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7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77화(177/524)
Episode 177
“히히힝…!”
“도착했습니다!”
천천히 속도가 떨어지던 마차가 멈춰서자, 마부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 도련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그림자로…
그와 동시에, 통신 무전구에서 카니아의 연락이 들어온다. 목소리가 상당히 떨리는걸 보니 여간 걱정이 되는게 아닌가보다.
“괜찮아, 카니아. 어차피 그녀는 날 건드리지 못해.”
– 하지만, 만일 마왕이 부하를 숨겨두었다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지금 그녀의 신분으로는 그런 부하를 만들 수 없어. 애초에 기습적인 방문이였기도 하고.”
그렇게 말해도 통신구 너머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기색이 썩 좋지 않아보이기에, 나는 품에 지니고 있던 지팡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 여차하면 지팡이를 쓰면 되지. 웬만한 전투간부도 상대할 수 있으니.”
–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면 개입하겠습니다.
그러자 카니아가 어두운 목소리로 답했고, 그 직후 무전이 끊켰다.
“손님? 안 내리시나요?”
덕분에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살짝 짜증이 서린 마부의 목소리를 듣고는 로브를 바짝 조여매고 마차에서 내렸다.
‘조만간, 재단 전용 마차를 만들어야겠어.’
이윽고 그런 생각을 하며 발을 한발자국 앞으로 내딛으니.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오…””
어떻게 알아본건지, 보육원 앞에 나와있던 직원들과 아이들이 허리를 숙여 내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
평소 같으면 얼굴빛이 좋아진 시장 거리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주었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표정관리가 잘 되질 않는다.
“안녕하세요~!”
왜냐하면, 무리의 끄트머리에.
“저희 보육원에 오신걸 환영해요!”
세상에서 가장 증오스러운 여자가 가증스러운 웃음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당장에라도 이성을 잃을 것 같았지만, 애써 고개를 숙이며 환영의 답례를 한다.
“…으득.”
물론, 표정관리는 안 되고 있지만 말이다.
“음? 어디 아프신가요?”
“…아닙니다.”
“그렇군요! 다행이에요!”
그렇게 잠시 고개를 숙인채로 있는데, 루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을 던져온다.
“왠지 모르게 몸이 안좋아 보이셔서…”
그런 그녀는 누가 봐도 남을 위하는, 고아원의 작은 성녀라는 별명이 어울려 보였다.
“…하.”
하지만 그녀는, 지금 투명화를 해놓은 내 지팡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제가 안내를 해드릴게요!”
그렇게 살짝 어색한 정적이 흐른 뒤, 덥썩 내 손을 잡은 루비가 쾌활한 미소를 짓더니 날 보육원 안으로 잡아 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그녀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준 나는, 옆에 있던 아이들을 그대로 지나쳐 보육원의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미소를 지어주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꾸며낸 가식적인 미소를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
“아이들이 참 행복해 보이죠?”
“그러게요.”
정체를 숨기고 있는 의문의 후원자와 루비가, 보육원 한복판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길거리에서 굶어가던 아이들이 저렇게 활기차게 지내는 걸 볼 수 있다니… 정말이지 꿈만 같아요.”
루비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렇게 말하자,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기적과도 같은 공간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허리를 숙여 감사인사 까지 한 루비는,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후원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꺼낸다.
“아, 그런데… 혹시 후원자님의 정체는… ‘돈의 용사’ 신가요?”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네, 맞습니다.”
이윽고 후원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웅성거림이 한순간에 멎는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이윽고 보육원에 울려퍼지는 루비의 환호성.
“세간에 여러가지 자선활동을 하시는 ‘돈의 용사’님의 소문이 파다하거든요!”
“그렇습니까?”
“다른 갑부들과는 다르게 오직 자선사업만 진행하고! 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은 전부 기부를 사시고! 특수한 마법으로 그 정체는 절대 알아낼 수 없고!”
루비가 눈을 반짝거리며 이야기를 늘어놓자, 후원자가 머리를 긁적인다.
“게다가… 소문으로는 이번 ‘노예시장 해방 사건’에 연관점이 있으시다고…”
그런 후원자에게 루비가 짓궂은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자.
“그, 그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후원자는 당황한 기색으로 손사래를 내젓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내의 웃음소리.
어색하기만 했던 분위기는, 루비에 의하여 어느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어져 있었다.
“저도 루비씨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후원자가 입을 연다.
“항상 솔선수범하여 일하시고, 궂은 일도 도맡아 하시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 대가도 안받으시다니. 정말이지…”
그의 입에서 칭찬이 이어지자 눈웃음을 치던 루비는.
“…가식적이시네요.”
후원자가 무표정으로 말을 마치자 순간적으로 표정을 굳혔다.
“아, 아하하!!”
“푸흐흐…”
잠시 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웃음소리.
“물론 농담입니다. 성녀님이 이곳에 방문했을때 루비님에게 실수로 그렇게 말한 일화는 유명하니까요.
한층 더 유쾌해진 분위기 속에서, 후원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뭐, 루비님이 가식적이라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위선자겠지만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멈춰선 후원자는.
“아무튼, 견학은 이쯤하고 실무적인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업무 총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아, 그건 제가 맡고 있어요.”
“루비님이요?”
후원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비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답한다.
“원래 총괄을 맡으시던 분이 출장을 가셔서요. 마침 오늘 복귀한 제가 임시 총괄을 맡고 있어요.”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워낙 벌이는 일이 많다보니 그런 일까지는 파악을 못했어요.”
“아니에요~! 그럴수도 있죠 뭐.”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로 대화를 마친 둘은.
“그럼, 저기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좋아요!”
일제히 사무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소문은 어디서 들으셨데요?”
“하하, 워낙 유명한 일화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끝까지 웃음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 끼이익…
동시에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고.
“”……….””
그 순간,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 파지직, 파지지직…
사무실의 문과 창문에 여러가지 도청 불능 마법이 걸리는것이 불과 1초.
“…후.”
그 1초가 지난 후에.
– 파지이이이잉!!!
후원자의.
아니, 프레이의 참격이 루비에게 날아들었다.
– 우우웅…
“귀엽구나.”
하지만 프레이의 혼신을 담은 일격은, 알 수 없는 힘에 막혀 루비의 가슴팍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날 공격할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을텐데?”
“…어떤식으로 작용하는지 알고 싶었다.”
순진무구하고 부드러웠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어진 루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한 프레이를 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는다.
“하는 행동, 말 하나하나가 전부 귀엽고 재밌구나.”
“…..쿨럭.”
“저런.”
이윽고 프레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기침을 하자 딱하다는듯이 혀를 찬 루비는, 이내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왜 가짜 신분으로 온거지? 그 신분을 내가 모르는 편이 좋았을텐데.”
“눈가리고 아웅인가. 이 신분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그런 루비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프레이가 답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렇지. 내 눈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건 신이나 시스템밖에 없을 터인데. 신이 그렇게 착할리가 없으니.”
“그 말은, 역시 너 또한 시스템 보유자라는 거군.”
“그 또한 이미 알고 있지 않았느냐?”
루비의 질문에, 프레이는 허공을 쳐다보며 답한다.
<특수 퀘스트: 정체파악> 클리어!
[보상을 수락하시겠습니까? Y/N]“눈앞에서 정체를 확인해야 해서 말이지.”
“네놈도 떴나 보구나? 클리어 창이?”
그런 창을 묵묵히 쳐다보던 프레이에게, 루비가 말을 건넨다.
“그걸 수락하니 네게 패널티가 들어가더군. 아무래도 두 눈으로 직접 정체를 확인해야 뜨는 것 같던데…”
“…..”
“나는 내 불쌍한 까마귀가 자신의 영혼까지 태워가며 보내주었던 마지막 영상으로 증거를 확보했었지. 뭐, 너는 두 눈으로 직접 날 보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까지 말했음에도 프레이가 입을 다물고 있자, 루비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말한다.
“그래서, 언제 누를거지?”
“…지금.”
그 말에 답한 프레이가 손을 뻗으려하자.
“잠깐.”
루비가 말에 마나까지 실어가며 프레이를 멈춰 세운다.
“제안을 하나 하지.”
이윽고 루비가 입맛을 다시며 말을 꺼내려 하자.
“손을 잡자고?”
프레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묻는다.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
“시스템 보유자끼리 손을 잡아서 사이좋게 세상을 지배하자. 그것도 아니면 내것이 되거라. 내 밑에 깔려 앙앙 우는 인형이 되거라. 뭐 이런 식이겠지.”
뻔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한 프레이가 자리에 앉자, 루비는 큭큭 웃어대기 시작했다.
“재밌어… 역시 너는, 너무 재밌단 말이다…”
“음.”
“설마하니 예언 능력이 있는건 아닐테고, 내 생각이라도 읽는게냐? 아니, 그런 능력이 있으면 몸이 그 지경까지 가지 않았겠지.”
딱딱하게 굳은 프레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루비는.
“이게 내 인생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밌는 존재에게 내가 내미는 마지막 손길이다.”
이내,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의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정말 조금이라도 생각이 없느냐?”
“……”
“정말, 한치의 음욕도 없느냔 말이다.”
그렇게 프레이의 바로 옆까지 다가온 그녀는.
“혹시 이 어린몸이 싫은게냐? 그렇다면 본체를 꺼내줄까?”
“………”
“뭐, 어느 정도는 네게 맞추어줄 의향도 있느니라. ‘수평적 관계’쯤은 네 녀석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라면…”
그의 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으나.
“네게도 ‘독심술’ 스킬이 있을텐데.”
차가운 목소리로 답한 프레이의 말을 듣고는.
“그럼… 이제부터는 제안이 아닌 선언이니라.”
별안간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더니, 오싹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내년 1학기부터 아카데미에 입학할거다.”
“…..!”
“그것도, 용사의 자격을 가진채로 말이다.”
그 말에 프레이의 표정이 한차례 무너져내린다.
“내가 지난 몇개월간 놀고 먹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이미 황실과 교단과 접근을 마친 후다. 네녀석이 침대에서 골골대고 있을 때 말이야.”
“하.”
“조금 뒤면 정식으로 용사에 대한 발표가 날 것이다. 또한, 네 녀석과 마왕군에 대한 소문은 더더욱 증폭되겠지”
“…..”
“네 정체를 알아차린 몇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내 편으로 만들 것이고, 넌 철저히 배척될 것이다.”
귀기어린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루비는, 프레이의 턱을 손으로 잡아채며 말을 이어나간다.
“넌 몇밖에 없는 너의 이해자와 끝까지 발악을 하다가 내게 패배할거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지옥이 시작될거야.”
“…지옥?”
“우선, 다섯 소녀를 전부 죽일거다.”
그 말에, 프레이의 눈빛에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흑마법사는 천천히 몸 안에 성력을 주입해 안쪽에서부터 붕괴시킬것이고, 대마법사는 산채로 찢어버릴 것이며, 성녀와 황녀는 들개들의 먹이로, 헛똑똑이는 내 장난감으로 만들것이다.”
그런 그를 정면에서 노려보며 담담하게 선언한 루비는.
“그리고 그 밖에, 네게 있어서 소중한 이들을 최대한 끔찍하고 잔인하게 살해해주지.”
“…..”
“환상을 걸어서 네게 죽는걸로 믿게할까? 아니면 모든 진실을 알려 준 후 절망에 빠져 죽게할까? 어느 쪽이라도 재미있겠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너는 매일매일 내게 죽도록 강간당할거다.”
“……”
“사랑하는 이들의 앞에서 천천히 무너져내리다, 결국 내게 꼬리를 흔드는 것 밖에 모르는 애완동물이 될거란 말이다.”
그렇게, 완전히 굳어버린 프레이를 바라보던 루비는.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한동안은 지루할 틈이 없겠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기댔다.
“자, 내 선언은 끝이니라.”
“저기…”
“됐도다. 기회는 아까가 마지막이었으니. 어서 수락을 눌러 내게 패널티나 다오.”
이윽고 뭐라 말을 꺼내려는 프레이의 말을 가로막은 그녀는.
“그걸 누르든 누르지 않든, 네게 이미 승산은 없으니.”
입술을 혀로 핥으며 그렇게 말을 마쳤다.
“”……..””
그리고,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쿨럭.”
정적을 깬건, 마왕의 작은 기침소리였다.
[스택:1] [특수 스택:1]“크흐흐… 흐흐흐흐…”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패널티를 바라보며 웃음을 흘리던 루비는,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심한 눈빛으로 프레이를 바라본다.
“하다못해 지략에서조차 질 줄이야.”
“…뭐?”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하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네 녀석처럼 연약한 인간이 아니다. 비록 각성상태의 수명은 아니지만, 보통 인간보다는 꽤 많이 수명이 남아있느니라.”
“그 말은…”
“패널티 몇번으로 생사를 오가는 네놈과는 달리, 고작 생명력을 반으로 깎을 뿐인 특수 패널티에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게다.”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침묵에 잠기자, 루비는 귀기어린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네 녀석의 가짜 신분에 누명을 씌우기 딱 좋은 상황이 연출되었도다.”
“뭐?”
그렇게 말한 루비는, 프레이의 로브를 잡고 말을 이어나간다.
“나는 워낙 강해서 그런지, 웬만한 것으로는 상처를 입지 못한다. 물론 자해를 한다면 피해를 입겠지만, 그러면 영구적으로 데미지가 남아버리지.”
“설마…”
“하지만 이 패널티로 입은 내상이라면… ‘돈의 용사’가 ‘진짜 용사’를 공격했다는 누명을 만들어내기 딱 좋지 않겠느냐.”
그 말을 마친 루비가 손가락을 튕기자, 사방에 여러가지 증거들이 나타난다.
“시스템은 서로의 정체를 밝히는 것만 금지할 뿐이지, 정체를 숨겨주는건 제약하지 않는다.”
“…윽.”
“내가 널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건 아무 문제가 없단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의 몸에 자신의 피를 묻히기 시작한 루비는.
“이대로 내가 바깥에 나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넌 어떻게 될까?”
“………”
“그나마 최상의 시나리오는 ‘가짜 신분’의 말소. 최악의 시나리오는 ‘프레이’로서의 정체 발각. 어느쪽이라도 즐겁겠군.”
비틀거리며 출구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럼, 즐거운 만남이었느니라 프레…”
하지만.
“…크헉!?”
그녀는, 문 바로 앞에서 배를 부여잡고 엎어지고 말았다.
“우으…….?”
이윽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그녀의 눈앞에는.
[패널티가 발생했답니다.] [스택 2] [특수스택:1]어째서인지 스택이 하나가 더 올라간 경고창이 떠 있었다.
“지금까지 네가 한 말에는 총 세가지 오류가 있어.”
그리고 그 순간, 루비의 앞으로 다가온 프레이는.
“그러니, 잘 새겨듣도록.”
“…으겍.”
루비의 볼을 손으로 부여잡은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번째, 네가 받는건 특수스택 뿐만이 아니야.”
“뭐, 뭐어…?”
“…카니아, 이리나, 클라나 몫의 스택 3개도 마저 받아야지.”
프레이가 그렇게 말한 순간.
[패널티가 발생했답니다.] [스택 3] [특수스택:1]“…크헉!”
루비의 스택이 하나 더 증가했다.
“어, 어떻게 세명이나 내 정체를…? 그건 불가능 할텐데…”
“네 알바가 아니야.”
“으극..”
“이야기는 다 듣고 기절해.”
덕분에 스르르 눈을 감으려 하는 루비의 배에 지팡이를 갖다댄 후 소량의 생명력을 주기 시작한 프레이는.
“내가 받은 퀘스트에 마신이 장난질을 쳐뒀더군.”
기가 찬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퀘스트를 완료하기 전까진 네게 그 어떤 패널티도 적용되지 않게 만들어놨어. 내가 누워있는 동안 이것저것 작업을 할 시간을 벌어주려 그런건가? 아무튼 매우 불공평한 처사였지.”
“으극…”
“…하지만, 그게 도움이 될 줄이야.”
그렇게 말하며 살짝 지팡이에 힘을 준 프레이는.
[패널티가 발생했답니다.] [스택 4] [특수스택:1]“…흐에엑.”
“때로는 과보호가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네 보호자를 탓해.”
어느새 네번째 스택을 적용받고는 빈사 상태가 되어버린 루비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둘째로, 승산이 없는것도 아니야.”
“…..”
“지금 받은 스택 세개 말고도, 예전에 스택을 한번 받은 적이 있지?”
“…..!”
그 말을 들은 루비의 눈이 동그래지자, 프레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린다.
“사실 그게 뭔진 나도 도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세레나가 그것이 열쇠라고 했으니…”
“그걸 어떻게…”
그런 프레이에게 루비가 떨리는 소리로 묻자, 프레이는 씨익 웃으며 답한다.
“그게 승산이니까.”
그 말에 처음으로 루비의 눈빛이 떨리자, 프레이는 아까전에 그녀가 그랬듯이 루비의 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리고 세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쿨럭, 쿨럭…”
“…모든게 끝나고 지옥을 겪게 되는건, 다름아닌 너야.”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희미해져가는 의식을 겨우 붙잡고 있는 루비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을 맺는다.
“그러니 기대해.”
그리고 잠시 흐르는 정적.
“쿨럭, 쿨럭… 으으…”
그런 정적 속에서 대량의 피를 토해내던 루비는.
“흐흐, 흐흐흐…”
이내 실소를 터트리더니.
“…역시, 넌 재밌어.”
그 말을 남기고는 의식을 잃어버렸다.
“후…”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 파지지지직…!
별의 마법을 일으키는 동시에 지팡이를 땅에 찍어내려, 루비가 준비해둔 교모한 증거들을 꼼꼼히 소멸시킨 프레이는.
“거, 거기 누구 없습니까!!!”
이내 다급하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루비 씨가 쓰러졌습니다!!”
“네, 네에?”
“갑자기 피를 토하고 쓰러졌어요! 혹시 지병이라도 있었는지…?”
“그, 그러고보니 저번에…!”
이윽고, 몰려든 직원들이 루비가 쓰러졌던 일에대해 의견을 나누며 그녀를 들쳐업는걸 바라보던 프레이는.
[특수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드디어.”
소란속에서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특수 시스템을 바라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짜 시작이군.”
.
한편 그 시각.
“특수 시스템 개방…?”
몸에서 작은 빛을 뿜어내며 모습을 감춘채 보육원의 창문을 통해 갑자기 일어난 상황을 예의주시 하던 글레어는.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야.”
어째서인지 흐릿하게 보이는 로브를 걸친 남자의 앞에 떠오른, 불투명한 창을 노려보고 있었다.
“…위악자의 길은 또 뭐지?”
그녀의 몸에서는, 여전히 희미한 빛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