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8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82화(182/524)
Episode 182
– 따르릉! 따르르릉!
“으음…”
요란하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뜨니,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비추어지고 있다.
“…쯧.”
누가 봐도 평화로운 분위기지만, 이 태양빛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는 나에게는 그저 짜증스러운 장면일 뿐이다.
“으으…”
얼굴을 배게로 가려 햇빛을 막고는 한참을 더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나, 진짜 취했었나?”
지끈지끈 아파져오는 머리를 부여잡고는, 멍한 눈빛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진짜로?”
술에 취하는건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다.
전회차의 꼬마 시절에 실수로 술을 마시고 뻗었을 때와, 한창 스트레스를 음주로 풀던 시절.
그 시절의 버팀목이었던 술은, 내 정신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상승되면서 부터 그 효력을 잃어버렷었다.
그래서 내심 다시 취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너무 과음을 해버린 것 같다.
어제의 일이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가물가물 하니 말이다.
“아…”
그렇게 배개를 얼굴에 파묻은 채로 기억을 더듬어보던 나는, 이내 얼빠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으…”
날 벽으로 밀어붙힌 뒤 키스를 하던 카니아.
머금고 있던 피를 내게 먹인후 피의 맹세를 하던 카니아.
매혹적인 미소를 띤채로 술자리를 같이 하지 않겠냐 묻던 카니아.
평소의 딱딱하고 정돈되어 있는 복장이 아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채 내게 미소를 지어주던 그녀.
그리고…
“…..?”
왠지 모르게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왜지? 왜일까? 혹시 카니아에게 뭔가 잘못이라도 했던걸까?
– 스윽…
계속해서 드는 불길한 느낌에 배개를 옆으로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으앗!”
“…..”
그때까지 내 방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던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기겁을 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질렀다.
“주인님, 일어나셨나요?”
그러자 엎드려 있던 루루가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루루? 여긴 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침대에 걸터앉은채로 엎드려 있는 루루에게 질문을 던지니.
“좋은 아침이에요, 주인님.”
그렇게 말한 그녀가 엎드린 상태 그대로 내게 기어오더니.
– 스윽, 스으윽…
지긋이 눈을 감은채로, 볼을 내 다리에 부비적 거리기 시작했다.
“…뭐해?”
멍하니 그런 그녀를 쳐다보다 질문을 던지니, 루루가 잠시 시선을 내게 고정하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애교요.”
“애교?”
“애완동물이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는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렇게 답한 루루는, 다시 눈을 지긋이 감고는 내 다리를 팔로 휘감고 볼을 부벼대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당연한 의무라는 것 처럼.
그저 충성을 위한 행위로는 보이지 않을만큼 정성스럽게, 묘한 안도감마저 느끼며 말이다.
“…..”
그렇게 한참동안 내 다리를 껴안은 채 볼을 부비던 루루가, 고개를 살짝 들어 물끄러미 내 눈을 응시한다.
– 스윽…
그런 그녀의 머리를 나도 모르게 손으로 쓰다듬으니, 루루가 다시 눈을 지긋이 감고는 조용히 내 손길을 받기 시작한다.
“음.”
왠지 모르게 그런 모습이 주인에게 칭찬을 받고 기뻐하는 애완동물처럼 보이기에,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서, 여긴 왜 온건데?”
그렇게 한참동안 루루를 쓰다듬다 질문을 던지니, 그녀가 날 바라보며 답한다.
“식사를 가져왔어요.”
그러자 루루가 그때까지 품에 품고 있던 아침식사를 꺼내고는, 뚜껑을 열고 내게 내민다.
“오호.”
오늘의 아침은 계란물을 버무린 토스트와 핫초코였다.
“…넌 먹었어?”
카니아가 차렸을게 분명한 훌륭한 외향의 음식을 바라보다 루루에게 질문을 던지니, 그녀가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
“자.”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접시에 담겨있던 토스트를 들어 그녀에게 내민다.
“먹어.”
“하읍.”
그 말이 끝나자마자, 루루가 덥썩 샌드위치를 베어문다.
“우물우물…”
그리고는, 멀뚱멀뚱히 날 올려다보며 토스트를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카니아는 어디갔어? 이리나는?”
마치 먹이를 받아먹는 강아지처럼 보이는 루루가 너무 귀여웠던지라 다시 한번 머리를 쓰다듬던 내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지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하셔서… 방금 외출들을 하셨어요.”
그녀가 토스트를 오물거리며 답한다.
“…그래?”
그녀와 마찬가지로 카니아가 만들어준 토스트를 우물거리던 나는, 이내 조용히 허공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애정도 시스템 업데이트 중……]“……..”
허공에는, 과거 회차의 내가 7만 포인트나 사용해 구매한 ‘애정도 측정 시스템’의 업데이트 창이 떠 있었다.
“뭐지.”
세번째 시련의 또다른 내가 이 시스템을 구매할 당시에는, 정말이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피땀을 흘려 열심히 모아둔 포인트가 무려 7만이나 사라져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필수적인 히든 요소가 숨어있다고 했어.’
과거 회차의 내가 가지고 있던 ‘예언서’는,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선조님의 예언서’와 다르다.
그렇기에 그가, ‘애정도 시스템’의 숨겨진 비밀을 알고 있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무수히 많은 리트라이를 했던 존재이니.
그리고 지금 이렇게 눈앞에 업데이트 창이 떠오른걸 보면, 정말로 뭔가가 있긴 있나보다.
“음…”
그렇게 한참동안 눈앞에 떠있던 애정도 시스템을 바라보던 나는.
– 휙!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시스템 창을 옆으로 밀쳐내버렸다.
‘애초에 저 애정도 시스템 또한 마신의 농간질이잖아?’
알면서도 당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짜증이 마구 솟아오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에 웃는자가 되려면, 지금은 농간질에 당해줄 수밖에…
아니 잠깐. 꼭 그래야만 하나? 분명히 모든걸 뒤바꿀만한 희망이 있지 않은가?
“그래, DLC 스토리.”
“네?”
“…아니야.”
그렇게 외치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어리둥절해 하는 루루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겼다.
‘쉬는것도 쉬는거지만… 이번 방학에 반드시 확인해봐야 할 것들이 생겼어.’
원래, 나는 이번 방학에 완전히 푹 쉬려고 했었다.
왜나면 원래 방학에는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기도 했고, 1학년때 얻은 데미지와 피로, 그리고 스트레스가 누적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원래의 2학년 스토리는, 본격적으로 내가 암울해지는 시기이기에 대비를 할 필요도 있었다.
2학년의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는 교단과의 전쟁, 그리고 점차 거세되는 나의 특권들과 재력들.
내게서 등을 돌리는 황실과 교단, 이곳저곳에서 들어오는 정치적, 물리적 압박들, 그리고…
가짜 용사를 기둥으로 삼아,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하게 되는 아카데미.
1학년때보다 몇배는 더 암울해지고 어려워지는 그러한 난관들을 해쳐나가기 위해서는, 이번 방학에 최대한 멘탈관리를 하는 동시에 대비를 해놔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지.’
DLC라는 것이 2학년의 스토리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는 잘 모르니 넘어간다 해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것이 하나 있다.
“주인… 님?”
날 버리고 용사파티에 합류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용사파티가 아니라 날 선택하고는, 지금은 바짝 엎드린채로 내게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는 루루.
그리고 몇번이나 날 죽이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지 못한, 시스템의 스킬로도 확인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감정을 내게 품고 있는 이솔렛.
이러한 변수들의 공통점은, 그녀들이 전부 ‘서브 히로인’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DLC 스토리라는게…”
세번째 시련이 끝나고 나서부터 시작된 이 극명한 변화는, 어쩌면 모든걸 뒤집을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방학을 보내기 위해 세워두었던 계획을 살짝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충분한 휴식, 2학년의 대비가 전부였던 간단한 계획에.
‘서브 히로인들을 직접 만나보기’라는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계획을 추가하는 것으로 말이다.
‘뭐, 그리 힘들진 않겠지.’
어차피 이번 방학은 꽤나 길다.
그렇기에, 현재 시스템적으로 ‘서브 히로인’이라 규정되어 있는 소녀들을 전부 만나고 다닌다 해도 휴식시간은 차고 넘쳐날 것이다.
물론 아이시는 지금 서대륙에 있긴 하지만, 그녀는 이번 방학에 선라이즈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제국으로 넘어오니 문제는 없다.
“으음?”
그런 생각을 하며 겉옷을 입고 있는데, 발치에 뭔가가 툭툭 닿고 있다.
“……..”
뭔가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내 바로 옆까지 온 루루가 내 다리 옆에 찰싹 붙어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그래? 루루?”
그런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니.
“아…”
루루가 얼굴에 홍조를 띠우고는, 얼굴을 붉히며 질문을 던진다.
“아침 산책 시켜주실려고요?”
“”………””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래, 나가자.”
왠지 모르게 그녀의 어깨에 남아있는 낙인의 흔적이 불안하게 빛나고 있었으므로, 그녀에게 그렇게 답한 나는.
‘그럼…’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그녀부터 만나봐야겠지.’
.
온갖 정보와 범죄자들, 그리고 더러운 것들이 모여드는 제국의 뒷골목.
“으흠~ 흠~♪”
그 뒷골목에서 가장 큰 정보길드의 지하에서, 한 소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로즈윈 아가씨, 전해드릴게…”
그런 그녀에게 전달사항을 전하기 위하여 방문을 열고 들어온, 카운터를 맡고 있는 여직원은.
“…허.”
이내, 말문을 잃고 말았다.
“뭐하세요?”
그렇게 한동안 멍한 눈초리로 그녀를 지켜보던 여직원이 질문을 던지자,
“뭐하긴.”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던 로즈윈은.
“용사님 사진 보고 있지.”
자신의 방에 다닥다닥 붙여둔 사진들에 눈을 고정한 채 답했다.
“휴우…”
그런 로즈윈을 보며 한숨을 내쉰 여직원이, 이내 입을 연다.
“그거, 진짜 용사 맞아요?”
“…뭐?”
그러자, 로즈윈이 날카롭게 그녀를 노려본다.
“몇주 전부터 갑자기 이상한 여자 사진을 가져오더니 방을 도배를 하지 않나… 그렇게 버려대시던 꽃을 책상에 장식을 해두질 않나…”
“…….”
“혹시, 현혹 마법 같은데 당하신 건가요? 아니면 사실 여성이 취향…”
“조용히 해.”
그럼에도 지지않고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던 여직원의 말을 끊어버린 로즈윈은.
“곧 황실과 교단에서 검증식을 할거야. 나도 거기에 참여할거고.”
이내 미소를 띠며 답했다.
“아직 검증도 안 받았다고요?”
그런 그녀를 어이없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여직원은,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으나.
“검증도 안됐는데 왜…”
“처음 봤을때 딱 느낌이 왔거든.”
“네?”
로즈윈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처음 보자마자 심장이 저릿저릿 아파오고, 온 몸에 소름이 돋는거 있지?”
한편, 여전히 사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로즈윈은.
“…이게 운명이라는걸까?”
볼에 홍조를 띠우며 그렇게 답했다.
“”………””
그리고 시작된 적막.
“네에, 그렇군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로즈윈에게 그렇게 답한 여직원은.
“맞다, 전해드릴 소식이 있어요.”
“…뭔데?”
미소를 띠며 입을 연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님이 지금 오신다는데…”
“…아.”
그 말을 들은 로즈윈의 표정이 급격하게 썩어들어간다.
“이번에도 또 꽃을 저한테 주시게요? 저번에도 저한테 주셨으면서…”
“나가봐.”
이윽고, 뭐라 말을 하려는 여직원에게 로즈윈이 기분을 잡친 표정으로 손을 흔들자.
“…그럼, 전 나가볼게요.”
여직원은 미소를 유지하며, 책상에 만개한 꽃들을 정성스럽게 관리하기 시작한 로즈윈의 방을 나섰다.
“하아.”
그리고.
“돌겠네.”
그 때부터, 여직원의 표정이 180도로 변했다.
“젠장, 망할 강제력만 아니면… 1000년전에 계약을 내려줄때 이런 일도 계산해뒀어야 했는데. ”
퀭한 눈빛을 띤채로, 허공을 쳐다보던 그녀는.
“스크롤? 아무튼 그거 가지고 드디어 뭔가 했다며? 지금부터는 달라질거니 기대하랬잖아, 이 술주정뱅이 잡상인 새끼야.”
입에 담배를 꼬나물며, 짜증이 서린 표정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샤아아…
그런 그녀의 몸에서는, 달빛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