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7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78화(178/524)
Episode 178
– 끼이익…
프레이가 탄 마차가 스타라이트 저택에 도착하자, 싸늘한 기운이 흐른다.
“…흠?”
덕분에 마차에서 내린 프레이는,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물론 싸늘한 기운이 일상적으로 흐르는 스타라이트 저택이였지만, 오늘만큼은 뭔가가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
스타라이트 저택의 모든 사용인들이 밖에 나와, 프레이를 조용히 쳐다보고 있다.
물론 그것은 프레이가 외출을 했다가 집에 돌아올때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풍경이었다.
“뭐야?”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나와있는 사람들 모두가 메이드복이나 작업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었고.
또한, 그들 모두가 프레이를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지?”
그런 사용인들을 쭉 둘러보던 프레이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질문을 던진다.
“당장에라도 경을 치고 싶지만, 일단 이야기라도 들어보도록 하지.”
그 말이 끝나자, 누군가가 사용인들의 앞으로 나선다.
“프레이 도련님.”
그녀는, 스타라이트 가문에 메이드로 고용되어 있던 아리안느의 언니였다.
“이런 말씀을 전해드리게 되어 정말로 죄송하지만, 오늘부터 도련님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뭐?”
“저희 모두는 오늘부로 사용인을 그만두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침묵이 흐른다.
“…하.”
이윽고 그 침묵을 깨고 헛웃음을 흘린 프레이는, 이내 사용인들을 둘러보며 묻는다.
“어째서지?”
그러자, 사용인들의 대표로 나선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한다.
“며칠전에 아리아 씨가 저택을 나갔습니다.”
그 말에 프레이가 조용히 입술을 깨무는 한편, 그녀는 조곤조곤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그렇기에, 저희 또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주변의 시선들이 한층 더 싸늘해진다.
밖에 나와 프레이를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그들은.
자신들을 거두어주고 교육시켜준, 오직 불후하고 딱한 사람들만을 사용인으로 삼는다는 정책을 펼친 아브라함의 충성스러운 심복이었고.
또한 자신들에게 그 누구보다 친절히 대해준 아리아의 벗이자 부하들이었다.
그렇기에, 도를 넘는 패악질을 부리는데다 아브라함과 아리아를 앗아가고, 실시간으로 스타라이트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프레이를, 그들은 더는 섬기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은 있어?”
그런 그들에게, 프레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묻는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걱정하는 말투였지만, 프레이의 말은 사용인들에게는 상당히 다른 뜻으로 들렸다.
비록 아리아의 얼굴을 봐서 억지로 남아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몇몇은 정말 갈곳이 없기에 저택에 남아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는 그였기에.
비록 실력은 어느정도 있지만, 귀족들이 끔찍히도 싫어하는 하층 계급인데다 계약 위반을 했다는 딱지 까지 붙게 될 그들이 대체 어딜 갈 수 있겠냐고 조롱하는 뉘앙스가 된 것이다.
“여기있는 대부분이 부양해야할 가족들이나 병든 이들이 있을텐데. 거리에 나가 잡일을 한다고 해서 그들을 먹여 살릴수 있…”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평소에는 항상 소심하던 하녀가 당돌하게도 말을 끊자, 프레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황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황실에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를 스카우트 하고 싶다더군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굳어가는 프레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물론 아리아 아가씨가 계시는 이솔렛 님의 집에 하인으로 가시고 싶어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분이 저희 모두를 부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
“물론,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저희 모두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위약금에 대해서는…”
“…됐어.”
그녀의 말을 끊은 프레이가, 사용인들의 틈에 섞여 있는 누군가를 쳐다본다.
“됐다고.”
왠지 모르게 창백한 표정으로 짐을 들고 있는 루루를 보며, 황실이 그들을 스카우트 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직감한 프레이는.
“위약금은 없어.”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한다.
“계약 위반에 따른 그 어떤 불이익도, 불명예도 없을거야.”
그러자, 사용인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오늘 이 자리에 선 그들은, 프레이에게 맞아 죽는것 까지 각오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퇴직금도 정상적으로 지급될거야.”
그런 사용인들을 바라보며 한술 더 뜬 발언을 한 프레이는.
“그러니, 무단으로 나가지 말고 서명을 남기고 가도록 해.”
떨려오는 손으로 지팡이를 땅에 짚고는, 불편한 몸을 이끌어 천천히 저택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뭐야? 진짜 시한부야?”
“…설마, 요즘 이미지가 안좋아져서 동정 여론을 얻으려고 하는 위장이겠지.”
“그렇지만… 최근에 아카데미 수업에도 안나가셨다는데…”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던 사용인들이, 최근 들려오는 그의 건강에 대한 소문을 술렁이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평소에 병약하던 프레이는, 지금은 말 그대로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로 보였기에.
평소의 독기마저 빠진 채 터덜터덜 저택으로 걸어가는 그의 외로운 모습은, 가십거리가 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거고. 쓰레기 새끼인건 변함이 없잖아.”
“맞아, 이제와서 착한 척 해도 변하는건 없어.”
“그래도… 약간은 불쌍해 보이네.”
“글쎄, 다 연기라니까?”
물론, 결론은 인과응보라는 형태로 나왔다.
루비의 암약 때문에 지난 몇달간 몇배는 더 여론이 악화되어버린 프레이는, 이미 동정을 받는 것 조차 사치였던 것이다.
“…..읏.”
오직, 품에 자신의 짐을 품은 루루만이 시한부라는 이야기에 극렬하게 반응하고 있을 뿐이었다.
“음.”
그렇게, 아까와 변함없이 싸늘한 분위기의 사용인들을 뒤로하고 저택의 대문에 도착한 프레이는.
“너희들.”
힐끔 뒤를 바라보며 말하고는.
“…그동안, 고생 많았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
그 뒤로 꽤나 오랜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이야기를 꺼내놓는 사람은 없었다.
어째서였을까?
왠지 모르게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그들 모두에게 처음으로 내비친 진심으로 보여서였을까?
오랫동안 저택에 머물러 있던 그들의 눈에, 비록 찰나의 순간이지만 어렸을때의 순수했던 프레이가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그가 보인 마지막 모습이 초연하면서도 너무나 외로워보여서 였을까?
“가, 가죠.”
“…네.”
하지만 저택의 문은 이미 닫혔고, 그들은 이미 선택을 내린 후였기에.
그 후로 다시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스타라이트 가의 마당에는, 그저 쌀쌀한 적막만이 흐를 뿐이었다.
“…….”
그때까지 창백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녀, 루루를 제외하면 말이다.
.
“…읏.”
이제는 제법 쌀쌀해진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스타라이트 저택의 마당에 서있던 루루가, 별안간 고개를 든다.
그러자, 이제는 상당히 익숙해져버린 스타라이트 저택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다.
선라이즈 아카데미와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진 어릴때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제외하면, 그녀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머물었던 장소가 말이다.
– 스윽…
그러한 장소를 바라보던 루루는, 이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이게, 사실이라면…”
위조를 했다간 웬만한 고위 귀족은 물론이고 프레이라 할지라도 무사할 수 없는, 마법이 걸려있는 황실의 인장.
그 인장이 새겨진 편지봉투에 들어있는 편지의 첫 문장은, 지금까지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 당신을 용사파티의 일원으로 공식적으로 임명합니다.
그 뒤로 써져있는 여러가지 혜택들과 특권들.
그리고, 현재는 극소수에게만 알려져 있는 ‘용사’ 루비의 메세지.
– …그리고, 저번에 같이 먹은 케이크 말이에요. 그거 정말 맛있었… 아참, 이런 이야기를 할때가 아니네요!
“나는…”
– 당신은 저희 파티에 꼭 필요하신 분이에요! 그러니, 제발 저희와 함께 해주세요!
“윽…”
– 친애하는 절친 루루에게.
그 내용들을 다시 한번 눈에 새기던 그녀는, 이내 천천히 시선을 자신의 어깨로 돌린다.
“거의… 거의 다 사라지긴 했는데…”
그녀의 어깨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물들어 있던 ‘불행의 낙인’은, 이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흐려져 있었다.
더 이상 그녀에게 사소한 불행조차도 불러오지 않을 정도로. 더 이상 밤에 악몽을 꾸게 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후우.”
보기만 해도 혐오스러워 몇번이나 칼로 쑤셔댔던 낙인에서 눈길을 돌린 루루는,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 휘이잉…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주변에 감돌고 있었다.
“그래도, 인사는…”
그렇게, 상당히 오랜시간 동안 그저 저택을 바라보기만 하던 루루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 터벅, 터벅.
모든 발자국이 마당의 출구로 향해있음에도, 홀로 저택의 입구로 향하는 발자국을 만들어내던 그녀는.
– 끼이익…
굳게 닫혀있던 저택의 문을 천천히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저택을 가득 채우고 있던 사용인들이 전부 사라진 황량한 저택의 거실을 지난다.
오늘따라 더욱 길게 뻗어있는 것 만 같은 계단을 오른다.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점점 더 가까워지는 프레이의 방.
– 똑똑똑
“프, 프레이 님.”
이윽고 프레이의 방 앞에서 노크를 한 루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자, 잠시 이야기를 나누러 왔습니다.”
하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라?”
덕분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마안을 발동했지만, 어째서인지 프레이의 방 안은 예나 지금이나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으음…?”
그런 상황에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루루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째서인지 프레이가, 자신의 방이 아닌 다른 방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저기…”
그렇기에 발걸음을 돌려 그쪽 방으로 향하던 루루는.
“어?”
이내 걸음을 멈추고 입을 떡 벌린다
“…….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열린적이 없었던 거대한 방.
그러한 거대한 방의 안에 있던 프레이는, 방의 한복판에 걸려져 있는 사진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어린 자신이 다함께 모여 화목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말이다.
“………”
그런 사진을 멍하니 쳐다보며 지팡이를 짚은채로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프레이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처량하고 외로워 보였다.
“음?”
그렇게 루루가 마안으로 멍하니 프레이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뭐야.”
갑자기 프레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뒤를 바라본다.
– 펄럭…!
이윽고 옆에 있던 줄을 당겨 사진에 장막을 내린 프레이는, 지팡이를 들어올린채 싸늘한 표정으로 방의 출구로 향한다.
“루루?”
그렇게 미처 몸을 숨길 틈도 없이 열리게 된 문.
“떠나는 게 아니었나.”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던 프레이를 바라보던 루루는.
– 콰직…
자신도 모르게, 그때까지 손에 들고 있던 황실의 인장이 새겨진 편지를 구긴다.
왜 그랬을까?
부와 명예가, 끔찍했던 삶을 지울 수 있는 기회가, 프레이와의 기형적인 관계를 끝낼 수 있는 길이 눈앞에 있는데.
자신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집을 나간 애완동물에게는 별 흥미가 없다만.”
그런 생각을 하며 혼란스러워 하던 루루에게 프레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녀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한다.
소문대로 병약해질대로 병약해져 있던 그의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그녀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을 떠나.”
덕분에 멍하니 그를 쳐다보던 루루는, 그녀를 뒤로 한채 방을 나서던 프레이가 싸늘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리자.
“더 이상 네게는…”
“프, 프레이 님!”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는.
“쓰, 쓰…”
“…..?”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쓰다듬어 주세요…”
“뭐?”
덕분에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프레이를 바라보며.
“저, 저 저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묘한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기 시작한 루루는,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완전히 구긴채.
“…당신의 애완동물이잖아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맺는다.
– 샤아아…
그런 그녀의 어깨에서는, 희미한 빛이 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