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8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86화(186/524)
Episode 186
– 끼이익…
“…음.”
마차의 속도가 느려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너희들, 여기에 가만히…”
그렇기에 창가에 앉아있던 동물 녀석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는데.
– 우당탕!!
녀석들이 일제히 내게 달려들었다.
“…에휴.”
덕분에 졸지에 나는 오른쪽 어깨에는 올빼미를, 왼쪽 어깨에는 비둘기를, 품 안에는 카나리아를, 주머니에는 고양이 인형을 넣은 처지가 되었다.
“전부 나…”
그런 녀석들에게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명령을 내리려 했는데, 어느샌가 녀석들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뭐지?”
덕분에 살짝 의아해 하던 나는, 주머니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고양이 인형에게 꿀빰을 먹인 뒤에 어느새 멈춰선 마차에서 내렸다.
“…루루, 괜찮겠어?”
“괘, 괜찮아요. 아무 문제도 없어요.”
그러자 따라 내리려던 루루에게 내가 넌지시 질문을 던지니,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답한다.
그러한 반응도 그렇고, 외관상 그녀의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분명히 그녀는 아까전에 마차에서 극렬한 반응을 보였었다.
“잠깐만.”
덕분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에 손을 뻗었다.
– 스윽…
이윽고 그녀의 옷 안으로 손을 넣은 나는, 루루의 반응을 힐끔 살폈다.
“…..?”
갑자기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으니 불쾌해 할 만도 한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음.”
어느정도는 날 악인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기에 살짝 당황한 나는, 이내 그녀에게 걸었던 검사 마법을 거두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열이 좀 있는 것 빼고는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음?”
그러던 중에 싸늘한 느낌이 느껴지기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
주변을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전부 나를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다.
“하아.”
내 평판이 땅바닥으로 떨어진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여실히 체감이 된다.
아마 지금 저 사람들은, 루루를 내가 하도 괴롭히는 바람에 이런 가벼운 추행정도에는 무감각해진 성노예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으르르…”
이런 반응에 취약한 루루가 겁을 먹었을까 걱정하며 힐끔 그녀를 쳐다봤는데, 그녀는 겁을 먹기는 커녕 내 팔에 바짝 붙은채로 주변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왠지 모르게 성질 사나운 사냥개를 보는것 같아 실소를 흘리던 나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어?”
“아, 그 그게…”
그러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위, 위협을 하고 있었어요. 저것들은 전부 주인님의 적이니까…”
이내 소심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녀가 무언가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기준점이, 선과 악이 아닌 내가 되어버린 것 같다.
“…기특하네.”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리는 루루를 멍하니 쳐다보다 건물 안으로 향하려 하니,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여긴 어딘가요?”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앞으로 내가 더러운 일을 하려 할때 올 장소.”
목소리를 낮추어 그렇게 답한다.
“그렇군요.”
그러자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답한 루루는, 내 뒤를 따라 건물의 입구로 향한다.
– 끼이익…
그런 그녀와 함께 건물의 안으로 들어선 나의 시야에는.
“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어색한 제국어로 인사를 하다 날 발견하고 얼어붙어버린, 1학년 시나리오의 최종 보스이자 전체 시나리오의 중간 보스인.
“…으, 으아.”
지금은 앞치마를 입은채 카운터에 있던 미호가 들어오고 있었다.
“뭐, 뭐야? 그 망할 귀족? 네가 왜 여기에!”
한동안 멍을 때리며 날 바라보던 미호가, 이내 파르르 떨며 소리를 지른다.
“…….”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프레이!”
그녀의 뒤편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자, 시선을 돌린다.
“아, 안녕하세…”
그곳에서는, 멍청할 정도로 튀는 화장을 한 세레나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아?”
하지만, 이내 내 옆에 있는 루루를 발견한 세레나는 입을 떡 벌리더니.
“아…”
점점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음?”
그런 그녀를 살짝 안타깝게 쳐다보던 나는.
“하아, 하아아…”
내 앞에 서있던 미호의 낌새가 심상치 않은것을 눈치채고, 조용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지배의 석에 손을 넣었다.
“이, 이이이이익!!”
그리고 그 순간 내게 달려들어오는 미호.
“주, 주인님!”
그와 동시에 여러가지 일이 일어났다.
“으익…!”
눈을 질끈 감고는 날 감싸안는 루루.
“”………””
분명히 사라졌었는데, 어느새 내 어깨와 품속에 나타나 조용히 몸 안의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동물들.
“미호, 멈춰!”
그리고, 총알같이 튀어나와 미호를 감싸 안은 세레나.
불과 몇초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들이었다.
“…비켜.”
그런 상황에서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부 비켜.”
이윽고 한층 더 목소리를 높여서 명령을 내리자, 미호를 붙잡고 있던 세레나와 날 붙잡고 있던 루루, 그리고 내게 달라붙어 있던 동물들이 재빨리 옆으로 비켜선다.
“흠.”
그렇게 내 주변이 텅 비게되자, 나는 그때까지 지배의 석의 영향을 받아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린 미호에게 다가가며.
“…오랜만이네?”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고는 중얼거렸다.
“으힉, 으이익.”
그러자,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기 시작하는 그녀.
아무래도, 노예시장에서의 일이 떠오른 듯 싶다.
“저, 저리가 인간. 오지 말라고.”
“그런데, 방금 뭘 하려 한거야?”
“으이익…”
그런 그녀의 목을 살짝 부여잡은 나는.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거야?”
“……!”
조용히 그녀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미 네년에 대한 수배는 전 제국에 깔렸어. 당장 이곳을 벗어나기만 해도 넌 즉시 체포되겠지.”
“으으, 으…”
“그러니 벗어날 생각따윈 하지 말고 얌전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울먹거리며 주먹을 꽉 쥐는 그녀의 턱을 움켜쥔 나는.
“…흥미가 생기면 데리러 올테니.”
그렇게 말을 맺고는, 그녀를 앞으로 밀쳤다.
“으극…”
덕분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는, 파르르 떨기 시작하는 미호.
“…….”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허공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애정도 관리 시스템]미호 [0퍼센트]
상세사항…..
‘그래서, 얘가 왜 서브히로인이지?’
이 녀석은 ‘중간 보스’일 뿐이지, 절대로 히로인 같은게 아니였다.
‘노예 시장’ 퀘스트에서 그녀를 살리는데 성공하면, 새로 짓게되는 ‘정보 길드’의 NPC로 지정해 길드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그녀가 가진 능력은 매우 쓸만하니 말이다.
블랙테일 판타지에서 ‘용사의 힘’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생명력’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그녀는, 어쩌면 내 생명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수도 있는 열쇠다.
‘게임’에서는 이것저것 제한되어 있지만, 현실인 이곳에서는 제약 없이 이것저것들을 실험해 볼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지팡이의 생명력 보조 능력도, 세레나와 이리나가 그녀의 능력을 연구하여 시험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NPC, 그리고 어쩌면 생명력 부족을 해결할 수도 있는 열쇠.
이 정도의 의미만 가지고 있는게 분명했던 미호가 ‘서브 히로인’이 되어버린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마신의 주관에 있기에 시스템 창의 반응을 곧이곧대로 믿을수는 없지만, 일단은 시스템 창은 ‘애정도 시스템’에 대해 모르는 눈치 같았다.
그렇다면, 애정도 시스템을 주관하는 존재가 따로 있기라도 한걸까?
“…쯧.”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나가던 나는, 이내 머리가 아파지는 느낌을 받으며 시스템 창을 옆으로 치웠다.
‘…뭐, 원래 계획대로 대하면 되겠지.’
서브 히로인이 되었다고 해서 미호를 공략할 생각은 없다. 나는 세상을 구하려는 것이지 방탕한 연애 놀이를 하려는게 아니니 말이다.
그러니, 그냥 원래 계획대로 길드의 NPC인 동시에 열쇠로서 대하는게 맞을듯 싶다.
– 파지직…
“…음?”
그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갑자기 시스템 창이 지직 거리기 시작했다.
“…..!”
그리고 일어난 변화.
미호 [공략 중지]
상세사항…..
“…오호.”
그걸 보고서야, 나는 이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판단에 따라서, 자동으로 공략루트의 상황이 변하는 건가?’
그리고 그 직후 떠오른 새로운 의문들.
‘공략이 중지되거나 닫히면 불이익이라도 일어나는 걸까? 아니면, 공략을 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라도 있나?’
뇌리에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한 그러한 의문들을.
‘공략 상태가 변경되는 요인은 나의 판단밖에 없을까? 다른 요인으로 인해 변경되는 일은 없을까?’
천천히 곱씹던 나는.
‘중지와 닫힘의 차이는 뭐지? 그리고, 다시 열수는 있으려나?’
조용히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으음…”
꽤나 흥미로운 주제들이었지만, 지금 생각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지금 당장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말이다.
“으음…”
일단 지금은, 공략 루트의 상태를 결정짓는 주체가 나라는 것만 기억해 두도록 하자.
“세레나.”
“네, 네엣.”
‘애정도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은 차차 알아가기로 한 나는, 그때까지 빳빳히 굳어있던 세레나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둘이서 잠시 이야기좀 나누지.”
“아, 네! 알겠어요! 그, 그럼…”
그러자,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그녀가 눈에 띄게 허둥지둥대기 시작한다.
‘…귀여워.’
밤의 세레나가 모든걸 전부 아는 현자나 흑막 같은 느낌을 풍긴다면, 낮의 세레나는 너무나 귀엽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사랑에 빠진 이 나이대의 소녀는 별 수 없는걸까?
“아, 맞아. 그래. 거기가 있었지.”
“…….”
“따, 따라오세요.”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주눅이 든 세레나가 날 데리고 지하로 향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거기 남아있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고.”
뒤에 남아있는 동물들에게 그렇게 말한채로 말이다.
.
“뭐야? 여긴…”
“어, 그그 그러니까 여긴…”
앞으로 새로운 정보길드로 삼을 건물의 지하실에 세레나가 만들어둔 공간을 둘러보다 질문을 던지니, 그녀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 음… 회의실인데요.”
“쯧.”
그러다 겨우 답변을 한 그녀를 못미더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내 눈치를 보던 세레나가 움찔거린다.
“프, 프레이…”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조심스럽게 내 곁으로 다가온 그녀.
– 스윽, 슥…
“저, 저기. 우리 이야기좀 해요. 네?”
그렇게 말하며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비집고 들어온 그녀는, 내 겉옷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비비고 있었다.
내 옆에 바짝 달라붙어 얼굴을 부비고 있던 루루의 체취를 없애기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저리가.”
덕분에 잠시 이성을 잃을 뻔 했지만, 나는 초월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 핥짝
세레나가 날 핥았다.
“야, 약혼자로 대접해주지 않아도 되요.”
그 돌발 상황에 잠시 멍을 때리고 있으니, 세레나가 내 품에 파고들며 간절히 말해온다.
“전 애완동물도 괜찮아요. 하녀나 노예도 괜찮아요. 어떻게 대하셔도 되니까, 그냥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 네?”
“세레나.”
“당신을 이렇게 오랫동안 보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아세요? 제발요, 제발… 당신을 보고 싶어 미쳐버릴것 같단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파르르 떨던 그녀는.
“…난, 영원히 널 좋아한단 말이야 프레이.”
빨갛게 익은 얼굴을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못 참겠네.”
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세레나의 의중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지만 꾹 참고 있던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프, 프레이?”
– 딸깍!
이윽고 방의 스위치 앞에 도착한 나는, 모든 스위치를 아래로 내렸고.
– 삑, 삑, 삑!
그 아래에 있던 키패드도, 망설임 없이 눌렀다.
– 우우웅…
그러자, 잠시 방에 떠오른 복잡한 상형 문자들.
“…..”
그리고 잠시 뒤, 방에는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세레나.”
그러한 상황에서 넌지시 세레나의 이름을 부르자.
“…프레이.”
당연하게도 기억을 되찾은 뒤에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날 쳐다보던 세레나가 수줍게 답해온다.
“용케도 알아차리셨네요, 여긴 마신의 눈을 피하기 위해 제가 완벽하게 설계한 암흑 발생 공간이에요. 그런데 그나저나, 비밀번호는 어떻게 아셨…”
“넌 비밀번호는 항상 내 생일로 해놓잖아.”
이윽고 속사포로 이야기를 시작한 그녀의 말을 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 나는.
“…이 바보야.”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파고들었다.
– 츄릅…!
그리고 그 순간부터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시작된 키스.
“으음…”
“……”
헌신적으로 내 혀를 탐하던 세레나는, 이내 조심스럽게 내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 휘릭…
그리고 잠시 뒤.
“…아읏.”
그녀의 가슴이 내 품에 닿았다.
– 두근, 두근…
서로의 맨살이 서로에게 닿아, 심장 박동 소리마저 공유하는 상황.
“…꿀꺽.”
그런 상황속에서 세레나가 천천히 아랫도리로 손을 뻗자, 나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
그리고 시작된 긴 정적.
– 바스락, 바스락.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로지 작게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의존한채, 내 위에 올라탄 그녀의 무게를 느끼며 조용히 눈을 감던 나는.
“…아윽!!”
“세레나?”
갑자기 세레나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기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 무슨일이야?”
“아으… 아으으…!”
“…이런.”
이윽고 그녀의 맨 살을 더듬은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저주… 때문이야?”
“죄, 죄송… 죄송해요.”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니, 시무룩한 목소리로 답해오는 그녀.
“고통을 참으려고 진통 물약에 진통 마법까지 걸었는데… 이겨낼 수 없었… 우으…!”
그러다 다시 그녀가 고통을 호소하기에 다급히 그녀에게서 떨어진 나는, 옷을 주섬 주섬 입으며 물었다.
“비밀당주는 잡혔잖아?”
“자, 잡긴 했는데… 종속의 저주에 대해 연구해보니, 문제점이 나오더라고요…”
“문제점?”
“옛 문헌의 사례들을 뒤져본 결과… 저주를 건 사람을 죽이면 명령은 받지 않을 수 있는데, 저주는 그대로 남아서요…”
“…이런.”
그 말을 들은 나는,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 그래서… 어떻게든 고통을 참아보려 했는데, 죄… 죄송…”
“…세레나.”
그 탄식을 듣고 파르르 떨며 말하는 세레나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붙잡은 나는.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 분명히 해금 방법이 있을거야.”
“으, 으읏.”
“그 하나의 우연? 그걸 찾으면 된다고 했잖아? 불가능한것도 아니니, 조금만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으나.
“바, 방학 안으로 찾아야 해요.”
“응?”
조용히 훌쩍이던 세레나가 한 발언에,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해… 해결책을 찾아야…”
“으음.”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세레나의 발언을 듣던 나는.
“당신과, 사랑을 나눌 수 있어요…”
애절한 그녀의 말을 듣고는.
“그렇구나? 그럼 힘내.”
“네?”
싱긋 웃으며 답했다.
“…나도 빨리 너랑 하고 싶어, 세레나.”
“”……….””
그리고 긴 정적이 흘렀다.
비록 완전한 암흑이었기에 어렴풋이 보였지만, 내 말을 듣고 빳빳하게 굳어버린 세레나는.
“…♡”
파르르 떨리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다, 온 몸을 움찔거리며 내 손을 맞잡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사랑… 사랑해… 사랑해 프레이…”
“…으, 으응.”
세레나의 스위치가 완전히 돌아가 버렸다.
덕분에 왠지 모르게, 세번째 시련에서 봤던 그 세레나가 생각이 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헤헤…”
“이, 일단 여기서 나갈까?”
“…네에.”
더 이상 여기에 있다가는 다른 의미로 잡아먹힐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다급히 그녀와 함께 스위치로 향한 나는.
“낮에는 네게 험하게 대할 수밖에 없어. 정말 미안…”
“…♡”
“아니다.”
내 옷에 얼굴을 파묻은채 가쁜 숨을 몰아내쉬던 세레나의 머리를 잠시 쓰다듬다가.
– 딸깍!
이내 스위치를 일제히 올렸다.
– 우우웅…
그와 동시에 방에 찾아온 불빛.
“…으아?”
찰나의 순간, 현재의 순간에 맞게 기억이 재조정 된 그녀는.
“네게 더 이상 볼 일은 없어.”
“우으…”
싸늘한 내 말을 듣고는, 울상을 지은채 고개를 푹 숙였다.
– 터벅, 터벅…
그런 그녀를 뒤로 한채, 빨개진 얼굴을 어루만지며 계단을 오르던 나는.
“…..어라?”
왠지 모르게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허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 뒤에 1층으로 향하는 문고리를 잡고 돌린 그때.
“안돼에에에!!!”
“…..!?”
뒤에서 뭔가를 눈치챈건지 흐트러진 옷을 여미며 창백하게 질린채로 내게 달려오는 세레나를 보고는 잠시 얼어붙었고.
“크오오오오오!!!”
– 콰지직!!
그 순간, 일이 일어났다.
“으아앗!!”
뒤에서 전력으로 달려온 세레나가 몸을 던진 덕분에, 그녀와 함께 바닥으로 엎어진 나는.
“크르르…”
“…..!?”
강철로 된 문을 일격에 산산조각 내버린 미호를 보고는 경악했다.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된거야?”
“과, 광폭화…?”
어째서인지 그녀는, 1학년 시나리오의 최종 보스인 ‘마물화된 영물’로서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미워… 인간이 미워… 귀족이 미워…”
“큿.”
이해할 수 없는 돌발상황에, 나는 다급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지배의 석을 찾기 시작했으나.
“…젠장.”
곧 내 바지가 뜯겨져 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를 악물었다.
“미치겠네.”
내 바지의 옆단과 함께 저 멀리로 떨어져나간 지배의 석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크르르…”
“제, 제가 상대할게요. 당신은 지하로 내려가서…”
“후으…”
그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는 지팡이와 허리춤의 검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고.
– 파지직… 파지지직…
그때까지 자신들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마력까지 소진해가며 미호를 붙잡고 있던 동물들은, 아예 자폭 마법진까지 허공에 떠올리기 시작했으나.
“그만.”
상황은, 너무나도 간결하고 쉽게 종료되어 버렸다.
“끄잇…!”
정령들의 구속을 풀어내려 안간힘을 쓰던 미호가, 별안간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앉아.”
이윽고 길드에 다시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끼힝…”
다리를 후들후들 떨던 미호는, 이내 꼬리를 내리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
이내, 적막이 흘렀다.
“……..”
한편,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주인공인 루루는.
“…..아?”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미호를 내려다보다 퍼특 정신을 차리고는, 이내 얼빠진 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파지직…
그런 그녀의 마안은.
“주, 주인님? 이게 무슨 상황…?”
그 누구보다도 짙은 루비색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