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5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57화(157/524)
Episode 157
“저, 저기… 프레이 씨. 잠깐, 잠깐만요.”
“됐어요, 그만해주세요.”
자신을 태양신이라고 소개한 여신이 다급히 말을 꺼내려 하자, 프레이가 그녀의 말을 막는다.
“이제 다 끝났잖아요. 마신은 사라졌고,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어요.”
“그, 그렇지만…”
“이게 세계가,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해피엔딩이었잖아요?”
“그렇지만요…”
이윽고 프레이가 지긋이 눈을 감자, 여신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당신에게 있어선 이 결말은…”
“여신님, 당신이 정말로 신적인 존재라면… 보셨을 꺼 아닙니까.”
하지만, 프레이는 그런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고는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수한 시간선에서 일어났던 무수한 비극과 무수한 슬픔, 그리고… 절망을요.”
“……읏.”
그 말을 들은 여신은,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마신에게 유폐되어 있어서 편린밖에 볼 수 없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느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는…”
“어쨌든, 아신다는 거죠.”
“…네.”
“그럼, 절 소멸시켜 주세요.”
다시 한번 프레이가 그렇게 애원하자, 여신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의 기억을 제거 해 드릴게요.”
“기억을 말입니까…?”
“아니면 조작해드릴 수도 있고요. 그렇게 기억을 바꾸고 남은 여생을 조금이라도 편히 보내신 뒤에… 제가 주관하는 천국에 오시는건 어떤가요?”
그렇게 말한 여신이, 프레이에게 다가선다.
“당신이 고통받고 슬퍼하는 걸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
“마신에 의해 유폐되어버린 덕분에 개입을 할 수 없던 제가 너무나도 한심했죠. 하지만, 드디어 마신이 봉인되어 주도권을 되찾았는데… 당신에게 은혜조차 갚을 수 없다뇨.”
이윽고, 여신이 자신의 팔을 잡자 프레이의 눈빛이 떨린다.
“정 지상의 생활이 싫으시다면… 행복과 평화가 가득한 제 천국으로 바로 오셔도 되요.”
“천…국.”
“네, 그곳이라면 꼭 소멸이 되시지 않으시더라도… 당신이 원하시던 무료하고 평화로운 삶을 사실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한 여신은, 살짝 프레이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그리고 당신이 가장 그리워 하시던 인물도,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시고 있답니다.”
“……!”
그 말을 들은 프레이의 눈이.
“설마.”
“네, 맞아요. 지금 당신이 생각하신 그 분이 맞습니다.”
동그랗게 떠진다.
“정말, 정말 내 어머니가… 날 기다리고 있나요?”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로 던진 프레이의 질문에 여신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읏, 으으…”
프레이가 꽉 쥐고 있던 주먹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프레이.”
“으으으…”
“당신은, 행복해 질 자격이 넘치는 사람이랍니다.”
그런 프레이를 따스한 품에 안은 여신은, 그의 등을 두드리며 속삭였다.
“…그러니, 부디 그런 슬픈 선택을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자, 파르르 떨던 프레이가 움직임을 멈췄다.
“여신님.”
“네, 프레이.”
이윽고 살짝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기 시작한 프레이를 내려다보던 여신은.
“…죄송하지만, 역시 절 소멸시켜 주세요.”
“네?”
프레이가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무척이나 당황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어, 어째서인가요. 이제야 당신에게 행복을 드릴 수 있게 됐는데. 부와 영광까지는 아니더라도, 평화와 안락을 드릴 자신이 있는데… 어째서…”
“기억 지우는거, 이미 해봤어요.”
“…..!”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의 눈은, 죽어있었다.
“딱 한번 모든걸 잊어버린 채 포기하려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냥, 모든걸 포기하고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서… 혼자 살려 했었다고요.”
“그, 그런데요…?”
“처음에는 좋았죠. 기억이 없는 일반인이 됐으니,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여신의 품에서 한 발자국 뒤로 떨어져나간 프레이는.
“유난히도 피곤했던 어느날, 자고 일어나보니까… 모든 기억이 돌아와 있더라고요?”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게다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온 집안은 물론, 마을 이곳저곳에서 난동을 피웠었죠. 왜 그러신지 짐작이 가세요?”
“서, 설마…!”
그 말을 듣고 짐작이 가는 것이라도 있는지 여신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프레이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기억을 아무리 지워도 지워도 다시 살아나는걸 보면… 역시, 제 영혼은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게 맞죠?”
“기, 기다려보세요. 제가 고칠 수 있을지도 몰…”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의 영혼을 들여다 본 여신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무수히 반복된 회귀로 인해, 프레이의 영혼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수가…”
여신인 그녀도 고쳐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제 영혼을 고치실 수 있나요?”
“저, 저는…”
“못 고치겠지. 마신에게 패배해 유폐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부터, 당신이 신적 존재이긴 하지만 전지전능하진 않다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지금 이 순간에도 처참하게 망가지고 있는 프레이의 영혼을 바라보던 여신은.
“그럼 결국… 소용없잖아.”
어느새 존댓말을 버려버린 프레이를 멍하니 쳐다본다.
“뇌에 있는 기억을 지워도… 억겁의 시간동안 영혼에 새겨진 기억들이 날 언제 미쳐버리게 만들지 몰라.”
“아…”
“그리고, 그거 알아?”
“뭐, 뭘요?”
그녀를 쳐다보던 프레이는, 갑자기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난, 내 인내심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있었어.”
“무, 무슨…”
“당장이라도 당신을 베어넘기고 싶은 감정을, 최대한으로 억누르고 있다고.”
이윽고 이어진 말을 들은 여신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짓기 시작하자.
“그러면 안되는걸 잘 아는데… 세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당신을 미워하면 안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는데…”
“프, 프레이.”
“지상에 있을 모든 히로인들이 나쁜게 아니라, 마왕과 마신이 나쁜거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데도…”
프레이는, 손을 파르르 떨며 말한다.
“모두가 미워서, 나도 모르게 베고 싶어진단 말이야…”
그렇게, 한참을 불안한 눈빛으로 여신을 바라보던 프레이는.
“마지막으로 부탁드릴게요. 제가 모두를 다치게 하기 전에, 제발 소멸시켜 주세요.”
“…….”
“안 그래도 약해진 당신보다 강해져버리는 바람에 한번 이성을 잃으면 모든걸 파괴해버릴 절, 부디 소멸시켜 주시란 말이에요. 저항하지 않고 소멸당해 줄테니까.”
최후의 통첩을 날린다.
“이젠, 리트라이도 못하잖아요. 더 늦기 전에… 빨리요.”
“으읏…”
“만약 마왕을 쓰러트리지 못했더라면, 혹은 또다른 목적이 남아있더라면… 몇번이고 더 리트라이를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던 프레이를 보며.
“하지만, 모든게 끝나고 난 뒤의 세상은… 제겐 또다른 지옥일 뿐이라고요.”
“으으…”
파르르 떨던 여신은.
“아, 알겠어요.”
결국, 프레이의 의사를 존중해주기로 결심했다.
“당신을… 완전히 소멸시켜 드리겠습니다.”
“드디어…”
덕분에 프레이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더니.
“…감사합니다.”
여신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꾸벅 고개를 숙인다.
“비록 봉인이 풀린지 얼마 되지 않아 힘이 불안정하지만… 소멸시키는 건 그리 많은 힘이 들지 않으니까요.”
그런 프레이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던 여신은.
“세계의 역사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였던 당신을, 제가 기억해드릴게요.”
손에서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그러니… 이젠 편히 쉬세요. 고결한 용사님.”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죄송해요… 억지를 부려서.”
그런 여신을 바라보던 프레이는.
“그래도, 이젠 좀 쉬고 싶었어요.”
실로 오랜만에,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흐려져 갔다.
“…………”
그리고,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후우…”
이윽고 적막을 깨고 한숨을 내쉬며, 한참동안 슬픈 표정을 짓던 태양신은.
“….어?”
갑자기, 눈을 휘둥그레 뜨기 시작했다.
– 고오오오오..!
“뭐, 뭐야?”
갑자기, 그녀의 눈앞에서 어두운 기운이 범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슈우우…
“…..!!!”
영문을 알 수 없는 그러한 상황을 지켜보던 태양신은.
“오랜만이네…”
이윽고 그 어둠에서 나타난 존재를 보고는, 경악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언니?”
그런 태양신을 쳐다보던 어두운 존재가 미소를 지으며,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속삭이자.
“너, 넌 분명 마왕과 함께 소멸됐을텐데…!”
태양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클립스, 네가 어떻게 여길…!”
– 샤아아아아…
하지만 그런 그녀의 질문을 무시한 채 어두운 기운을 뻗으며, 이클립스라 불린 여인은.
“이대로 나 혼자만 소멸되면…”
광기어린 표정을 띤채 속삭였다.
“…너무 억울하잖아?”
그리고 그 다음순간, 찬란한 빛과 깊은 어둠이 충돌하여.
– 쿠과과과과광!!!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
– 쿠궁! 쿠구궁!!!
“…뭐, 뭐야?”
하늘에 찬란하게 떠있던 태양이, 다시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 태양이…?”
“대체 뭐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건가요?”
그러한 태양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던, 황궁의 정원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히로인들은.
– 쿠과광…!
“”…..?””
갑자기 누군가가 무너져 내린 황궁의 문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오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자, 잠깐. 모두들 내 이야기를 들어보거라.”
그러자 한눈에 시선을 받던,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황궁을 빠져나온 이솔렛은.
“뭔가 이상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단 말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맨 꼭대기 층에서 전투를 유심히 지켜봤었다. 헌데, 전투 간부들 전원의 움직임이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어.”
“그게… 무슨 소린가요?”
그런 이솔렛에게 그녀의 새로운 제자인.
정원의 전투를 몸소 이끌었던 교단의 최연소 성기사가 질문을 던지자.
“워낙 화려하고 다채로운 공격이 많았고, 심지어 한방한방이 치명적이었던지라 목숨을 걸고 싸우던 너희들은 잘 몰랐겠지만… 맨 위에서 전투를 눈에 담던 나는, 확실히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이솔렛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싸워온 너희들 모두… 몸에 상처가 하나라도 있느냐?”
그 말을 듣고 자신들의 몸을 살피던 소녀들은, 이내 전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어라? 어째서 몸에 상처가…”
“깨끗해요. 티끌조차 나 있지 않아요.”
“…이게 말이 되나?”
꽤 오랜 시간동안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공격을 피해가며 사투를 벌였음에도.
어째서인지, 그녀들의 몸에는 상처가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너희들의 전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느냐?”
덕분에 혼란에 빠진 소녀들을 바라보던 이솔렛은.
“잘 짜여진 연극이나 미리 합의된 대련을 보는 것 같았다.”
“그, 그말은…”
“모든 전투 간부들이,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것처럼 잘 짜여진 연기를 했단 말이다.”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전달하여, 소녀들의 혼란을 한층 더 가중시켰다.
“확실하다. 내가 보증하지.”
그 시점에서는 이미 ‘전대 검성’과 맞먹을 정도의 연륜과 실력을 가지게 된 이솔렛은.
“또한 프레이의 행동도 이상하다. 녀석은, 오직 ‘검의 역날’만으로 황궁 방어조와 나를 격파했어. 그리고… 녀석이 마지막에 남겼던 말은…”
말을 하다 말고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소녀들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프레이와 루비는 어딨지? 우선 전투에 가세하여 프레이를 쓰러트린 후 녀석을 심문해 봐야 할 것 같다.”
“저기… 교수님…”
“어쩌면, 뭔가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어. 아니, 영악한 그녀석의 계략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추궁해볼 가치는 분명히…”
“전투는 끝났어요.”
“…뭐?”
그런 이솔렛에게 전투의 종료를 알린 성기사는.
“저쪽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레이가 루비를 죽였어요.”
“뭐라?”
저 멀리 찢겨져 있는 루비를 가리키며 말을 시작했지만.
“그리고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좀 복잡하고, 저희도 이해가 안되서 바로 설명해드릴 수는 없지만… 어라?”
이내 말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
그리고, 그건 다른 모든 소녀들도 마찬가지였다.
“루비가… 루비가 왜…”
왜냐하면, 프레이에 의해서 갈기갈기 찢겨진 루비의 몸은.
“…저런 모습을?”
머리에는 뿔이 달리고 등에는 날개가 솟아난, 영락없는 마왕의 모습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
그렇게 한참동안 그들 사이에서 흐르던 싸늘한 적막을 깬건.
“그래서, 프레이는 어디있느냐.”
소녀들에게,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다급히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이솔렛과.
“뭐…..?”
방금 일어난 일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소녀들의 맨 뒤에서 태양신에게 기도를 올리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여신과 프레이가 나누던 대화를 엿들어버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린 페를로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