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8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87화(187/524)
Episode 187
“으이익!”
반쯤 마물화가 풀린 미호가 전력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가만히 있어.”
“히극…”
하지만 루루의 명령 한마디에 도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그녀는, 이내 분노마저 잊은채로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뭐지?’
그런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던 나는, 저 멀리서 산산조각 난 채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지배의 석에 시선을 돌리며 생각에 잠긴다.
‘지배의 석은 분명히 박살이 났는데…?’
마물화 영물이 된 미호는 엄연히 1학년 시나리오의 최종보스 취급을 받는다. 즉, 통제하기는 커녕 싸워 이기기도 꽤 힘들다는 거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그녀를 루루는 말 한마디로 제압한걸까? 지금까지 워낙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긴 했지만,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주, 주인님. 어떻게 하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루루가 고개를 돌려 다급히 내게 질문을 던져온다.
– 파지직… 지직…
그런 그녀의 마안은, 그때까지 루비색으로 불타오르고 있었고.
“설마… 저 마안이?”
그제야 나는 이 일이 일어난 경위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이 기적과도 같은 일은, 루루가 가지고 있던 마안이 벌인 일인것 같다.
‘이상한데…’
하지만 말 그대로 ‘어느정도’밖에 파악하지 못했을 뿐인지라, 의문점은 아직 남아 있었다.
단순히 무언가를 분석하고 파악하는데 특화된 루루의 ‘마안’에 새로히 생기게 된 능력의 정체는 뭘까?
그리고 그 능력이 생기게 된 계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딱히 전조 현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일단… 잠재워.”
“네, 네에.”
그렇지만, 미호의 상태가 너무나 안좋아 보였기에 나는 일단 생각을 접어둔 뒤에 그렇게 명령을 내렸고.
“…잠들어.”
“으으…”
잠시 후 마물화의 영향에서 거의 벗어난 미호의 눈이 스르르 감기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채 의식을 잃어버렸다.
“”…….””
그리고 흐르기 시작한 정적.
“어, 음…”
그러한 정적속에서 잠시동안 나를 응시하던 루루는.
“쓰, 쓰다듬어 줘요.”
쭈뼛거리며 내게 말했다.
“…..!?”
그리고,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이상한 충동.
물론 정신력 수치가 강한 나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지만, 보통 사람이었으면 분명히 먹혀 들었을 것이다.
“우, 우으… 죄송…”
한편, 혹시나 싶어 내게 명령을 내려봤던건지 안절부절 못하며 사과를 하던 루루는.
“아으윽…!”
이내 눈을 부여잡으며 비틀거리더니,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으으…으…”
“루루? 괜찮… 으앗!”
덕분에 깜짝놀라 그녀에게 달려간 나는, 그녀의 몸을 만진 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뭐가 이리 뜨거워…?’
그녀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기 때문이었다.
– 파지지직…
게다가 그녀의 눈에서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스파크 때문에 잔뜩 충혈되어버린 눈.
그러한 상태가 유지되면, 루루가 심각한 상처를 입을게 자명해 보였다.
– 파직!
때문에 살짝 손에 힘을 주어 루루를 기절시키니, 다행히 불타오르던 마안이 꺼졌다.
“후우…”
그렇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루루와 미호 사이에서 한숨을 내쉬던 나는, 문득 그때까지 날 바라보고 있던 세레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음.”
무언가를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를 띤 채로 조용히 나와 미호, 그리고 루루를 번갈아 쳐다보던 그녀는.
이내 내게 시선을 고정한다.
“…짜증나네, 비싼 상품이었는데.”
낮의 세레나에게 내 정체를 들켜서는 곤란했으므로, 나는 싸늘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루루를 그녀의 쪽으로 거세게 걷어찼다.
“내가 진짜로 걷어찬걸로 믿어.”
물론, 진짜로 찬건 아니었다. 차는 시늉만 하고 절대복종마법이 걸려있는 그녀에게 그렇게 명령을 내렸을 뿐.
“프, 프레이.”
그런 나를 멍하니 쳐다보던 세레나가, 다급히 내 쪽으로 다가온다.
“이게 어떻게 된 일…”
“됐고, 치유물약이나 가져와. 응급조치를 한 뒤에 여길 떠날거니까.”
“여, 여기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치유물약을 꺼낸 세레나가, 소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조, 조금 머물렀다 가세요… 이야기도 좀 나누고, 방금 일에 대해서도…”
“방금 일에 대해선 별 신경을 쓰지 마.”
“네, 그치만 역시 조금만 저랑 시간을…”
“됐다니까.”
이곳에 계속 머물러 있다간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았기에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는데, 세레나가 소심한 표정을 지으며 내 아랫도리를 가리킨다.
“…그, 그런 상태로 밖에 나가시려고요?”
“아.”
그제야 내 아랫도리가 찢어져 있다는걸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린 나는.
‘…그러고 보니, 여기 온 목적도 아직 실행 안했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숨을 내쉬며 세레나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해보니, 네게 의뢰할게 있었…”
“네! 알겠어요! 지금 당장 준비할게요!”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활짝 웃으며 그렇게 답한 세레나가 손뼉을 치자.
– 휙!!
지하에서 복면을 쓴 암살자 두명이 튀어나왔다.
“…치워.”
그녀들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 세레나는.
“주, 준비가 끝날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커피라도 드릴까요? 커피 좋아하시잖아요. 네?”
내게 그렇게 말하며 다시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아…”
왠지 모르게,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
“음흠, 음…”
“…….”
나는 지금,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는 세레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이게 지금 뭐하는 거지.”
들고 있는 파일을 정돈하는데 상당히 열중해 있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니, 세레나가 그제야 날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보, 보면 모르시나요? 의뢰를 받는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옆 자리에는, 미호가 눈을 부릅뜨고 날 노려보고 있다.
“난 네가 새로 설립한 정보길드에 맡길 의뢰가 있다고 했지, 이렇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게 아닌데.”
덕분에 언제라도 덮쳐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세레나에게 항의를 하자, 그녀가 재빨리 답한다.
“하, 하지만… 저희 사무소에서는 이러한 형식이 필수라…”
“사무소? 정보 길드가 아니라?”
“모르셨던 건가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는, 잔뜩 목소리를 깔며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가 몇달 전부터 이곳에 세운 건물은, 단순한 정보 길드가 아니라…”
“……”
“…타, 탐정 사무소에요!”
도중에 내 싸늘한 시선을 받고 주눅이 들어버린 건지 말을 더듬어 버린 그녀는.
언제 준비한건지 머리에는 낡은 베레모 모자를 걸치고, 어깨에는 체크무늬 망토를 두른채, 피지도 않는 담배까지 손에 쥔채로.
“으, 우으…”
얼굴을 붉힌채 살짝 쭈그러들어서는 조용히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귀여워.’
항상 냉철한 모습만을 보이던 그녀가 잔뜩 주늑이 들어서 하찮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평소의 모습과의 차이가 대비되어 너무나도 귀여워 보인다.
이야기를 나누는 곳을 지하가 아닌 1층의 응접실로 정한게 아쉬워 질 지경이다.
“음…”
그나저나, 정보 ‘길드’라고 하기에는 건물이 너무 허름해서 뭔가 싶었는데 탐정 사무소라니.
갑자기 웬 탐정 사무소일까?
“공작가 영애이자 현 당주가 탐정 사무소를 경영한다니, 머릿속이 너무 꽃밭인거 아니야?”
“펴, 평소에 의뢰인을 만날때는 위장 마법을 쓰고 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덕분에 호기심이 미칠듯이 폭발해서 마구 질문을 던지려던 나는, 이내 말을 멈추고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세레나가 다 생각이 있겠지.’
이건 ‘낮 세레나’의 개인적인 일탈은 아닐것이다. 비록 기억이 지워진다고 해도, ‘낮의 세레나’는 ‘밤의 세레나’에게 어느정도 통제를 당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소꿉놀이 같은 일이 세레나가 세운 계획의 일부라는 건데… 아쉽지만 나로서는 그녀의 거대한 그림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낮의 활동을 이 ‘탐정 사무소’에 고정할 정도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임은 분명…
“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세레나가 손뼉을 치더니 주섬주섬 편지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뭐해?”
그런 그녀에게 질문을 던져보니, 세레나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한다.
“페, 페를로체 씨에게 편지를 쓰려고요.”
“…편지?”
“네, 페를로체 씨가 제게 의뢰를 하셨었거든요.”
그렇게 말한 세레나는, 내 어깨에 앉아있던 비둘기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간다.
“제 비둘기가 집을 나갔어요! 다시 찾아주시면, 보상금을 넉넉히 드릴게요! 라고…”
“구?”
“페, 페를로체 씨가 저희 사무소 단골이시거든요. 비둘기를 자주 잃어버리셔서…”
페를로체 특유의 멍청한 억양을 따라한 세레나는, 싸늘한 내 표정을 보고는 다시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
그후 긴 적막이 흘렀다.
“그, 그래도 저희 사무소 꽤 유명해졌어요! 이래보여도 지금까지의 사건 해결률이 100퍼센트 인지라, 요즘은 높은 신분도…”
“너보다 높은 신분은 안올거 아니야.”
그 말을 듣고 깊게 한숨을 내쉰 나는, 왠지 모르게 아까부터 주눅이 들어있는 세레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흐익…”
그러자, 안절부절 못하며 움찔거리는 세레나.
“애들 장난같은 유치한 놀이나 하고, 정말 한심하군.”
그런 그녀에게 싸늘하게 매도를 가하자, 그녀가 울먹거리며 중얼거린다.
“화, 황후도 의뢰를 맡겼었는데…”
“됐고, 내 의뢰나 받아.”
“…네, 네에!”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어설프고 하찮은 모습에서 느껴지는 귀여움을 꾹꾹 참아가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마른침을 삼키던 세레나가 눈을 빛낸다.
“첫번째로, 교단의 최연소 성기사에 대해 조사해줘.”
“그, 그분은 왜…”
“알거 없어. 그냥 조사나 똑바로 해.”
명령조로 그렇게 말하자, 꼬치꼬치 캐물으려던 세레나의 동공이 잠시 풀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뭐, 뭐야? 원래 어떻게든 추궁을 했었는데…”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여기에 있는거지?”
그와 동시에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미호가 그렇게 중얼거리기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나는 세레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조, 조수에요!”
“조수?”
“탐정에게는 조, 조수가 있는게 상식이니까요…”
그러자 소심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한 세레나는, 미호를 힐끔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위험한 일이 일어날 때 싸움도 가능하고, 치유능력도 있고, 은근히 머리도 잘 돌아가서…”
“됐고, 두번째 의뢰나 들어.”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세레나의 말을 끊은 나는, 표정을 어둡게 바꾸며 그녀에게 속삭인다.
“…교단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아와.”
“네, 네에?”
그러자, 세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어, 어느 범위 정도로…”
“전부.”
그런 그녀에게 단호하게 답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수고해.”
“자, 잠시만요! 조금만 더 이야기를…”
그라자,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내 수선된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려던 세레나는.
“…일을 잘 끝내면, 하루간 데이트를 해줄게.”
“…..!”
그 말을 듣고는, 입을 떡 벌린채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럼 이만…”
그런 귀여운 낮 세레나를 힐끔 쳐다보다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가려던 나는.
“…우욱.”
소파에 앉아있던 미호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헛구역질을 하기에,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뭘보나, 인간.”
그러자,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말을 내뱉는 미호.
“끼리끼리 노는군.”
아까처럼 또 습격을 당할까봐 살짝 겁이 났기에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재빨리 응접실을 나서며 생각했다.
‘…정말 계획이 있는건 맞겠지?’
아무리 봐도 천재 공작영애의 일탈로 보이지만, 그래도 세레나의 일이니 의도한 바가 있을것이라 애써 생각을 마무리 지으며 1층으로 나온 나는.
“주, 주인님…”
“가자, 루루.”
눈에 붕대를 감은채 날 기다리고 있던 루루와 탐정 사무소를 나서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좀 쉬어야지…’
오늘은 좀 푹 쉬고, 내일부터 나머지 서브히로인들을 찾아다녀 봐야겠다.
.
그렇게, 프레이가 지친 몸을 이끌고 루루와 함께 마차로 향할 무렵.
“뭐냐구…”
그때까지 응접실에 앉아있던 세레나는, 울상을 지으며 손에 든 쪽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남자의 마음을 돌리는 101가지 방법]– 72번째, 평소의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어필하기.
일생을 프레이만 바라보며 살아왔던 세레나였기에 연애경험이 전무한 그녀는, 사랑을 글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 …..그리하여, 남자가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당신을 의식했다는 겁니다. 즉, 작전 성공!
“왜 안먹히는 건데에…”
그렇기에, 자신의 작전이 완전히 먹혀든 것도 모른채로 울상을 짓던 그녀는.
“맞다! 데이트!”
이내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호, 모든 일정을 미뤄. 지금부터 프레이가 맡긴 의뢰를 수행하러 갈거야.”
“…뭐?”
이윽고 세레나가 잔뜩 흥분을 한채 말하자, 미호기 인상을 찌푸리며 묻는다.
“진심인가? 겨우, 그 사람과의 데이트 때문에 사건들을 전부 미룬다고?”
“응.”
“…황후가 맡긴 사건도?”
“응.”
“하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던 미호는.
“그 사람이 싫지도 않은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진다.
“프레이를 왜 싫어해야 해?”
“…됐다.”
하지만 곧 말이 통하지 않음을 깨달은 미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파일들을 정리하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그나저나, 아까는 대체 뭐였…”
– 똑똑똑
응접실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린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세레나 씨,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
눈이 먼 암살자가, 탐정 사무소에 손님이 찾아왔다 알린다.
“나중에요, 지금은 바빠요. 예약명부에 추가해두시고, 오늘은 돌려보내…”
하지만, 프레이의 제안에 눈이 먼 세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외투를 꺼내기 시작했으나.
“추천을 받고 왔어요!”
“…누구의 추천을요?”
암살자의 틈을 비집고 누군가가 들어오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 이분인데…”
“…페를로체 씨가?”
이윽고 손님이 내민 엉망진창으로 써진 추천장을 바라보던 세레나는.
“들어오세요.”
조용히 자리에 앉고는, 그리 말한다.
– 끼이익…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는지?”
이윽고, 미호와 함께 손님을 지긋이 쳐다보던 세레나가 그렇게 질문을 던지자.
“혹시…”
로브를 뒤집어 쓴 손님은.
“…요즘 널리 퍼지고 있는 그 소문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어떤… 소문에 대해서 말하시는지?”
손에 깍지를 끼며 서두를 떼었다.
“용사에 대한 소문이요.”
깍지를 낀 손님의 왼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