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4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48화(148/524)
Episode 148
“프, 프레이.”
로비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어린 이리나가, 프레이를 발견하고는 창백한 얼굴을 한채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왜 그래? 이리나?”
그런 이리나에게 프레이가 침착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어쩔줄을 몰라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그때 우릴 쫒던 웨어울프… 말이야…”
“응, 그게 뭐?”
“…정말, 뭔지 몰라?”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프레이는, 태연한 목소리로 답한다.
“저번부터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냥 우연히 산으로 섞여들어온 사나운 웨어울프였잖아. 웨어울프는 죽었고, 우리는 무사하니 전부 끝난 일…”
“프레이.”
하지만 프레이의 말을 끊은 이리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나… 사실 그때 봐버렸어.”
“뭘?”
“…반쯤 본모습으로 돌아온, 웨어울프를.”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표정을 찡그렸던 프레이는, 이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그 웨어울프 앞에서 멍하니 무릎을 꿇고 있던 너도.”
“대체 그게 무슨…”
“나 그때, 기절한 척 하고 있었다고.”
이리나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그렇게 토로하기 전까진.
“이왕 일이 그렇게 된거, 보상금이나 더 탈려고 기절한 척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아.”
“그래서, 전부 보고. 전부 들었어. 그 웨어울프가… 사, 사실. 사실은…”
거기까지 말한 이리나는.
“…읏.”
결국 프레이가 표정관리에 실패하자 겁에 질린 얼굴이 되어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리나.”
그런 이리나를 쳐다보던 프레이는.
“그건 그냥 웨어울프였어.”
“뭐라고?”
“우린 그냥 그곳에서 놀다가 웨어울프를… 아니, 늑대를 만났을 뿐이야.”
“그걸… 그걸 지금 나보고…”
“그곳에서 길을 잃은것도 나고, 늑대를 때려 잡은것도 나야. 전부 내가 한 짓이야.”
“…으윽.”
“날 지키려던 네가 죄책감을 가질 일은, 아무것도 없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스크롤을 집어들고는.
– 찌익!!
“알겠지?”
뭐라 말하려는 이리나의 앞에서, 다시한번 스크롤을 찢었다.
“…으음.”
그리고 잠시 후.
“뭐야, 프레이. 언제 나왔어?”
눈을 비비적 거리던 이리나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프레이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
“그래? 그렇구나. 음, 어…”
프레이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자 말꼬리를 흐리던 그녀는.
“기,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물고기나 먹으러 갈래?”
이내 살짝 얼굴을 붉히며 질문을 던졌다.
“미안, 지금 좀 바빠서.”
“어? 어어… 응…”
그런 그녀에게 태연하게 다시한번 답한 프레이는.
“가요.”
자신의 옆에서 멍하니 어린 자신을 바라보던 이리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접대실에 클라나랑 페를로체가 있어요.”
“…….”
“마법사님?”
“으, 으응.”
그런 프레이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린 이리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프레이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지만.
“나랑 닮아도 너무 닮은 것 같은데…”
“…..!”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어린 자신의 말을 듣고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냐, 아니겠지.”
‘…저 다음에 이어질 말은.’
이제는 가물가물 해진 1회차, 그것도 어릴적의 기억이 불현듯 뇌리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내 가슴이 저렇게 클리가 없잖아.””
그 기억대로 소근거린 이리나는, 뒤에 있는 어린 자신이 똑같은 말을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기 시작했다.
“…대체 뭐지?”
이리나가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건, 그 시점 부터였다.
“마법사님, 빨리요!”
“…어, 응.”
하지만 그 이상함을 제대로 곱씹어 볼 틈도 없이, 이리나는 프레이의 손길에 이끌려 접대실로 향했다.
“프레이, 왜 그러시나요? 표정이 너무 안좋아 보이시네요.”
“당신! 정신차려요! 지금 당신 앞에는, 황녀와 성녀가 있다고요!”
“…죄송합니다.”
이리나와 접대실에 들어선 프레이가, 미리 도착해 그를 기다리고 있던 클라나와 페를로체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낸다.
“괜찮으신거 맞죠…?”
“뭐, 뭔가요. 정말 어디 아프신건가요?”
아직 프레이의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지 못한 그녀들이었지만, 고개를 숙이는 프레이의 처연한 모습을 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두분께 드려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그런 그녀들에게, 프레이는 입술을 짓씹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려 했으나.
“자, 잠시만요.”
그 순간 페를로체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아, 네.”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던 프레이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자, 페를로체가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나가 사라진다.
“”………””
그렇게 접대실에 남은 프레이와 클라나, 그리고 방의 구석에 서있던 이리나 사이에서 깊은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황녀님, 기억하시나요?”
“무엇을요?”
“저번에 저희가 숲에서 했던 맹세 말입니다.”
이윽고 침묵을 깨고 질문을 던진 프레이의 말을 들은 클라나가, 배시시 웃으며 답한다.
“물론이죠. 전 당신을 섬기고, 당신은 절 황제로 만들어 주고.”
“…기억하시는군요.”
“음흠흠, 그것에 관련해서 말인데요.”
프레이의 심각한 표정을 살피던 클라나는, 갑자기 헛기침을 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맹약 대로면 저는 어떻게든 황제가 되어야 하는데… 저는 당신을 섬겨야 하잖아요?”
“네.”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황제가 아무리 공작가의 제 1남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을 섬기는건, 문제의 여지가 다분해서 말이죠.”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클라나는, 이내 시선을 슬그머니 옆으로 돌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그래서 제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요… 딱 한가지 방법이 있더라고요.”
“황녀님.”
“다, 당신을… 제 부군으로 맞이하면…”
“하아…”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자, 살짝 움찔한 클라나는 이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을 이어나간다.
“오, 오해하지 마세요. 당신과 저는 어디까지나 친구에요. 이건, 맹약을 어기지 않기 위해 내놓은 방법일 뿐이고요. 만약 마음에 드시지 않는다면… 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찾아볼…”
“클라나.”
“…흐에?”
아예 말까지 더듬어가며 횡설수설을 하던 클라나의 이야기를 그녀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끊어버린 프레이는.
“죄송…합니다.”
괴로운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식탁에 쳐박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 그 맹약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아니, 차라리 그때 당신의 티파티에 가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프, 프레이?”
“일이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아예 접점을 만들지 않았을텐데…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프레이의 말을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듣던 클라나가 뭐라 말하려 했지만.
“지금 그게 무슨…”
“마법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 기억 삭제 마법은, 잊고 싶은 기억은 말끔히 바꿔주지만…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은 어떻게든 그 원형이 남게 된다고요.”
프레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계속 이어나갈 뿐이었다.
“이 스크롤을 써도, 접점은 계속 남게 될것 같아요. 차라리 남남이 되는거라면, 저나 당신이나 한결 편했을텐데…”
“프레이…?”
프레이가 하는 소리를 비록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느끼는 슬픔의 정도만큼은 고스란히 느낄수 있던 클라나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도와드릴게요. 당신의 친구인 제가 함께한다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프레이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지만.
“그래도, 안쓰는 것 보단 낫겠지요.”
그 순간, 프레이는 들고 있던 스크롤을 반으로 찢었다.
– 샤아아…
“프, 프레이. 이게 뭔가요? 제게 뭘한… 아…”
다채로운 색에 휩싸인 클라나의 목소리가 옅어지다 완전히 끊키자, 그때까지 식탁에 엎어져있던 프레이는.
“…마법사 누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구석에 있던 이리나를 불렀다.
“페를로체는… 누나가 맡아주세요.”
“으, 으응?”
“아니, 페를로체 말고도… 다른 모두도요.”
너무나도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제 기억을 조정하기 전에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려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어요.”
“아…”
“페를로체, 제 동생, 그리고 다른 모두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더 이상 직접 기억을 조정하다간, 도중에 포기해버릴 것 같아요.”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던 프레이는, 살짝 고개를 들어 창백해진 이리나에게 당부를 했다.
“별 다른건 바라지 않을게요. 그냥… 사랑했다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다시 만나자고만 해주세요.”
“………”
“그럼, 부탁드립…”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던 프레이는.
“…세레나의 스크롤은 빼주세요.”
“뭐?”
“그것만큼은… 저 스스로 해야하는지라.”
그렇게 말을 덧붙이고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레이…”
이윽고, 힘겨운 발걸음으로 접대실을 나서는 프레이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지켜보던 이리나는.
“이건… 이건 너무 불합리 하잖아.”
창밖을 쳐다보며.
“왜 프레이에게 모든걸 떠넘긴거야? 어째서? 마신은 이렇게나 미쳐 날뛰고 있는데, 넌 대체 하는게 뭐냐고.”
증오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지만.
“왜 이런 비극을 겪게 하는…”
이내, 말을 멈추고 헛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하, 하하… 하하하…”
야속하게도, 태양은 이미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춘 뒤였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요!”
“…아.”
주먹을 꽉쥔채 파르르 떨며,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던 이리나는.
“프레이는 어디갔나요?”
어느새 화장실에서 돌아온 어린 페를로체가 자신의 등을 콕콕 찌르며 묻자.
“프레이가 전해달래요…”
“네?”
“사랑했다고, 미안하다고.”
프레이가 건내줬던 스크롤을 두 손으로 잡고는.
“그리고…”
눈을 지긋이 감으며.
“”…다시 만나자고.””
스크롤을 반으로 찢었다.
“…….어?”
아니, 찢으려 했다.
“구구!!”
어디선가 많이 봤던 흰 비둘기가 날아와, 그녀의 스크롤을 낚아채기 전까지는.
.
“…후아.”
이리나가 프레이의 시련으로 침투했던 날의 밤.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요!”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는, 자신의 기숙사에서 기지개를 피며 책상 앞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럼, 오늘의 일기를…”
기지개를 피는것을 마친 그녀는, 늘 그랬듯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깃펜을 들었지만.
“구구… 구…”
“으잉?”
기숙사 창문으로 그녀의 애완 비둘기가 날아오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구구야! 어딜갔다 이제 온…”
이윽고 팔짱을 낀 그녀는, 엄한 표정을 지으며 비둘기를 혼내려 했지만.
“…헉!”
비둘기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있는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드디어, 때가 왔어.’
그리고 그 시점부터, 그녀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 샤아아…
“구구야! 누구한테 맞았어! 혹시 그 난폭한 올빼미에게 맞은거니?”
‘지금까지 수도 없이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도달하길 간절히 원했던 종착지에… 드디어 도착한거야.’
비둘기에게 성력을 불어넣으며, 입으로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던 그녀는.
“어쩔수 없네! 안으로 들어와! 상처가 심각해서 안되겠어!”
‘기억했나? 기억했어? 기억했지?’
한손으로는 어느새 흰색 덩어리가 된 비둘기를 자신의 심장으로 밀어넣으며.
다른 한손으로는 다급히 책상에 놓여져 있던, 얼마전에 스크롤 상인에게 받은 마법 스크롤을 펼치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기억했어. 완전히 기억했다고.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그려낼 수 있어.”
어느새 무의식도, 생각도 아닌 말로 진심을 뱉어내기 시작한 페를로체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야. 실패하면 더 이상 다음은 없어. 모든게 끝이라고.”
사색이 된 얼굴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다섯개의 깨달음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해.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로 해낼 수 있…”
– 쿠구구구구…
“…하.”
그러던 그녀는, 갑자기 하늘이 요동치기 시작하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제야 눈치채신 건가요? 마신? 하긴, 제가 좀 큰소리로 떠들긴 했죠?”
– 쿠구궁!
“하지만 분노해도 소용 없어요, 그 분노는 없었던 일이 될거거든요.”
– 쿠구구궁!!
“전 당신이 허구의 세상이라 속인 시련 속으로, 즉… 과거로 도망칠 거니까요.”
그렇게 말을 마친 페를로체는.
“지금, 출발할게요.”
눈에서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당신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할 단 하나의 길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리 트라이.”
그리고, 세상이 뒤집혔다.
.
“잘했어, 구구야.”
이리나가 찢으려던 스크롤을 물어온 비둘기를, 페를로체가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뭐, 뭐야!?”
그런 페를로체를, 이리나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리나 씨.”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페를로체는.
“그거 아시나요?”
“뭐?”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도, 그저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중 하나일 뿐이라는 걸.”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그려낸, 스크롤 상인의 마법 스크롤을 품에서 꺼내 그녀에게 건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