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9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93화(193/524)
Episode 193
“음…”
눈을 뜨니, 아늑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목재 천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냥.”
“꾸우…”
또한 잠옷 주머니에는 고양이 인형이 들어가 웅크린채 쌔근거리고 있고, 창가에는 세레나의 흰 올빼미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서브 히로인들은 대강 살펴봤으니, 이제 아이시만 만나면 앞으로는 쭉 쉴까? 아니지, 교단 견제도 해야 하고… 서대륙도 한번은 가봐야 하는데…’
요즘들어 익숙해진 광경을 눈에 지긋이 담다가, 이번 방학에 해야하는 일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해 나가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카니아.”
늘 그랬듯이 카니아를 불렀지만.
“음?”
어째서인지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건가?”
내가 카니아의 ‘카’자만 입에 올려도 바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카니아가 이름을 다 불렀는데도 오지 않는다는건, 그녀가 집에 없다는 뜻일 것이다.
아니면, 뭔가 문제라도 생겼거나.
“그러고 보니, 어제도 집에 없었지.”
문득 어제도 그녀가 집에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애옹…”
그런데, 내 잠옷 주머니에 들어가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인형이 조심스럽게 꼬리를 내 팔에 감고는 구슬픈 소리를 낸다.
“뭐지.”
오늘따라 애처로워 보이는 녀석을 보고 있으니, 녀석을 선물해줬던 카니아가 생각나서 더욱 심란해진다.
진짜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 아니겠지?
– 똑똑똑
그런 생각을 하며 고양이 인형에게 팔을 붙들려 있는데, 누군가가 노크를 해왔다.
“카니아야?”
덕분에 살짝 안심한 표정으로 그리 질문을 던졌는데,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온건 카니아가 아니라.
“아, 안녕…?”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이리나였다.
“이, 이리나?”
당장에라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는.
“그건… 뭐야?”
내가 옛날에 선물해줬던 메이드복을, 상당히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리폼해서 입고 있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옷 자체는 그다지 파격적이지 않았다.
항상 헐렁한 옷과 망토까지 두르고 다녔기에, 자신의 몸을 드러낼 일이 없었던 이리나가 입어서 파격적인 형태가 되었을 뿐.
“내, 내가 말했잖아.”
덕분에 잠시 멍을 때리고 있으니, 이리나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내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앞으로는 무심한 척 하지 못하게 할거라고.”
그 말을 듣고 잽싸게 이불을 덮은 나는, 이내 살짝 고개를 내밀며 질문을 던진다.
“저기, 이리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갑자기 그 옷은 뭐고, 여긴 또 왜 온거야?”
“…잠깐만.”
이리나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흔들자, 방문이 자동으로 열리더니 뚜껑이 덮인 접시가 둥실둥실 떠내려온다.
“아, 아침식사를 주러 왔어.”
그 접시를 잡고 내 앞으로 다가온 이리나가 그렇게 답하며 뚜껑을 열자, 그녀가 만든 아침 식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 한번 만들어봤는데… 어때?”
먹음직스러운 오믈렛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우유. 늘 먹던 음식은 아니였지만, 아침식사로는 손색이 없는 메뉴였다.
“새, 샌드위치는 그다지 자신이 없어서… 그리고 부실하기도 하고. 커피도 몸에 별로 안좋잖아? 그래서 이렇게 준비해봤는데… 마, 마음에 들어?”
내 반응을 살피며 안절부절 못하던 이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물었고.
“…고마워.”
그녀가 오믈렛에 그린 강아지 모양과 하트모양 무늬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나는, 이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리 답했다.
“그런데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나? 고기 요리밖에 못하는 줄 알았는데…”
“나, 나도 요리 잘해. 그 앙큼한 계집애… 아니, 카니아만큼은 할 수 있어. 그러니, 앞으로 얼마든지 부탁해도 돼.”
그러다가 문득 든 의문에 질문을 던져보니, 이리나가 발끈하며 그렇게 답해온다.
“하악…!”
“맞아, 그러고보니 카니아는 어딨어?”
그제야 다시 카니아가 생각난 내가, 하악질을 하는 고양이를 붙잡으며 물으니, 고양이를 조용히 노려보던 이리나가 입을 열었다.
“카니아는 지금 서대륙에 가 있어.”
“서대륙이라고!?”
그 말을 들은 내가 깜짝놀라 소리를 높이니, 이리나가 재빨리 말을 이어나간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황실 조사단이랑 같이 간거니까.”
“황실 조사단?”
“응, 물론 일반적인 황실 조사단은 아니고 클라나의 심복으로 이루어진 조사단이야.”
이게 무슨 소리일까? 갑자기 클라나는 황실 조사단을 왜 서대륙에 파견한거고, 카니아는 거기에 왜 따라간 거지?
“이유는 간단해. 마왕이나 교단이 서대륙에 있는 유물의 정보를 손에 넣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가로채기 위해서야.”
그런 의문을 품고 이리나에게 물어봤더니, 이리나가 설명을 시작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물을 전회차의 지식으로 전부 찾은 뒤에 아티팩트들과 정보들을 선점하고, 뒤이어 도착한 교단과 마왕에게는 거짓 정보를 흘릴거야.”
“음…”
“이미 교단이 점거하고 있는 유물들은… 카니아와 클라나의 심복들이 손을 좀 쓰겠지.”
이리나의 설명을 들으니 카니아의 서대륙 행도 대강 이해가 간다. 그런 일이라면, 그녀만큼 뛰어난 사람이 없을테니.
하지만, 의문 역시 몇개가 남아있다.
“날 마왕으로 착각하고 있는 마왕군을 쓰면 되는데?”
“그 대신 상세한 명령을 못내리잖아. 지금까지 걔네들이 가져온건 다 의미없는 골동품들이었어. 그리고, 마왕군 참모가 널 아직도 의심하고 있다며?”
“그렇긴 하네.”
이리나의 그럴듯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건 알겠는데… 왜 그런 큰 일을 나 없이 진행한거야?”
“…몰라서 물어?”
그러자, 짧게 한숨을 내쉰 이리나가 날 가리키며 말한다.
“이런 사실을 알렸으면, 또 무리를 해서 계획에 참여해 서대륙으로 향했을 거잖아. 뻔하다고.”
“그건…”
“2학년때부터는 더 힘들어진다며. 그러니, 이번 방학에 최대한 휴식을 취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은 이리나는.
“너무 걱정하지마. 세레나가 직접 지휘하는 거니까. 너는 신경쓰지 말고 그저 푹 쉬면 돼.”
오믈렛을 한 숟가락 떠 내게 내밀며 그렇게 속삭여 온다.
“…하읍.”
“맛있어?”
“오물오물…”
얼떨결에 입을 벌려 이리나에게 오믈렛을 받아먹은 나는, 날 묘한 눈빛으로 응시하며 질문을 던진 이리나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헤헤.”
그러자, 고개를 살짝 숙이며 뿌듯한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
“당분간은… 내가 너한테 봉사할거야.”
그러다 다시 오믈렛을 떠올린 그녀는, 날 바라보며 그렇게 말한다.
“내가 저쪽에 합류할 때 쯤에는, 클라나가 서대륙에서 복귀해 널 돌보겠지.”
“크, 클라나가? 그치만, 명분이…”
“…약혼 후보자에게 행해야 할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집에 방문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이 있더라고.”
싸늘한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그렇게 중얼거린 이리나는, 다시 한번 숟가락을 내게 내밀며 말한다.
“카니아는 가장 마지막에 올거야. 감히 그런 식으로 도발을 한 죄로… 아니, 아무튼 우리가 그렇게 정했어. 내가 방금 설명한 순서대로 방학이 끝날때 까지 돌아가며 네게 봉사를…”
“애옹…!”
“시끄러.”
내 입에 오믈렛을 밀어넣던 이리나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렇게 말한다.
“프레이, 저 고양이 뭔가 이상해. 내가 검사좀 해봐도 될까?”
“애옹!!”
“저거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니까? 내가 이것저것 검사를 해볼게. 금방이면 끝나.”
아무래도, 이리나는 고양이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것 같다. 강아지를 좋아해서 저러는 걸까?
– 스윽…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옷 안으로 파고든 뒤 고개를 삐쭉 내민 고양이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던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한다.
“카니아가 흑마법으로 만든 애라 그래. 귀여운 애니까 너무 그러지 마.”
“…아.”
그와 동시에 혀를 삐쭉 내민 고양이를 멍하니 쳐다보던 이리나는.
“강아지는 싫어?”
이내 그런 질문을 던져온다.
“어, 음…”
“강아지도 고양이만큼 귀여워. 그러니, 귀여워 해줘. 인간 애완동물이랑 고양이만 잘해주지 말고.”
답변을 망설이고 있으니, 내 옆으로 바짝 붙은채 내 품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를 노려보던 이리나가 별안간 녀석을 덥썩 집어들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불길하고 음침해보이는 고양이가 뭐가 좋다고. 밝고 명량한 강아지가 백배는 더 나은…아얏!”
그러다 고양이 인형에게 손가락을 물려버린 이리나는, 재빨리 내 등 뒤로 숨는 녀석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푸흡.”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올해 초만 해도, 이런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은 생각치도 못했다. 그저, 끝까지 고독하게 싸워야 한다고 여겼으니 말이다.
물론 패널티를 받아 몸이 매우 안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행복하니, 프레이?”
“응?”
갑자기 이리나가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더니, 내게 질문을 던져온다.
“말 그대로야. 지금 넌 행복함을 느끼고 있는거지?”
그 질문을 듣고, 잠시 눈을 감은 채로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그런 것 같네.”
옅은 미소를 띤 채로, 내 옆에 붙어있던 이리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비록 앞으로 힘든 일이 수없이 많이 닥쳐오겠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최소한 지금 이 순간은, 행복한 것 같아.”
그렇게 말을 맺고, 잠시 이리나에게 몸을 맡긴채 눈을 감은채로 미소를 흘리고 있으니.
“읏, 으읏…”
“…..?”
이리나가, 갑자기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야, 약속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데…”
“이리나?”
“프, 프레이.”
그런 그녀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으니, 살며시 내 손을 맞잡은 이리나는.
“다, 다른건 몰라도… 내가 나머지 네명 보단 자신이 있거든? 애초에 내가 가장 훌륭한 건 너도 알잖아?”
“…..?”
“그, 그러니까아… 마지막에 나를 선택해 줘. 내가 최대한 열심히 기분 좋게…”
내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대며, 눈이 돌아간채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꾸우우!!!”
“…흐익!”
그때까지 창가에서 꾸벅꾸벅 졸던 올빼미가 눈을 부릅뜨며 내 어깨에 날아와 앉자, 식겁을 하며 내게서 떨어졌다.
“아, 알겠어. 알겠다고.”
이윽고 올빼미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자, 이리나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꾸.”
그런 이리나를 끝까지 노려보던 올빼미는, 이내 나에게 편지 봉투를 내밀었고.
“이건?”
그 편지 봉투를 열어보니, 편지와 함께 흰색 반지가 나왔다.
– 커플링이에요. 결혼반지는 나중에 더 좋은걸로 준비해 드릴게요.
뭔가 싶어 편지를 읽어보니, 세레나의 정갈한 필체로 적힌 문장이 내 시야를 파고들어온다.
– 어느 손의 어느 손가락에 낄건지는, 알아서 해주세요.
“…….”
그렇게, 침묵에 잠긴채로 편지를 읽어내려 가던 나는.
“근데 이거…”
내 손 안에서 흰색으로 빛나고 있는 반지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순결의 돌 아닌가?”
세레나에게 생애 처음으로 선물받은 커플링은, 아무래도 순결의 돌을 깎아 만든 반지인 것 같다.
대체 순결의 돌은 또 어디서 구한 걸까?
– 띠링!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반지를 손가락에 밀어넣으려는데, 내 앞에 갑작스레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 [공략도: 79%]
상세 사항…
“돌겠네.”
불과 몇시간 만에 이솔렛의 공략도가 상당히 많이 올라갔다.
대체, 며칠 전부터 이솔렛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
한편 그 시각.
“이곳 저곳을 살펴 봤지만, 역시 사술은 없어요!”
“…그게 사실이냐.”
“네! 저 페를로체가 보장할게요!”
침대에 누워있는 이솔렛을 진단한 페를로체는, 활기찬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으흠, 흠. 그나저나 교수님.”
그런 페를로체의 옆에서 조용히 헛기침을 하던, 태양신 교단의 주교는.
“저번에 저희가 제시했던 제안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자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솔렛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분명히 페를로체에게 편지를 보냈을 터인데.”
“아무리 개인적인 일이라 해도, 성녀님의 거동은 당연히 교단이 함께하는 게 맞습니다. 그것이 성녀님께 저희가 취해야할 당연한…”
“그 이야기는 그만하지.”
말이 길어지려 하자, 그의 말을 단호히 끊어버린 이솔렛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최연소 성기사가 날 그리 존경한다고?”
“그렇습니다. 당장에라도 교수님의 제자로서 훈련을 받고 싶어합니다. 교수님이 허락만 하신다면…”
그 말을 들은 주교는 살짝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도록 하지.”
이솔렛이 그렇게 답하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답했다.
“왜 이리 답변을 늦추시는 겁니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텐데요. 그리고, 애초에 거부하기엔 당신이 처한 상태가 상태 아닙니까?”
주교의 그러한 불평을 들은 이솔렛은.
“그냥 제자면 몰라도… 전속 제자를 들이면…”
조용히, 프레이가 선물해줬던 애검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여러모로 마음이 심란해질 것 같아서 말이지.”
“그렇군요.”
그 말을 들은 주교는.
“직접 만나 보시면 다를 겁니다. 조만간, 녀석을 데리고 방문하도록 하죠.”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설득을 시작했다.
“조만간 열릴 ‘검증식’에도 참여할 아이고, 용사 파티에도… 아차, 이건 기밀이었죠. 아무튼, 그만큼 장래가 유망하답니다.”
“…….”
“게다가 밝고 활기차며 순수한 아이죠. 고독한 검사로 유명한 당신에게도, 꽤 도움이…”
“볼일이 끝났으면, 이만 나가주지 않겠나.”
하지만, 이솔렛은 옆으로 돌아 누우며 그렇게 말했고.
“…조만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주교와 페를로체는, 그녀의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
그 뒤로도 한참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이솔렛은.
“장래가 유망하고, 밝고 활기차며, 순수하다라…”
이내, 시무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유형이군.”
프레이의 시스템 창에 떠있는 그녀의 공략도가 80퍼센트가 된건, 바로 그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