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5화(15/524)
Episode 15
“빠, 빨리 시나리오에 난입한 이레귤러를 잡아야 하는데…!”
“마, 마왕의 수하…! 어디 간 거죠? 당장 나오세요!”
“…크헥.”
저 멀리서 들려오는 황녀와 성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카니아를 꽉 안던 나는, 이내 입에서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저, 저기!”
그러자 카니아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움찔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더더욱 세게 껴안으며 정보탐색 스킬을 사용했다.
[이름: 카니아] [능력: 힘 3 / 마력 ??? / 지능 7 / 정신력 4] [특이사항: 병약/쇠약/마나 불안정/자멸의 저주] [특성: 심복]‘…생명력 전달은 이 정도면 됐겠지.’
그녀의 특이사항란에 적혀있던 ‘위독’이 ‘쇠약’으로 바뀐 걸 본 나는, 이내 옆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들려고 했지만…
“죽…어…”
“…윽!”
하필이면 그때 이솔렛이 내 등에 박고 있던 칼을 비틀었고, 그 바람에 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헛손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죽겠는데…’
카페인 음료와 별의 가호가 시너지를 내고 있기에 지금 당장은 생명력이 넘쳐나긴 하지만, 등에 칼이 꽂히고도 언제까지나 멀쩡하게 있을 수는 없다.
그러니, 시너지 효과의 지속시간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 초점이 없는 이솔렛의 눈을 바라보며 정보탐색 스킬을 사용했다.
[이름: 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 [능력: 힘 8.5 / 마력 5 / 지능 7 / 정신력 7] [특이사항: 오른쪽 팔 부상, 정신 지배 (약해지는 중)] [성향: 기사]‘…즉시 풀리는 게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풀리는 거였군.’
역시 유카리우스를 총애했던 마왕이 준 능력답다.
최상위권의 정신 조종 능력을 갖추고 있던 그에게 마왕이 준 ‘노예의 인장’ 능력은, 그보다 정신력이 낮은 사람을 능력을 막론하고 무조건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사기 능력이다.
물론 마왕에게 능력을 양도받은 유카리우스가 죽었으니 마왕 또한 그 능력을 다시는 쓸 수 없겠지만, 그 정도는 마왕에게 타격조차 아니다.
“…으헉!!”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솔렛이 다시 한번 칼을 비틀었다. 덕분에 나는 다시 한 움큼 피를 토하고 나서,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크윽.”
하지만, 어째선지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아무래도, 카니아에게 생명력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몸에 무리가 온 것 같다.
그렇게, 카니아를 껴안은 채 점점 눈이 감겨가던 그 순간…
“…도, 도와드릴게요.”
카니아가, 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내 손을 맞잡고 천천히 검집에서 애검을 뽑아들었다.
“…하압!”
“…..!”
그런뒤에 카니아가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 칼을 이솔렛에게 내려치자, 그녀는 재빨리 내 등에서 칼을 뽑더니 뒤로 물러나 공격을 피했다.
“…커흑!”
이솔렛의 검이 내 등에서 뽑혀 나가자 피가 내 옷과 로브를 적시기 시작했고, 바닥에는 피 웅덩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괘, 괜찮…”
“…검을 줘.”
내 말을 들은 카니아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검을 건네주다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왜 그러지?”
“…………..”
내 질문에도 입을 다문 채 잠시 표정을 굳히던 그녀는, 이내 나에게 검을 건네고 물었다.
“…넌, 누구지?”
“나? 난, 용…”
난 그녀의 질문에 용사라고 대답하려다, 혹시 모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위해 도중에 말을 바꿨다.
“…감한 시민.”
그 말을 남긴 나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때까지도 멍하니 우릴 쳐다보고 있던 이솔렛에게 칼을 겨누었다.
‘…몇분만 버티면 되겠지.’
나는, 이솔렛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만 그녀를 막다가 그녀가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 경매장을 빠져나가기로 다짐하고 칼을 더욱 굳세게 잡았다.
“흐압!”
– 캉!!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나와 이솔렛의 검이 격돌했다.
“…비었군.”
“…큭.”
그녀와 검을 맞부딪히며 잠시 힘겨루기를 하다가 등에서 쓰라린 통증을 느낀 내가 힘이 빠지자, 이솔렛이 그 틈을 노리고 칼을 찔러 들어왔다.
몸을 비틀어 겨우 칼을 피했지만, 그 바람에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기 시작한 나는, 그 기회를 놓칠세라 검에 기운을 모으기 시작한 그녀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평상시였으면, 금방 제압했을 텐데.’
저번의 훈련에서, 일부로 성력에 반응하게 만들어진 기만용 흑마력 배지를 소모하고 내 진짜 실력을 숨겼던 나다.
즉, 평상시에 오른쪽 팔에 부상을 입은 이솔렛 정도는 ‘용사의 힘’을 잠시만 사용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록 도핑 음료가 서포트를 하고 있는 별의 가호를 최대치로 사용해도 회복이 더딜 정도로 몸에 무리가 간 상황이고, 심지어 등에는 심각한 상처까지 입은 상태다.
즉,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그러니, 여기서는 단판 승부로…
– 샤아악!!
검을 바로 잡고 일격을 준비하던 순간, 갑자기 주위에 있는 어두운 기운이 이솔렛을 감싸기 시작했다.
“…흐읍!!”
하지만 이솔렛이 검기를 내뿜자 어두운 기운은 잠시 물러나 그녀의 옆을 빙빙 돌며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옆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으윽.”
멀찍히 떨어진 곳에서 손을 뻗어 어두운 기운을 조종하던 카니아가 비틀거리기 시작한 걸 본 나는, 다급하게 그녀에게 외쳤다.
“넌 마법을 쓰지 마! 여긴 내가 맡겠다!”
“……….”
“…하아, 돌겠네.”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무리를 한 나머지 다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품고 그런 카니아에게 정보탐색 스킬을 사용하자, 다행히도 마나 폭주가 아닌 단순 기절상태로 판명되었다.
‘…그럼 오히려 잘됐네. 전력을 낼 수 있겠어.’
– 슈우우…
기절한 카니아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 이솔렛의 주위를 맴돌던 어두운 기운이 사라졌고, 검을 사방에 마구 휘둘러대던 그녀는 다시 나를 노려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제 정신이 돌아올 때도 되지 않았어? 누나?”
“크으으…”
내 목소리를 오직 그녀에게만 들리도록 별의 마나를 심어 전달해봤지만, 이솔렛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나는, 결판을 낼 때가 찾아왔음을 깨닫고는 검의 손잡이를 꽉 부여잡으며 그녀에게 계속해서 목소리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누나, 옛날에 나랑 처음으로 검술 훈련을 했던 날 기억나?”
“덤…벼…”
“그 당시에 날 손쉽게 제압했던 누나가 분해하던 나에게 해줬던 말 말이야.”
“….?”
검기를 한계까지 끌어모으던 이솔렛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조용히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던 그녀의 충고를 되돌려주었다.
“…검은 사람을 베기 위한 게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난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서로에게 격돌했다.
– 파지이이이잉…!
단 한 번의 일격.
그 찰나에, 전대 용사와 초대 검성의 전설적이었던 혈전이 짧게나마 재현됐다.
찬란하고 눈 부신 태양보다는 덜 빛나고, 은은하고 부드러운 달빛보다는 지속시간이 짧지만, 그 어떤 빛보다도 아름답고 반짝거리는 별의 마나와,
수많은 검술 가문 중에서도 가장 오랜 기간 명목을 유지해 왔으며, 1000년전에 있었던 결전에서 마왕의 왼쪽 눈을 앗아갔던 초대 검성이 속한 바이워크 가의 검기가,
궤적을 그리며 충돌해, 섞여들어 가며 주변을 빛으로 뒤덮었다.
“………..”
“………..”
그리고, 빛이 사그라질 무렵 나와 이솔렛은 서로 엇갈린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 풀썩.
그리고 잠시동안 지속되던 침묵 속에서, 이내 이솔렛이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그 소리를 듣고 돌아선 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 그녀를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솔직히 그땐 날 놀리는 줄 알았는데, 똑같은 상황이 되어보니 이제야 이해가 가네.”
그리고 그때까지 꽉 쥐고 있던 내 애검은,
내가 혹여라도 다칠까 항상 역날로 승부를 매듭짓던 그녀를 본받아, 역날을 바로 세운 채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좋아, 역시 어떤 상황이든지 기절시키는 게 정답이라니깐.”
이윽고 그녀에게 정보탐색 스킬을 쓴 나는, 그녀의 정신지배가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섰다.
“…너.”
“…..!”
그리고 돌아선 내 앞에는 어느새 카니아가 다가와 날 노려보고 있었다.
“…누구야, 너.”
“………….”
그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던 나는, 이내 다리에 힘을 주고는…
“…아, 저기.”
“……?”
카니아의 뒤를 가리킨 후, 그녀가 뒤를 돌아본 순간 출구로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기, 기다려!”
그런 나를 카니아가 뒤쫓으려 했으나 그녀 역시 많이 무리를 했던지라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저게 무슨 일이래?”
“저거, 혹시 흑마법 아니야?”
“…설마. 아무리 뒷골목이라도 그렇지 저렇게 범위가 큰 흑마법을 대놓고 쓸 리가 있겠어?”
‘…좋아, 다행히 인파가 많군.’
결국 순식간에 밖으로 나간 나는 경매장을 둘러싸고 웅성거리고 있던 인파를 발견하고 재빨리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맞아, 아마 경매장에 있던 저주받은 물건이 사고로 발동된 거겠지. 바보 같은 놈들, 내가 언젠가는 저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 억! 뭐, 뭐야!?”
“…이거, 실례.”
“얌마! 사람을 쳐놓고 지금 사과 하나로 퉁 치려는 거야!?”
그렇게 성공적으로 인파 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 나는 재빨리 몸을 숨기려 했으나, 인파로 뛰어든 나와 부딪힌 웬 우락부락한 남자가 내 멱살을 잡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내가 좀 바빠서.”
“아, 넵.”
나는 어쩔 수 없이 품에 있던 검을 살짝 뽑아들었고, 그러자 남자는 주춤거리더니 이내 슬그머니 내 멱살을 놓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자유의 몸이 된 나는 어둠 속에서 내가 뛰쳐 든 곳을 조용히 노려보기 시작한 카니아를 뒤로한 채 유유히 뒷골목의 출구로 향하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아무도 눈치 못 챘을 거야.’
목소리는 별의 마나로 변조했고, 몸은 가면과 검은 로브로 확실히 가렸다.
애검이 노출된 건 좀 치명적이긴 하지만, 별의 마나를 버틸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기인 그 검을 방금 상황에서 쓰지 않았다면 난 확실히 죽은 목숨이었다.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그 검은, 메인 히로인 들에게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으니 아마 그걸로 내 정체를 유추해 내진 못할 것이다.
다만, 무기를 바꿀 필요성은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개구멍을 통해 시장 한복판으로 나온 나는, 시스템이 메인퀘스트 클리어를 알려오기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클리어 창은 한참 동안이나 뜨지 않았고, 그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나는 이내 이마를 탁 치며 중얼거렸다.
“…맞다, 아직 본격적인 메인 퀘스트는 아직 시작도 안 됐지?”
도대체 선조님은, 왜 이런 미친 게임을 하셨던 걸까?
.
그렇게 프레이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잔뜩 쑤셔오는 등을 붙잡고 처량하게 시장 거리를 걸어나가던 무렵,
“………….”
카니아는 조용히 그가 사라진 곳을 노려보다가,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황급히 뒤를 돌아섰다.
“…역시, 당신이었군요.”
“…다, 당신은!?”
황녀 클라나와, 성녀 페를로체는, 카니아를 보며 제각기 다르면서도 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신이 여기 있다는 건, 당신 역시 회귀자란 거죠.”
“서, 서서서 설마… 카니아씨도 회귀를 하신 건가요!?”
조용히 둘을 바라보던 카니아는, 짧게 대답했다.
“…네.”
그러자, 클라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나만 묻죠, 당신은… 프레이의 적인가요? 아군인가요?”
“적입니다.”
“즉답이군요. 마음에 들어요.”
살짝 긴장한 채 답한 카니아는, 황녀가 너무나도 쉽게 자신을 믿자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의심되진 않으십니까?”
그러자 황녀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해주었다.
“제가 워낙 고생을 많이 했기에… 거짓말을 가려내는 건 도가 터서 말이죠.”
“…..아하.”
한편 그런 둘의 대화를 멍하니 지켜보던 성녀 페를로체는, 이내 다급하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그럼 정말로 황녀 씨도, 카니아 씨도 저처럼 회귀를 하신 건가요!?”
“…네, 그런 것 같네요.”
“자, 잠깐만요… 그럼 설마 프레이도…!”
페를로체가 눈을 크게 뜨며 말하자, 황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뇨, 제가 며칠간 살펴봤는데…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어요. 그냥, 아카데미에서의 쓰레기 같은 모습 그 자체였을 뿐.”
“…맞습니다. 프레이는 딱히 예전과 변한 점이 없었어요.”
이윽고 카니아까지 동조하자, 페를로체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휴우… 그럼 다행히네요… 그 사악한 분도 돌아왔다면… 정말이지 끔찍…”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네?”
페를로체의 말을 끊은 클라나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회귀를 해서 일을 벌이는 바람에, 변수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말을 하며 클라나는 어느새 흉측한 악마의 모습으로 돌아온, 목이 잘려있는 유카리우스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 오늘 거래되는 ‘지배의 석’은 헐값에 팔려나가고, 구매자의 손에 들어가기 직전에 마왕의 부대에게 강탈당해야 했어요. 그건 당신도 아시죠?”
“그렇…죠…?”
“그런데, 갑자기 이 악마와 의문의 남자가 경합을 시작했고, 결국 지배의 석은 5만 골드도 넘는 가격에 팔렸죠.”
“그, 그렇다면… 설마…?”
“네, 뭔가 변수가 일어났다는 거에요.”
그 말을 들은 페를로체의 표정이 얼어붙자, 클라나는 팔짱을 끼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왜 저 악마가 경매장에 왔는지, 그리고 그 정체불명의 이레귤러는 누군지 알아볼 필요가 있겠네요. 이왕이면 아까 잡아서 심문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그, 그 검사도 마왕의 수하 아닌가요?”
“…어째서요?”
클라나가 묻자, 페를로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답했다.
“어어… 지배의 석에 대한걸 아는 건 마왕밖에 없으니까… 아무튼 마왕의 편 아닐까요?”
“…정말 그랬다면 악마와 대립을 안 했겠죠.”
“…아.”
멍청한 표정을 짓는 페를로체를 잠시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클라나는, 이내 카니아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이 악마는 당신이 잡은 건가요? 아니면 저기 쓰려져 계신 바이워크 가의 장녀께서 잡으신 건가요?”
“………….”
그 말에 카니아가 잠시 침묵에 빠지자 그런 그녀의 태도에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황녀는, 이내 유카리우스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유심히 목이 잘린 부분을 관찰한 후에 입을 열었다.
“뭐, 절단면이 깔끔한 걸 보니 당신의 솜씨는 아니네요. 이런 악마 하나 못 잡으신 게 꽤 부끄러우셨나 봐요?”
“…………”
“그나저나… 역시 대단하네요, 이솔렛 씨는. 이번에는 그녀가 반드시 차기 검성이 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겠어요.”
그렇게 자기 혼자 추측을 마친 황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을 가리키며 카니아와 페를로체에게 제안을 던졌다.
“아무튼, 여기서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와 잠시 식당이나 가지 않으시겠어요? 제가 힘들던 시절 자주 가던 식당이 근처에 하나 있거든요.”
“…….?”
“네, 네에?”
그녀의 말에 카니아와 페를로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클라나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곳에서 저와 어떻게 프레이를 조질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시지 않으시겠나요?”
“…아! 넵!”
그 말을 들은 성녀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조용히 미소를 짓던 클라나는 이내 카니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도 오세요.”
“…네?”
“당신도 그가 미운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리고 저는 흑마법사라 할지라도 능력만 좋으면 딱히 차별하지 않는답니다?”
“………”
“…저희의 능력은 최대한 조절할 테니,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하고는, 옆에 있는 이솔렛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호흡이 고르고 안정된 걸 보면, 그분은 곧 무사히 깨어날 거에요. 그러니, 너무 걱정은 마시고 어서 따라오세요.”
“…네.”
카니아의 대답을 들은 클라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옆에서 눈을 반짝거리고 있는 페를로체를 데리고 출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기, 그런데 제가 죽고 나서 제국은 어떻게 됐나요?”
“…망했답니다.”
“제, 제국민들은요!?”
“…지금은 살아있잖아요. 저희도 살아있고요. 그러니, 저희가 그런 미래가 반복되지 않게 만들면 돼요.”
“…네에.”
그렇게 전 회차까지는 꽤나 어색한 사이였음에도 어느샌가 언니와 동생처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둘을 조용히 지켜보던 카니아는,
‘체형과 강함을 봐서는 가주님은 분명히 아니었는데 말이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방금 그 남자가 가지고 있던 검은… 내가 스타라이트가에 고용됐던 그날, 가주님이 거리에서 나와 내 동생을 괴롭히던 불량배를 쫓아내실 때 쓰셨던 그 검과 똑같이 생겼었는데…’
이윽고 입구에 도착한 카니아는, 클라나에게 인식 저해 마법을 부여받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스타라이트 가에 사생아가 있던건가? 그것도 한번 파헤쳐 봐야겠어.’
그렇게 꽤나 합리적인 추측을 하며 밖으로 나선 카니아는, 이미 인파 사이를 요리조리 헤쳐나가기 시작한 황녀와 성녀의 뒤를 서둘러 따라가려 했지만…
“…….!”
황녀와 성녀가 인파를 헤쳐나가며 생긴 공간의 바닥에서 익숙한 물체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저건?”
너무나도 익숙한 브로치가 태양 빛을 받으며 반짝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