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5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59화(159/524)
Episode 159
프레이와 루비가 싸울때보다도 더 어두워진 태양때문에 잘 구분할 수가 없었지만,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빠.”
그 덕분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황궁의 정원에서, 아브라함은 독한 담배를 피우고 있고, 아리아는 넋을 잃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그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유일한 인물인 페를로체가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으읏…”
왜 페를로체가 그 자리를 지키던 마지막 인물이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누구도 프레이의 행방을 차마 말하지 못하자, 아직 오해가 있어서 그런거라 생각해 정원에 있던 사람들에게 싱글벙글한 미소로 모든 진실을 알린 아브라함.
그리고 아브라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용사파티였던 그들에게 속속히 도착하던, 여러가지 전보들과 파발.
마지막으로 페를로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 그녀가 기도를 드리면서 보고 들은 것의 일부와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이 점점 어두어져 가는 해.
그 모든 이야기와 정보를 보고 들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흩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인정할 수 없어. 용사는 루비님이야. 프레이가 용사일 리가 없다고.”
“조사를 해보겠어요. 지금까지 들은 말이 사실이라면… 분명 증거가 남아 있을 거라고요.”
대다수의 서브 히로인들은.
차마 그들이 들은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채로 흩어졌고.
“아……”
“””……….”””
어째서인지 창백한 표정을 짓던 이솔렛과 메인 히로인들은, 귀신에 홀린 표정을 지으며 근처에 있던 작전 막사로 향했다.
“으으…”
그렇게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페를로체는 날이 어두워질때까지 정원에 남아있었다.
왜냐하면.
페를로체가 프레이를 산산히 조각냈다는 사실을 듣고는, 사람들이 사과나 속죄의 말을 건내기도 전에 전부 정원 밖으로 쫒아내버린 뒤에.
“아들아…”
“으으, 으…”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정원에 남아있던 아브라함과 아리아를, 차마 모른채 두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
당장에라도 자신의 목을 조르고 싶어지는 죄악감을 느끼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아리아에게 천천히 접근하던 페를로체는.
“…아.”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가 무릎을 꿇고 있던 이유를 눈에 담는다.
“오빠아아아…”
한때 프레이를 죽일 생각만 하던 프레이의 여동생은, 그가 산산조각나며 세상에 남긴 유일한 흔적인, 반짝거리는 기운이 섞인 흙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 가까이 다가가거라.
“…..!”
그런 그들에게, 차마 말을 꺼내놓지 못하고 파르르 떨던 페를로체는.
– 널 매개로 삼아 구경을 하고 있는데, 잘 들리지가 않는구나.
자신의 머릿속에, 지금까지 자신을 따듯한 목소리로 격려해주던 마신의 거만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읏…”
눈물이 가득 맺혀있던 눈을 질끈 감은채,
일단은 마신의 말에 따르며 시간을 벌어주라 부탁한 태양신의 말을 상기하며, 한 발자국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아리아 씨.”
그러자 그녀의 시야에, 만신창이가 된 아리아의 무릎 상처가 들어왔다.
봉인되었던 기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아버지에게 진실을 들은 그녀가, 울먹거리며 집에서 뛰쳐나오다가 넘어져 생긴 상처가 말이다.
“우, 우 우선 상처를…”
그런 상처를 바라보던 페를로체는, 병들거나 다친 사람이 있었다면 늘 그래왔듯이 손을 뻗어 성력을 사용하려 했으나.
“…어?”
어째서인지, 그녀의 손에서는 성력이 나오지 않았다.
“왜, 왜 이러지…?”
덕분에, 피가 줄줄 흐르는 무릎을 앞에 두고 어쩔줄을 몰라하던 페를로체는.
“…성녀님.”
아리아가, 영혼이 빠져버린 목소리로 입을 열자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 하신 그말, 정말 사실인가요…?”
“그, 그게…”
“오빠가… 부활대신 안식을 선택한게 맞냐고요.”
“…네.”
이윽고 이어진 아리아의 질문에, 페를로체가 가혹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답하자.
“그럼… 더 이상 오빠를 만날수도…”
죽어버린 눈으로 반짝거리는 흙을 어루만지던 아리아는.
“…이야기를 나눌수도 없는거네요.”
꺼져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리고,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
“전 오빠가 미웠어요. 아니, 미운 정도가 아니라 소름끼칠 정도로 증오스러웠어요.”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던 아리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내며 적막을 깬다.
“제가 사랑해 마지않던 두 부모님을 빼앗아간 존재가, 오빠라 생각했거든요.”
이윽고 그녀는, 어릴적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어릴 때, 크게 앓아 누운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너무나도 아프고 고통스러웠고, 덕분에 저는 늘 그랬듯이 오빠를 찾았었죠.”
그녀의 말대로 어렸을적의 프레이는, 평소에 그녀가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면 입김을 호호 불어주며 소독을 해주었었다.
그렇기에 아리아는,
그때도 그의 오빠가 금새 달려와서, 마법의 입김을 불어주며 순수한 미소를 지어줄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빠는 어째서인지 몇날 며칠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게다가 어머니도 말이죠.”
간호를 받지 못해, 혼자 외로움을 느끼며 끙끙 앓다가 겨우 병을 이겨낸 그녀는, 이내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너무나도 사랑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제 어머니가 오빠와 함께 숲에 숨바꼭질을 가셨다가, 오빠의 실수로 사망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었죠.”
그 말대로 아리아는, 한동안 무지막지한 슬픔에 잠겨 살았었다.
어머니가 죽은 이후에, 프레이가 삐뚤어지기 시작했을때는 한층 더.
그리고.
몇년 후에 아버지마저 오빠가 벌인 일의 뒷수습을 하다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는.
슬픔을 넘어서 오빠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성녀님, 그런데 제가 기억을 되찾고 알게 된… 진짜 진실이 뭔지 아시나요?”
그 덕분에, 프레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에게 비수를 꽂던 아리아가.
프레이를 볼때마다 부모님을 앗아간 괴물이라 생각하며, 온갖 욕설을 뱉어내던 그녀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갱생시키려보려 했지만, 결국은 자신의 걱정을 접게 만든, 세상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사람의 흔적을,
어떻게든 잡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 스르르…
프레이의 밝은 기운과 섞인 흙을 자신의 손에 움켜쥐는 것으로 말이다.
물론, 반짝거리는 흙은 그저 그녀의 손을 하염없이 빠져나갈 뿐이었다.
“…..이걸 좀 봐보세요.”
그렇게 한참을 흙을 어루만지던 아리아는, 품에서 낡은 일기장을 꺼내어 페를로체에게 건내준다.
[프레이의 일기장]그 일가장의 겉면에는.
살짝 삐뚤빼뚤한 글씨체를 가진, 프레이의 서명이 적혀있었다.
“아버지가 제게 주신 일기장이에요.”
“네, 네에…”
그 투박한 일기장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페를로체를 바라보며, 아리아는 말한다.
“제가 표시한 부분을 읽어보세요.”
“….아, 알겠습니다.”
얼굴에 여러가지 표정이 스치는 아리아의 그러한 부탁에, 페를로체는 떨리는 눈빛으로 일기장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년 ○○월 ○○일] [사랑스러운 내 동생이 병에 걸렸다. 그래서 너무너무 슬프다. 차라리 내가 대신 걸렸으면 좋았을 텐데.]“이, 이건…”
아리아의 걱정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 그 일기장은, 그 뒤로도 한참동안이나 이어져 있었다.
[아 참, 그나저나… 어머니가 방금 숲으로 가셨다.잘은 모르겠지만, 아리아의 병을 고칠 단서를 찾으러 가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한동안 이어지던 아리아를 걱정하는 글이 끝난 곳에는, 그러한 메세지가 있었다.
[그러니, 나도 몰래 따라갈 것이다! 아리아랑 같이 숨바꼭질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벌써 며칠째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한손 거들면, 분명히 어머니도 좋아하겠지?]그 일기장의 내용을 전부 읽고 ‘추신’ 부분을 읽은 페를로체는.
Ps. 그런데, 아까 1층에서 어머니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셨었다 저주? 협상? 거래? 그런 단어들이 오가던데… 대체 뭘까?
“…이건?”
떨리는 눈빛으로 아리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는, 병이 아니라 저주에 걸린 거였어요.”
“네?”
“어머니를 죽이고 마물로 만든 진짜 배후인 두 흑마법사가, 제게 저주를 걸고 어머니를 협박했던 거라고요.”
그 말을 들은 페를로체가 굳는다.
“제가 죽는꼴을 보기 싫으면… 얌전히 실험체가 되라고.”
그런 페를로체를 바라보며, 눈에서 방울방울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아리아는.
“오빠는… 오빠는 그런 날 걱정해서 따라갔다가… 마물이 된 어머니를 죽이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됐는데, 전 그런 오빠에게 괴물이라 욕했어요.”
잔뜩 울먹거리며,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오빠가 저택에 감금되어 있을때… 암살자들을 저택에 침입시키는걸 도운게 저란 말이에요! 몇달동안, 오빠가 저택에서 편안히 잠도 못자게 한게… 바로 저라고요!!”
“…아.”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너무나도 많은 잘못을 했어요. 돌이킬 수 없는 짓들을 해버렸어요…!”
그렇게 어쩔줄을 몰라하며 말을 내뱉던 아리아는.
“사과해야 해요. 이렇게 오빠를 보낼수는 없어요.”
페를로체의 다리를 붙잡고는, 애원을 시작했다.
“안식을 선택한 오빠에게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제발 제 말을 전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저, 전 못해요…”
“천국에 있으신 분이랑 소통을 하실수 있잖아요? 그러니, 한마디만. 딱 한마디만 전해주시길…”
“…아리아 씨.”
그런 그녀에게 페를로체는.
“전, 할수 없어요.”
처참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프레이 씨는, ‘소멸’을 택했어요.”
“…..네?”
그 말을 들은 아리아의 눈이 동그래진다.
“아까… 못 들으셨나요. 제가 프레이 씨가 안식을 선택했다고 말 한 후에, 덧붙여 말한 것을.”
“아, 아아…”
그리고, 이어진 페를로체의 말을 들은 아리아는.
“……….”
그대로, 할말을 잃어버린채 굳어버렸다.
“흐으, 흐으으…”
그렇게 한동안 그 상태로 울음을 흘리던 아리아는.
“오빠아아아아아아…”
그대로 프레이가 남긴 반짝거리는 흙에 엎어져,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
그런 아리아의 앞에 멍하니 앉아있던 페를로체는.
“저, 저기… 아브라함 님.”
조심스럽게 저 멀리 있던 아브라함에게 말을 건내기 시작했지만.
“아, 아브라함 님. 부디 저를…아?”
이내, 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도저히 슬픔을 견딜 수 없던 아브라함은, 이미 강력한 약을 피우고 잠든 후였다.
“아아…..”
그것도, 한번 맡으면 다시 일어나는데 몇주일은 걸리는 약을 말이다.
“아아아…”
그런 그를 쳐다보며 몽롱한 표정을 짓던 페를로체는.
이내 의식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 다시 일어날때 쯤에는, 모두가 진실을 깨달았을 거다.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귓가에 들린것은, 거만한 어투의 마신이 남긴 말이었다.
– 그 지옥을, 내게 보여주거라.
.
한편 그 시각.
황궁의 근처에 있던, 작전 본부용 막사.
“마왕군이 전부 무력화 된 채 쓰러져 있습니다!”
“참모 르메르노의 목은 날아가 있었어요. 그리고…”
“속보입니다, 제국에 있는 모든 신문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제국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담긴 정보가…!”
그곳에 속속히 전령들이 도착하여, 싸움이 끝난 제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희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
하지만, 이내 전령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 여러분?”
막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신들린 얼굴을 한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억이.”
그런 사람들 속에서, 허리춤에 차있던.
프레이가 선물해줬던 애검을 어루만지던 이솔렛은.
“기억이… 돌아왔어.”
영혼이 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렸을적의 프레이가 조작을 가한 사람들의 기억이, 동시에 돌아온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