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3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35화(135/524)
Episode 135
“이봐,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아, 넵! 말씀하십쇼!”
“왜 여긴 이 난리가 난거지?”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잠시 시장을 주의깊게 둘러보던 나는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그 그게 말입니다. 폭발 사고가 나서…”
“폭발 사고?”
“네, 노예들을 제압하기 위한 마도구의 취급이 잘못되어서 폭발을 일으켰다고 하네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으니, 안심하시고 계속 즐거운 시간을 보내셔도 됩니다.”
직원은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뒤에는 기절한 채 축 늘어져 있는 경비병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만약 손님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꽤나 곤란해질텐더도 대처가 늦는걸 보면, 역시 녀석들 또한 코너에 몰려 있는 것 같다.
‘슬슬 계획을 시작해도 되겠군.’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살짝 표정을 굳힌채 입을 열었다.
“알겠으니 그만 비켜.”
“네?”
“대기실에 맡겨둔 노예를 챙기러 왔는데, 네놈이 위로 올라가는 층을 맡고 있잖아.”
내가 상당히 짜증이 난 말투로 말하니, 녀석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죄, 죄송합니다만… 노예들은 지금 위층이 아닌 다른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다른 곳?”
“네, 방금 말했지만 대기실이 위치하던 층에서 사고가 터졌기에… 해당 층에 있는 시설들을 다른 층으로 옮겼습니다. 물론, 대기실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말한 직원은, 저 멀리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지라, 만일 다른 층에 가고 싶으시면 이 계단이 아니라 저기 보이시는 부유석을 사용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이런 대우는 처음이군.”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직원을 노려보니,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녀석이 이내 내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걱정마십시오, 프레이 님 같은 VIP분들을 위한 비밀 엘리베이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직원은, 품에서 건물의 지도를 꺼내더니 손가락으로 어느 한 부분을 짚었다.
“이곳으로 가시면,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프레이님을 확인하고 안내해주실 겁니다. 그러니,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흐음.”
“본부에서 들은 바로는, VIP들 전원에게 합당한 보상이 있을거랍니다. 일반 회원이 아닌, 오직 VIP들에게만요.”
꽤나 듣기 좋은 말을 하며 윙크를 한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이내 품에서 금화 한닢을 꺼내며 말했다.
“받아.”
“이, 이런건 안주셔도 되는데… 헤헤.”
“됐어, 내겐 푼돈이니. 그나저나, 네가 지금 들고있는 그 지도좀 잠깐 빌리고 싶은데.”
“지도를요? 아, 알겠습니다! ”
살짝 의아해 하면서도 내게 지도를 건낸 녀석은, 이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흠.”
보이는 족족 회수해 보관하고 있는 불행의 금화를 들고는 싱글벙글한 미소를 짓는 그를 뒤로하고, 나는 녀석이 안내해준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젠장,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출입을 통제하는거야?”
“이거 믿을 수 있는 건가요? 이렇게 많은 인원을 수용하다간…”
“괜찮다니깐. 장시치 녀석들이 설마 우리 귀족들의 목숨을 소홀이 여기겠어?”
귀족들의 목숨따위는 얼마든지 황실과 결탁하여 묻어버릴 용의가 있는 노예 시장을 철석같이 믿은채 엘리베이터를 가디리고 있는 귀족들을 지나쳐.
“돌겠네, 이게 무슨 일인지 원.”
“우리가 맡은건 노예 감시였는데, 왜 이런 일에까지 불려가야 하는거야?”
“얌마, 추가 수당을 두둑히 준다잖아. 잔말말고 가기나 해.”
분주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애써 무장한 무기를 사람들에게서 숨기고 있는 경비병들의 사이를 파해쳐 나온 나는.
“…프레이님, 안녕하십니까.”
“네가 안내자인가?”
으슥한 곳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직원을 발견하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시작해.”
“네?”
“안내를 말이야, 안내를.”
“…알겠습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그녀는, 내가 말을 덧붙이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날 안내하기 시작했다.
– 캐비넷의 마법 보완이 거의 끝나가고 있어. 아마, 시간에 맞춰서 완성할 수 있을거야.
– 황실 기사단에게 무기를 꺼내라 명령했어요.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습니다.
– 프레이님, 저 드미르칸. 최선을 다해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물론, 내가 말한 ‘시작’은 중의적 의미였다.
.
“여기가 임시 대기실입니다.”
“고맙군.”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에는, 평범하게 생긴 문이 달린 방이 있었다.
아무래도, 워낙 사태가 심각해서 평범한 방에 노예들을 우겨 넣었나보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 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직원이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으으, 으으으…”
왜 그러나 했더니, 노예 대기실에서 이상한 신음소리들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프레이님. 제가 확인을…흐악!”
긴장한 표정을 하며 방 안으로 들어서려는 외직원을 가지고 있던 지팡이로 뒤통수를 가격해 기절시킨 나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프레이님.”
“…안녕하세요.”
그러자, 대기실에 있던 드미르칸과 마왕군 참모 르메르노가 날 반겼다.
르메르노는, 그다지 날 반긴것 같지 않았지만.
“분부대로 노예들을 강화해 봤습니다만…”
아직까지도 날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르메르노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고 있으니, 드미르칸이 정중한 말투로 말하며 노예들을 가리켰다.
“으그, 으으극…”
“가슴이… 뜨거워…”
“하아, 하아아…”
그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내가 직접 돌아다니며 엄선한 강력한 노예들이 신음을 흘리고 있었고.
“…역시나 최종단계까지 돌입하는 노예는 별로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그 모습을, 드미르칸은 담담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만약 한명이라도 최종단계에 돌입한다면… 전투 간부들과도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거다.”
“그렇습니다. 애초에 프레이님이 엄선한 녀석들인데다가, 강화 마법에 폭주 저주까지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마찬가지로 담담한 표정으로 말한 내게 맞장구를 친 드미르칸은, 이내 기대에 가득찬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 이제 노예 시장을 습격할 일만 남았군요.”
“…그래.”
“마왕군 전투간부들과, 폭주한 노예, 그리고 나머지 노예들을 데리고 협공을 한다면… 노예들은 노예들대로 빼돌리고, 귀족들은 귀족들 대로 인질로 삼을 수 있을겁니다.”
시큰둥한 내 반응에도 기대에 가득찬 목소리로 말하던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이런 훌륭한 계획을 세우시다니, 프레이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 정도는 르메르노도 세울 수 있는 계책이다만.”
“…과찬이십니다.”
그런 드미르칸에게 대충 둘러 말했더니, 옆에 있던 르메르노가 조용히 답했다.
여전히,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혹시, 뭔가 불만이라도?”
“이번 작전 말입니다만, 역시 뭔가가 좀…”
그런 르메르노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으나.
“흠흠, 큼.”
“…아닙니다.”
날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드미르칸이 헛기침을 하자,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을 끊었다.
“흐아아아아아!!!”
“…호오?”
그리고 그 순간, 노예들 사이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성공한 것 같군요.”
“…흠.”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한 소녀가 가슴을 부여잡고는 바닥에 엎어져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 슈우우…
“…오호?”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으그극…”
한순간에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설마 저것도, 이미 예측하시고 있으셨습니까?”
“글쎄.”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드미르칸은, 이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왕군에 프레이님이 있는건 축복이나 다름없군요.”
“과찬을.”
“아니, 정말입니다.”
내 말에 드미르칸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어느새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한.
“으으…”
눈은 붉어지고, 키는 자라났으며, 꼬리는 8개가 더 돋아나 있는 미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저 강한 노예 몇이나 얻게 될줄 알았는데… 동대륙의 영물을 손을 넣게 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드미르칸은, 이내 미호의 뒤에 축 늘어져 있는 노예들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되니, 나머지 것들은 눈에 들어오질 않는군요. 그냥 저녀석들도 다른 노예들과 함께 희생 마법진에 넣어버리는 건 어떨련지요?”
“…최대한 활용해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전… 작전을 시작하는 동시에 어린 소년과 소녀 노예들을 모으러 가겠습니다.”
“그래.”
그 말을 마친, 드미르칸은 르메르노와 함께 대기실을 나섰다.
“곧 세상이, 프레이님의 발 앞에 엎드리게 될겁니다.”
상당히 유감스러운 말을 남기며 말이다.
“………”
그렇게 모습이 변해버린 미호와 잠시 정신을 잃은 노예들과 함께 대기실에 남은 나는, 이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
동대륙의 산골짜기 마을에서 온 여우 수인 미호.
이 녀석은 메인 히로인도, 서브 히로인도 아니고, 도우미 NPC도 아니지만… 이번 퀘스트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왜냐면 원작에서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았던 그녀는, 이번 퀘스트의 분기점이자.
“우으, 으으…”
안 그래도 어려운 블랙테일 판타지 2의 난이도를 급상승 시킨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인, 이른바 ‘수문장’이라 불리는 중간 보스들 중 하나기 때문이다.
“어쩐지, 어딘가 강해보였는데…”
예언서에 써져있는 그녀의 정보는, 다음과 같다.
– 세번째 메인 퀘스트인 [노예 시장 해방 미션]의 중간보스에 대하여.
세번째 메인 퀘스트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첫번째 중간보스이자 많은 유저들을 좌절하게 만든 가칭 ‘구미호’는, 자신들이 여우 수인이라 굳게 믿고 있는 ‘영물’들이 사는 동대륙의 산골짜기 마을이 고향이다.
자신들의 일족이 일찍 단명해버리는 이유와 자유를 찾기 위해 세상으로 나온 그녀는 모종의 이유로 노예시장에 납치되고, 그곳에서 여러가지 고문과 학대, 불합리를 당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쌓게된다.
그리고 그 결과 노예 시장이 열린 날 쌓인 감정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주하여, 시장 안에 있던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을 빨아먹게 되는 것이다.
“…역시 네가 중간보스였구나.”
그리고 그녀에 대한 선조님의 코멘트는 정말이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 얘 때문에 게임을 접을뻔 했지. 아, 그때 접었어야 되는데. 아무튼, 이 망할 여우는 용사의 천적이자 카운터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못이겨.
선조님의 말에 의하면, 중간보스가 된 미호의 능력은 생명력을 다루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 힘의 원천인 ‘용사의 힘’은 생명력을 태워서 움직인다.
즉, 완전한 내 카운터란 소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에서는 다수의 희생이 필수적으로 일어난다.
즉, 위악자 루트가 아닌 다른 루트를 타고 있었다면, 이 퀘스트 이후부터 알콩달콩하고 밝은 분위기였던 게임이 본격적으로 어두워지게 되는 것이다.
– 미리 빼돌릴려고 해도, 시장에 들어오는 날짜가 완전 랜덤이라 종잡을 수가 없고. 어떻게든 구해도 다른 노예들을 구하려는 마음으로 폭주해서 노예시장에 난입하고. 죽이려고 하면 내가 죽고. 한참 공략할 때는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얼마나 한이 맺히셨었는지, 자신의 모험담 만큼이나 절절하게 그녀의 공략 일대기를 써내려가시던 선조님의 기록은.
–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공략법을 찾아낸거야.
몇페이지나 더 이어진 이후에야 끝난다.
– 그리고 그 공략법을 찾아내고 나서야 나는 눈치챌 수 있었어.
평소의 친근하고 유머러스러한 느낌을 지운, 진지한 느낌을 물씬 풍기며 말이다.
– 이 망할 게임의, 진정한 공략법을.
선조님의 말에 따르면, 미호의 공략법을 찾은것이 ‘위악자 루트’를 발견해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중요한, 그녀의 공략법은…
“너, 너어…”
“…아.”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으니, 완전한 영물로서의 모습을 드러낸 미호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는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좋아, 다시 연기를 할 시간이다.
편안하고 행복했던 최근까지의 평화를 던져두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다시 미움을 받을 때가 찾아온것이다.
“뭐, 뭐야!?”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문도 살짝 열어둔채, 마치 지금 막 들어온 것처럼.
“너… 그 모습은 뭐지…?”
그리고, 아직 상황파악을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
그렇게 혼신의 연기를 펼치니, 변해버린 자신의 몸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호는.
“뭐, 뭐야!?”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아, 앉아!!”
“…하?”
이윽고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녀에게 내가 다급히 소리치자, 무표정을 띤채 손을 들어올리던 그녀는.
“노, 노예 주제에… 그런 싸가지 없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다니…”
“노예?”
내 말을 듣고는 날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 폭주한 미호의 분노를, 오로지 네게 돌려. 노예시장도, 귀족들도 아닌 오직 너에게만.
“그, 그래… 이 노예새끼야. 대체 무슨 짓을 한건진 모르겠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예언서에 써져있던 유일하게 그녀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릿속에 새기며.
“…네겐 아직 ‘복종의 저주’가 남아 있잖아?”
거만한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 슈욱!!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케헥!!!”
엄청난 속도로 손을 뻗어 내 목을 움켜쥔 미호는.
“다시 말해봐…”
바닥에 엎어진 나를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누가 노예라고?”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 Ps. 분노를 돌리는건 좋은데, 그녀에게 정기는 빨리지 마.
“…윽.”
그와 동시에, 선조님이 작은 글씨로 써둔 마지막 조언이 유난히도 신경쓰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