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7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71화(171/524)
Episode 171
“”………””
침묵에 빠진 네명의 소녀를 지켜보던 페를로체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윽.”
그러자, 아까보다 더욱 상태가 심각해져버린 무릎에서 끔찍한 고통이 전해져 온다.
– 터벅, 터벅.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 그녀는,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카니아를 내려다본다.
“저, 정성을 들여 만들었는데…”
그녀는, 차갑게 식어서 말라붙어가는 샌드위치를 멍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한번쯤은… 고통받으실 걱정 없이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런 그녀에게서 눈을 돌린 페를로체는, 이번에는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이리나에게 다가간다.
“프레이… 미안…”
그녀는, 자신이 가져왔던 열매를 품에 안은채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모든게 늦어버린 후에야 바보 같이 고백이나 해버리고…”
그런 이리나의 옆에는, 입을 꾹 닫은채 자신이 들고 온 별맞이 꽃을 어루만지고 있는 클라나가 있다.
다시 돌아온 별을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준비했던, 지금은 그저 생기없는 꽃에 불과한 보물을 만지작 거리던 그녀의 눈에선.
한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어.”
한편 자리에서 일어난 세레나는, 위태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세계의 규율을 깨트려 버릴거야. 설령… 천륜을 어기더라도.”
그런 그녀의 눈빛은, 이미 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던 페를로체는.
“여러분.”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만약, 이 모든걸 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러자,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든다.
“그게 무슨 소린가요…?”
“페를로체?”
“모든걸… 돌린다니요?”
이윽고 쏟아지는 질문.
“…말 그대로에요.”
그런 그녀들에게.
“만약 모든걸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들은 어떤 선택을 할거냐고요.”
페를로체는 다시 한번 묻는다.
“그 어떤 ‘대가’를 지불한다 해도, 당신들은 기꺼이 되돌리실 건가요?”
그러자, 짧은 정적이 흘렀다.
“다, 당연하죠.”
이윽고, 가장 처음 입을 연것은 카니아였다.
“도, 도련님께 따듯한 음식을 대접해 드릴 수 있다면… 무슨 대가를 치루더라도 좋아요.”
그녀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물씬 묻어져 나오고 있었다.
“…모, 모든걸 되돌릴 방법이 있는거야? 그럼 내가 갈게.”
다음으로 입을 연건 이리나였다.
“내가 그의 검과 방패가 되겠어. 마왕이든 뭐든간에… 전부 부수는 그 만의 무기가 될거야.”
그는, 불타오르는 눈빛을 띤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황제 자리도, 부와 명예도, 자존심도 필요 없어요. 지금 제가 원하는건, 오직 절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프레이 밖에 없어요.”
세번째로 클라나가 입을 열었다.
“절 제물로 삼는 마법인가요? 제 몸이 초대형 의식을 치루기 위한 매개체로 가장 적합한건 알고 있어요. 그러니, 절 제물로 바치세요.”
그녀는, 자신의 가슴팍을 풀어 헤치며 말했다.
“…저는 이미, 여러가지 대가들을 바쳐가며 시도하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세레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한다.
“제 몸과 정신을 포기해서라도, 억겁의 시간동안 연구를 해서 세계의 규율을 깨버릴 생각이었는데…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요?”
그렇게 묻는 그녀는, 반쯤 이성을 잃은 채 퀭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
그렇게 네 소녀의 답변이 끝나자,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 끼이익…
그리고 그 침묵은, 갑자기 성당의 문이 열리면서 깨졌다.
“프… 레이…”
모두의 이목을 받으며 성당안 으로 들어온 사람은.
“프레이가… 여기에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만…?”
전속력으로 성당까지 달려오느라,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 있는 이솔렛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프레이가 그랬었죠.”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페를로체가.
“원래는 당신이 여섯번째였는데… 모종의 이유로 격하된 것 같다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섯번째에서 끝내야 미련이 없을 것 같다고 말이에요…”
“페를로체?”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네요.”
“무슨 말을 하는게냐… 그래서, 프레이는 어디에…”
그렇게 말하며 그때까지 그녀가 기도를 드리던 성당의 제단으로 올라간 페를로체는.
“아무튼, 여러분들의 뜻은 잘 알겠어요.”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제가 아닌 그 누구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거에요. 그쵸?”
여전히 뜬구름을 잡는 소리를 하는 페를로체를, 다른 히로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그녀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페를로체는.
“그럼…”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며, 말을 맺었다.
“조만간 다시 뵈요.”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페를로체에게서 찬란한 빛이 성당을 감쌌다.
.
“으으…”
머리가 아파요.
아니, 머리 뿐만 아니라 온 몸이 쑤셔요.
오랜만에 신성력을 쓴 여파인 걸까요?
방금 뿜어낸 신성력은 지금까지 제가 쓴 신성력 중에서도 가장 강했으니, 몸이 아픈건 당연한 여파일수도 있겠네요.
– 스윽…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제 앞에 한 여인이 서 있어요.
“페, 페를로체 씨…”
온 몸에 상처를 입은채로 비틀거리고 있는, 몸에서 상당히 희미한 빛을 내뿜으며 제 이름을 부르는 여인이요.
“태양신… 님.”
“네, 네에…”
그런 그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여인이 움찔거리며 답해오네요. 그걸 보면, 역시 제 앞에 서있으신 분이 태양신이 맞으신가봐요.
지난번에 살짝 봤을때는 저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는데, 절 이곳으로 불러들이느라 무리를 하셨던 걸까요?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세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그녀에게 신앙심을 가질 시간도, 동정할 시간도 없어요.
지금 중요한건, 프레이라고요.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어요. 빨리…”
– 쿠구궁…!
그렇게 태양신을 재촉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서, 설명해 드릴게요.”
그와 동시에 제 앞에서 비틀거리던 태양신은, 다급히 입을 열었답니다.
“비록 제 동생을 이기진 못했지만… 남은 신력을 전부 쏟아부어서 ‘리트라이’를 복구하는데는 성공했어요…”
– 쿠구궁! 쿠궁…!
“그, 그리고… 아까부터 남은 힘을 전부 짜내서, 태양을 완전히 꺼지는걸 막고 있어요. 제 동생이 몇시간 전에 태양을 완전히 꺼트려버려서…”
네, 덕분에 대충 상황은 이해가 가네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기회라는 거군요.
“좋아요, 그럼…”
“저, 정말로 리트라이를 계승 받으실건가요?”
그렇기에 다급히 태양신에게 다가서는데, 그녀가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네요.
“상상 이상으로 힘드실…”
– 쿠과광…!
그런데 그 순간, 태양신이 만든 결계가 크게 흔들렸어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제, 제성해여…”
“…뭐라고?”
“자, 자모해써여… 살려…”
“잘 안들린다만.”
“…케흑!”
세상에.
아까 사라졌던 프레이 씨가, 마신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어요.
주변의 공간이 깨진 틈 안으로 검은 공간이 보이는데, 저기서 나오신 걸까요?
“헤극… 헤그극…”
“힘이 부족해 네놈이 저지른 일은 되돌리지 못한다만… 다음 회차로 넘어가기 전에 화풀이는 할 수 있겠지.”
“자, 잠시만. 잠시만요… 거래를…! 게헥…!”
그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데, 태양신이 식은땀을 흘리며 제게 질문을 던졌어요.
“프레이 씨에게 리트라이를 계승해 드릴수도 있어요. 그래도 정말…”
“아, 안돼!!”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저는, 태양신에게 빼액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의 영혼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안 그래도 망가져있었는데, 소멸을 선택한 여파로 산산조각이 나있잖아요!!”
“…….”
“한번이라도 더 리트라이를 했다간, 돌이킬수 없을거에요! 그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해주지 못한다고요!!”
그 말을 들은 태양신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리트라이의 권능’을 부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 파즈즈즈즈…!
“꺄아아아아아악!!!”
막대한 고통이 저를 덮쳤어요.
“하으으… 하으으읏…”
“…페를로체?”
그 바람에 싸늘한 표정으로 마신을 내려보다가 사방에 울려퍼진 제 비명을 들으시고 고개를 든 프레이 님이, 두눈을 동그랗게 뜨시네요.
“서, 설마… 다음 회차가 있는 이유가…!?”
그리고는, 창백한 표정이 되셔서 제게 다가오시기 시작했어요.
“자, 잠깐!! 네가 그걸 짊어지게 할 수는 없…!”
“영원히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걱정마요, 프레이.
당신의 영혼은, 이제 제가 지켜드릴게요.
리트라이의 주체가 제가 된 이상, 당신의 영혼이 더 이상 망가지는 일은 없을거에요.
“기다려!!”
“당신에게, 해피엔딩을.”
그런 생각을 하며 프레이 님에게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인 저는.
“…리트라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고.
그 다음 순간.
– 파지직…!
세상이 뒤집혔답니다.
.
“여기까지가, 제가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던 모든것이에요.”
거대한 천칭이 우두커니 서있는 엄숙한 방.
“…똑똑히 보셨죠?”
“……..”
그 방 안에서,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표정들을 짓고 있는 네명의 소녀를 지켜보던 페를로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프레이에게 말을 건낸다.
“이제, 때가 다가왔어요.”
방금전까지 페를로체의 시점을 비추어주던 검은 화면을 지켜보던 프레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페를로체는 천천히 천칭으로 향하며 말한다.
“저를 포함한 다섯 메인히로인들을…”
“…질문이 있어.”
그런 그녀에게, 투명한 프레이가 질문을 던진다.
“이 회차에 존재하던 소멸을 택했던 내가, 어떻게 시련에 개입한거지?”
그러자, 뒤를 돌아 그를 쳐다보던 페를로체가 답한다.
“원래 이 회차에서 당신은 검은 방에서 카운트를 멈춘채 모든걸 그저 지켜보시다가 제 리트라이에 휘말리셨었어요.”
“…그래?”
“네, 저희들에 대한 마음을 되돌리지 못한채로… 그저 멍하니 세상을 지켜보시다가요.”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페를로체는.
“하지만, 미래의 회차에서 온 저희에 의해 세번째 시련이 적용되며 그분은 당신과 함께 심판의 주체가 되셨죠.”
지긋이 눈을 감으며 말한다.
“소멸을 선택했던 당신이 ‘심판’을 선택했다면… 그 뒤의 회차들이 전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었어요. 지금 저희의 회차도 말이죠.”
“………”
“하지만, 소멸을 선택했던 그 분은… 심판을 하지도 않고 그저 저희 모두를 사랑한다는 선택을 했네요.”
“…그렇군.”
“게다가, 힘이 다 빠진 마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시기까지…”
그렇게 말하다 말꼬리를 흐린 페를로체는, 어째서인지 상당히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저는, 심판을 받고 싶었어요.”
“어째서?”
“그렇게나 지쳐서 안식을 취하고 싶던 당신의 의지를 어겼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때부터 리트라이의 주체는 너가 된 거잖아? 그러니…”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페를로체는, 이제 파르르 떨며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겪었던 무수히 많은 비극과 무수히 많은 슬픔, 그리고 무수히 많은 리트라이를 불어일으킨 이 세상에… 당신은 여전히 심판을 할 자격이 있어요.”
“그게 무슨…”
“리트라이를 하면 할 수록 깨달았어요. 당신이 겪었던 고통은… 말 그대로 상상 이상이었다는 걸요. 그러니, 제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하는 페를로체를 바라보던 프레이는.
“죄책감에 너무 깊게 물들어 버렸구나.”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 많은 회차들을 버틸 원동력을… 하필 ‘죄책감’으로 삼아버려서. 필요치 않은 죄책감에 정신이 무너져내린 거야.”
“아, 아니에요…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당연한 당신의 권리…!”
“그래서, 심판의 또다른 주체인 내가 행하는 심판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 돼?”
프레이의 질문에, 페를로체는 망가진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간단해요. 저를 포함한 메인 히로인들이 가지게 된 죄책감이, 당신이 저희에게 품고 있는 동정심과 사랑보다 더 많으면… 그 차이만큼 알맞은 형벌을…”
“…끝까지 졸렬하네, 이 시스템은.”
그런 페를로체의 말을 들은 프레이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너희들은 내게 죄책감을 품을 이유가 없어.”
“아, 아니에요! 저희는…”
“이제야 깨달았어.”
다시한번 페를로체의 말을 끊은 프레이는.
“심판을 받아야 할 존재는… 나도, 너희도, 세계도 아니야.”
깨달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시스템, 마왕, 그리고 마신이지.”
“프, 프레이…”
“이게 내가 세번째 시련을 통해 얻은 결론이야.”
그 말을 들은 페를로체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던 프레이는.
“내 동정심과 사랑이 너희가 품게된 죄책감보다 더 크면 된다는 거지?”
“자, 잠깐…”
“그렇다면, 좋은 방법이 있지.”
검은 화면으로 다가가더니, 소리를 높여 선언했다.
“페를로체가 리트라이를 얻은 이후로,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여줘.”
“프레이!!!”
그러자, 검은 화면에 문구가 떠오른다.
[경고! 데이터가 너무 많습니다!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도…]“아까 네가 저 검은 화면에 ‘기도를 드린 이후의 장면’을 재생해달라 명령을 하는걸 보고는 혹시나 싶었는데, 이게 되네?”
“안돼요! 당신을 다시 시간에 갇히게 할 수는 없다고요!! 안돼요오오!!”
그 문구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페를로체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다.
“걱정마, 네 죄책감을 더 이상 키울 생각은 없으니.”
그런 그녀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한 프레이는.
“…요약해줘, 하루가 넘어가지 않도록.”
[……..분석중.]다시 한번 검은 화면에 명령을 내렸고.
[적용 완료. 영상을 재생합니다.]그러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구가 떠올랐다.
“아………”
그런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던 페를로체에게서 시선을 돌린 프레이는.
“좋아…”
화면에 떠오르기 시작한 영상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야 좀 공평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