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7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74화(174/524)
Episode 174
“”………..””
심판의 방에 흐르기 시작한 긴 정적.
“어, 어떻게 된거죠…?”
그 정적속에서, 페를로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칭으로 다가선다.
“왜, 왜 수평이지…? 이럴리가 없…”
이윽고 떨리는 눈빛으로 중얼거리던 그녀는, 별안간 말을 멈추고 뒤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프레이를 떨리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설마 그럴리가?”
“…….”
“마, 말도 안돼요. 이건 말도 안돼. 뭔가가 잘못된…”
이윽고, 페를로체는 뭔가 착오가 있을 거라는 뉘앙스로 허공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만.
[메인 히로인 전원의 죄책감과 프레이의 사랑과 동정심이 완전히 일치합니다.] [심판 결과: 무죄]그와 동시에 허공에 떠오른 거대한 문구는, 이미 수평이 된 상태로 완전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천칭과 함께 심판의 결과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아………”
그렇게, 허공의 문구와 수평이 된 천칭을 번갈아 바라보던 페를로체는.
– 털썩
힘 없이 무너져내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도, 도련님…”
“프레이…”
그리고 그건, 뒤에 서있던 네명의 소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 다음은 어떻게 되는거야?”
하지만, 프레이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질문을 던졌다. 마치 지금 일어난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저, 저는… 그러니까… 우으…”
물론, 페를로체는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억겁의 시간동안 키워온, 오로지 이 순간에 받을 심판만을 생각하며 애써 합리화 해온 죄책감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었고.
“대체, 왜…?”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의문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저를 용서해준거에요? 프레이?”
때문에, 무릎을 꿇고 있던 페를로체는 힘겹게 고개를 든 뒤에 떨리는 눈빛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보, 보셨을텐데요? 저와 뒤에 있는 소녀들의 원죄를? 그리고, 제가 리트라이를 하며 저지른…”
하지만, 페를로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 포옥…
“……!”
프레이는, 무릎을 꿇고 있던 페를로체를 조심스럽게 껴안았다.
“고마워.”
그 직후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페를로체의 등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멍하니 프레이의 품에 안겨있던 페를로체는.
“…….으극.”
이내,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죄책감은 덜어내고, 이제 새로 시작하자 페를로체.”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던 프레이는.
“시간의 흐름에 휩쓸릴까 두려워지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다독여 줄테니.”
“으, 으읏…”
“그러니 걱정하지마. 네가 원했던 대로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진짜 해피엔딩을 줄테니까. 물론, 네 영혼과 정신이 부숴지기 전에.”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속삭였다.
“그때같은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거야. 약속할게.”
그렇게 말을 마치고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채 눈물을 흘리던 페를로체의 등을 쓰다듬어주던 프레이는.
“그래서, 이 다음은 어떻게 되는거야?”
이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 그러니까… 으으…”
그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페를로체가 고개를 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 심판이 무죄로 끝났기에… 이제 다시 현실로 복귀할 차례만이 남았어요…”
“…그래?”
그 말에 프레이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너무 오랜시간동안 시련속에 있어서 약간 괴리감이 들 것 같네. 뭐, 그 정도는 알아서 감수해야겠지.”
이윽고 그렇게 중얼거린 프레이는.
“그럼… 슬슬 돌아가 볼…”
조용히 그녀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고는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자, 잠깐만요.”
그런 그를, 페를로체가 잡아 세웠다.
“다, 당신에게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화면에서 봐서 아셨겠지만… 2학년의 DLC 스토리를 마주하시려면 저희 모두가 깨달음을 얻을 필요가 있어요.”
“2학년의 DLC 스토리…”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페를로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한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고, 새로운 위기가 닥쳐올 것이며, 지금보다 몇배는 상황이 더 힘들어 질 수도 있겠죠.”
“음…”
“하지만, 그만큼이나 확실한 ‘희망’이 찾아올거에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그 말에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페를로체는 눈물을 닦아내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전… 지금부터 긴 휴식에 들어갈거에요.”
“휴식?”
“네, 너무나 죄송하지만… 제 정신과 영혼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페를로체의 표정은, 아까보다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무의식 안에 깊숙히 절 숨기고 바보 성녀의 모습으로 당신의 곁에 있을거에요.”
“페를로체.”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인상을 찌푸리자, 페를로체가 서툰 미소를 짓는다.
“영원히 떠나는게 아니에요. 영혼과 정신상태를 복구하기 위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거니까요.”
“…그럼 다행이고.”
프레이가 안심한 표정을 짓자, 페를로체의 표정이 흔들린다.
“프레이, 당신은… 대체 뭔가요?”
“…..?”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이윽고, 그의 손을 꽉 잡고 뭔가를 말하려던 페를로체는.
“…됐어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으앗…!”
손을 잡은 상태 그대로 프레이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고.
– 츄릅.
잠시 후, 그와 그녀의 혀가 섞였다.
“푸하…”
잠시 후, 숨을 토해내며 살짝 고개를 때낸뒤 입맛을 다시던 페를로체는.
“이 방법에 걸리시는건, 늘 똑같네요.”
프레이의 귀에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사랑해요 프레이.”
그를 꼭 끌어안은채 중얼거렸다.
“…영원히.”
이윽고 살짝 고개를 들어 눈웃음을 친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머금어져 있었다.
– 주륵…
그렇게, 영원같은 찰나가 지났다.
“…엥?”
눈에 가득히 고여있던 눈물을 한방울 떨어트린 페를로체가, 갑자기 멍청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뭐, 뭐뭐 뭔가요!”
이윽고 새빨개진 표정을 지으며 프레이를 밀쳐버리는 페를로체.
“나쁜 프레이! 짐승같은 프레이!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시면 못써요!”
이윽고 그녀는, 볼을 크게 부풀리며 소리친다.
“한번만 더 이런짓을 하시면! 그때는 정말 당신을 죽도록 때려드릴… 엥?”
그러던 그녀는, 이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여긴 어딘가요?”
맹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 절 어디로 데려오신 건가요! 전 분명히 제 기숙사에 있었는…”
그렇게 한참동안 맹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페를로체를 쳐다보던 프레이는.
“…으아?”
조용히 미소를 띠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하, 하지 마세… 으음…”
그렇게, 프레이의 쓰다듬을 받던 페를로체가 몽롱한 눈빛을 띠다가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자.
“후우.”
그런 페를로체를 안아든 프레이는, 조심스럽게 메인 히로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그녀들은, 그때까지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채로 굳어있었다.
“하.”
그런 그녀들을 보다가 짧게 웃음을 터트린 프레이는, 천천히 네명의 소녀들을 눈에 담기 시작한다.
“도, 도련님…”
이제는 없으면 허전하다 못해 불안해 지기까지 할 지경인, 정신적으로 가장 깊은 교감을 나누었던 그녀.
이제 그녀는, 프레이를 독과 저주로 고통받게 하는 흑마법사 카니아가 아닌,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충성스러운 심복이자 파트너다.
“어, 음…”
영혼 바꿔치기 마법을 고안해 프레이를 도우려 한데다가, 마법의 법칙까지 새로 써가며 이번 시련을 성립하게 만든 그녀.
이제 그녀는, 압도적인 마법 실력으로 프레이의 목숨을 노리던 위험요소가 아닌, 소꿉친구이자 든든한 전투원이다.
“프레이 씨…”
평생 프레이를 섬기겠다 맹약을 건 데다가, 그를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의 인격을 버리고 한마리의 카나리아가 되려 했던 클라나.
이제 그녀는, 프레이를 권력으로 짓누르게 될 정적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섬기기로 약속한 소중한 존재다.
“…..”
무수히 많은 회차에서, 프레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조작한 회차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그를 배신하지 않았던 세레나.
프레이의 첫사랑이었던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프레이의 약혼녀이다.
– 끼이익…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네 소녀를 눈에 담은 프레이가 환한 미소를 짓자.
“…음?”
미동도 하지 않던 천칭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자, 얘들아.”
그걸 지켜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프레이는.
“새로운 길이 열렸으니, 나아가야지.”
환한 미소를 띤채, 어느새 심판의 방 한복판에 생긴 거대한 출구로 나아가며 말했다.
“안 그래?”
그럼에도 소녀들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자, 프레이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린다.
“언제나 과거보다는 미래가 중요한 법이야. 그러니 지난일은… 어?”
그리고 천천히 출입구로 향하며 뒤에 있던 소녀들에게 말을 건네던 프레이는.
[세번째 시련 클리어!] [클리어 보상…]“…..”
자신의 앞에 시스템 창이 떠오르자, 싸늘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휙!
– 우웅…
그러던 그가 주먹을 치켜들자, 허공에 떠올라 있던 시스템 창이 부르르 떨더니 살짝 뒤로 물러난다.
“…꼴을 보아하니, 너도 이번 시련을 보긴 다 봤나보군.”
그런 시스템 창을 바라보며, 프레이는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래서 뭘 어쩔건데. 넌 지금 우리에게 직접적인 간섭을 못하잖아?”
– 우우웅…
“이런 시스템을 방패 삼아 내세워서 장난질이나 할 수 있을뿐.”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가 시스템 창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자, 반투명한 창이 다시 한번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지금에야 네게 제약을 받고 있지만… 명심해.”
그런 시스템 창의 바로 앞까지 다가선 프레이는, 주변에 냉기가 서릴 정도의 살기를 내뿜으며 속삭였다.
“…조만간, 찾아갈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시스템 창을 닫아버린 프레이는, 그때까지 품에 안고 있던 페를로체와 함께 문 바깥으로 나가려 했지만.
[경고!] [한번에 한 사람만 나갈 수 있습니다!] [애초에 세번째 시련은 1인용으로 개발된 것이라, 양해를 부탁드립니다.]“…쯧.”
다시 한번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오르자, 짜증이 만연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끝까지 귀찮게 구네.”
그렇게 말하며 페를로체를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은 프레이는.
“…그럼, 조금 뒤에 보자.”
뒤에 있던 소녀들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출입구를 나섰다.
.
“”………””
프레이가 출입구를 나선 이후로, 적막이 흐르던 심판의 방.
“…그, 너희들.”
상당히 오랫동안 흐르던 적막을 깬건, 다름아닌 이리나였다.
“어… 저기…”
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옆에 있던 소녀들에게 묻는다.
“우리가… 그를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그러자, 소녀들의 안색이 각양각색으로 변한다.
소멸을 선택했던 프레이가 간절한 표정으로 남겼던 마지막 말인, ‘자신을 사랑해 달라’는 부탁.
프레이가 자신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 이후에는, 한쪽으로 기울어져버린 천칭.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죄책감.
그리한 여러가지 복잡한 정보와 감정들이 한데 뒤섞여, 다시 한번 침묵을 만들어낸다.
“”……..””
그러한 침묵속에서 소녀들은 어느새 서로를 열심히 뜯어보고 있었다.
“흐아암…”
아까까지만 해도 의식을 잃은 채로 프레이에게 안겨있던 페를로체가,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까진 말이다.
“앗,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신을 일제히 쳐다보기 시작한 페를로체는, 해맑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긴 어디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 쿠구구구구궁…!
“”…….!””
심판의 방이 어두어지더니,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꺄악!”
“무, 무슨…!”
그런 상황에 당황한 소녀들이 다급히 주위를 살피기 시작하던 한편.
“…..!”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던 페를로체는, 자기도 모르게 표정을 굳혔다.
“안녕 여러분…?”
“다, 당신은…!”
깨지기 시작한 심판의 방의 틈 사이로 스며든 검은 연기에서, 익숙한 존재가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쳇, 역시 직접적인 위해는 못 끼치는 건가…”
한편, 손을 들어 무언가를 조작하려다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 검은 존재는.
“뭐…”
이내, 싸늘한 표정으로 메인 히로인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야기만 나누러 온거니 상관없나?”
마신 이클립스가, 심판의 방에 강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