 전부 구매되어 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에 처음 온 귀족들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으나.
“에잉, 또 VIP들이 독점을 했나보군.”
“하긴, 그 양반들이 구매를 안할리가 없지.”
몇번 방문을 한적이 있어, 시장의 규칙을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은 한숨을 내뱉으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VIP정도 되는 사람이니, 분명히 높은 가격에 구매를 했겠지. 그러니, 이번에도 한번 돈을 모아보자고.”
“그럽시다, 일단 구매부터 하고 결정하죠.”
“에휴, 또 노예를 돌려쓰게 생겼구만.”
그런 그들을 보며 탐욕스러운 웃음을 짓던 안내원은, 이내 손에 들고 있던 쪽지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 이자리에서 금액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명세서를 나눠주는게 아니라요?”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이 노예들은 전부 가격이 동일하거든요.”
그렇게 말한 안내원은, 미소를 지으며 가격을 공개했다.
“””……….!!!”””
그리고 그 가격을 들은 최상층의 사람들은, 전부 경악에 빠지고 말았다.
“뭐가 이리 비싸?”
“잘못 부른거 아니요? 아무리 마족이라지만…”
“대, 대체 누구길래…”
아무리 마족이라고 해도, 그 가격이 터무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VIP인데다가 저런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면, 한명밖에 없지.”
“이번에도 프레이, 또 그 자식인가?”
“젠장, 저번에도 한번 싹쓸이를 해 가더니.”
그런 충격에 빠진 분위기 사이에서, 이미 이 시장에 빠삭한 귀족들은 프레이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험담을 시작했다.
“뭐, 어쩌겠습니까. 자기돈으로 자기가 산다는데.”
“에휴… 그래, 돈이나 모으지.”
“잘하면 한두명은 건질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포기하기에는, 마족 노예라는 희소성이 너무나도 탐이 났기에.
“안되겠군, 우리도 돈을 모아야겠어.”
“…할 수 없지 뭐. 어떻게든 하나 사보려 했는데, 이러다가 재산이 거덜나겠어.”
그냥 포기를 하고 돌아가려던 귀족들마저, 오기가 생겨 서로 뭉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망할 자식들아… 저 아이들은…”
그리고, 그런 장면을 지켜보며 조용히 이를 가는 한 소녀가 있었다.
“상품 따위가 아니란 말이야…”
그녀는 바로, 노예가 되어버린 클라우드 왕국 왕족들의 막내인.
공주 아이시였다.
.
“프레이, 이 죽어도 싼 새끼.”
자신의 앞에서 가족들을 전부 구매해버린 프레이 덕분에, 클라우드 왕국의 공주인 아이시는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다.
원하는게 있으면 전부 들어주고, 시키는게 있으면 전부 따르며.
그 어떤 치욕을 당하더라도, 노예가 되어 팔려나갈 위기에 처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버텨내겠다고.
그리고, 그렇게 해도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프레이에게 걸어둔 저주로 그를 협박하려 했다.
물론 그녀에게 걸린 저주가 저주다보니, 최후의 최후까지 미루어 두려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소한… 최소한 말이야…”
그녀는, 프레이와 협상은 커녕 만나서 이야기조차 한번 나누어보지 못했다.
“협상을 할 기회는 줬어야지…”
그 이유는 간단했다.
프레이가, 그녀의 연락을 전부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초조해진 그녀는 선라이즈 아카데미에 문의까지 해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 뿐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건 저주인가 싶어 덜컥 겁이났지만, 그 저주는 천천히 심장을 얼리는 저주였음을 떠올리고 나자 아이시는 그제야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프레이는, 자신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고.
“걱정마, 얘들아. 내가 곧 구해줄 테니까.”
그 결과, 아이시는 프레이와의 협상을 포기하고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드디어, 힘을 다시 쓰기로 결정한게냐?
오늘 이곳에서, 어릴때부터 자신을 괴롭혀왔던 내면의 목소리가 주는 힘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힘을.
딱 한번만 다시 깨워내겠다고.
“…너의 말에 넘어간게 아니야. 내 의지로, 내가 선택한거니까.”
– 그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번 한번만 사용하는거니까… 헛된 생각은 버려.”
– 그래, 그러시겠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한귀로 흘려들은 아이시는,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 슈우우…
온 몸에서 짙은 보라색 마기를 뿜어내며.
오랫동안 봉인해왔던 마족의 힘을 끌어내던 그녀는.
“만약… 여기서 살아나가면…”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반드시 프레이를 죽여버릴거야.”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낸 프레이를 저주하며.
“뭐,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저주로 죽겠지만.”
그녀는 어느새 내면의 목소리가 그토록 원했던, 타락의 길로 빠져드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제가 사겠습니다.”
“…하?”
누군가의 또렷한 목소리가 최상층에 울려퍼지기 전까진 말이다.
.
“손님?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못들으셨습니까? 제가 노예를 사겠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나와 단상으로 올라온, 로브를 걸친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마족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모두를 구하려던 아이시는, 그런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어떤 노예를 사시겠습니까?”
한편, 그런 그를 마찬가지로 멍하니 쳐다보던 안내원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비록 프레이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구매를 하긴 했지만, 쓸데없이 돈이 많은 제국 귀족들이라면 한명쯤은 막대한 출혈을 각오하면 살만한 금액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출혈로 빈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가능성은 있었기에.
안내원은, 왠지 모르게 흐릿하게 보이는 눈앞의 인물을 속으로 비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저기 보이는 저 노예는 반항적이면서도 눈매가 귀여운게 포인트고, 저쪽의 노예는…”
“전부 구매하겠습니다.”
“…네?”
이어진 남자의 말에 이야기를 멈추고 멍하니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한명이 아니라, 전부 구매하겠다고요.”
그런 안내원과 귀족들, 그리고 저 멀리서 떨리는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아이시를 슬쩍 흝어본 그는.
“…원래 가격의 두배로.”
최상층만이 아니라 노예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을 충격 발언을 던졌다.
“어, 어어…”
“여기 싸인을 하면 되죠?”
“…어?”
그렇게 경악에 빠진 분위기 속에서 마법이 걸린 명세서에 태연하게 싸인까지 해버린 그는.
“그럼, 안녕히.”
재빨리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빠져나왔다.
“뭐야? 진짜 전부 산거야?”
“말도 안돼, 그만한 돈이 있을리가…”
“하지만 저 명세서는, 계좌에 그만한 돈이 없으면 싸인조차 못하잖아요?”
그런 전대 미문의 대사건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고.
“자, 잠깐… 잠깐만요…!”
아이시는, 다급하게 로브를 쓴 남자의 뒤를 쫒아가기 시작했으며.
“본부, 들립니까? 비상사태입니다. 지금, 정체불명의 인간이 마족을 전부 구매했습니다.”
안내원은, 조용히 본부에 무전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계획이 틀어지는것이 아닌지…”
– 비상, 비상사태! 비상사태다!
“…어?”
하지만, 무선 마도구로 채널에 접속한 안내원은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대기실의 복도에있는 정체불명의 침입자가 아래층으로 이동을 시도중! 경비대장이 쓰러졌다! 전 직원은, 복도로 집결하여…
– 여기는 본부. 모든 직원들에게 알립니다. 갑자기 시장에 있는 경비병들의 무전이 동시 다발적으로 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신속히 파악을 해야…
– 내가 봤어… 내가 봤다고… 설명조차 할 수 없을정도로 무시무시한 존재와,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모든걸 부숴버린 소녀를… 그러니 모두들, 지금 당장 시장을 빠져나가야…!
“…대체 뭐야?”
노예 시장은, 이미 혼돈에 접어들고 있었다.
.
“…역시, 여기 커피는 맛있다니까.”
모든 마족들을 구매하고 새롭게 VIP등급을 부여받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VIP 대기실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저, 저기요!”
“흠?”
그런 그의 방에, 누군가가 다급히 뛰어들었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제길, 경호 인력이 부족해져서 이런 낭패를…”
시장의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란 때문에 줄어든 경호인력을 따돌린 아이시가, 마족을 일괄 구매한 남자의 방에 들어온 것이였다.
“…전 괜찮으니 다들 나가주시죠.”
“가, 감사합니다!”
경호 부실로 책임을 질거라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고 있던 경비병들은, 남자가 태연하게 말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섰다.
“저, 저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그렇게 모든 경비병들을 내보낸 남자는, 다급하게 입을 열던 아이시의 말을 끊고 맞은편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당신의 정체는 알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왕국의 공주님.”
“……!”
이윽고 그녀가 소파에 앉자, 남자는 손을 턱에 괴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 그게 무슨 소리…”
“당신과 당신 왕국의 왕족들이 반마족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쓸데없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본론만 말하고 싶군요.”
그의 말을 부인하려는 아이시에게 다시 한번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 남자는, 지긋이 그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워, 원하는게 뭔가요…”
“간단합니다.”
이미 정신적으로 몰려있었기에,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캐비넷좀 빌려주시죠.”
“…네?”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던 정체불명의 남자, 프레이는.
“…영웅 노릇좀 하게요.”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도련님, 저 여자입니까? 도련님의 심장을 얼렸다는 사람이?
– 이 바보야, 미쳤어!? 안 그래도 힘들텐데, 그런 무시무시한 저주를 대신 받으면 어떡해!!
– 클라우드 왕국인가요? 네, 확실히 기억했어요. 아주 확실히.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싸늘한 목소리들이 울려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