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6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61화(161/524)
Episode 161
“아, 안녕하세요… 로즈윈 님…”
“…..네.”
결전의 전투가 벌어진 지 며칠 후, 로즈윈이 아카데미에 찾아왔다.
“실례좀 할게요.”
“아, 알겠습니다.”
그것도, 진상조사와 용사파티의 대표라는 책임을 떠맡은 채로.
물론, 그녀가 원래부터 그런 중요한 위치에 내정되어 있던건 아니었다.
하지만.
높은 신분을 가진 이솔렛, 클라나, 세레나와, 파티의 핵심 멤버였던 카니아와 이리나가 칩거를 택했기에.
자동으로 남은 사람들 중 신분이 가장 높던 로즈윈이, 기자회견에서 나온 충격적인 사실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프레이의 일기장]– 아무나 만지지 말것.
그렇게 조사를 해나가던 로즈윈은, 프레이의 동생인 아리아에게 일기장을 건네받았고.
프레이가 용사가 되기 직전까지는 평범한 일상들이 적혀있었지만, 용사가 된 후로는 ‘한글’이라는 글자로 적혀있던 치열한 기록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실로 오랜만에 선라이즈 아카데미에 찾아왔다.
[○○년 ○○월 ○○일] [오늘은, 로즈윈에게 장미 한송이를 줬다.그리고,
기만의 로브를 착용하고 미리 약속했던 학생과 밥을 먹었다.
다른 학생들은 눈치껏 지원금을 식비나 유흥거리로 빼돌려 쓰곤 하는데, 오늘 밥 약속을 한 이 소심한 소녀는 단 한번도 그런적이 없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호화로운 레스토랑에서 밥을 사주곤 한다.
이 일은 수많은 회귀로 인해 메말라버린 내게 몇 안 남은 유일한 유흥거리다.
옛날처럼 착한일이 재미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미소를 보면 왠지 모르게 따라 웃고 싶어지니.]
“…음.”
그렇게, 지금은 칩거해있는 세레나가 만들어준 ‘한글’을 해석하는 방식이 적힌 공책을 들여다보며, 일기장에 써진 글자들을 실시간으로 해석해가던 로즈윈은.
“저기…”
마왕과 용사파티의 최후의 결전때문에 반쯤 휴학상태인 아카데미의 도서관에서, 자신의 1학년 선배를 만났다.
로즈윈이 오늘 아카데미에 찾아온 이유인.
일기장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고 기록되어 있던 소녀를 말이다.
“…혹시, 이야기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아, 네에…”
로즈윈의 질문에, 안경을 낀채로 책을 읽고 있던 소녀가 소심하게 답한다.
“지난 몇년간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속칭 ‘돈의 용사’를 아시나요?”
“네! 진짜 좋으신 분이죠!”
하지만 이어진 로즈윈의 질문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던 저희들에게 지원도 해주시고, 밥도 사주시고. 정말 따듯하신 분이에요! 한마디로, 은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네, 그렇군요…”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로즈윈의 얼굴은 점차 어두워진다.
“그럼, 혹시 이 날짜에 그 분과 밥을 먹으신적이 있으신지…”
“음… 네! 이때 은인님과 같이 식사를 했었어요!”
그리고 소녀가 확답을 하자, 로즈윈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항상 맛있는 걸 사주시던 분이었는데… 용돈도 주시고, 가끔은 학교생활은 좀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하셨어요.”
“그, 그렇군요…”
“그런 고마우신 분이라, 졸업 후에는 그 분을 도와드리려고요.”
그렇게 말한 소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번년도에 졸업을 하면, 그분이 세우신 자선재단에 취직하는게 제 꿈이에요.”
“아…”
“사례를 드리려고 해도 절대 안 받으시고, 정체또한 알 수없으니… 은혜를 갚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말하던 그녀의 교복에는, 반짝이는 뱃지가 걸려 있었다.
“그, 그건…”
“에헤헤, 눈치채셨겠지만… 제가 돈의 용사님의 팬이거든요.”
자선재단이 파는, 반짝이는 동전 모양 뱃지가.
“비록, 세계적인 용사인 루비님보다는 인기가 없으시지만… 제 마음속 용사님은 돈의 용사님… 아.”
흐뭇한 표정으로 뱃지를 어루만지던 소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 그… 그러니까… 아니에요.”
이윽고, 썩어들어가던 로즈윈의 눈치를 보던 학생은.
“아, 맞다. 그런데, 이런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이내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다급히 질문을 던졌다.
“아, 그게… 그러니까…”
“혹시 로즈윈 님은, ‘돈의 용사’님의 정체를 아시는 건가요?”
“네?”
“그, 그렇잖아요. 어… 그러니까…”
로즈윈이 뒷세계의 거물로서 용사파티의 정보를 담당했으니, 활동 영역이 겹치는 ‘돈의 용사’의 정체도 알고 있지 않겠냐는 사실을 어떻게 돌려말할까 고민하던 소녀는.
“아, 아무튼요… 혹시 그분을 아신다면, 이것좀 전해주실래요?”
이내, 돌려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이건?”
“벼, 별건 아니고… 꽃이에요. 시들지 않는 꽃.”
그 말대로, 산지 꽤 오래되어 보이지만 여전히 싱싱한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로즈윈은.
“그 분이 지원해주신 돈을 꼬박꼬박 모아서 샀어요. 식비랑 군것질거리도 아껴가면서요.”
“아….”
일기장에서 언급됐던 내용이 나오자, 조용히 신음을 흘렸다.
“이제 졸업이 얼마 안 남아서, 만나면 어떻게든 드리려고 했는데… 요즘 통 보이시질 않지 뭔가요?”
“…..읏.”
“진짜 이상해요. 원래 3일 간격으로 매일매일 찾아오셨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건 아니겠죠?”
이윽고, 그 말을 듣고 처참한 표정을 짓던 로즈윈은.
– 스윽…
자기도 모르게 꽃을 받아들었다.
“아, 받으셨다. 그럼 누구신지 아시는거 맞죠?”
그러자, 소녀는 너무나도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꼭 전해주세요. 그분에게 가장 필요해 보이던게, 그 꽃이거든요.”
“…네?”
“저랑 만나실때마다 꼭 꽃이야기를 하셨거든요. 여자는 무슨 꽃을 좋아하냐고. 혹시 여자들이 장미꽃을 싫어하냐고. 제가 꽃을 받는다면, 무슨 꽃을 받고 싶은지까지.”
그러자, 로즈윈의 뇌리에 아까 일기장에서 봤던 문구가 떠오른다.
[오늘은, 로즈윈에게 장미 한송이를 줬다.]담담한 어투로 적혀있던,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는 듯한 형식의 문구가.
“처음에 만날때는 별 감흥없이 이야기 하셨는데, 점점 진지하게 물어보시기 시작하더니…”
“…하더니요?”
“끝에 가서는, 보기만 해도 측은할 정도로 간절히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게까지 감정을 드러내시는건 처음 봤어요.”
“그, 그게 언제쯤이였죠?”
“음… 그러니까…”
손을 파르르 떨기 시작한 로즈윈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소녀는.
“…프, 프레이 씨가 잡혀가기 하루 전이었어요.”
이내, 로즈윈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죄, 죄송해요. 제가 공부만 하느라 시간 개념이 없어서…”
“그때, 그때면…”
하지만 그런 소녀는 신경도 쓰지 않은채, 로즈윈은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프레이가, 내게 마지막으로 꽃을 줬던 날인데.”
그 말대로, 프레이는 잡혀가기 하루전에 그녀에게 찾아왔었다.
“로즈윈, 오랜만이네? 저기, 부탁인데…”
“몇번을 말하나요? 프레이?”
그런 프레이에게, 로즈윈은 싸늘한 표정으로 답했었다.
“당신이 주는 꽃은, 억만금을 준다 해도 안받는다고요.”
“저기, 미안해. 저번에 구해온다던 ‘시들지 않는 꽃’은 못구했지만… 그래도 꽤나 예쁜 장미꽃을…”
“계속하시면, 용사님을 부를거에요.”
직접 주문한, 루비의 인형을 끌어안으며 말이다.
“당신에게 아양을 떨며 비위를 맞춰주던 나날은 끝났어. 그 지겨운 꽃도 더 이상 받을 이유가 없다고.”
“…저기.”
“그러니까 꺼져. 제발.”
물론 루비에게 푹 빠져있던 로즈윈은 그를 문전박대했고.
“…뭐야? 언제 두고 갔어?”
그가 내려놓고 간 꽃은, 휴지통에 던져버렸었다.
‘…왜 그렇게나 간절히 내게 꽃을 주려 했던거지? 대체 왜? 어째서…?’
그렇게 회상을 마치고 의문에 빠져있던 로즈윈은.
“저기… 그리고 되도록이면, 제 말도 좀 전해주시겠나요?”
“…네?”
그때까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소녀의 부탁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지옥뿐이었던 제 삶에 희망을 줘서 감사하다고요.”
그런 로즈윈에게, 소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도 없어서 학교의 도서관에서 지내던 제게 관심을 주시고, 문라이… 아니, 나쁜 집단에서 기어코 발을 빼는걸 도와주시고… 제 친구들이 나쁜 귀족들에게 팔려가는것도 막아주시고…”
“네, 네에?”
“…노예시장에 있던 제 동료들도 구해주신데다가, 죄없는 평민들을 구해주시기까지. 무엇보다도,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자선 재단을 만들어주셔서 고맙다고요.”
그렇게 말한 소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그 분에게 은혜를 입은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제게 대신 좀 전해주래요. 감사 인사도, 사례도 받지 않으셔서 말이죠.”
“으, 으읏.”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이제 평민 대표 아리스가 아닌… 자선재단의 비서 아리스가 될게요.”
절대 전해질 수 없는 그 말을 들어버렸기에,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던 로즈윈은.
“그나저나, 걱정이네요. 왜 요새 안 보이시는 걸까요.”
말을 마치고 다시 책을 집어들던 아리스가, 갑자기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움찔거렸다.
“자선재단에 연락해 봤는데, 몇개월 전부터 잠수를 타셨데요. 그래서 재단 운영도 힘들어지고 있다던데… 어디 다치신건 아니겠죠?”
“………”
“정체를 숨기시는것도 그렇고, 역시 위험한 일을 많이 하시는것 같던데… 요새 너무 걱정이되요.”
그렇게 말하던, 아직까지도 로즈윈이 ‘돈의 용사’와 비즈니스 파트너라 믿고 있던 아리스는.
“…혹시, 아시는거 있나요?”
상당한 희망을 품은채로, 로즈윈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 가가 갈게요. 전.”
“네? 아, 안녕히 가세… 아 맞다.”
그 덕분에 더는 버틸 수 없었던 로즈윈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리스는 간절한 표정으로 뒤돌아선 그녀에게 말했다.
“…꼭 고백 성공하시라고 전해주세요!”
.
– 터벅, 터벅.
도서관에서 나온 로즈윈은, 홀린 표정을 지은채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 끼이익…
이윽고, 그녀가 도착한 곳은.
대부분이 외국이나 안전가옥으로 대피하는 바람에 상당히 한적해진 귀족 기숙사에 있던, 그녀의 방이었다.
“…..으으.”
방금 있었던 일 때문에 머리를 식힐 필요를 느껴 찾아온 곳이었지만, 로즈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것은.
루비의 사진, 그녀와 루비가 찍은 사진, 루비의 칭찬이 가득 적힌 메모지들, 직접 제작한 루비 모양 인형. 그리고, 루비가 그녀에게 준 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 지지직…!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루비의 사진을 떨리는 손을 뻗어 떼어내려던 로즈윈은, 이내 사진들에 강력한 보호 마법이 걸려있다는 걸 떠올려내고는 이를 악물었다.
“이건…”
그렇게, 보호 마법이 작동된 여파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손을 부여잡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로즈윈은.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반드시 죽여야 함.
– 세상에서 제일 끔찍함
– 자꾸 꽃을 주려 함. 지긋지긋해.
– 용사님의 적.
.
“…..”
책상 바로 앞에 붙어있던, 프레이의 메모들을 보고는 말문을 잃었다.
– 펄럭…!
그렇게 한참동안 멍을 때리던 로즈윈은, 낡은 일기장을 펼치고 다시 해석을 시작해나간다.
[오늘은, 로즈윈에게 해맞이 꽃을 줬다.] [오늘은, 로즈윈에게 달맞이 꽃과 별맞이 꽃을 줬다.] [오늘은, 로즈윈에게 강아지 사랑꽃을 줬다.] [오늘은, 로즈윈에게 카나리아 꽃을 줬다.] [오늘은………]“…왜, 왜 이런걸 다 기록하던거야.”
그렇게 계속 해석을 이어나가던 로즈윈은, 일기장의 맨 앞에 항상 존재하는 문구를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다.
“대체, 뭐냐고……”
프레이의 메모 바로 옆에 붙어있던, 그의 사진에 시선을 돌렸다.
“………”
그렇게, 한참동안 사진을 바라보던 그녀는.
“다, 당신이 용사라고 쳐. 그치만… 어쩔수 없었잖아.”
결국 평점심을 유지하는데 실패한 채로,
“내, 내가 알면 도와줬겠지. 선셋 가문이 가진 ‘숙명’이, 2대 용사를 보조하는 거라고. 그러니, 당신이 용사인걸 알면 당연히 도와줬을거란 말이야.”
마구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애, 애초에… 당신 능력 때문에 우리에게 착한일을 하는걸 들키면 안됐잖아? 그래서 당신이 우릴 속인거였고. 그러니, 우… 우리는 죄가 없어. 애초에 우린 속았어야 했다고.”
그녀의 방을 가득 매우고 있는, 활짝 웃고 있는 루비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요, 용사를 보필하는게 내 평생 꿈이었는데… 내 평생 소원이었는데…”
로즈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프레이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말을 내뱉는다.
“…지금까지 날 살아있게 해준 용사가, 루비가 아닌 당신이었던거야?”
물론, 사진속의 프레이에게 답변이 돌아올리가 없다.
“…어?”
덕분에,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고개를 숙이던 로즈윈은.
“저거…”
그때까지 휴지통에 버려져있던, 장미꽃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내게…”
이제는 다 시들어버린 그 장미꽃을 퀭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녀는.
“저걸 주고 갔었지.”
조심스럽게 장미꽃에 손을 뻗었고.
“…그때, 받아줄걸.”
그렇게 중얼거리며 장미꽃과 그녀의 손이 맞닿은 순간.
– 파지이이이이잉…!
“…..!!!”
갑자기, 그녀의 손에서 빛이 일었다.
“뭐, 뭐야?”
덕분에 화들짝 놀라 뒤로 넘어진 그녀의 눈앞에.
[업적 달성: 모두가 그를 증오해도]“…어?”
반투명한 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조력자 시스템] [모두가 용사를 증오할때, 유일하게 그를 소중히 여겨주신 당신에게 드리는 작은 기적입니다.] [이 시스템은, 천년전의 계약에 의해 선셋 가문에 내려오는 것으로…]“…….???”
그렇게, 자신의 눈앞에 마구 떠오르기 시작한 창들을 혼란스럽게 바라보던 그녀는.
[…시스템 종료] [조력자 시스템을 영구적으로 종료합니다]계속해서 떠오르던 반투명한 창들의 앞에, 붉은 색 창이 떠오르자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아.”
마지막으로 떠오른 창을 보고는.
[사유: 용사,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의 사망]“…아아.”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얼빠진 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용사를 물심양면으로 도우신 당신에게 유감을 표합니다.]작은 기적은, 그 메세지를 끝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