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4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40화(140/524)
Episode 140
“휴우…”
지하실에서 나온 나와 카니아는, 함께 로브를 뒤집어 쓴 채 혼돈에 빠진 노예시장을 가로질러 한적한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작전은 전부 끝났기에 그대로 나가도 됐지만, 머리를 환기시키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기에 어쩔수 없었다.
“도련님,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아니, 마음이 좀 심란해서 그래.”
퀭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내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자, 카니아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마음이 심란하실 이유가 있나요? 비록 돌발상황이 몇 있긴 했지만, 일단은 잘 마무리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
이번 메인퀘스트는 변수들이 발생한 것 치고는 꽤나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됐다.
<메인 퀘스트: 노예 시장 해방 미션 성공!>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노예들 전원을 시장에서 탈출시켰습니다!
[보상: 용사의 무구의 각성도 증가, 시스템 사용자의 마나 총량 증가]원하던 것은 전부 이루었으며, 예상치 못한 이득도 얻었기 때문이었다.
“마나의 총량 증가라, 이거 정말로 유리 대포가 되어가는 느낌인걸.”
내가 가지고 있는 용사의 힘은 생명력을 소모해서 한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내는 능력이다.
물론 낼 수 있는 폭발적인 힘은 마나의 총량에 비례를 하게 되는데, 이번 보상으로 마나의 총량이 꽤나 많이 늘었다.
대략적으로 예전보다 1.5배는 늘어난 것 같은데, 이 상태에서 검을 휘두른다면 웬만한 물체들은 죄다 벨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만해서는 안된다.
생명력이 네번이나 깎였기 때문에, 용사의 힘을 쓰는게 상당히 힘든 지경까지 왔으니 말이다.
“카니아, 잠시 오늘 있었던 일좀 정리좀 하자.”
“네?”
“그냥… 잠깐 머리를 좀 식히고 싶어서.”
그런 생각을 하던 내가 자리에 기대며 말하니, 그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카니아가 조심스럽게 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그렇다면,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카니아에게 보고를 부탁하면, 그녀는 어째서인지 내가 구경해보고 싶다고 해도 한번도 보여준적 없는 그녀만의 수첩을 꺼낸다.
이윽고 이어지는 그녀의 나근한 목소리를 들으며 머릿속을 정리하다보면, 복잡한 생각이 절로 사라짓여 편안해지지만.
“…후.”
어째서인지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심란해진 마음이 도저히 차분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첫번째로, 노예들에 관련한 보고입니다. 이리나 씨의 활약으로 인해 모든 노예들이 시장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럼, 지금쯤 노예들은 미리 마련해둔 비밀 장소에 있겠네?”
“네, 그렇습니다. 모든 노예들이 한 곳에 모여있습니다.”
그렇게 답한 카니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노예를 해방할 때 까지만 해도 정말 기뻤는데, 막상 일이 끝나고 나니 후속처리를 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군요.”
“…카니아, 모든걸 도맡아 할 필요는 없어.”
실무를 맡고 있는 그녀의 고충에 십분 공감하며 말하니, 그녀가 내게 질문을 던져온다.
“그래서, 노예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음…”
그 말을 들은 나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몇번 두드리다 이야기를 시작했다.
“돌아갈 고향이나 가족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떠나길 원하는 사람들은 보내줄거야.”
“그러면, 갈곳 없는 사람들은요?”
“…일자리를 줘야지.”
내 말에 카니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도련님, 비록 걸러진다 하더라도…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일자리를 주선하다가 저희의 정체가 노출될수도 있고요.”
“일자리를 쉽게 줄 수 있으면서 정체가 노출될 염려도 없는 방법이 있다면?”
“그런 방법이 있긴 합니까?”
아리송한 표정으로 묻는 카니아에게, 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우리가 세운 ‘복지 재단’이 있잖아. 거기서 일하게 하면 문제없지.”
“……아.”
그 말을 들은 카니아가 납득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저번에 복지재단을 설립하라고 명령하신게 이것 때문이었습니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어, 그중 하나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면 돼.”
그렇게 말한 내가 다시 의자에 기대자, 그런 내 눈치를 살피던 카니아는 수첩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그 다음으로, ‘중간보스’라 지칭하신 미호에 대한 보고입니다.”
“그래, 잘 처리 됐으려나?”
“네, 아까 전에 클라나 씨와 이리나 씨가 완전히 제압을 하신걸 확인했습니다. 애초에 짜고 치는 상황이었지만요.”
그 말에 나는, 어느새 연결이 끊긴 ‘지배의 석’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황실이나 교단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소유권을 주장해서 빼내와야겠어. 정 안되면 무력을 써서라도.”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카니아가 살짝 굳은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온다.
“그 미호라는 아이도 집에 들이실 건가요? 애완동물은 루루와…”
“아니, 안 들일꺼야. 걔까지 들이기엔 너무 버거워.”
그런 그녀의 말을 끊고 확답을 하자, 카니아가 안심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 녀석도 재단에 취직시켜야겠어. 거기서 일하게 하며 천천히 그녀가 가진 능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거든.”
“만약, 떠나고 싶다 주장하면요?”
“그럴 일은 없을거야. 그녀가 고향을 떠난 이유를 난 알고 있거든.”
내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카니아 역시 어딘가 후련한 미소를 지으며 수첩을 넘겼다.
“다음은… 마왕군 간부를 상대했던, 그 정체 불명의 인물 말입니다만.”
“…그래, 그 정체 불명의 인물.”
“그 정체불명의 인물이 정말 마왕이라면… 도련님은 마왕의 정체를 알고 계시는 겁니까?”
“으음…”
그녀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확신은 못하겟어. 하지만,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한명 알고 있는 것 같아.”
“…누군데요?”
“그건…”
카니아에게 내가 추측한 바를 말하려는 그 순간.
– 끼이익…
갑자기 방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들어왔다.
“프레이!!!!!”
“”……..””
이윽고 방문을 열고 들어온 페를로체를 바라보며, 우리는 깊은 침묵에 잠겼다.
“여기서 뭘 하시는 건가요?”
“…그러는 너는, 왜 여기에 온거지?”
안 그래도 아까 우는 페를로체를 안은 다음부터 마음이 이상한데, 해맑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더욱더 이상해졌다.
“당신과 함께 있으려고 왔어요!”
“뭐?”
“당신을 감시하러 왔어요!”
왠지 모르게 말을 바꾼것 같은 페를로체를 쳐다보고 있는데, 내 옆에 있던 카니아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꾸우.”
왜 그러나 했더니, 그녀와 사이가 꽤나 안좋은 올빼미가 페를로체의 어깨에 올라 타 있었다.
“카니아 씨! 방금 세레나 씨가 도착했는데요, 당신과 할 이야기가 있다네요!”
“…세레나 씨가요?”
“빨리 가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페를로체가 오두방정을 떠니, 그녀의 어깨에 앉아 눈치를 보던 올빼미가 마지 못해 울음소리를 낸다.
“꾸, 꾸우.”
“이것 봐요! 올빼미도 서두르라고 하잖아요!”
그러고보니, 세레나를 잠시 잊고 있었다.
원래는 해가 지자마자 작전에 합류하기로 되어있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작전은 예상보다 너무 쉽게, 일찍 끝나버렸다.
그래서 아마 해가 지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려왔을 그녀겠지만, 조금 늦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아냐, 나도 같이 따라갈…”
“안돼요!!”
덕분에 상심하고 있을 세레나를 위로해 주기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페를로체가 내 앞을 막아서자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당신은 여기 남으세요!!”
“…어째서?”
“할 말이 있어요!”
그렇게 말한 페를로체는,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읏.’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 드는걸까?
“카나아, 난 괜찮으니 이야기를 나누고 와.”
“하지만…”
“금방 따라 갈게.”
결국 그녀의 독대를 하락한 나는 카니아에게 그렇게 말한 뒤에 눈앞에 있는 페를로체를 조용히 응시하기 시작했다.
“페를로체, 너 말이야…”
그렇게 한참동안 그녀의 눈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 끼이익…
“…..?”
갑자기 페를로체가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하던 말을 멈추고 그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분명히 몇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게 괴롭힘을 당하던 멍청이 페를로체였는데, 요새는 왜 이리 무서운걸까?
– 터벅, 터벅.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자리에서 페를로체가 천천히 방문으로 향해간다.
– 딸깍!
“…페를로체?”
대체 뭘 하나 봤는데, 갑자기 페를로체가 문고리를 걸어잠궜다.
대체 뭐지?
“흐으음…”
그렇게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으니.
“…잠시만, 아주 잠시만 일탈좀 하게요.”
페를로체가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조용히 속삭였다.
“”……….””
그리고, 잠시 긴 적막이 흘렀다.
“…농담이에요.”
침묵속에서, 페를로체가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짓는다.
“너 뭐해?”
그런 페를로체가 불쌍하기도 하고, 수상하기도 하여 조심스럽게 왜 그러는지 물었지만.
“일탈보다 더 중요한게 있으니까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페를로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내 앞자리로 돌아왔다.
“어떻게 만든 조건인데… 다시는, 다시는 못만들수도 있는 조건인데… 잠깐의 일탈을 위해 날려보낼 순 없죠.”
“뭐, 뭐야…”
“겨우, 고작 잠깐의 위로를 얻자고… 아냐, 이건 말했잖아. 정신좀 차려. 아니, 정신을 차리면 큰일나는데.”
그런 그녀의 눈빛은, 이미 패닉에 휩싸인 뒤였다.
“페를로체, 진정해.”
“네! 알겠어요!”
그런데, 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자 마자 그녀의 모습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프레이! 지금부터 사실대로 말씀하시는게 좋을 거에요!”
“…뭘?”
연이어 상황이 급변하는 바람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데, 페를로체가 해맑은 목소리로 내게 말해왔다.
“루비 씨를 이번 사건에 연루시킨건, 당신이 맞죠!”
“루비?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던 고아원의 직원인, 그 루비를 말하는거야?”
“오늘 이곳에서 돌아다니시던 루비씨를 지키느라, 진땀을 뺐다고요!!”
페를로체가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순간.
[특수 퀘스트: 정체파악]– 내용: ???
[보상: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특수 퀘스트의 해금 조건을 달성했습니다!]“이건…?”
조건) 마왕의 정체로 의심되는 사람을 찾아낸다.
“루비씨가 얼마나 가식적이고 착하신 분인데… 그런 분을 연루시키고, 괴물에게서 도망치게 하시다뇨! 태양신이 당신을 용서치 않을…”
[특수 퀘스트: 정체파악]내용) 마왕의 정체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세요!
[보상: 특수 시스템 개방, ???]“…하.”
이윽고 물음표로 가려져있던 부분이 드러난, 처음 특수 스택을 받았던 날 주어졌던 특수 퀘스트를 바라보던 나는.
[경고: 당신은, 마왕의 정체를 타인에게 알릴 수 없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특수 시스템을 개방시켜서 확인하세요!]‘…해보자는 거야, 마신?’
그녀의, 루비색 눈동자를 떠올리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페를로체 씨? 세레나 씨가 도착하셨다면서요? 전혀 보이질 않는데요?”
굳게 잠긴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아리송해 하는 카니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말이다.
.
한편 그 시각.
“…흐음?”
마차를 몰고 맹렬히 노예시장으로 향하던 세레나는.
“이상하네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노예 시장에 참여할 모든 사람의 얼굴을 다 외웠지만, 저런분은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 그녀의 달빛 눈동자에는, 루비색 눈을 가진.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