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5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55화(155/524)
Episode 155
“흐음…”
제국의 중심에 위치한 황궁.
그리고, 그 황궁의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해 있는 황좌.
그곳에 권태로운 표정을 지으며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루비가,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지쳤느냐?”
그렇게 몸을 기울인채 프레이를 살펴보던 루비가 넌지시 묻자, 프레이가 헛웃음을 흘린다.
“뭐, 지칠만도 하지. 소중한 사람들을 베어 넘기며 왔을테니.”
“………”
“아니지, 옷에 피가 없는걸 보니… 전부 제압만 했나보군?”
그런 프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루비는.
“역시 넌 재밌어.”
이내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래서… 역시나 내 것으로 삼고 싶어지는군.”
“…….”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싸늘한 표정으로 루비를 노려본다.
하지만, 루비는 그런 프레이의 반응마저도 그저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마냥 귀엽게 느끼며 그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마지막 제안이다, 프레이.”
그렇게 한참동안 한쪽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쪽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던 둘 사이에서 흐르던 침묵은.
“내 것이 되거라.”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루비에 의해, 다시 한번 깨졌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지? 혹시, 용사의 무구까지 각성했는데 내가 이리도 오만하게 구는게 바보같이 느껴져서 그런게냐?”
침묵을 깼음에도 프레이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루비가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내 제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것도 이해가 되는군.”
물론 프레이는 그 질문에 조차도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루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와인잔을 흔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혹시, 궁금하지는 않더냐. 왜 내가 저 녀석들과 함께 싸우지 않고 최상층에서 널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녀들이 널 대신 지키게 해, 위선 포인트가 마저 쌓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나.”
“그래, 바로 그거다.”
그러던 그녀는 프레이가 드디어 말을 꺼내자,
활짝 웃음을 지으며.
[위선자 포인트 투자 시스템에서 알림사항이 있어요.] [본체의 각성도가 100퍼센트를 달성했답니다.] [최후의 시나리오가 개방되었어요.]불과 몇분전에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을 바라보았다.
[메인 퀘스트: 최후의 결전]– 용사를 죽이거나 타락시키세요.
보상: 마신의 강림.
“그럼 슬슬… 내 본모습을 보여줘야 겠구나.”
한동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허공에 떠있던 불투명한 창을 바라보던 마왕이, 별안간 루비색 마기를 자신의 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 고오오오오…
그렇게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마왕의 몸을 감쌌던 루비색 기운이 사라지자, 그녀의 몸이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어떤가.”
귀엽고 순진했던 어린 루비의 모습을 거두고,
육감적인 몸매와 성숙한 외모를 가진 본 모습을 드러낸 마왕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한다.
“구미가 동하는가?”
그러나, 프레이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설마,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냐?”
그러자, 마왕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비록 용사의 무구를 각성하긴 했다만, 그래봤자 너는 인간이다.”
“그래?”
“그렇다. 그리고 나는 전대 마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심지어 신들마저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최강의 마왕이고 말이다.”
그럼에도 영혼없는 표정을 거두지 않는 프레이를 바라보며.
“상대방을 공격할 수 없게 만드는 ‘특수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던 방금 전까지라면, 네게 승산이 있었을거다.”
마왕은 거만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각성이 완료되어 그 시스템이 무력화된 지금은, 아무리 용사의 무구를 각성한 너라도 승산이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음.”
“이제야 겨우 초월적인 힘을 얻은 너와, 지금까지 초월적인 힘을 자유자재로 써오다 잠깐 제약을 받았던 나 중에… 누가 더 이길 확률이 높겠느냐.”
그렇게 까지 말했지만, 프레이는 여전히 반응이 없다.
그런 그를 답답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마왕은, 살짝 언성을 높이며 말한다.
“요약하자면, 경험치 차이가 너무나도 압도적이란 거다.”
“글쎄, 잘 모르겠네.”
하지만 프레이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자, 마왕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솔직히 말하지. 난 네가 마음에 들었다, 프레이.”
이내, 프레이에게 마지막 제안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 무료한 일생에 너만큼 자극적인 녀석이 또 없었거든.”
“자극적?”
“모든게 시시하기만 했다. 모두가 날 보면 공포에 잠겨 떨고, 대적해 오는 자들은 손가락을 한번 까닥이면 찢어발겨지는 무료한 삶. 그런 삶은 너무나도 지겨웠단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프레이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는 걸 보던 마왕은.
“그래서 개미 새끼만도 못한 네가, 꿈틀거리며 여기까지 올라오는 걸 보는 것은… 정말로 자극적이었도다.”
“…….”
“그래서, 그런 너를 소유하고 싶어졌다는 거다.”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어나간다.
“그러니, 내 밑에 깔려 앙앙 울부짖는 인형이 되거라. 그런다면, 목숨만은…”
“맞아, 넌 그저 자극적인게 보고 싶어서 이런 일을 해온거였지.”
그런 마왕의 말을 끊은 프레이는, 싸늘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료하고 평화로운 일상. 그런 것들에 지겨움을 느껴서… 세상을 뒤엎은 거였어.”
“그래서, 내 제안을 받아들일게냐? 받아들인다면…”
“내가, 그 수많은 회귀를 거치며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던… 무료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싫어서.”
이윽고, 목소리를 줄여 그렇게 중얼거린 프레이가 사방에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자.
“이왕이면, 상처는 입히기 싫었다만.”
마왕은, 싸늘한 표정을 짓더니.
“뭐, ‘최후의 결전’을 끝내는 조건에는 네 녀석을 타락시키는 것도 있으니…”
와인이 가득 차있는 와인잔에, 살짝 손가락을 담구며 말했다.
“…널 꺾은 뒤에, 정신이 무너질 때까지 강간해 인형으로 만들면 되겠지.”
– 파스스!!
그리고, 그 다음순간.
마왕이 손가락을 까닥이는 바람에 튀긴 와인 방울이, 프레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도 못 피하면서, 나와 싸우겠다니… 참으로 가엾구나.”
그 바람에 프레이의 볼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하자, 마왕은 조소를 지으며 와인잔을 공중에 부양시켰다.
“그 용기는 가상하나, 미안하게도 난 이 와인잔 하나로도 널 이길 자신이 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말이다.”
프레이의 질문에, 자신만만한 미소를 띄던 마왕은.
– 퍼버벙!!!
믿기지 않을 속도로 와인잔을 프레이에게 날렸다.
– 챙!!
하지만.
“…음?”
프레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너무나도 간단하게 공격을 회피해버렸다.
“넌 항상 와인잔을 던지는 걸로 공격을 시작하더군. 항상 똑같았어.”
인간의 반응신경으로는 절대 반응할 수 없는 공격을 피해낸 그를.
“그나저나, 아까 뭐라고 했었지?”
마왕이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경험치 차이가 압도적이라 했나?”
프레이는, 귀기어린 표정을 지으며 속삭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
– 쿠구궁!! 쿠궁!!
지상에 있던 황실군과 서브 히로인들이, 싸움을 하다 말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태양이… 흔들리고 있어.”
그들의 가장 앞에서 싸움을 이어나가던 성기사의 말대로, 하늘에 떠있는 태양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최후의 결전이 시작되어서 그렇답니다.”
그 모습을 불안하게 쳐다보던 사람들에게,
메인 히로인들과 함께 황궁에서 빠져나와 전투 간부들과의 싸움을 이어나가던 페를로체가 정보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용사님이 싸움에서 이기시면 태양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고, 마왕 프레이가 싸움에서 이기면, 태양은 빛을 잃을거에요.”
그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렇지만 걱정마세요, 루비님이 얼마나 강한데요.”
그런 그들을 페를로체가 경건한 미소를 지으며 달래자, 사람들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 그렇지. 루비가 질리가 없잖아.”
“맞아요, 그분이 ‘각성’에 성공하셨으니… 패배하실리가 없어요.”
“하긴, 프레이 같은 떨거지가 우리의 염원을 짊어진 용사를 이길리가 없지.”
비록 그들이 내뱉는 말은 희망적이었으나.
“”………””
말을 마친 후에 짓는 표정은, 상당히 긴장에 물들어 있었다.
– 고오오오오…
왜냐하면, 이미 완파된 황궁의 꼭대기 층에서.
보기만 해도 압도 될 정도로 막대한, 루비색과 은색이 섞인 기운이, 온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읏, 으으…”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죠.”
훗날, 선라이즈 제국이 위치하고 있는 남대륙 뿐만 아니라 서대륙과 동대륙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 전해지는 그 막강한 기운은.
위로는 하늘을 가르고도 한참을 더 나아가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었으며.
아래로는 여러 고대마법이 걸려있던 선라이즈 황가의 황궁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고.
옆으로는 다섯 메인 히로인들과 서브 히로인들이 총력을 기울여 기운을 발산해도, 그저 일시적으로밖에 막아낼 수 없을 정도였다.
“조금만 더 버티면… 분명히 루비님이…”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페를로체를 위시한 사람들은 악착같이 기운을 막아내고 있었다.
“…세계를 지켜내실 거에요.”
그들의 용사인 루비가,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두들 조금만 더…!”
그렇게, 페를로체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언성을 높인 그 순간.
– 콰과광!!!
황실의 꼭대기 층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누군가가,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요, 용사님이 드디어 해내신…”
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루비가 드디어 프레이를 쓰러트렸다 생각하고는 희망찬 표정을 짓기 시작했으나.
“…..!!!”
이내 그들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의 땅바닥에 떨어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는, 얼어붙어 버렸다.
“쿨럭, 쿨럭… 으으…”
떨어진 사람은, 프레이가 아닌.
어느새 인간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온 루비였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지, 루비? 내게 승산이 없다고 한건 너였을텐데.”
“대, 대체 왜…? 대체 왜 내가…?”
이미 수없이 많은 치명상을 온몸에 입고는 헐떡거리던 루비가 힘겨운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간단해.”
“…크헥!”
비교적 멀쩡한 상태로 그녀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프레이는, 있는 힘껏 그녀의 배를 발로 짓밟으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았던 회차중, 꽤나 많은 시간을 용사의 무구 없이 네년을 이기려 투자했었다.”
“뭐, 뭐라고?”
“무수히 많은 실패로 좌절감을 느꼈던건지, 실성을 했던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하지만, 용사의 무구는커녕 칼 한자루만 챙긴 채 수없이 네게 도전했던 기억만큼은 생생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으겍!”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 질문을 던지려던 루비의 배를, 한층 더 세게 짓밟아 말을 틀어막은 프레이는.
“결국 ‘용사의 무구’ 없이는, 널 상처 입힐수도 죽일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기했지만… 소득이 없는건 아니었어.”
보기만 해도 압도될 만큼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윽… 으으…”
“내가 너와 싸우는걸 그만 둘때쯤에는, 3일 내내 일방적으로 널 두들겨 팬 적도 있었지.”
자신의 압도적인 강함 덕분에 공격을 허용해본 적이 없는.
그리고 그 덕분에 고통에 면역이 없는 마왕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짓밟으며 말을 이어나가던 프레이는.
“요약하자면, 경험치 차이가 너무나도 압도적이란 거다.”
마왕을 밟은채로 용사의 검을 높게 치켜들며, 그녀가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도, 도와줘!”
그러자 창백한 표정을 짓던 마왕.
아니, 소녀 루비는.
“너희들의 힘이 필요해!”
조심스럽게 손에 마나를 모아 모종의 마법을 구사하며,
저 멀리 있던 히로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요, 용사님!!”
“용사님에게서 떨어져!! 이 망할 자식아!!”
“지금 갈게요, 조금만 버티시…”
그러자 어느새 무너져내린 전투 간부들을 뒤로 한 소녀들은, 재빨리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거나 프레이에게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지만.
– 샤아아아아…!
그 순간.
프레이가 구사한 별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장벽이, 그와 루비의 주변에 펼쳐졌다.
“자, 잠깐. 프레이, 할 말이…”
그런 상황에서 식은땀을 흘리던 루비는, 이내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으나.
– 푸욱…!
“…헉!”
그 순간, 프레이의 검이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
그리고, 황궁의 정원에 싸늘한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