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8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80화(180/524)
Episode 180
내 품에 안긴 루루가 쌔근쌔근 거리며 잠에 들어있다.
“…후우.”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 꼬옥…
그 순간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갔기에, 꼼짝없이 침대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스윽…
그렇게 한참동안 그녀를 안은채 멍을 때리다, 문득 아까 받은 편지가 생각난 나는 품에 손을 넣어 편지를 꺼내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건지 잘 (몰르?/몰루?)게써여!]– 페를로체
“페를로체면 뭔가를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한동안은 바보 인격이 나와있는건가.”
처음 읽었을때도 심란해졌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읽으니 마음이 한층 더 심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돌겠네.”
루루가 이상하다.
[애정도 시스템] [루루의 애정도: 100]방금 그녀를 집에서 내쫒으려 했을때, 갑자기 그녀의 애정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해 최대치를 찍어버렸다.
그럼에도 그녀가 집에 머물러 내편이 된다면 루비의 표적이 되어 위험해질 것이기에, 정이 들었지만 어쩔수 없이 보내주려 했는데…
– 파지직… 파지지직…
그녀의 말을 매몰차게 끊고 방에서 나선 순간, 분명히 비활성화 되었을 불행의 낙인이 분명히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었다.
“…..!?”
하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건, 그녀가 짓고 있는 표정이었으니까 말이다.
“아………”
그녀의 두눈은 말 그대로 죽어있었으며, 살짝 벌어진 입의 틈새로는 얼빠진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고, 몸은 너무나도 초라하게 움츠러들어 있었다.
거의 처음으로 내 앞에서 보인 그 극렬한 반응은.
예언서의 영상 동기화 기능으로 봤던, 루루의 사망씬에서 나오는 그녀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진짜 뭐지…?”
그렇기에 다급히 수습을 하긴 했는데, 이젠 그 다음이 문제다.
그녀의 안전 정도야 어떻게든 지킬 수는 있겠지만, 2학년부터는 내가 철저히 고립당하게 될 것이기에, 그녀 또한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녀를 내 곁에 머물러 있도록 하는게 맞는걸까?
조금 강경한 수단을 쓰더라도, 그녀를 내게서 떨어트려 놓는것이 루루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 아닐까?
“으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잠에 들어 있던 루루가 몸을 뒤척이더니.
– 스으윽… 스윽…
이내 내 품에 자신의 볼을 비비적 거리기 시작했다.
“…헤헤.”
그런 그녀는.
입가에 실없어 보이는,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왜일까? 골치 아픈 일이 하나 더 늘었는데 딱히 짜증이 나질 않는다.
“…귀엽네.”
잠결에도 계속해서 내 품에 볼을 비비적 거리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진짜 애완동물처럼 느껴진다.
“음.”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부드러운 감촉이 내 손결에 느껴진다.
“하아.”
그렇게 한동안 내 품 안에서 뒤척이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나는.
“그만 가야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우으.”
어떻게 알아차린건지, 루루가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후우.”
덕분에 행동을 멈춘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깊이 재워야겠어.’
그렇게, 그녀를 깊이 재울 심산으로 한동안 등을 쓸어내리던 나는.
“주인님…”
루루의 몽롱한 잠꼬대를 들으며.
“…절 소유해 주세요.”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으음…”
안 그래도 신경쓸 일이 많았던 날이라 피곤이 누적된 탓이었을까? 몸이 워낙 좋지 않은지라, 조금만 활동하면 금새 지쳐버리게 된 탓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왠지 모르게 그녀를 쓰다듬고 있으니 마음이 안정되어서였을까?
“…..”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잠에 빠져들기 직전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번 변수는 좀 괜찮네.”
애완동물 하나쯤이야, 별 문제는 없겠지.
.
“흐암…”
눈을 번쩍 뜨니, 사방이 어둡다.
“밤이네.”
시선을 시계에 보내니, 시곗바늘이 정각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스윽…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조용히 루루를 쳐다보았다.
“완전히 잠들었네.”
그녀는, 깊이 골아떨어져 있었다.
“후우…”
그런 루루를 잠시 지켜보던 나는,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끼이익…
“그럼, 이제 슬슬…”
이윽고 방문을 열며, 나는 슬슬 해야 할 일을 행하려 했지만.
“…도련님.”
“아.”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카니아가 나타나자, 얼어붙고 말았다.
“안녕하십니까.”
그녀는, 늘 그랬듯이 사무적인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 슈우우…
왠지 모르게 몸에서 흑마력을 조금씩 뿜어내고 있다는 점과, 얼굴이 살짝 상기가 되어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어, 저기…”
“옷이 왜 그러십니까.”
“응?”
그런 그녀에게서 왠지 모르게 오싹한 느낌이 들어 말을 걸어보려는데, 카니아가 갑자기 내 옷차림을 지적한다.
“어라?”
혹시나 루루의 머리카락이라도 붙어있던 건가 싶어 황급히 확인해보니, 그때까지 입고있던 아카데미 교복의 단추들 몇개가 빠져있었다.
“…뭔가 격렬한 일이라도 있으셨나봅니다.”
덕분에 당황한 표정으로 교복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카니아가 내게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온다.
“어… 이, 이상하네? 아침까지만 해도 안 이랬는데. 갑자기 왜 이럴까…?”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넘쳐나는 상황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당황하여 말을 더듬으니, 카니아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차가워진다.
“저기, 카니아. 뭔가 오해가…”
“실례지만, 혹시 기억하시고 계십니까?”
그런 그녀에게 재빨리 변명을 하려는데, 내 말을 끊은 카니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오늘 밤에, 저와 술약속을 하셨었다는걸요.”
“아…!”
그런 카니아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떠올릴 수 있었다. 오늘 밤에, 그녀와 술을 먹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미, 미안. 정말 미안해. 혹시 화났어? 지금이라도…”
그녀와의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던 나는, 안절부절 못하며 그녀에게 사과를 건내기 시작했으나.
“도련님.”
다시 한번 내 말을 끊은 그녀는, 다시 한 발자국 앞으로 내게 다가왔다.
“”………””
덕분에 그녀와의 간격이, 아주 약간의 틈만 보일정도로 가까워진 상황에서 잠시 정적이 흘렀고.
그 다음 순간.
“지금부터, 도련님께 실례를 범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으아?”
예상치 못했던 일이 시작되었다.
.
“카, 카니아?”
내 몸을 완전히 밀착시키니, 도련님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져오신다.
“왜… 이러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도련님의 숨결이 내 얼굴에 닿고, 몸의 진동이 내 몸 구석구석으로 타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건.
도련님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흐음…”
그 누구보다도 맑고 순수한 도련님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내 몸을 밀착시킨채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간다.
– 턱…!
그렇게 잠시 후에 벽에 등을 기대게 되신 도련님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시기 시작하셨다.
‘…짜증나.’
이런 상황에서도 혼란스러운 눈빛에, 혼란스러운 감정이라니. 나는 간단하고도 명료한 감정을 원한다.
“하읍.”
“…..!”
그런 생각을 하며 도련님의 입술에 입을 맞추니, 도련님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신다.
‘…귀여워.’
그런 도련님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배가 저릿저릿 아파져온다.
– 츄릅.
그런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혀를 밀어넣자, 도련님이 움찔거리시기 시작하셨다.
제국 최고의 망나니가 이런 귀여우신 분이라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무척이나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나만이 알고 싶다.
“으브? 으브븝…”
“…….”
뭐… 나 말고 몇몇 사람들 또한 알고 있긴 하지만, 나 밖에 알 수 없는 사실들도 있다.
나의 혀가 도련님의 혀와 섞이는 느낌. 서로의 몸을 서로에게 밀착한 느낌. 그런 상황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
그러한 것들을 도련님이 무슨 감정을 가진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는.
그분과 일심동체인 나뿐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음…”
그렇게 한동안 혀를 섞던 나는, 이내 심호흡을 하고는.
“…아드득.”
“…..!?”
내 혀를 깨물었다.
“읍? 으읍!?”
덕분에 내 혀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당연하게도 도련님은 반응을 보이시기 시작했다.
– 꾸욱…
하지만 나는, 그러한 도련님의 팔을 거세게 눌러 다시 벽으로 밀어붙이고는.
– 츄릅.
입에 머금고 있던 피를, 천천히 도련님께 넘기기 시작했다.
비록 아프긴 하지만, 지금까지 그 분이 느끼셨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분이 나 때문에 흘리셨던 피에 비하면 너무나도 적은 양이다.
그저 그분이 나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보낸 헌신에 조금이라도 보답이 되길 바랄 뿐이다.
“…꿀꺽.”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도련님의 목에서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하…”
그제야 도련님에게서 얼굴을 살짝 뗀 나는.
“도련님께 제 영혼을 바칩니다.”
“카, 카니아?”
주변에 검은 불꽃을 피어 올리며, ‘피의 맹세’를 시작했다.
“도련님께 제 몸과 마음을 바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들은, 담담하고도 빠르게 선언해나갔다.
그 분에게 말하고 싶은건, 그리고 내가 원하는건.
“그리고…”
따로 있었으니.
“당신에게 제 순결을 바칩니다.”
그러자, 도련님의 눈이 동그래지신다.
왜 일까?
순결을 바친다는 선언의 파급력 때문일까? 아니면 피의 맹세라는 의식 자체에 놀라신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의 호칭을, 거의 처음으로 ‘도련님’이라 하지 않아서일까?
‘…전부겠지.’
물론 이미 답은 알고 있다.
그와 나는 일심동체이니 말이다.
“저, 저기…”
그런 생각을 하며 도련님의 가슴팍에 손을 뻗은 나는, 조심스럽게 맹세의 구슬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 슈우우…
“…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그분의 가슴에서 나의 손으로 딸려나온 맹세의 구슬은.
– 우웅…
칠흑같이 새까만 검은 색이었다.
“보이시나요, 도련님? 검은 색입니다.”
“카니아, 지금 이게…”
“그 어떤 색도 아닌, 검은 색이요.”
구슬을 그의 앞에 내밀며,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구슬이 전에 무슨색이었는지는 상관 없습니다. 검은색은 모든 색을 물들여 자신의 색으로 만드니까요.”
“……”
“이 구슬에 앞으로 무슨 색이 새겨지든 상관 없습니다. 검은색은 그 어떤 색의 침입도 용납하지 않으니까 말이죠.”
그러자.
“도련님은, 이미 제게 더럽혀지신 겁니다.”
“…!”
그의 감정이 점점 달라진다.
“제 말의 요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뭐지?”
내가 원하던 그 감정으로 말이다.
“누가 처음이든 상관없다는 겁니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선언한다.
“…마지막은 항상 저일테니까요.”
용기가 없어 늘 마음에 담아두던, 발칙한 선언을 말이다.
“으음…”
선언이 끝나자, 그가 곤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표정, 그리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표정을 말이다.
그러나.
“이제야 깨달으셨군요?”
나는 알 것 같다.
아니, 알 수밖에 없다.
“무엇을?”
그의 마음은 이미.
“저는 당신의 충실한 비서이자 심복, 그리고 등을 맡길수 있는 파트너이기 이전에…”
나의 검은색으로 더럽혀졌다.
“…한명의 여자입니다.”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확실히 말이다.
“그것도 당신의 여자 말이죠.”
“”……….””
그렇게, 묘한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그런 적막속에서 나는.
“어쩌실겁니까?”
입꼬리를 올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밤 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