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6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69화(169/524)
Episode 169
한때는 환자들로 가득 차 있던, 하지만 지금은 환자는 커녕 의사와 간호사조차 없는 제국 병원.
– 똑똑똑
당연하게도 한동안 노크소리가 들려온적이 없던 병실에, 선명한 노크 소리가 울려퍼진다.
“누, 누구신가요…?”
그러자, 병실 안에서 졸고 있던 메이드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는다.
“…….”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뭐, 뭐지?”
그 덕에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짓던 메이드는, 이내 천천히 방문으로 향한다.
– 끼이익…
“음?”
그리고는 낡아빠진 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병실의 문을 연 메이드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노크소리가 들렸지만.
문 앞에도, 복도에도 사람은커녕 개미새끼 한마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
덕분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던 메이드는.
“하아… 이런곳에 있으니 나까지 정신이 이상해진건가?”
이내, 투덜거리며 방을 나섰다.
“……..”
그리고, 잠시 방에 적막이 흘렀다.
– 파지직… 파지지직…!
갑자기 방의 중앙에서 스파크가 튀기더니.
“하…”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프레이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진 말이다.
“…클라나.”
목에 걸려있는 펜던트를 만지작 거리던 프레이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다시는 네가 그런 모습이 되는걸 보고 싶지 않았는데.”
“짹! 째잭!”
그리고 그 순간, 그때까지 지긋이 눈을 감은채 창가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한마리의 카나리아가 프레이의 품으로 달려든다.
움직여 본게 오랜만인지 상당히 비틀거리고 휘청이면서도, 두 눈을 프레이에게 고정시킨 채로 말이다.
– 포옥…
그렇게, 위태로운 비행끝에 프레이의 품에 안기는데 성공한 카나리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나리아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샤르르르…
기대했던 따듯한 감촉 대신, 자신과 맞닿은 프레이의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별의 마나가 자신을 이루고 있는 태양의 마나를 따끔하게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짹~♪째잭~♪”
덕분에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을 포기한 카나리아는, 프레이의 어깨에 자리를 잡고는 조심스럽게 그의 얼굴에 자신의 볼을 비비며 노래를 지저귀기 시작했다.
“…클라나.”
그런 모습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던 프레이는.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거야…?”
별의 마나로 이루어진 손으로 조심스럽게 카나리아를 쓰다듬으며, 슬픈 표정으로 묻는다.
– 파밧…!
그러자, 그때까지 그에게 노래를 지저귀던 카나리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내 잽싸게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 파즈즈…
이윽고 그때까지 죽은듯이 침대에 누워있던 클라나의 앞에 도착한 카나리아는, 그대로 그녀의 몸으로 스며들었고.
“프, 프레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껏 야윈 상태의 클라나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프레이에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진짜 프레이에요? 제가 아는 프레이가 맞는건가요!!”
그런 클라나에게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준 프레이는, 이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카나리아로 변해서 뭘 하고 있던거야?”
그러자, 클라나가 더듬거리며 답한다.
“카, 카나리아로 변해있으면… 감정을 죽일 수 있어서…”
“……”
“그, 그래도 틈틈히 돌아와서 업무는 했어요. 국민들은 전부 안전하게 대피시켰고… 황권에 대한 위임과 국가 총력전에 대한 서명도 했고… 그리고 어…”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프레이는.
“…하아.”
한숨을 내쉬며, 병실의 밖으로 걸어간다.
“프, 프레이? 어디가세요? 프레이!”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있던 여파로, 비틀거리며 그런 프레이의 뒤를 따라가던 클라나는.
“그런데, 대체 어떻게 돌아오신 건가요? 다, 당신은 소멸… 이 되신게 아닌지…”
이내, 불안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으음…”
그런 클라나를 뒤로한 채 병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온 프레이는, 이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어디론가 향한다.
“거, 거긴… 들어가시면 안되는데…”
이윽고 그가 경고 스티커가 붙어있는 문 앞에 서자, 클라나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한다.
– 끼이익…!
하지만, 프레이는 그런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문을 열어젖혔다.
“누구…시죠.”
그러자, 방 안에서 음침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방해되니, 나가주세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온갖 수식들과 마법진, 그리고 갖가지 실험 도구에 둘러싸인채 무엇인가를 써내려가고 있는 세레나였다.
“뭘 하는거지?”
그런 세레나에게 프레이가 질문을 던졌지만.
“……….”
세레나는, 그저 눈앞에 있는 공식에 열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가구들과 바닥, 그리고 벽지마저 전부 뒤덮어 버린 새카만 공식들에서 산출된 핵심 공식에 말이다.
“어디보자…”
한숨을 내쉬며 그런 그녀의 바로 옆까지 다가선 프레이는, 물끄러미 그 공식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입을 연다.
“8번째 줄의 2번째 식이 틀렸잖아.”
“…네?”
“그리고, 룬문자 배열식을 쓰는건 효율은 좋을지라도 성공률은 떨어져. 일회용인 스크롤인 경우에는 더하지.”
“자, 잠깐…”
“그리고…”
세레나가 써내려간 공식을 분석해주던 프레이는, 그제야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자.
“…너도 잘 알잖아?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프… 프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규율을 깨트리는 공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거야? 참 너답네, 세레나.”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천재인 너라도, 그건 못해.”
“아…..”
“내가 이미 무수히 많이 시도해 봤거든.”
그 말이 끝난 순간.
“프레이이이이!!!”
세레나가, 프레이에게 달려들었다.
“안돼요, 가지 마요. 프레이, 제발!!”
“…세레나.”
“조금만, 조금만 곁에 있어 주세요!! 당신을 이 세계에 남아있게 할 방법을 찾아낼테니! 조금만…!”
이윽고, 간절하게 비는 세레나를 바라보던 프레이는.
“…역시, 이건 내가 바랬던 해피엔딩이 아니야.”
조용히 주먹을 쥐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난 그저… 날 잊은 모두가, 이 불합리했던 세계에서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꿨을 뿐인데…”
“프레이! 그 목걸이좀 주세요! 분석을 해봐야겠어요…!”
“…모두가 날 잊은 세상도, 평화로운 세상도 아니잖아.”
그렇게, 창백한 표정으로 뒤에 서있던 클라나와 무엇인가 눈치채버린 후 전력을 다해 빌기 시작한 세레나를 번갈아 쳐다보던 그는.
“후우.”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입을 연다.
“너희들에게 물어볼게 있…”
“…제가 뭘 하면 되죠? 프레이?”
하지만,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세레나가 프레이에게 답한다.
“제 수명을 드릴게요, 아니… 영혼을 드릴게요.”
“…….”
“아니아니, 당신의 운명을 짊어져드릴수도 있어요. 그러니…”
“…하.”
그런 세레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프레이는.
“뭐,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나도 할게!”
뒤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클라나가 다급히 말하자,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고마워, 얘들아.”
그렇게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프레이는.
“다시 확인하게 해줘서.”
짧게 중얼거리고는, 목걸이를 벗었다.
“프레이……..”
“어, 어디갔어? 프레이?”
그리고, 잠시동안 조용히 두 소녀를 지켜보던 프레이는.
“…시스템.”
조용히 시스템을 불러들인다.
[클라나의 애정도: 100] [세레나의 애정도: <측정 불가>]“…음.”
그리고 그는, 이내 유심히 시스템 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좋아…”
‘메인 히로인 애정도 시스템’의 왼쪽 화면에 떠올라있는 ‘히로인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수치’가 아닌.
[카니아를 향한 애정도: 100] [이리나를 향한 애정도: 100] [클라나를 향한 애정도: 100] [세레나를 향한 애정도: 100] [페를로체를 향한 애정도: ???]화면의 오른쪽에 떠올라있는, ‘자신이 히로인들을 사랑하는 수치’를 말이다.
애초에 그는 조금 전에 이 시스템을 구입했을 때부터, 오로지 오른쪽 화면만을 보고 있었다.
히로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직, 그가 히로인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제대로 돌아오고 있네.”
왜냐하면, 다른 시간선에서 온 자신의 몸을 빌린 이후로 그는 히로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녀들에 대한 사랑을 복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야.”
아무리 강력한 기억삭제 마법을 써도, 완벽한 마인드 컨트롤을 사용해도, 영혼에 새겨진 그의 사랑만큼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정말… 다행이야…”
그렇기에 삭제되기 직전에 난입한 마신을 발견하고 당황해 카운트를 멈춘 이후로,
진실에 고통받는 히로인들과 자신이 그토록 행복해지길 원했던 세상이 빛을 잃어가는걸 두눈으로 지켜보던 그는.
결국, 다섯 히로인에 대한 사랑을 다시 일깨우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공동 심판자가 되셨습니다.심판을 할 대상 > 《메인 히로인 다섯명》]
그래야, 자신의 앞에 떠오른 의문의 문구대로 ‘메인 히로인’들을 심판을 하는 일이 발생할 때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이대로라면… 다음 회차에 가도 안전할거야.”
또한, 반드시 찾아오게 될 다음 회차를 대비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미래의 시간선에서 자신이 개입했음을 확인한 순간부터, 비록 시련으로 다시 구현된 존재이지만 압도적인 능력치를 가지고 있던 그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이번 회차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다음 회차가 존재하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급하게 히로인들에 대한 사랑을 복구하고 있었다.
다음 회차로 가게 된다면, 또다시 그녀들을 미워하게 되는 바람에 똑같은 우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그리고 다음번에야 말로, 진정한 해피엔딩을 안겨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하지만, 거의 모든것을 깨달은 그에게도.
“어떻게 리트라이가 성립된거지? 내 시스템적 능력은 이미 전부 지워졌을텐데?”
여전히 몇가지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역시 미래 회차의 나는 모든걸 까먹은건가? 어리바리한 행동도 그렇고… 필수적인 히든 요소가 숨어있는 애정도 시스템을 구매해놓지 않은것도 그렇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문점이 말이다.
“마치, 회귀 극초반의 나 같잖아?”
그렇게, 한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프레이는.
“일단, 끝을 보면 알겠지. 대체 어떻게 ‘리트라이’가 발동된건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며 중얼거렸다.
“…그럼, 마지막으로 페를로체를 만나러 갈 때로군.”
.
한편 그 시각.
“제발요…”
한참전에 사람의 발걸음이 끊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태양신 교단의 성당.
“부탁이니, 제발…”
그 성당의 안에서, 얼음장 처럼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페를로체는.
“리트라이? 회귀? 아무튼 저번에 말했던 그 능력을 제게 주세요…”
눈물을 흘리며.
“제가 모든걸 짊어질게요. 어차피 받을 수 있는게 당신과 연결되어 있는 저밖에 없기도 하고, 아무에게도 안주면 이 세상은 멸망하잖아요? 그리고…”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더 이상 그의 영혼을 부술 수는 없단 말이에요.”
자신의 앞에 서있는, 반파된 태양신의 석상을 바라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