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9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92화(192/524)
Episode 192
“음…”
몽롱한 기분을 느끼며 신음을 앓던 이솔렛이, 퍼특 눈을 뜬다.
“…..?”
그러자, 그녀의 눈앞에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제국의 중심에 드높이 솟아 있는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본관.
그러한 본관을 둘러싼 수많은 부속 건물들과 조형물들.
그리고, 그런 건물들의 중심에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제국에서 가장 큰 조형물로 알려져 있는 1000년전의 용사의 조각상.
하나하나가 이솔렛이 학창시절부터 좋아했고, 교사가 된 지금도 좋아하는 것들이었지만.
“아…..?”
어째서인지 그러한 것들을 바라보는 이솔렛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드높이 솟아있던 선라이즈 아카데미의 본관은 반파되어 잔해만이 남아 있었고, 수많은 부속 건물들은 불타오르고 있었으며.
– 끼이익…
제국의 상징이나 다름 없던 용사의 조각상은, 반으로 꺾인채 무너져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무슨 일…!’
그러한 끔찍한 광경을 보던 이솔렛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입에서는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야…?’
입 밖으로 내뱉어지지 않은 말은, 그저 그녀의 머릿속에서 공허하게 떠돌 뿐이었다.
– 쿠구궁…!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자리에 서있던 이솔렛은, 뒷쪽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오자 재빨리 고개를 돌린다.
‘…..!’
그러자, 그녀의 시야에 믿기 힘든 장면이 들어온다.
– 파직, 파지직…
1000년 전에 용사 파티에 의해 아카데미를 둘러싸게 된, 초대 마왕조차 뚫지 못했다고 전해지는 견고한 방어막이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우오오오!!”
그리고, 산산조각이 난 방어막의 틈으로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 건.
“인간… 인간을… 찾아…”
“죽… 인다…”
1년에 한두번 정도 발견될까 말까 하는 최상급 마물들과, 어두운 기운에 침식된 들짐승 들이었다.
“젠장…”
그런 장면을 사색이 되어 쳐다보던 이솔렛은.
“이렇게 된 이상…”
‘뭐, 뭐야?’
갑자기 자신의 입에서 그러한 소리가 흘러나오자,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하려 했지만.
‘윽?’
곧, 자신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임을 깨닫고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또 악몽을 꾸고 있나보군.’
최근들어 왠지 모르게 몸이 피로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였기에 자주 악몽을 꾸던 이솔렛은, 지금 이 상황을 ‘악몽’이라 단정짓고는 한숨을 내쉰다.
‘침공당하는 아카데미라, 악몽으로는 제격이로구나.’
아카데미에서 미래를 이끌어나가갈 학생들을 양성해 제국을 부흥시킨다는 장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던 이솔렛에게는,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맞춤형 악몽이었기에.
비록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는 않지만 고개를 좌우로 휘젓던 이솔렛은, 이내 그렇게 생각했다.
‘이대로 있으면 알아서 잠에서 깨겠지.’
그리고 그 시점부터 그녀는 허리춤에 매여두었던 검을 뽑아들고는,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내가, 모두를 지켜야 해…”
어느새, 꿈속의 자신과 마음마저 동화되어 버린 채로.
새까맣게 다가오는 적들의 파도 한 가운데로 향하며 말이다.
.
“꺄아아아악!!”
“아, 안돼!!”
“살려주세요!!”
이곳저곳에서 비명이 들린다.
그 어느곳보다도 안전하고, 그 어느곳보다도 행복이 넘쳐야 할 장소가, 피와 비명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도, 도망쳐!”
“잠시만요! 학생들은…”
“이거 놔!!”
저 멀리에, 허둥지둥 아카데미를 빠져나가는 교직원들이 보인다.
그런 그들을 보니 마음속에 천불이 일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압도적인 적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었는데, 겁을 먹지 않는게 이상한거니.
“…으득.”
하지만.
교육자라면 학생들을 구하거나, 적어도 그들과 같이 도망쳐야 하는게 아닌가?
맞서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아직 대피를 못한 학생들을 대피시킬 능력은 충분히 있을터인데, 선생이란 자들이 제일 먼저 맨 앞에서 도망치다니.
아직 마물들이 임시 방어막을 넘어서지도 않았는데, 달려가다 넘어진 학생 정도는 일으켜 세워 줄 수 있는게 아닌가?
이것이 내가 원하던 아카데미인가?
이것이 내가 동경하던 교사의 모습인가?
이것이 내가 희망하던 미래인가?
“흐압…!”
“조금만 버티세요, 지원이 올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잔해 안에 학생이 있어요! 도와주세요!”
내 바로 옆에서는, 학교를 담당하던 메이드들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물론 메이드들 역시 실력자긴 하지만, 그래도 교사들보다는 별볼일 없는 실력임에도 그녀들은 악착같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있다.
“이솔렛 교수님!”
그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헛웃음을 흘리며, 겨우 적들을 잠시나마 막아낸 임시 방어선으로 향하던 나는.
“그쪽은 위험해요! 저희와 같이 합류해서 싸워요!”
다급히 내쪽으로 달려와서 내 팔을 붙잡은 메이드를 빤히 쳐다본다.
“이솔렛 교수, 설마 거기로 들어가려는건 아니겠지?”
“…무리다, 아무리 자네라도 그건 자살행위라네.”
“차라리 이곳에서 몸을 추스르며 재정비를 하고, 우리와 같이 싸우는건 어떤가요?”
그리고, 방어선을 세우기 위해 아카데미에 남은 얼마 되지 않는 양심 있는 교수들도 다급히 내게 그렇게 말해온다.
“…하.”
정말로 다행이다. 아직 이런 사람들이 남아있어서.
아무리 제국이 어둠에 뒤덮일지라도, 이 사람들 같은 작은 불씨가 남아 있는 이상, 얼마든지 다시 타오를 수 있는 희망은 있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 이 불씨들을 위해 기꺼이 이 한 몸뚱아리를 불구덩이로 던지려 한다.
그것이 기사의 도리고.
제자를 둔 교사의 도리며.
모두가 지향해야 할 길이기에.
나 하나쯤 희생해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면, 반드시 해야 만 하는 일이다.
“이솔렛 교수!!”
“…교수님!!”
그렇게 생각하며 임시 방어선 안으로 향하려 하니, 방어벽을 구축하고 있던 이들이 내게 달려든다.
“이 방어선이 뚫리면,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항전을 한다 해도 무용지물이란건 다들 알고 있을 텐데요.”
“그렇지만…!”
“그리고, 안에 아직 학생들이 남아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그렇게 말한 나는.
“제가 살아 나오지 못하면, 아버지께 그렇게 전해주십시오.”
나지막한 목소리로 평소에 하고 싶던 말을 전하고는.
“…가문에 폐를 끼쳐 늘 죄송했다고.”
방어선 안으로 뛰어들었다.
“”………””
그리고, 잠시 동안 흐른 정적.
“크르르르…”
“우오오…”
이윽고 방어선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대열을 정시하던 마물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린다.
“후우…”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던 나는, 늘 차고다니던 애검을 어루만지며 심호흡을 하다가.
“…읏.”
문득 든 생각에, 그만 호흡을 흐트러트리고 말았다.
“녀석은, 어디에 있으려나.”
이 검은, 어릴때 프레이가 내게 선물로 줬었던 것이였다.
당시에 기사 후보생이었던 내게, 꼭 시험을 통과하라는 응원과 밝은 미소와 함께 건내주었던, 제국에서 제일가는 명검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이 검은.
그 날 이후로 씻을때와 잠을 잘때를 제외하면, 한시라도 내 곁을 떠난적이 없었다.
왜 그랬던 걸까?
단순히 이 검이 잘 들고, 손에 너무 익어버려서일까?
아니면 지금은 타락해버린, 하지만 한때는 순수한 미소로 검밖에 없던 내 인생을 흔들어 놨던 첫 제자에게 남은 미련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녀석이 보고 싶어서일지도.
“후우…”
잡념을 떨쳐내며, 크게 심호흡을 한다.
그러자, 마물들과 들짐승들이 날 바라보며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 우우웅…
긴장으로 인해 거칠어 진 숨을 바르게 고른다.
손잡이를 쥐고 있던 손의 자세를 갈무리 한다.
애검에 정갈한 마나를 모으며,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한다.
“최대한 많이 베어주마.”
그렇게 전투 준비를 마친 나는, 일제히 내게 돌격해오는 마물의 무리를 쳐다보다.
‘오늘이야말로… 벽을 깰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확히는, 무리의 너머에 보이는.
– 지이잉…!
마물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아카데미 본관 크기의 다크 골렘을 보며.
‘그럼, 저 녀석도 길동무로 삼을 수 있을 터인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앞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 파지잉…!
그리고, 섬광이 빛났다.
.
“으으, 으…”
눈 앞이 뿌옇다. 머리도 깨질듯이 아프고. 온몸이 살려달라 비명을 지르고 있다.
“쿨럭…”
피가 토해지는걸 보니, 장기들에도 부상을 입었나보다. 하긴, 온몸의 뼈가 조각이 났으니 당연히 장기도 상처를 입을 수 밖에.
– 끼긱… 끼기긱…
몇분을 더 버틸수 있을지도 잘 짐작이 가지 않는 암울한 상황에서, 애검을 지지대 삼아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킨 나는.
“하하, 하하하…”
이내, 지친 웃음을 터트렸다.
“해냈…구나.”
사방이 피범벅이다.
내게 이빨을 드러내던 마물의 무리와 들짐승들은, 일도양단이 되어있으며.
– 파즈즈즈…
중앙의 핵이 파괴된 다크 골렘은, 검은 액체를 철철 흘리며 완파되어 있다.
– 쨍그랑!
“결국, 해냈어.”
단 한마리의 적도 더 이상 앞에 남아있지 않다는걸 확인한 후에야 검을 놓친채로 자리에 쓰러진 나는.
“크어억…”
피를 한바가지나 토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바로 그 순간.
– 짝짝짝!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대단하네, 대단해.”
이윽고, 사방에 울려퍼지는 녀석의 목소리.
“설마, 모든 적들을 쓰러트릴 줄이야.”
그 목소리를 들은 나는, 지긋이 눈을 감는다.
“마물들은 그렇다 치고… 대체 다크 골렘은 어떻게 잡았는지 몰라?”
그런 나에게 계속해서 다가오던 프레이는.
“어디보자…”
나의 바로 앞에 멈춰서서,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날 살펴본다.
“…벽을 넘었네?”
이윽고,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물어오는 프레이.
“검성이 된 기분은 좀 어때? 이솔렛?”
그때까지 바닥에 쓰러진채 녀석의 말을 들으며 거친 숨을 몰아내쉬던 나는.
“영락했구나, 프레이.”
힘겨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뭐야, 그 반응을 보니… 이미 내가 이 사건의 주모자라는걸 눈치채고 있었나봐?”
“…쿨럭!”
그러자, 녀석이 쭈그려 앉아 날 쳐다보며 그렇게 묻는다.
“언제부터였지?”
“의심은… 예전부터 하고 있었지. 확신은 방금 얻은 마나 감지 능력으로… 네가 모두를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였지만.”
“…하.”
녀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답하니, 녀석이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내뱉는다.
그런 그에게서, 옛날의 순수했던 눈동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뭐, 수고했어. 옛 정도 있고 하니… 특별히 내 손으로 죽이진 않을게. 이대로 내버려두면 곧 죽을테니까.”
“왜… 이런짓을… 벌인거냐…”
“글쎄? 어차피 죽을 사람이 그건 알아서 뭐하게?”
힘겹게 녀석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녀석의 표정에는 그저 조소만이 떠 있었다.
“보통 악당들은 이런 상황에서 방심해 자신의 계획을 전부 말하다가 골탕을 먹더라. 난 그런건 질색이거든.”
“……..”
“아무튼, 덕분에 좋은 구경했어. 그럼 난 이만.”
내 눈꺼풀이 점점 아래로 쳐지자, 녀석은 흥미를 잃은건지 차게 식은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프레이…”
그런 그에게, 나는 마지막 힘까지 전부 짜내어.
“검은… 사람을 지키라고 있는거다.”
최후의 충고를 날리기 시작했다.
“사람을 베는건, 오직 지키기 위해서 행해야 해…”
그러자 녀석이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힐끔 날 쳐다본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꺼져가는 정신 속에서 겨우 말을 맺고는.
“…언젠가는, 피에 물드는게 네가 될거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
그리고 시작된 긴 정적.
그러한 정적속에서 눈을 감고 있던 나는.
‘그래…’
그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꽉 부여잡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거라, 프레이.’
이것은, 죽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파놓은 함정이었다.
검성의 경지에 올랐기에 몸의 상태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던 나는, 내 몸의 생체신호를 완전히 없애 죽은 것으로 위장했다.
애초에 죽은것이나 다름없는 몸을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겨우겨우 끊어지려는 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라, 마왕이 온다고 해도 내 상태를 분간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음…”
녀석이 아까부터 내 검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건,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아마, 녀석은 내 검을 회수하려 내 곁으로 다가오겠지.
녀석이 내 검에 손을 댄 순간, 최후의 발악으로 검에 마나를 모조리 불어넣어 폭주시킬 것이다.
제자가 어긋난 길을 걸어, 모든걸 파괴할 괴물이 되어버렸으니.
스승인 내가 그 목숨을 거두어 주는게 이치에 맞겠지.
– 터벅, 터벅.
꺼져버리려는 정신을 겨우겨우 붙잡아가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녀석이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제자는 마지막까지도 날 실망시킬 생각인가보다.
– 스윽…
어느새 내 바로 앞에 도착한 프레이가, 조심스럽게 몸을 낮춘다.
– 우우웅…
그 즉시, 나는 검에 마나를 불어넣을 준비를 시작했고.
“…으득.”
그와 동시에 들려온, 이빨을 가는 소리.
‘…..?’
그 소리에 의문을 품던 찰나, 내 가슴에 무엇인가 따듯한 게 떨어진다.
– 툭, 투둑…
이윽고 점점 더 많이 떨어지기 시작한 따듯한 것에, 실눈을 떠 상황을 확인해봐야 하나 고민하던 바로 그 순간.
“으흑…”
내 귀에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극, 으으…”
처음에는 환청을 듣나 싶었는데, 이윽고 계속해서 들려오기 시작한 울음소리는 분명히 내 앞에서 나고 있었다.
그렇다.
프레이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것도 나를 꼭 안고는,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말이다.
“누나… 미안해…”
그렇게 한동안 내 품을 눈물로 적시던 프레이가.
“많이 아팠지…?”
이내 내 등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잠시 푹 쉬고 있어.”
그렇게, 내 품에서 얼굴을 떼고는 조용히 나를 바닥에 뉘이며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내가 반드시, 해피엔딩을 줄테니.”
울음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스윽…
그리고, 녀석이 내 검에 손을 뻗었다.
‘……’
준비는 이미 끝냈다. 마나만 불어넣으면 검은 폭주할 것이고. 프레이는 확실히 죽는다.
어쩌면 앞으로 제국을 무너트릴, 세계를 불태울 괴물을,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저지할 수 있다는 거다.
그것이 스승으로서, 제국의 기사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온 세상이 원하는 일이다.
– 스릉…
그런데 어째서일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미 손에 힘을 주는 것 조차 너무 지쳐버린걸까?
아니면 이제와서 마음이 약해지기라도 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평소에 잡힐듯 말듯 하던.
그의 악행을 볼때마다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에서야 어렴풋이 깨달았기에 그런 걸까?
– 턱…!
그런 생각을 하며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데.
프레이가 내 손을 검을 쥐고 있는 채 그대로 조심스럽게 내 가슴에 얹어둔다.
전쟁이나 전투에서 전사한 기사에게, 그리고 그런 기사와 함께한 검에게 예우를 갖추는 제국의 전통적인 문화이다.
“…잘있어, 누나.”
덕분에 눈빛이 파르르 떨리는걸 애써 참던 나는, 이내 조심스럽게 실눈을 떴다.
반드시 확인하고 싶었던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그 행동은 가치가 있었다.
‘프레이.’
내 눈앞에 있는 소년이, 차갑게 식어가는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처음 그를 보았을때와 같은 순수한 은색 눈동자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는…..’
그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저 눈빛은 처음 본다.
‘설마……’
아니, 아니다.
어쩌면 그는.
아니, 애초에 그는.
‘처음부터, 쭉 저랬던…….’
내 의식이 완전히 꺼진건, 그 순간이었다.
.
“흐아아아악!!!”
“꺄악!?”
침대에서 끙끙 앓던 이솔렛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 프레이! 프레이는…!”
“네, 네에?”
이윽고, 얼굴이 창백해진채 그리 말하던 이솔렛은.
“…어라?”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숨을 헐떡거리며 묻는다.
“여긴 어디지?”
“지, 집이잖아요. 언니.”
“……”
그 말에, 멍한 표정을 짓던 이솔렛은.
“프레이.”
“네?”
“프레이가… 음… 뭐였지?”
이내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린다.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군. 뭔가 중요한 기억이었던 것 같은데…”
“또 악몽을 꾸신거에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이윽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오는 프레이의 동생 아리아의 말에 그렇게 답한 이솔렛은.
“혹시, 편지를 가져와 주겠나.”
“편지요? 편지는 갑자기 왜요?”
아리아에게 편지를 부탁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