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6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60화(160/524)
Episode 160
“…아.”
처참한 표정으로 상석에 앉아 있던 이솔렛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얘, 얘들아.”
이윽고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주변에 있던 소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했으나.
“”……….””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녀들을 발견하고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굳이 질문을 하지 않아도, 그녀들 역시 자신과 비슷한 기억을 떠올려 냈다는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으…”
그런 상황에서 바들바들 떨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이솔렛은.
– 스윽…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지, 지휘관님!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싸움이 끝난건가요? 대체 이게 다 무슨…”
“비…켜.”
이윽고, 입구에서 자신을 막아서던 전령들을 양옆으로 밀친 그녀는.
“…아?”
바깥으로 나서려다 말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이솔렛의 시야에, 자리에서 일어난 네명의 소녀가 들어온다.
– 스윽
그런 소녀들과 함께 천막에서 나온 이솔렛은.
“프레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프레이를…”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다.
“프레이를 모아야 해…”
울다 지쳐 쓰러진 아리아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쓰러진 페를로체, 그리고 약에 취해 잠든 아브라함이 있는곳에 도착한 그녀는.
– 스윽, 스으윽…
퀭한 표정으로, 반짝거리는 흙을 모으기 시작했고.
– 스으으윽…
그러자, 뒤에 있던 네명의 소녀 역시,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그 행위에 동참했다.
그렇게 한동안 프레이의 흔적을 긁어모으던 그들은.
“프, 프레이를 모아야 해… 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이솔렛을 보고는, 표정을 굳히기 시작했다.
“바람에 날아가기 전에… 이렇게나마 남긴 마지막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모아야 된단 말이다.”
그런 그녀들의 반응에도 그저 바닥에 있는 반짝거리는 흙을 자신의 검집에 채워넣던 이솔렛은.
“…….으극.”
그때까지 유지하고 있던 포커페이스를 깨트리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어렸을때 기사의 길을 선택하며 절대 울지 않기로 하늘에 맹세한 이후, 처음 흘려보는 눈물이었다.
“…교수님은, 어떤 기억을 보셨나요?”
그런 이솔렛을 바라보던 세레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프레이가 어렸을적의 기억이었다.”
그러자 그런 세레나와,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녀들에게, 이솔렛은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린 프레이가 조작해놓았던 기억을… 확실히 떠올려버렸어.”
“무슨… 기억이었죠.”
세레나가, 퀭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무슨 기억이었냐고?”
손톱이 다 까질때까지 땅바닥을 긁어대던 이솔렛이,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녀들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느날처럼 프레이의 집에 같이 수련을 하러 찾아갔다가, 대련을 신청한 녀석에게 진 기억이었다.”
“…교수님이 지셨다고요.”
“완패였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왼팔만 쓴 나에게 져 씩씩 거리던 꼬맹이가… 날 한 합만에 날려버렸었다.”
그렇게 말한 이솔렛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벽에 처박혀서 기침을 해대고 있는데, 녀석이 날 보고 뭐라 했는지 아느냐?”
“뭐라…했죠?”
“녀석은, 무섭다고 했었다.”
“…아.”
“갑자기 용사가 된것도 무섭고,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이 생겨버린 것도 무섭고,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음에도, 또렷하게 뇌리에 떠오르는 그 장면을 상기하며 말을 이어나가던 이솔렛은.
“…더 이상 내게 의지할 수 없는게 무섭다고 했었다.”
닭똥같은 눈물을 미처 다 긁어 모으지 못한 반짝이는 흙에 흘리며.
“그 어린 아이가, 더 이상 내게 어리광을 피우지 못하고 상처를 입혀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한 채로 벌벌 떨고 있었단 말이다.”
“아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녀석을 안아주려 접근했었는데…”
띄엄띄엄 말을 이어나갔다.
“…녀석이, 갑자기 스크롤을 찢더니, 억지로 활짝 웃으며 마지막 말을 남겼었다.”
어느새 피 범벅이 되어버린 손을, 파르르 떨며 말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를 세상에서 두번째로 존경할거라고.”
그 말이 끝나자, 잠시 주변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녀석은 정말로 그 말을 지켰다.”
그 정적속에서 말을 하는건.
“페를로체의 말에 따르면, 헤아릴수도 없는 회귀를 하는 바람에 억겁의 시간속에서 고통받았을 녀석이…”
오직 울먹이는 이솔렛 뿐이었다.
“검은 사람을 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내 가르침을 기억해내고는, 싱긋 웃었단 말이다…..”
피범벅이 된 손으로 흙을 움켜잡으며, 이솔렛은 한탄을 이어나간다.
“프레이를 가장 사랑하는 제자로 두기로 약속했던 나는… 그 약속을 저버렸는데. 녀석은 그 꼴이 되고 나서도 날 존경했었다.”
울음이 섞인 그녀의 그러한 한탄이 정원을 가득 메웠지만, 돌아오는건 메아리 밖에 없었다.
“아카데미 공방전 때, 날 살린게 루비가 아닌 프레이였다. 경매장 때 세뇌당한 날 구해준것도 녀석이었고, 학생들이 스폰서를 강요당할때 학비를 지원해준것도 녀석이었어.”
“……..”
“그런데 난… 나는…”
그런 메아리를 들으며, 생전 처음 지어보는 연약한 표정을 짓던 이솔렛은.
“…흐극.”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이를 악물었다.
“”……..””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제 부모님이 절 흑마법사로 만드는 바람에, 도련님의 어머니가 웨어울프가 되었습니다.”
“난, 프레이가 그 웨어울프를 죽이는데 공헌했어.”
“저는… 제가 황제가 되지 않으면 프레이가 죽는 맹약을 걸게 만들었어요.”
이윽고, 적막이 흐르던 소녀들은 일제히 자신이 떠올린 기억을 말하기 시작했고.
“…전, 프레이의 수명을 90년이나 뺐어갔네요.”
덕분에 한층 더 우울해지던 분위기는, 죽어버린 눈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세레나의 발언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래.”
그렇게 최악으로 치닫은 분위기 속에서, 이솔렛은.
“이 검도 프레이가 준 거였지.”
검집에 프레이의 흔적을 담느라 잠시 바닥에 내려놓았던 자신의 애검을 바라보며, 표정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프레이는 검사고… 검사에게 검은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어.”
“…네?”
“그리고 검이 분신이라면, 검집은 분신을 담는 그릇이지.”
그렇게 말하는 이솔렛의 눈빛에는, 과거의 카리스마도, 전장을 휘어잡던 용맹함도.
“그러니… 이 검집에 프레이가 남긴 흔적을 전부 담는다면…”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던 끈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자, 장례식 정도는, 치루어줄 수 있지 않겠느냐…?”
그저, 눈물만이 맺혀있을 뿐이었다.
“저, 저기… 여러분.”
그런 이솔렛의 말에 따라, 귀신에 홀린 표정으로 검집에 흙을 밀어담던 소녀들은.
“이제 슬슬… 시간이 됐습니다.”
“”……..?””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곁으로 다가온, 황실 관리를 퀭한 눈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 기자들과 각국의 사신들이 빼곡히 모여있습니다. 공식 기자회견이 벌써 몇시간이나 밀린 상태고요. 조금이라도 더 지체되면, 폭동이 일어날거에요…!”
“…그게 무슨 소린가.”
싸늘하게 관리를 노려보는 소녀들을 대신해, 울먹이던 이솔렛이 힘겹게 질문을 던지자.
“세, 세계의 향후 운명을 결정지을 결전을 마친 용사파티가…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으니 당연한 일 아닙니까?”
관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답했다.
“우, 우리는… 용사파티도 아닌…”
“루, 루비님은 이 자리에 없고… 페를로체 님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의식을 잃으셔서… 그 다음 최고권자가 바로 이솔렛 님과 클라나 님입니다.”
죄책감이 어린 표정으로 뭐라 말하다 루비라는 말에 움찔한 이솔렛은, 관리가 그렇게 말한 후 간절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자.
“…내가 하는 기자회견은, 어디에 발표되는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물었다.
“제, 제국 전역입니다. 제국 전역에 방송됩니다.”
“……..그런가.”
이윽고, 이어진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이솔렛은.
“그럼, 가지.”
이를 악물고 울음을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그런데 그것은…?”
“…신경쓰지 말게.”
품에 프레이의 흔적을 담은 검집을, 소중히 안은 채로 말이다.
.
– 찰칵, 찰칵! 찰칵!
“이쪽입니다! 이쪽을 봐주세요!”
“예상 시간보다 몇시간이나 늦으신 이유는 뭔가요?”
“저번에 용사파티 불화설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셨는데, 그것이 정말로 사실인지…”
기자회견장에 이솔렛과 카니아, 세레나, 클라나, 이리나가 나타나자, 현장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정숙, 부디 정숙해주십시오.”
그런 분위기는,
이솔렛이 너무나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삽시간에 잦아들었다.
“뭐, 뭐야? 설마 진거야?”
“…그렇다 치기에는 너무 멀쩡하지 않아?”
“그럼 왜 다들 얼굴이 저런데?”
왜냐하면, 그들도 기자나 사신들이기 이전에 사람이었기에.
자신들은 물론 세계의 목숨이 걸린 전쟁의 승패에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 때문에, 모두에게 침묵요청을 한 뒤에도 아무 말이 없는 이솔렛의 태도에, 기자들은 슬슬 긴장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왜 아까부터 태양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겁니까!”
“용사파티는, 승리한 겁니까?”
“용사 루비는 어떻게 됐고, 프레이는 어떻게 된거죠?”
하지만 그 긴장마저도 곧 질문으로 승화시켜버린 그들을 쳐다보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이솔렛은.
“답변드리겠습니다.”
슬픈 표정을 지으며.
“태양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는 의식을 잃고계신 성녀님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이야기를 시작했다.
“용사파티의 승패에 관련해선, 너무 복잡한 사안이기에 지금 전부 말씀드릴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잠시 뜸을 들이던 이솔렛은.
“…프레이는, 죽었습니다.”
첫번째 폭탄발언을 던졌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래서, 용사 루비는 어떻게 됐…”
덕분에, 눈이 돌아간 기자들이 일제히 질문을 던지려했지만.
“저는 방금, 용사 루비와 마왕 프레이의 행방을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솔렛은 그들을 무시한 채.
“이에 저는, 모두가 알아야만 하는… 한가지 진실을 알리려 합니다.”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 찰칵, 찰칵! 찰칵!
그렇게, 예사롭지 않은 이솔렛의 말에 기자들의 관심이 단번에 쏠리자.
“루비는, 용사가 아니었습니다.”
품에 안고 있던 검집을 세게 잡으며, 이솔렛은 그 관심에 걸맞는 두번째 폭탄 발언을 던졌다.
“프레이 역시 마왕이 아니었고요.”
이윽고 정신을 차릴 틈도없이 세번째 폭탄발언이 이어지자, 특종을 잡았다 생각하며 바쁘게 촬영 마도구를 놀리던 기자들이 전부 얼어붙어버렸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는…”
그렇게 자신의 뒤에 서있던,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들과.
“스, 스승님…”
“프레이가, 프레이가 정말 용사라고…?”
“…말도 안돼.”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던 서브 히로인들을 한번 바라본 그녀는.
“…용사였습니다.”
이내 울먹거리며, 전 제국에 선언했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가, 저희들을 수호하던 용사였다고요.”
그날, 제국이 침묵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