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6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63화(163/524)
Episode 163
– 똑똑똑
“…저기요, 이솔렛 교수님.”
이솔렛의 집 앞에, 두 소녀가 찾아왔다.
– 끼이이이익…
“여, 열려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네요.”
그들은, 어째서인지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와 있는 루루와,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시였다.
“어… 아이시 님도… 이솔렛 교수님의 말을 듣고 오신건가요?”
“네, 네에.”
신분의 격차 때문인지, 같은 용사파티였음에도 말을 섞어본적이 별로 없기 때문인지, 상당히 어색한 말투로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이, 일단 들어가죠.”
“…그게 좋겠네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 전에, 잽싸게 집 안으로 들어섰다.
“으음… 왔느냐?”
그러자, 그때까지도 축 늘어져 있던 이솔렛이 헤실헤실 웃으며 그들을 반긴다.
“저기 프레이가 있으니 인사들 하거라.”
“…네?”
이윽고, 그렇게 말한 이솔렛은 다시 식탁에 엎어졌고.
“”……….””
이솔렛이 가리킨 곳을 바라본 둘은, 긴 침묵에 빠졌다.
“용사님… 부탁이에요…”
머리가 산발이 되어버린 로즈윈이, 무릎을 꿇은채로 웬 검집을 바라보며 빌고 있다.
“부디 꽃을 받아주세요… 기적을 일으켜주세요..제발요…”
자신의 뒤에 두 소녀가 새로히 나타난것도 알아차리지 못한채.
“모, 모든게 끝나고 꽃을 지닌채로 용사님에게 찾아가면… 기적이 일어난다면서요. 제발요, 제발…”
로즈윈은 간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제야 제가 섬겨야 했던 사람이 누군지 깨달았단 말이에요… 저희 가문을, 그리고 절 살아있게 해준 2대 용사가 누군지 이제야 깨달았다고요…”
왠지 모르게 사연이 많아 보이는 표정을 짓던 로즈윈이, 바들바들 떨며 손을 뻗는다.
“제, 제게 매일 주시던 러브레터… 그걸 받은 만큼 써드릴게요. 몇장이든지 써드릴 수 있어요.”
그 말대로, 로즈윈은 매일같이 프레이에게 러브레테를 받았었다.
처음 몇장은 자존감을 채우려 읽어봤었지만, 너무나 구구절절한 내용에 흥미가 팍 식어, 그 다음부터는 읽지도 않고 항상 난롯가에 던져버리던.
그리고, 프레이에게는 항상 잘 읽었다며 헤실거리던 그 러브레터를 말이다.
“뭐, 뭐든지 다 해드릴게요. 원하시는건 전부 따를테니…”
프레이는, 항상 로즈윈이 원하는걸 들어줬었다.
처음에는 사소한 부탁을 하다가,
점점 강도를 올려 나중에 가서는 무리한 부탁만 하던 루비와는 달리.
그는, 로즈윈이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들어줬었다.
오직, 그 대가로 저녁식사만을 요구하며 말이다.
“그러니, 제발 돌아와줘요오오…”
그런 생각들을 하던 로즈윈은, 일기장에서 봤던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정성스럽게 꽃을 보관할게요, 저녁식사도 같이 해드릴게요, 더이상 무도회에서 춤도 거절하지 않을게요, 이젠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일기장에 나와있는 기적이 무엇인지도 모른채로 말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기엔, 이미 로즈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번만, 한번만 대화하게 해주세요… 할 이야기가 있어요. 속죄라도 하게 해주세요. 제발 다시 나타나서 절 벌해주세요.”
검집을 잡고 고개를 숙인 로즈윈이, 절대 이루어질수 없는 소원을 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기적이 발현되어.
끝까지 자신에게 버림받았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도움을 원하던 남자가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오기를.
마왕을 돕고 용사를 공격해버린 자신을, 심판해주기를 말이다.
“제발… 한번만…”
그렇게, 횡설수설을 이어가던 로즈윈은.
“…아.”
검집의 반짝거리는 흙 위에 심겨져있던, 시들지 않은 꽃이 축 늘어져있는것을 보고는, 그제야 깨닫는다.
“아으.”
지금 자신이 간절히 빌고 있는 대상은,
다시 살아난 프레이도, 심지어 죽은 프레이의 시체도 아닌.
“아으으…”
그저 프레이가 사라지며 남긴 반짝거리는 흔적에 불과하다는 것을.
“………”
그걸 알아챈 로즈윈은,
조용히 검집에 담겨있는 반짝거리는 흙을 어루만진다.
– 스륵…
그러자, 반짝거리는 가루가 그녀의 손에 묻어난다.
“용사님…”
그렇게, 자신의 손에 묻어난.
그녀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던 남자가 남긴 흔적을 멍하니 바라보던 로즈윈은.
“죄송…”
말을 미처 다 끝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채, 침묵에 잠겼다.
“”……..””
그리고, 잠시 방에 적막이 흘렀다.
“이, 이건…”
로즈윈이 옆에 내려놓은 프레이의 일기장을.
“…일기장?”
그때까지 창백한 표정으로 상황파악을 해나가던 루루가 발견하기 전까진 말이다.
.
– 스륵…
“…아얏.”
일기장을 넘기다 손가락을 베인 루루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떨어진다.
“아으으…”
그녀에게 있어서는, 꽤 오랜만에 입은 상처다.
옛날에 쉴틈없이 해오던 자해는, 이미 끊은지 오래였으니 말이다.
“으음…”
그런 루루의 앞에서는, 아이시가 퀭한 눈빛으로 로즈윈의 해독 노트와 일기장을 번갈아 내려다 보고있다.
[이제와서 하는 소리지만, 아이시의 ‘얼어붙는 심장의 저주’는 사실 내게 있어선 축복이나 다름없다.불필요한 감정을 죽여버리는데는, 그만한게 없으니.
그녀의 저주가 아니었다면, 아마 난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것이다.]
“저, 저기… 아이시님.”
“…죄송해요. 지금은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요.”
일기장의 내용을 읽어내려가다가 자리에서 벌떡일어난 아이시는, 조심스럽게 이솔렛이 앉아있는 식탁에 있던 술병을 집어든다.
“제 가족들을 구해주고, 왕국을 부강하게 만들어준 은인에게 해준게…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저주를 걸어 감정을 죽이는데 도움을 준거라니.”
이윽고, 이솔렛의 옆에 앉아 잔에 독한 술을 따르기 시작한 아이시는.
“…루루 씨, 그거 아시나요?”
침울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어붙은 심장의 저주는, 감정을 얼어붙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심장 자체를 얼어붙게 해요.”
“네, 네에…”
“덕분에, 저주가 심해지면 숨을 한번 들이내쉬는 것만으로… 상당한 통증을 느끼게 되죠.”
그렇게 말한 아이시가, 잔을 한번에 비운다.
“…프레이는, 그런 통증에도 이미 무뎌져버렸던 걸까요.”
“……..”
“그런 끔찍한 저주를, 수없이 받고는… 감정을 죽일 수 있다고 기뻐하는 경지라. 저로서는 상상하기 힘드네요.”
이윽고 다시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한 그녀의 얼굴에는.
“일부러였겠죠? 노예시장에서 절 도발해서 저주를 옮기게 만든건?”
오만가지 감정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가끔 제가 말했었었죠? 내면의 목소리가 자꾸 절 괴롭힌다고.”
그 말을 들은 루루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시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간다.
“제 내면에서 들리던 거만한 목소리, 어렸을때 절 지옥에 빠트렸던 끔찍했던 목소리… 그리고, 절 자살직전까지 몰아붙였던 목소리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시의 얼굴에는, 회한이 가득 차있다.
“그런데 전, 그 목소리의 주인이 프레이라고 의심했었어요.”
“…네?”
“프레이가 제게 접근할 때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때마다… 목소리가 멈췄었거든요.”
“아…”
“저는 그걸 제가 보이는 곳에 있기에 말을 못하는거라 생각했죠.”
그렇게 말하며, 아이시는 일기장의 내용을 회상한다.
○○년 ○○월 ○○일
[아이시가 요즘 목소리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아무래도, 당분간은 아이시의 곁에 붙어지내야 할 것 같다.]
“사실은, 프레이가 가진 용사의 힘이 저주를 약화시켜서 그랬던건데.”
그렇게 말하며 담담하게 술잔을 비운 아이시는.
“저랑 만날때, 프레이는 항상 술을 마시자고 했었어요.”
“술… 이요?”
“…네, 그냥 술도 아니고 아주 독한 술을요.”
탁 소리를 내며 식탁에 술잔을 내려놓는다.
“프레이가 애주가라는건 널리 알려져있는 사실이었잖아요? 그래서, 제 앞에서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술을 마실때마다 정말이지 꼴보기가 싫었어요.”
그렇게 말한 아이시는, 다시한번 일기장의 내용을 회상한다.
○○년 ○○월 ○○일
[오늘은 아이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사실 오늘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 없었지만, 그녀가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눈물까지 흘리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나 잘 풀린 회차에서, 그녀가 저번 회차처럼 자살해버리면 안되니.
나와 이야기를 나눈 다음날, 그녀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건 이제 질색이다.]
그녀의 마음을, 가장 심란하게 만들었던 내용을.
[그리하여 최대한 오랜 기간을 그녀와 붙어있기로 마음먹었지만, 역시 이 일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그녀의 곁에 있으면, ‘얼어붙은 심장의 저주’가 몇배는 더 쎄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통에 무감각해진 나라도, 심장부근이 아예 얼음이 되어버리면… 숨을 쉴때마다 눈앞에 지옥이 펼쳐진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이유가 따로 있더라고요.”
아이시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와 장기간 대화를 할때 나는 무조건 도수가 70도 이상인 술을 지참한다.고통을 잊는 동시에, 가슴을 뜨겁게 데우는데는 술이 최고니 말이다.
물론, 나의 경우엔 내가 직접 개발한 술에 취하는 마법을 별도로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이젠 잘 먹히지도 않는 진통제보다는 술이 백배는 더 효과적이다.]
“저때문에 심장이 더 심하게 얼어붙는 고통을 참기위해 술을 마시는 거였어요. 꾸역꾸역 술을 마셔가며, 내면의 목소리를 막아준거였다고요.”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세번째로 잔에 술을 따른 아이시는.
“그런줄 알았으면… 술이라도 같이 마셔줄걸 그랬네요.”
한숨을 내쉬며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사실 저, 술에는 일가견이 있거든요.”
“…아아.”
“루루님은 어떠세요?”
“저, 저는… 한잔도 못마셔요.”
루루가 눈치를 보며 그렇게 말하자, 아이시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다시 술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제 앞에 서는 사람들은 죄다 그런 반응을 보이곤 하죠. 생각해보니, 제게 술을 마시자고 제안하는건 프레이 밖에 없었네요.”
“………”
“그가 그런 운명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좋은 술친구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어느새 빨개진 얼굴을 한채로, 아이시는 푸념을 이어간다.
“그만큼 불쌍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솔직히, 전 없다고 봐요.”
“으, 으으.”
“비록 속이고 속아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그에게 빚을 진것도 사실이고, 폐를 끼친것도 사실인데… 이젠 갚지도 못하게 생겼네요.”
그렇게 말하며 술잔을 입가에 가져가던 그녀는.
“…솔직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게 아니었어요.”
움직임을 멈추고는.
“그 일기장을 더 넘겼을때, 무슨 내용이 나올까봐 두려웠어요.”
살짝 떨리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혹시, 더 큰 비밀이 있는건 아니겠죠?”
그 말을 들은.
○○년 ○○월 ○○일
[정말 미칠 노릇이다.이번 회차가 역대급으로 잘 풀리니, 루비가 역대급으로 아이시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던 날 쫒아내고는,
겉으로는 위로를 해주는 척을 하며.
속으로는, 아이시가 어렸을때 그녀에게 심어둔 저주를 통해 입에 담기도 힘든 말들을 속삭이고 있다.]
아까부터 굳은 표정으로 새로 넘긴 일기장의 페이지를 바라보고 있던 루루는.
[이렇게 되면, 그녀에게 집적거리는 빈도를 더 늘릴 수밖에 없다.부작용으로 심장이 완전히 얼어붙어서 한동안은 고통에 떨며 살아야겠지만.
리트라이를 하는것보단 나을 것이다.]
“저기… 루루씨? 뭘 그렇게 심각하게 보시고 있나요?”
“아, 으아아…”
“서, 설마…”
“아, 아무것도 아닌…!”
아이시가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오자, 황급히 일기장을 넘기며 답했지만.
“…어?”
이내, 표정관리에 실패한채로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년 ○○월 ○○일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심장이 과도하게 얼어붙은 부작용 때문에, 루루에게 실수를 해버렸어.
이러면 안되는데…
로즈윈을 영입할 수 없는 이상, 내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건 그나마 루루밖에 없단 말이야.
그녀를 껴안지 않으면, 이젠 잠도 제대로 안온다고.
사과를 해야해. 사과를.
다 와서 모든걸 그르칠 수는 없어.
아직 낙인도 다 못없애줬단 말이야.
여기까지 와서 그 루트로 가버리면…]
“…아?”
평소의 나긋나긋하고 무심한 글씨체가 아닌, 격한 글씨체로 써지기 시작한 페이지를 넘기던 루루는.
○○년 ○○월 ○○일
[뺏겼어.루루를 루비에게 뺏겨버렸어.
되찾아와야 해.]
“……..아.”
그 뒤로 몇장씩이나 반복되기 시작한 글자를 발견하고는 굳어버렸다.
[어디갔어 돌아와줘 어디갔어 돌아와줘 어디갔어 돌아와줘]“……으아.”
“루, 루루씨… 대체 왜 그러시는…”
그렇게 처참한 표정을 지으며 파르르 떨기 시작한 루루를, 불안하게 쳐다보며 질문을 던지던 아이시의 옆에서는.
“그래… 카니아… 나머지 세명을 모아 오겠다고…?”
이솔렛이 통신 수정구를 든채 실실 웃으며.
“그래, 수고하거라…”
통화를 하고 있었다.
“…프레이도 너희를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