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3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33화(133/524)
Episode 133
“영웅 노릇… 말인가요?”
내 말을 들은 아이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네, 영웅 노릇이요.”
그런 그녀에게 다시한번 답을 해주니, 그녀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캐비넷이라니 무슨…”
“그곳에 당신이 왕족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준비해둔 탈출 마법이 걸려있는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윽고 말을 돌릴려는 그녀에게 다시한번 지식을 뽐내니, 아이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했다.
“다, 당신 뭔가요. 대체 뭐길래 그런걸…”
“제 정체가 중요합니까, 아니면 당신들의 가족이 중요합니까?”
“…으윽.”
하지만 그녀는 내 말에 차마 반박을 하지 못했다.
역시나,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고 그토록 혐오해오던 마족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려 한 그녀답다.
“…당신을 어떻게 믿죠?”
그렇게 한참을 우물쭈물 거리던 아이시가, 소심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왔다.
“믿을 수밖에 없을텐데요. 방금 쓸모도 없는 마족들을 잔뜩 구매하신 걸 보면 믿으시겠습니까?”
“그, 그렇지만…”
“정 그렇다면, 마법적 계약을 해도 상관없습니다만.”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던 나는, 이내 품에서 미리 준비해두었던 스크롤을 꺼내들었다.
“확인해 보시지요.”
“…어라?”
경계하는 눈빛을 띤채 그것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녀는, 이내 황당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거… 조작된거 아니죠?”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냐니요? 계약이 제게 너무 유리하고, 당신에겐 너무 불리하잖아요?”
이윽고 그렇게 조언한 아이시는, 이내 스크롤을 든 손에 조용히 탐지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고.
“…지, 진짜잖아?”
이내, 그것이 진짜임을 어렵지 않게 알아내고는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맞은편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는 아이시가, 오늘따라 꽤 불쌍해 보인다.
하긴, 지금까지 그녀가 봐오거나 맺어온 계약은 다른 나라와 했을 불평등 조약밖에 없으니.
우위에 서 있는 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하는건, 어찌보면 그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을것 같다.
“정말, 캐비넷만 빌려주면 왕족들을 이곳에서 빼돌려 주신다는 건가요?”
“그래요.”
“당신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요?”
“…당신이 알바는 아니로군요.”
그 말을 듣고 물끄러미 날 쳐다보던 아이시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캐, 캐비넷으로 뭘 하실건데요? 당신도 빼돌려야 하는 사람이 있는건가요?”
“모든 노예들을 해방시킬 겁니다.”
“…네!?”
이윽고 내 입에서 나온 폭탄발언에,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이 준비해둔 마법이 필요합니다.”
“잠깐, 잠깐만요!”
그런 그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아이시가 다급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마법,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걸 당신이 써봤자 소용이…”
“그건 문제 없습니다. 제가 해결 할 수 있어요.”
“….!?”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내가 태연하게 답하자, 아이시는 다시 한번 벙찐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해결하는게 아니라…’
저번 회차에서, 그녀의 왕족 구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었다.
왜냐면, 그녀는 캐비넷에 걸었던 공간이동 마법을 결국 완성시키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캐비넷을 이용하는 대신 마족의 모습으로 노예시장을 습격하게 되고, 그때 일어난 사건이 계기가 되어 타락을 하게 된다.
‘…이리나가 해결하는 거지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마법의 운용과 분석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이리나라면, 분명히 캐비넷을 통한 밖으로의 순간 이동 마법을 완성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간마법의 권위자인 마왕군의 2인자 드미르칸도 순간이동을 사용할수는 있지만… 이번 작전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따로 있다.
그러므로, 드미르칸보다는 못하지만 서투른 공간 마법을 구현할 수 있는 아이시가 준비해둔 마법을 응용하는 것이다.
“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이시가 얼이 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계약서에 싸인을 하기 시작했다.
“음, 됐군요. 감사합니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나는, 싸인이 완료되자마자 계약서를 낚아채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할 일이 산더미 같은지라…”
“기다려요, 아직 묻고 싶은게 있단 말이에요!”
이윽고 아이시를 뒤로하고 방을 나서려던 나는, 다급한 그녀의 외침에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가 뭐죠?”
“또 그 질문입니까?
“꼭 알아야겠어요. 그래야 당신을 맘놓고 돕죠.”
이윽고 그렇게 말하며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아이시에게,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미리 준비해두었던 변명을 꺼내기 시작했다.
“첫번째 이유는, 당신의 왕국과 교역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교역이라고요?”
내 말을 들은 아이시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클라우드 왕국의 왕족들은 국왕을 제외하면 권력 암투를 막기 위해 전부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들었습니다.”
“네, 잘 알고 계시네요.”
“그렇다면… 당신 역시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있겠죠. 제 생각에는 거기에 ‘독점 무역 중계권’이 포함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만.”
내가 점짓 모른채 말하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아이시는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걸 원하신다면… 캐비넷에 덤으로 얹어드릴 순 있어요. 하지만, 저희 왕국은 매우 빈곤한지라 무역을 해봤자 오히려 손해를…”
“지금 당장 계약서에 내용을 집어넣어 주실 수 있나요? 공주님의 손으로, 직접 말이죠.”
그런 그녀의 말을 끊은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시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손을 계약서에 올려놓았다.
“전 경고 했어요. 독점 무역권보다는 다른 보상이 나을것…”
“필요 없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계약 사항을 추가하는 아이시를 바라보며 그렇게 답한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이제 돈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얼마 있지 않아, 클라우드 왕국의 지하에서 거대한 마정석 광산이 발견될 것이다.
그냥 마정석 광산도 아니고, 희귀 마정석들이 모인 대규모 광산이.
그 때문에, 서대륙의 최빈국이였던 클라우드 왕국은 단박에 서대륙을 좌지우지 하는 강국으로 발돋움 하게 된다.
그러니, 그때 ‘독점 무역권’을 써서 마정석 광산에 대한 사업을 벌인다면… 결전의 순간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돈이 부족해서 곤란한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내가 개입해야 앞으로 마정석 광산을 노리게 될 떨거지들을 저지할 수 있으니… 왕국 입장에서는 윈윈일 것이다.
“…뭐, 그렇게 원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이유는 이게 다인가요?”
“제가 첫번째 이유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다음 이유도 있죠.”
그렇게 답한 나는, 조용히 식탁에 있던 커피를 들어 향기를 맡으며 말을 이었다.
“두번째 이유는, 제가 제국과 프레이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어서 입니다.”
그 말을 들은 아이시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제국의 황실과 교단이 개입한게 분명한 이번 노예 시장을 망치면, 분명히 두 권력집단에 큰 손해가 발생하겠죠. 그것 참 쌤통 아닙니까?”
“네, 그렇네요.”
“그리고 프레이 역시, 이번에 제가 노예들을 일괄적으로 구매 해버리는 바람에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그런 그녀에게 제국과 내 험담을 신나게 한 나는, 살짝 오묘한 감정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그 결과, 제 자금력이 제국을 좌지우지 하게 될 포석이 마련되는거죠.”
“…생각보다 무서운 분이셨군요.”
그렇게 말을 마치자, 아까보다는 한결 의심이 풀린 눈빛으로 날 쳐다보던 아이시가 이내 호기심에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실례지만 정확히 어떤 원한을…?”
“제 예상대로라면 앞으로 중요한 협력관계가 될 듯 싶은데, 그때 천천히 이야기 해 보지요.”
“…알겠어요.”
시간이 빠듯했기에 적당히 질문을 넘기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이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튼, 당신이 프레이에게 원한이 있다는 건 틀림 없네요?”
“그렇습니다.”
“그럼, 제가 도와드릴까요?”
“네?”
갑자기 나온 예상치 못한 발언에 내가 당황해 하자, 그녀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그에게, 제 ‘얼어붙는 심장’ 저주를 잠시 옮겨뒀거든요.”
“……아.”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아이시를 바라보던 나는, 그제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얼어붙는 심장은 천천히 심장이 얼어붙는 저주에요. 해주법은, 오직 저주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거죠.”
“…끔찍하군요.”
“전, 그 어렸을때부터 그 저주에 걸려있었죠. 그래서 그 저주의 무서움은 아주 잘 알고 있답니다.”
그렇게 말한 아이시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프레이 같은 한심한 인물이 버틸 수 있는 저주가 아니에요.”
“…그렇군요.”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몸에 이상이 찾아오겠죠. 이미 왔을 수도 있고요.”
조용히 손으로 가슴을 어루만지며, 아이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만일 당신이 정말로 방금 계약한대로 해주신다면, 나중에 그 저주로 프레이를 협박할때 끼워드릴게요.”
“그렇습니까?”
“네, 어려울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에겐 보답을 해야죠.”
그렇게 말을 마친 아이시는, 조용히 책상에 있던 커피잔을 집어들었다.
“물론, 잡고 있던 손을 놓으시면… 저주가 당신에게 향할지도 몰라요.”
“…무섭군요.”
“농담이에요, 농담.”
이윽고 내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며 손사래를 저은 그녀는.
“그렇다고 배신하진 마세요. 당신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비밀도 나눴고… 이미 한 배를 타버린 것 같으니.”
이내 매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참, 세번째이자 마지막 이유가 있습니다.”
“…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는.
“…불쌍했습니다.”
“네?”
“안타깝기도 했고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며, 생각에 잠겼다.
‘…비극은 이제 지긋지긋 하단 말이야.’
그녀가 가지고 있는 ‘얼어붙은 심장의 저주’는, 한번 타인에게 양도하면 절대 다시 가져올 방법이 없다.
원작에서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그녀는 노예시장에서 치명상을 입은채 왕족들을 데리고 도주하다가, 그들의 동의하에 폭주한 저주를 잠시 모두에게 나누어주게 되고.
그때서야 저주를 다시 회수할 수 없음을 알아차린다.
그 결과 클라우드 왕국의 유일한 왕위 계승자가 되어버린 그녀는, 실의와 자기혐오. 그리고 죄책감에 빠져 살게 된다.
이 얼마나 불쌍하고 불합리한 일이란 말인가.
“그래서, 구해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그녀의 저주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내게 옮기기로.
“…그냥 그렇다고요.”
뭐, 조만간 심장이 조금 차가워 지긴 하겠지만.
어차피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면 사라질테니 아무 문제 없다.
“그럼…”
하지만, 만약 부활을 못한다면?
“…안녕히 계시길.”
그런 생각은, 앞으로는 되도록이면 하지 말도록 하자.
.
“흐음…”
한편, 그 시각.
“…노예 치고는, 겉모습이 너무 멀쩡하군.”
루비는, 인간들의 노예시장을 신기한 표정으로 둘러보며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메인퀘스트: 가짜 용사 강림]이번 메인 퀘스트는, 당신이 용사임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거랍니다.
[보상은, 본체 각성도 증가에요.] [실패 패널티는 생명력과 수명 감소랍니다.]“…슬슬 용사가 될 때가 됐군.”
자신의 허공에 뜬 시스템 창을 보며 말이다.
“…네가 용사님이라고?”
어째서인지 그런 루비는.
“거짓말.”
희미한 빛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아직까지도 그녀의 뒤에 따라붙어 있던 글레어를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