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7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79화(179/524)
Episode 179
– 푸드덕!
“음.”
머리를 부여잡은채 책상에 엎드려있던 프레이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든다.
“구구! 구!”
그의 방에 있는 창문의 창가에 앉은 페를로체의 비둘기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창가를 쪼고는 그를 바라본다.
“그래서… 편지는?”
“구!”
재빨리 창문을 열고는 비둘기가 내민 앞발에 묶여있던 쪽지를 확인한 프레이는.
“후우…”
이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터벅, 터벅.
이윽고 표정을 일그러트린 채로 자신의 방을 나선 프레이가 향한곳은.
“프, 프레이님?”
“……”
다름아닌, 루루의 방이었다.
“어, 저… 저기…”
품에 안고 있던 짐을 주섬주섬 방에 도로 풀던 루루가, 겁을 먹은 표정으로 프레이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프레이는.
“…왜 돌아온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진다.
“돌아올 이유가 없었을텐데.”
“프, 프레이님이 알려주셨잖아요.”
그 말을 듣고 잠시 머뭇거리던 루루는.
“…저는, 당신의 애완동물이라고요.”
이내, 프레이를 빤히 쳐다보며 답한다.
“”……..””
그리고 적막이 흘렀다.
.
“이유는, 그게 다야?”
내 말을 들은 프레이 님이,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진다.
“네, 네에.”
그런 그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자, 프레이 님이 고개를 갸웃거리시기 시작한다.
“…꿀꺽.”
그런 그를 바라보다 마른침을 삼킨 나는, 이내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이상한 일이다.
방금 어깨에서 빛이 난 이후로, 낙인이 비활성화 되었다. 평생동안 날 괴롭힐 줄 알았던, 너무나도 저주스러운 낙인이 말이다.
그렇다면 이젠 떠나면 되는건데,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처음 그에게 접근했을 때는, 그저 그를 이용할 생각 뿐이었다.
제국 최고의 망나니인 그라면, 내 낙인으로 불행해져도 죄책감이 없을 것 같았기에. 그 대가로 그의 노리개 정도는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내게 ‘애완동물’이라는 기형적인 관계를 제안했을때까지만 해도, 최대한 빨리 낙인을 없애고 자유를 찾아 떠날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용사 파티의 일원이라는 역사에 남을 자리를 제안받고도, 부와 명예를 약속받고도, 내게 정상적인 애정을 주는 이를 만났음에도.
왜 나는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걸까?
“아까까지만 해도, 이 저택에서 나갈 생각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멍을 때리고 있는데, 날 싸늘하게 내려보시던 프레이 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
그러자, 안정되었던 내 가슴이 다시 철렁인다.
‘…어째서?’
가쁘게 뛰기 시작한 심장을 부여잡고 있는데, 프레이 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간다.
“이미 마음을 한번 바꿨던 애완동물을, 내가 어째서 다시 받아줘야 하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나는, 용사 파티의 일원이라는 자리에 넘어가 저택을 떠날 생각이었다.
사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용사파티에 갔을 것이다.
비록 공작가라고는 해도, 스타라이트 가문은 명예는 완전히 실추되었고 여기저기서 공격을 당하고 있으며.
임시 당주인 프레이 님은 당장에라도 쓰러질 만큼 목숨이 위태롭다.
어딜 봐서도, 이곳에 남아있을 만한 메리트는 없다.
하지만…
“사, 사랑받고 싶어요.”
“뭐?”
“프레이 님에게… 사랑받고 싶어요.”
어째서인지, 나는 눈앞에 있는 남자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그 말을 듣고 다시 침묵에 잠겨버린 프레이 님을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어깨에 남은 낙인의 흔적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확실해요.’
몇주 전에 내게 찾아왔던 ‘루비’라는 소녀와 여러가지 교류를 나눌때, 분명히 머리로는 즐거운 상황임을 인지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내 마음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프레이 님이 사줬던 것 만큼이나 맛있는 음식들과 디저트를 먹고, 프레이 님은 보여주지 않았던 연극들과 축제를 보고, 프레이 님은 주지 않았던 자유를 받았는데도.
그리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정상적인 애정을 받았는데도, 전혀 감흥이 없었다.
낙인이 사라지면 그렇게도 원하던 삶을 마음껏 누렸는데도,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단 말이다.
아니, 즐거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빠져들 정도로.
“흠…”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프레이 님을 볼때면,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프레이님을 보며 안타까움을.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프레이님을 보며 초조함과 두려움을.
그리고…
“프레이 님. 시, 실례지만…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뭐지.”
“혹시, 외로우신가요?”
자신의 가족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에게서, 동질감을.
“흠.”
내 맹랑한 질문을 들으신 프레이님이, 인상을 찌푸리신다.
“외, 외로울때는… 애완동물이 특효래요.”
그런 그에게 얼굴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니.
“…하.”
비록 어이가 없다는 뉘앙스였지만, 프레이님이 처음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 그러니까…”
그런 그를 보며 희망을 품은 나는.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어느새 간절한 표정으로 그에게 빌고 있었다.
‘제발요.’
이게 무슨 감정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가 앓고 있던 편집증과 집착이 기형적으로 나타난 걸까? 아니다, 그런거라면 이미 진작에 눈치챘을것이다.
그렇다면 충성심? 하지만 충성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이질적이다.
경외심? 경외심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움과 공포만으로 이루어진 감정은 절대로 아니다.
그럼,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대체 정체가 뭘까?
모든 감정들을 한데 다 섞은 것과도 같은,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알아오던 감정들과는 전혀 다른 이 감정은 대체…
“…아.”
계속해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나가던 나는, 문득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 집에서 나가, 루루.”
그리고 그 시점에 프레이 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아…..!”
이미 결론에 도달해버린 나를, 패닉에 빠트릴 수밖에 없었다.
“안돼요오!!!”
그렇기에 다급히 그의 다리를 붙잡은 나는.
“제, 제발! 제발요! 뭐든지 할테니까!!”
이내, 새파랗게 질린채로 애원을 시작했다.
“부디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그가 없으면, 이제 난 아무런 감정도, 감흥도 느끼지 못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아름다운 보석을 선물 받아도, 아무리 큰 사랑을 받아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와 함께 밥을 먹으며 포만감을 느끼고 싶다.
그에게 쓰다듬어지며 안정을 느끼고 싶다.
그가 선물해준 것들을 품에 안은채, 그의 애정을 느끼고 싶다.
또한 늘 그래왔듯이 밤마다 그의 품에 안겨 입맞춤을 받은 뒤에, 귀에 ‘잘 자’라는 속삭임을 들으며 잠들고 싶다.
그에게 사랑받고 싶다. 그에게 혼나고 싶다. 그에게 지배당하고 싶다. 그에게 통제받고 싶다. 그에게 구속당하고 싶다.
함부로 대해지는 애완동물이라도 좋으니, 그저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
“부, 부탁이에요…”
그래서, 나는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실 내가 깨닫는 것이 느렸을 뿐,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명백했다.
“제발요…”
내게 생에 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주었던 그에게 내가 생에 처음으로 느끼게 된 새로운 감정.
어렸을때부터 날 갉아먹던 혐오스러운 낙인을 완전히 없애준 그에게 느끼게 된.
안 그래도 시한부였던 몸이 내 낙인의 영향덕분에 더더욱 악화되어버린 그에게 향하게 된.
제국 최고의 망나니이자 온갖 끔찍한 소문이 나도는 악인이지만, 어째서인지 내게만은 따듯하게 대해주던 그에게 결국 품게 된 이 감정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지금까지 그저 단순히 ‘낙인’을 풀 수 있는 요소로만 생각해온, 하는 법도 몰랐고 할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랑’ 말이다.
“…주인님.”
“……”
“저, 저는…”
그렇게 어느새 눈에서 눈물까지 흘려가며, 나도 모르게 깨닫게 된 사실을 그에게 고하려 했지만.
“두번 다시 말하게 하지마.”
프레이 님은.
“…당장 내 집에서 나가.”
허리를 숙여, 차갑게 속삭일 뿐이었다.
“아……”
그 말을 남기고 방 밖으로 나서신 프레이 님을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차마 뭐라 말을 꺼내지도 못한채.
“……..”
그저 죽은 눈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이젠 아파올리가 없는 어깨가 다시 아파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대체 뭘 해야…
나는…
“…루루.”
“흐앗!?”
어디선가 프레이 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어디서 들려온걸까?
분명 프레이님은 방을 나서셨…
“프, 프레이 님?”
분명 아까전에 방을 나서셨던 프레이 님이, 어째서인지 내 앞에 서있다.
왠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마른침을 삼킨 채로.
하지만 그런건 상관없다. 어쨋든 프레이 님이 내 앞에 있으시지 않은가.
“제, 제말을…!”
“쉿.”
그렇기에 다급히 나의 진심을 말하려 했지만, 프레이님이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내 말을 막았다.
“…농담이였어.”
이윽고 이어지는, 나에게 밥을 먹여주실때의, 밤인사를 속삭여주실때 내시던 부드러운 목소리.
“이번 일로 네 진심을 테스트 할 필요가 있어져서 해봤는데…”
“아.”
“…합격이야, 축하해.”
그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신 프레이 님은,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기 시작했다.
“아…..”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단 한가지 생각만이 떠올랐다.
다시 이 남자의 애완동물이 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그러한 감정이 말이다.
“…쿨럭.”
“…..!”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프레이 님이 기침을 하시자마자 산산조각 나버렸다.
“으, 으으…”
이윽고 내 감정을 밀고 들어오는 당혹감, 죄책감, 공포심.
내가 사랑하게 된 이 남자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다.
그것도, 나 때문에 그 시간이 앞당겨진.
“으으으…”
덕분에 다시 창백해지기 시작한 날 조용히 바라보시던 프레이 님은.
“루루.”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시기 시작하셨다.
“정말 여기 남아 있을거야?”
“네, 네! 여기에 남아 있을…”
“…더 이상, 네게 맛있는 밥을 주지 못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시는 프레이님의 표정은, 어딘가 간절해 보였다.
“요리사들도 전부 떠나갔거든. 창고에 가득한 식자재들을 관리할 사람도 없고.”
“제, 제가 요리를 할게요!”
“…더 이상 선물을 주지 못할지도 몰라. 곧 황실에서 재정을 압류해서 표면적… 아니, 아무튼 거지가 될 수도 있어.”
“그런거 필요 없어요!”
프레이님의 말에 즉답을 해나가자, 살짝 굳은 표정을 지으시던 그분은.
“여기 남아있으면 네가 위험하단…”
무슨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말을 끊으시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내가 벌이는 위험하고 끔찍하며, 역겹고 잔인한 일에 네가 깊게 관여될 수도 있어.”
그리고 이어지는 차가운 발언.
“내 측근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은 오욕을 당하기도 하고, 누명을 쓰기도 하겠지. 어쩌면, 그러한 일들을 내가 직접 시킬수도 있고. 너도 알다시피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어서 인력이 꽤나 부족해졌거든.”
그 말에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프레이 님은 입꼬리를 올리며 최후의 질문을 하셨다.
“더러워질 준비는 끝났니? 루루?”
“”……..””
그리고 잠깐동안 이어진 작은 침묵.
“…네.”
그런 프레이님을 바라보며, 나는 답했다.
“절 더럽혀 주세요.”
이젠 어떻게 되든 좋았으므로.
그저 눈앞에 있는 남자의 애완동물이 될 수만 있다면, 뭐가 어떻게 되든지 아무래도 좋았다.
“하아…”
그렇게 침을 꿀꺽 삼키며 프레이님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숨을 내쉬신 그분은.
“일단, 오늘은 좀 자.”
“네? 그치만…”
갑작스럽게 날 침대쪽으로 데려가셨다.
“아, 아직 저녁인데…”
“일단 푹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 보라고.”
“…으앗.”
그리고 억지로 날 침대에 눕히시는 프레이님은.
“그럼, 이만.”
굳은 표정으로 방을 나서기 시작하셨다.
“프, 프레이님.”
“…응?”
그런 프레이 님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는.
“매, 맨날 해주시던거… 안 해주시나요?”
“…아.”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
그러자, 잠시 동안 날 바라보시던 프레이 님은.
“그래…”
상당히 피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늘 그래주셨듯이 내 품속으로 들어와.
“잘자, 루루.”
날 안아주시며, 입맞춤을 해주셨다.
그분의 품안은 늘 그랬듯이 따듯했다.
– 츄릅…
“……!?”
그리고 방금 알아낸 사실인데, 혀의 온기도 마찬가지였다.
‘…따듯해.’
그렇게 지난 며칠동안 날 괴롭히던 불면증이 씻은듯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으며 눈을 감던 나는, 이내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 따듯함을… 더 오랫동안 느끼고 싶어.’
비록 세상은 그를 악인으로 몰아세우고, 그 또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악인이지만.
앞으로는 그를 살릴 방도를, 적어도 생명을 연장시킬 방도는 찾아봐야겠다.
왜냐하면 나는.
악인의 애완동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