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8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84화(184/524)
Episode 184
“후우.”
심란한 마음으로 마차에 타 있던 나는,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주인님? 왜 그러세요?”
그러자 그때까지 내 팔을 끌어안고 손에 볼을 부비던 루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진다.
“아니야, 아무것도.”
그런 그녀에게 싱긋 웃어보인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턱을 어루만져준다.
‘마지막 시도였는데…’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반응과는 달리, 내 속마음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보기 좋게 실패했네.’
나는, 지금까지 ‘조력자 시스템’에 대해서 몰랐다.
당연한 일이다. 예언서에는 ‘조력자 시스템’에 대해서 나와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예언서에 언급된 로즈윈의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었으니.
– 로즈윈에게는 무조건 꽃을 줘야 해. 일정 주기로 꼬박꼬박.
무슨 이유에선지 로즈윈에 대한 언급이 적던 선조님은, 그렇게 적어두셨었다.
– 로즈윈은 시스템 보유자에게 받은 꽃을 일정 주기 동안 지니고 있지 않으면 죽어버리거든.
그래서, 난 그녀에게 꽃을 필사적으로 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인지 내가 주는 꽃을 계속 버리거나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는 바람에, 그녀가 죽기 전에 계속해서 그 주기를 초기화 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는데… 됐다. 그건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아. 이루어질 확률이 없는 일에 메달리면 너만 힘들어질 뿐이야. 차라리 다른 것에 집중하는게 더 낫겠지.
물론 선조님이 맨 마지막에 남겨두신 코멘트는 항상 신경이 쓰였었는데…
– 그렇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꽃을 주는 행위는 ‘진심’을 담아서 ‘꼬박꼬박’ 하도록 해.
설마 그게, 시련에서 본 그것이였을 줄이야.
– 혹시 모르잖아? 기적이 일어날지도.
“으음.”
예언서의 내용을 상기하던 나는, 이내 다시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쉽네…’
나는 오늘, 로즈윈의 ‘조력자 시스템’을 깨우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가했다.
그녀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그녀가 내 꽃을 조금의 진심이라도 가진채로 받을 수 있도록.
억지로 한계까지 끌어올려낸 내 진심에 그동안 갈고 닦아온 연기 실력까지 덕지덕지 덧붙여가며, 부가적인 조건들도 걸어 고백을 했다.
하지만.
“일단 생각은 해볼께요.”
대차게 까여버렸다.
저번에 그녀가 말한대로 붉은색이 아닌 황금색 장미까지 준비해 왔는데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게 황금색이 아닌 붉은색 꽃이 좋다고 말한걸 보면, 애초에 저번에 말한건 기억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으니.
더 이상은 가망이 없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다른 서브히로인들에게는 ‘세번째 시련’ 이후 모종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왜 그녀에게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설마, 내가 세운 가설이 틀린 것일까?
“음냐…”
우울한 표정으로 그러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으음…”
어느새 다시 잠에 든 루루가, 내 품에 안겨 쌔근쌔근 졸고 있었다.
“…하.”
그런 그녀 덕분에 살짝 미소를 지은 나는.
“역시, 포기하는게 낫겠지?”
싸우지 말라는 내 명령대로 조용히 창틀에 줄지어 앉아 날 멀뚱멀뚱히 쳐다보고 있던 동물들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사실, 말이 동물이지 영물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똑똑한 녀석들이니 대충 알아 듣지 않을까?
“그래, 포기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동안 동물들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의자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그게 최선이야.”
지금 중요한 것은 2학년의 ‘DLC’ 스토리 해금이지 ‘조력자 시스템’이 아니다.
시련에서의 페를로체는 ‘다섯개의 깨달음’에 대해서만 언급했을뿐, 조력자 시스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선조님 역시 ‘조력자 시스템’은 차라리 알지 못하는 편이 더 낫다고 하셨다.
그 말은 효과 하나는 굉장하지만, 이루어질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일 거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조력자 시스템’의 각성에 매달리는건, 오히려 마이너스 포인트이다.
왜냐하면…
“로즈윈이 마왕의 표적이 되게 할 수는 없지.”
시련에서 봤던 회차의 나는, 스스로 기억을 조정해서 모두를 미워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마왕을 속이기 위해서였을거다.
비록 시스템의 제약 덕분에 마왕이 히로인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는 없지만, 그녀들이 자신의 부하로 있는 이상 해를 끼칠 수 있는 방법은 차고 넘친다.
그렇기에, 그녀들을 미워하는 것으로 늘 마왕의 곁에 있을 히로인들이 그녀에게 해코지를 당할 확률을 배제했겠지.
즉, 지금의 나 또한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오늘 시험해본 결과 로즈윈을 포섭하는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니, 이제부터는 그녀를 밀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왕의 동료가 될 그녀를 내 유일한 약점으로 생각한 루비가 무슨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말이다.
“그럼…”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이내 또다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꽃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마왕 루비 또한 그녀에게 주기적으로 꽃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세번째 시련에서 본 로즈윈의 방은 꽃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 그 정도 꽃이라면 그녀가 죽을 일은 없겠지.
물론, 루비를 믿고 있을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감시 마법을 쓰거나 사람을 붙여 로즈윈이 꽃을 지니고 있나 지니고 있지 않나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뭐, 아까도 머리에 내가 주었던 해맞이 꽃 대신 루비에게 선물받은 장미를 꽂고 있던 그녀인지라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후아암…”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한숨 눈을 붙이려는데, 내 품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루루가 하품을 하며 눈을 떴다.
“으음?”
그리고, 몽롱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루루.
“주인님, 괜찮으신가요?”
“응?”
“표, 표정이 너무 우울하세요. 혹시 로즈윈씨와 무슨 일이라도…?”
이윽고 그렇게 물어오는 루루를 바라보던 나는, 표정을 악독하게 바꾸며 말한다.
“루루,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네, 네에.”
“로즈윈이 내 검은 사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힐끔 루루를 쳐다본 나는.
“…거슬리는 년은 치워버리는게 내 철칙이거든.”
목소리를 더욱 낮혀 그렇게 말한다.
“저번에 말한건 기억나지?”
“…네.”
“그럼, 날 위해 그녀의 목을 물어뜯을 수 있어?”
루루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필요한 과정이다.
그녀가 정말로 나와 지내고 싶다면, 그녀는 날 명백한 ‘악인’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패널티가 새로 쌓이지 않을테니.
그렇기에, 그녀의 앞에서는 늘 이런 추악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
“네.”
“응?”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루루가 너무나도 빠르게 답변하자 나도 모르게 되묻고 말았다.
“물어 뜯을게요.”
그렇게 말하는 루루의 표정은, 너무나도 침착했다.
“…고민도 안하네?”
그런 그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슬며시 질문을 던지니.
“주인이 내린 명령에 고민을 하는 애완동물은 없잖아요?”
다시 한번 담담한 목소리로 답한 루루는.
“전 이미 당신에게 더렵혀졌어요.”
그렇게 말하며, 내 목을 핥아왔다.
“자, 잠깐…”
그렇게 창가에 앉아있던 동물들의 불타오르는 눈빛을 받으며, 눈을 지긋이 감은채 계속 날 핥아오는 루루를 말리던 나는.
“…어?”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공을 쳐다보았다.
[애정도 시스템 Ver2 업데이트 완료!]“뭐야?”
무엇인가가 일어났다.
.
한편 그 시각.
“뭐야…”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동안 멍을 때리다가 터덜터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로즈윈은.
“대체 뭐냐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채, 자신의 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으으…”
아까 프레이가 자신의 앞에서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작별인사를 했을때부터.
대체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로즈윈은 모종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프레이가 터덜터덜 자신의 방을 나설때.
여직원이 그가 회원에서 탈퇴했음을 알렸을 때.
분명히 자신을 가지지 못해 안달이 나야 할 프레이의 곁에서 루루가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을때마다 배가 되었으며.
마차가 떠나는 순간 최대치가 되어, 로즈윈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으으으…”
그리고, 그 감정이 어째서 일어난건지 로즈윈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왜? 대체 어째서?
늘 자신에게 귀찮게 구애를 해오던 프레이인데. 망나니인데다가 능글맞은 그였는데.
그저 자신의 미모에 반한 바보같은 호구 손님들 중에서도, 가장 쓸만한 돈줄이었을 뿐이었던 그였는데.
“으으으으…!”
그런 그가 단지 이별 비스무리한 말을 하고 나갔다고, 길드의 회원 등록을 끊었다고 해서, 대체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자신이 왜?
왜 아까부터 계속 방을 빙글빙글 돌며,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냔 말인가?
“짜증나!”
그런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맴돌고, 또 맴돌자, 결국 평소의 성질이 폭발해버린 로즈윈은.
– 쨍그랑!!
프레이가 주었던 꽃이 담긴 꽃병을, 바닥에 집어 던져 버렸다.
“네가 뭔데, 프레이 주제에, 왜, 나한테!”
이윽고, 바닥에 떨어진 프레이의 황금색 꽃을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짓밟아버리는 로즈윈.
“이딴 감정을, 느끼게! 하냔! 말이야!!”
덕분에 프레이가 정성을 다해 직접 구했던 황금색 장미꽃은, 처참한 모습으로 짓뭉개져버렸다.
“하아… 하아아…”
그렇게 한참동안 애꿎은 꽃에 화풀이를 하다 거친숨을 몰아 내쉬기 시작한 그녀는.
“진짜 뭐지…”
이내, 의자에 털썩 주저 앉으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내가 왜 이러는 걸까…?”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잠시 의자에 앉아서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기 시작했다.
“………”
그리고 한참동안 이어지던 정적.
“…내가 그동안 좀 심했나?”
그러한 정적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로즈윈의 중얼거림에 의해 깨졌다.
“으음, 좀 심하긴 했어. 그래도 우리 길드 단골인데.”
살짝 다리를 꼬고는,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뭐, 이제부터 잘해주면 되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방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뭐, 잠깐 삐진거겠지. 옛날부터 나한테 몇번을 차였는데, 결국은 헤실헤실 웃으면서 돌아왔잖아?”
그러다 잠시 자리에 멈춰선 로즈윈은, 한층 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그나저나, 루루 걘 뭐지?”
어째서인지 그녀가 프레이에게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을때, 로즈윈이 느꼈던 오싹하고도 불쾌한 기분은 아직도 그녀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뭐, 딱봐도 속이 보이네. 게다가 표정을 보아하니 프레이도 귀찮아 하는 것 같던데.”
덕분에 한참을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서있던 그녀는,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어차피 프레이는… 나, 날 좋아하니까. 그래. 틀림없어.”
비록 마지막 순간에 프레이가 살짝 미소를 짓긴 했으나, 그러한 사실은 재빨리 기억에서 떨쳐내고 그렇게 결론을 내린 로즈윈은.
“…정보나 수집하러 가야겠다.”
그때까지 책상에 올려져있던 프레이의 의뢰서를 들고는.
“어, 어차피, 우리 정보 길드 아니면 갈곳도 없잖아? 며칠 못가서 헤헤 웃으면서 돌아올테니 준비나 해놔야지.”
계속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뭐, 나도 단골을 빼앗길수는 없기도 하고. 응응.”
방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다음부터 다시 잘해주면 돼. 어차피 내가 조금만 잘해주면, 걘 헤벌레 할테니.’
이윽고, 그렇게 결론을 내린 그녀는 문고리를 잡고 돌리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다음번엔, 꽃이라도 받아줘야 하나?’
그렇게,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방을 나선 그녀는.
“나 잠시 어디좀 다녀올게~ 그러니 여긴 잠시 네가 맡고 있…!”
여직원에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으나.
“콜록, 콜록!”
이내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후우…”
그런 그녀를 흘깃 쳐다보던 여직원은, 독한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야, 너 뭐해? 미쳤어!?”
결백증이 있던 로즈윈이 기겁하며 그런 그녀에게 소리를 치자.
“어디 가신다고요…?”
여직원은 퀭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프, 프레이가 맡긴 의뢰 조사하러. 그나저나 너 대체 이게…”
그런 그녀에게 의뢰장을 흔들며 답하던 로즈윈은.
“후우우…….”
“콜록, 콜록! 아 진짜!”
여직원이 시가 연기를 다시 한번 내뿜자, 성질을 내며 가게의 밖으로 향했다.
“……….”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계속해서 독한 시가를 피워대던 여직원은.
“그래봤자…”
– 샤아아…
몸에 피워낸 달의 기운으로 단번에 담배연기를 흡수하고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중얼거렸다.
“…늦었어.”
.
한편 그 시각.
“어라?”
프레이는, 자신의 앞에 떠오른 새로운 창의 어느 한 부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서브히로인 알림]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 [공략: 70%]
상세사항…..
아리안느 [공략: 5%]
상세사항…..
루루 [공략완료]
상세사항…..
.
“이건…”
서브히로인들의 명단은 상당히 길게 이어져 있었지만.
“…대체 뭐지?”
프레이의 시선은 그 중에서도 하나에 고정되어 있었다.
로즈윈 솔라 선셋 [공략루트 닫힘]
상세 사항…..
그런 그가 탄 마차는, 속절없이 뒷골목을 벗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