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4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42화(142/524)
Episode 142
“…저, 저기요.”
“응?”
“정말… 정말 여기 남아서 일하면… 먹여주고 재워주는게 맞나요?”
노예들에게 자유를 찾아 떠나던지 나와 함께 일을 하던지 둘중에 하나를 고르라 선언하자, 잠시동안 파란이 일어났었다.
“너, 널 어떻게 믿어!!”
“맞아! 그런 감언이설에 속아서 이런 꼴이 됐는데… 두번 속을 것 같아?”
“보, 보내줘요… 고향에서 가족이 기다리고 있어요… 제발…”
파란 속에서 가장 많이 보이던 유형은, 나를 불신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무리였다.
아니, 사실 무리랄 것도 없었다.
대부분의 노예들이 의심과 불신에 빠져 그렇게 소리쳐댔으니 말이다.
“…고, 공격해!”
“정말로…? 하지만…”
그렇게 험악해질 대로 험악해진 분위기는, 결국 강한 노예들 몇명이 무리를 지어 단상에 있던 나를 공격함으로서 절정에 치달았지만.
– 파바박!!
“으, 으윽…”
“젠장, 너무 쎄잖아…?”
그 순간 개입한 문라이트 가문의 암살자들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게 일단락 되었다.
아무리 노예들이 전투에 일가견이 있었다 하더라도, 평생을 암살과 전투에 바친 암살자들에게 비할바는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녀석들도 참 대단하다.
기만의 로브를 쓰는 바람에 모습도 잘 보이지 않을 정체불명의 인간인 나를, 세레나의 명령 한마디에 지키려 뛰어들다니.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나가셔도 됩니다.”
살짝 부러움을 느끼던 나는, 암살자들에게 패배하는 바람에 절망감과 무력감에 빠져 패닉하기 시작한 노예들에게 침착하게 말했다.
“그 어떤 제재와 폭력도 이루어지지 않을테니 안심하세요.”
그렇게 말하고 몇 그룹을 실제로 밖으로 내보낸 뒤에야, 나는 노예들을 완전히 진정시킬 수 있었다.
“떠나실 분은 다 떠나신건가요? 다시 말하지만, 얼마든지 떠나셔도 됩니다.”
그렇게 진정한 노예들에게 몇번째 말하는건지 모를 공지를 말해주니, 그제야 그들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진짜로 먹여주고 재워주는거면… 전 남을래요.”
그렇게 한참동안 수군거리는 소리만 들려오던 무리들 사이에서, 드디어 한 꼬맹이가 앞으로 나서게 된 것이였다.
“먹여주고 재워주는건 당연한거고, 보수도 지급해 드릴겁니다.”
“보, 보수요?”
“네, 일을 하고 그에 따는 보수를 받는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용기를 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온 꼬마 늑대 수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니, 그녀가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치만, 제 주인이 그랬었어요.”
“주인이요?”
“네, 절 노예시장에 넘긴 전 주인이…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만으로도 넌 축복받은 인생이라면서…”
늑대 수인의 떨리는 말에,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노예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 노예들은 그러한 취급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나보다.
“당신들에게는 일한 시간만큼 보수가 주어질 것이고, 당연히 휴식 시간과 휴가 또한 주어질겁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한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산 그들에게, 당연한 것을 누리게 해줄 뿐인데 뭐가 이리 신나는 걸까.
뭐, 아무튼 나도 즐겁고 저들에게도 좋은 일이니 아무래도 좋겠지.
“그리고,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그만두시고 떠나셔도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한번 폭탄 발언을 던졌다.
“하, 할래요.”
그러자, 늑대 수인이 다급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 할래요. 하고 싶어요. 일하게 해주세요.”
“네, 그럼 여기에 싸인하세요.”
이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영락없는 사기 계약이지만, 당연하게도 이 계약서는 사기 계약서가 아니다.
저번에 A반 평민 학생들에게 그랬듯이, 그들의 권익을 보호해주기 위한 계약서니 말이다.
“저, 저도 싸인 할래요!”
“저도요!”
“부,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이 없어요. 제발 저도 일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싸인을 마친 늑대 수인이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대기 장소에 앉자, 나머지 노예들이 일제히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노예 시장에서 끔찍한 대우와 학대,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간절하게 남길 원할 줄이야.
솔직히, 반 정도는 떠날줄 알았는데 상당히 의외다. 아니, 어쩌면 떠날 사람은 아까 다 떠나고 갈 곳이 없는 사람만 남은걸지도.
‘…뭐, 오히려 좋지.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덕분에 잠시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니 오히려 잘된 것 같다.
방금 아이시에게 지하광산에 대해 힌트를 남겨줬으니, 클라우드 왕국은 예정보다 조금 더 빠르게 부흥할 것이다.
즉, 클라우드 왕국의 실세가 될 아이시에게 독점 거래권을 따놓은 내 재력은 늘면 늘었지 줄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왕 이렇게 된거, 이곳에 있는 모든 노예들을 챙기는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안 그래도 거대 재단을 세워버린지라 카니아와 함께 인원 확충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는데, ‘복지’에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재들이 들어오는 꼴이 아닌가.
“”……….””
“…음?”
그런 생각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계약서에 싸인을 마치고 내가 가리킨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하.”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남는걸 선택한 건 아니였다.
에고가 쎄다고 알려진 호족과 용족, 그리고 왠지 모르게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엘프들은 이미 자리를 떠나 어딘가로 사라져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노예의 수가 꽤나 많은걸 보면, 역시나 이번 노예시장 미션을 성공하길 잘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제가 세운 복지재단에서 일하게 될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과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치료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하시게 되는겁니다.”
그렇게 말하자, 노예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긴, 이건 지금까지 그들이 해오던 일과는 살짝 거리가 먼 일이다. 그렇기에 적응할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이고, 시행착오 또한 많이 겪을 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는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라 말했을 때부터, 몇몇몇 사람들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으니.
지금은 비록 몇몇이지만, 일을 계속하여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때 쯤이면 모두가 눈을 빛내주지 않을까?
그때는, 그들이 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빛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자세한건, 내일 출근하면 안내…”
“…힘을 쓰는 일은 없나?”
“저, 전… 할줄 아는게 칼을 쓰는 것밖에 없어요.”.
“난 더러운 일을 하던 사람이라, 그런 일을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단상에서 내려오려는데, 여기저기서 불안으로 가득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무래도, 그렇고 그런 일들을 하던 노예들도 꽤나 많나보다.
“괜찮습니다, 다 계획이 있어요.”
물론 그런 사람들, 예를 들면 미호같은 사람들을 위해 생각해둔 일거리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미호는 어떻게 됐지?’
지금쯤 연락이 와야 하는데, 혹시 무엇인가가 잘못된건 아니겠지?
“…저기요.”
살짝 걱정을 하며 조용히 단상에서 내려왔는데, 누군가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뭐야?”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세레나의 전담 메이드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세레나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뭐? 어째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충실한 메이드가, 나를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바람상대 치고는 너무 허약해 보이는데. 얼굴만 보였어도…”
“그래서, 어디있는데?”
“…여기, 그분이 남기신 편지가 있습니다.”
비록 메이드지만 웬만한 암살자 5명은 상대해낼 수 있는 강자가, 고작 전령 역할을 하고 있다니.
새삼스럽게 세레나가 얼마나 날 위하는지 다시 실감이 된다.
– 저번에 함께 갔었던 그 카페로 당장 달려 오세요.
“음?”
그녀답지 않게 잔뜩 휘갈겨 쓴 거친 글씨에 당황을 하던 나는,
– 외로워요.
“…그럼, 노예들의 수습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이어진 내용을 보고 전속 메이드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세레나가 외롭다니, 외롭지 않게 해줘야 할 것 같다.
.
한편 그 시각.
“흐음, 어떠신가요? 이제 좀 괜찮으신지?”
“…아, 네. 덕분에.”
카페의 방에 있던 루비와 세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루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지만.
“마침 잘됐네요. 저도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세레나 역시 지지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했다.
“”……….””
그리고, 둘 사이에 잠시 적막이 흘렀다.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싶던 생각이 싹 사라졌네요.”
“저도요.”
그러다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상당히 싸늘한 말투로 동시에 말한 둘은 일제히 자리에 도로 앉았다.
“그래서, 제게 할 이야기가 뭐라고요?”
“아아, 그게 말이죠.”
그렇게 화사하지만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루비가 질문을 던지자, 세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혹시, 오늘 노예시장에 있으셨었나요?”
“…네?”
그 말을 들은 루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말 그대로에요. 혹시, 노예시장에 계시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레나가 집요하게 캐묻자, 루비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네, 있었어요.”
“그래요? 제가 듣기로는, 오늘 노예시장에 큰 소동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그 일에 휘말리신건가요?”
“…그렇다고 치죠.”
루비가 의외로 순순히 인정하자, 세레나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도 아시겠네요?”
“…저기, 궁금한게 있는데.”
이윽고 세레나가 다시 입을 열었지만, 조용히 옆에 있던 홍차를 들이마시던 루비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질문을 던졌다.
“이런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그저 조사일 뿐이랍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노예시장의 일을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 질문을 받은 세레나는, 커피잔을 집어들며 답했다.
“그러니, 번거로우시겠지만 협조 부탁드릴게요.”
– 퐁당!
그렇게 말하며 세레나가 커피에 각설탕을 집어넣자, 루비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단걸 싫어하시나봐요?”
그 모습을 본 세레나가, 슬며시 질문을 던진다.
“아니, 뭐… 싫어하진 않는데요…”
“그럼 쓴걸 좋아하시는 건가요?”
“네?”
“그 홍차, 상당히 쓴 홍차거든요. 색깔을 봐서는 설탕이나 시럽을 한 숟가락도 넣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먹는 사람은 거의 못봐서.”
세레나가 뚱딴지 같은 말을 하자, 루비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러는 당신은, 단걸 매우 좋아하시나봐요? 각설탕을 하나도 아니고 한번에 5개씩이나 집어넣으시다니.”
“네, 전 단걸 좋아해요. 머리를 많이 쓰다보니 단게 댕기는지라.”
그렇게, 둘은 갑자기 영문모를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워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저는, 단걸 별로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그런 꾸민듯한 맛보다는 본연의 맛을 즐기는 편이거든요.”
‘비밀 당주, 어느정도 왔지?’
하지만.
둘 사이에 피어난 이야기 꽃들 사이에 있던 루비의 꽃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이번 일을 잘 성공시키면, 저번의 실수를 눈감아주고 마왕군의 간부로 만들어주마. 그리고, 네놈의 소원도 들어주지.’
그것도, 세레나에게 향한 가시가.
– 문제가… 있습니다.
‘…뭐?”
허나, 가시의 끝은 생각보다 뭉툭한듯 했다.
– 방해꾼이 나타났습니다.
‘…..?’
누군가가 가시의 끝을 잘라냈기 때문이었다.
– 빨간 머리에 옷을 입고, 스크롤을 잔뜩 든… 얼굴에는 흉터가 있는 소녀입니다.
“…으득.”
예상치 못한 방해꾼의 등장에 루비가 자기도 모르게 이를 간 순간.
“왜 그러시나요? 혹시, 뭔가 기다리는 거라도 있으신지요?”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이번에는 세레나의 이야기꽃에서 피어난 가시가, 루비를 향하고 있었다.
‘…저도,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꽃의 가시가 먼저 상대방을 찌르느냐에 따라 달라질 세상의 운명이,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