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9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94화(194/524)
Episode 194
방학이 시작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갸르릉…”
“……”
나는 지금 내 방의 침대 앞에 엎드려 있는 루루의 턱을 멍한 표정으로 쓰다듬고 있는 중이다.
“하읍…”
한참을 멍하니 턱을 쓰다듬다 조심스레 사과 조각을 건네주니, 그녀가 마치 강아지가 간식을 받아 먹듯이 낼름 받아먹는다.
“음…”
그런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락의자에 기대있던 나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행복하네…”
지난 일주일간은, 정말로 평화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최종 결전 전까지 이런 나날을 보낼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몇개월 전만 해도 시간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기에 직접 뛰어다녔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택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모든게 제대로 돌아간다. 이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인지. 아직도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어디보자…”
어느새 사과를 다 먹고는 최근에 생긴 버릇대로 내 다리에 볼을 부기기 시작한 루루를 내버려둔채 안락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아있던 나는, 이내 조심스럽게 창가에 있는 편지봉투함에 손을 뻗었다.
“역시, 여기에 왔네.”
세레나의 올빼미와 페를로체의 비둘기, 그리고 클라나의 카나리아가 힘들지 않게 최근에 창가에 새 전용 쉼터와 편지봉투함을 설치했다.
그런데, 세 녀석만이 이용하는게 아니라 가끔가다 야생 새들과 전서구들까지 쉼터에서 날개를 쉬다 가고는 한다.
게다가, 아예 정해진 곳으로 배달을 하지 않고 창가의 편지봉투함에 편지를 넣고 가는 똑똑한건지 게으른건지 모를 전서구들도 있다.
– 스윽…
아무튼 편지봉투함에 손을 넣어보니, 편지가 2개나 와 있었다.
무슨 편지일까? 낮 세레나의 낯간지러운 러브레터? 밤 세레나의 농밀하고 수위높은 러브레터?
요즘들어 빨리 일을 끝내고 날 보고싶다 찡찡거리는 카니아의 편지일 수도 있고, 집요하게 가지고 싶은 걸 물어보는 클라나의 편지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다시금 귀엽게 멍청해진 페를로체의, 나쁜짓을 하면 혼내버릴꺼라 엄포를 놓는 무시무시한 협박장일 수도 있…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두 편지는 제대로 편지 봉투 안에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음?”
잡생각을 버리고 편지를 확인해보니, 편지를 보낸 이들은 다름아닌 클라우드 왕국 공주인 아이시와 이솔렛이었다.
마침 둘 다에게 신경을 쏟고 있었는데, 이렇게 당사자들에게 편지를 동시에 받게 되니 기분이 좀 묘해진다.
– 프레이 공자님에게.
[안녕하세요? 절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그런 생각을 하며 아이시의 편지를 먼저 뜯었더니, 그녀의 정갈한 필체로 써져있는 글귀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니, 기억하실 수 밖에 없겠죠. 지금쯤이면 당신에게 일어난 이상현상을 눈치채셨을 테니까요.]조용히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나는, 그 대목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왜 ‘얼어붙은 심장의 저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거지?’
‘노예시장 해방 작전’에서 나는, 아이시가 가지고 있는 얼어붙은 심장의 저주를 내게 옮겼었다.
무조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그 저주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 법은, 내가 그 저주를 가진채로 죽는 수단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후의 결전에서 용사의 무구를 폭주시킬때 일어나는 소멸의 빛은, 아무리 최상급 저주인 얼어붙는 심장의 저주라도 견딜 수 없고.
나는 어차피 부활을 할수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저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걸까? 저주의 잠복기는 진작에 지났을텐데 말이다.
‘혹시, 저주를 옮기는걸 실패한걸까?’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명히 그때 등 뒤에서 서늘한 느낌이 났었고, 아이시에게서도 더 이상 죽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기에, 저주는 성공적으로 옮겨졌을것이다.
그렇다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나는 들고 있던 편지를 마저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거두절미 하고 말할게요. 다음주에 한번 뵙죠. 일시와 장소는…..]“잘됐네.”
안 그래도 그녀를 한번 만나보려 했는데, 친히 연락을 걸어오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일단 그녀와 만나면,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떠보는 동시에 ‘모종의 변화’에 대해 한번 관찰을 해봐야겠다.
“후우.”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한숨을 내쉬며 편지를 책상에 내려두었다.
“…그럼, 누나가 나한테 무슨 내용을 보냈는지 확인해 볼까.”
그리고, 이번에는 이솔렛이 내게 보낸 편지를 확인해 보려 했지만.
– 끼이익…
그 순간, 방문이 열리며 두 소녀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
둘의 정체는 아리안느와 아리스. 며칠 전에 시위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들이자 치안대에게 잡혀가 곤욕을 치를 뻔 했던 인물들이다.
물론 그걸 원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치안대에 이야기를 해, 내 하녀로서 봉사하게 하는 걸 합의 조건으로 정했다.
그렇기에, 지금 두 소녀는 메이드 복을 입은채로 날 싸늘하게 노려보고 있다.
‘…밋밋하네.’
지난 며칠간 이리나의 파괴적인 메이드복 차림에 익숙해진지라 그저 멍하니 두 소녀를 쳐다보고 있으니, 날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던 그녀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침 식사를… 가져왔… 습니다.”
“부디… 맛있게 드셔주세요… 주인님.”
그 말을 들으며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고는, 아리안느가 내민 아침식사를 받아들던 나는.
“…쓰레기.”
그때까지 바닥에 엎드린 채 내 다리에 볼을 부비적 거리던 루루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린 아리안느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엎드려.”
“흐익!”
그러자, 순식간에 바닥에 엎드리는 그녀.
“내 다리에 볼을 비벼. 루루처럼.”
그런 그녀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니, 토할것 같은 표정을 짓던 아리안느가 내게로 기어오더니 천천히 볼을 내 다리에 부비기 시작한다.
“으르르…”
“진정해, 루루.”
“…아, 네.”
잠시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다가 아리안느를 노려보며 으르렁 거리기 시작한 루루를 진정시킨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된거야?”
여전히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내 다리에 정성스럽게 볼을 부비고 있던 아리안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넌 이제 이리나의 친구도 아니고, 유망한 마법사도 아니고, ‘아리안느’ 조차도 아니야.”
“…….”
“…그저 내 노예 1호일뿐.”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턱을 잡고 올리니.
“퉤.”
날 역겹다는 듯이 쳐다보던 아리안느가,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처음엔 이리나도 나한테 이랬지.”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노려보던 나는.
“하지만, ‘노예의 낙인’ 판결을 받은 너는… 법적으로 내 노예일 뿐이야. 그러니 그만 인정하지 그래?”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좋아, 어디 한번 보자. 네가 이리나보다 더 오래 버티나, 못 버티나.”
“으극…”
“…아마 그 반도 못 버티겠지만.”
그렇게 말하고 아리안느를 제자리로 돌려보낸 나는, 그때까지 불타오르는 눈으로 날 쳐다보던 아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 난… 절대 꺾이지 않아. 그러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런뒤에, 주먹을 꽉 쥔 채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아리스의 말을 끊은 나는.
“넌 굴복시킬 필요도 없는데?”
“…..!”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종속의 저주의 활성화 권한은 이미 내게 넘어왔어. 너도 느꼈을텐데.”
“주, 죽여. 차라리 죽여…”
“누구 좋으라고. 안 그래도 사용인들이 떠나서 외로워 죽겠는데.”
능글맞은 표정으로 도발하자, 눈을 질끈 감고 파르르 떨던 아리스는.
“…그래서, 언제 날 안을거야?”
이내 떨리는 표정으로 내게 질문을 던진다.
“마음대로 해. 실컷 날 범해보라고. 그런다고 내가 조금이라도 흔들릴 것 같아?”
“글쎄.”
“조금의 신음소리 조차도 안 낼거야. 조금의 쾌감도 느끼지 않을거고. 고통을 참는 고문이라면 얼마든지 당해봤으니, 그 정도는 식은죽 먹기야.”
시큰둥한 내 대답에 맞서 그렇게 말한 아리스는.
“그래도 날 안을 거라면…”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맺었다.
“…언제든지 등 뒤에 칼이 꽂힐 각오는 해 둬.”
그리고, 잠시 방에 적막이 흘렀다.
“…둘 다 나가.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 차차 교육시키면 되겠지.”
수치심과 화끈거림이 공존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둘은,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을 나섰다.
“…후우.”
그리고, 잠시동안 그녀들이 있던 곳을 멍하니 바라보다 깊게 한숨을 내쉰 나는, 이내 등을 돌리고는 침묵에 잠겼다.
– 똑똑똑
“들어와.”
그러다 노크 소리가 들리기에 들어오라 말하니.
– 끼이익…
천천히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살금살금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누, 누구게.”
이윽고, 부끄러운 목소리로 그리 묻는 방문자.
“이리나, 뭐하는…”
물론, 누가 봐도 이리나의 모습이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손을 치운 나는.
“…….”
이내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미, 미안. 기분이 안좋아 보여서 풀어주려 그런건데…”
“이리나, 머리에 그거 뭐야?”
“응?”
이리나의 머리에, 강아지 귀가 자라나 있었다.
– 쫑긋, 쫑긋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빨간색 강아지 귀가.
“흐익…! 이, 이게 왜 지금…!”
내 말에 무심코 자신의 머리를 만졌다가 기겁을 한 이리나는.
“아, 그그 그러니까 이건… 변신술 연습… 아니, 정령 대용… 어 그러니까…”
이내 심각하게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너, 너한테 보여주려고 내가 특별히 개발한 마법이야. 고맙게 여기도록 해.”
그렇게 한참을 말을 더듬다가 겨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가 그리 귀여운 줄 몰랐어.”
그 순간에도 이리나의 강아지 귀는 쫑긋거리고 있었다.
“…읏.”
그 말을 듣고 잠시 움찔거렸지만, 어느새 창가에 날아와 우릴 노려보고 있던 올빼미를 보자마자 잠잠해진 이리나는.
“그, 그나저나 프레이… 뭐 보고 있었어…?”
이윽고 내 어깨에 자신의 상반신을 짓누르듯이 기대며, 나의 얼굴에 볼을 맞댄채로 질문을 던졌다.
“아, 음. 그러니까… 이솔렛 누나가 보낸 편지인데…”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어깨에서 느껴지는 물컹한 감촉을 느끼며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나는.
“…음?”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편지의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참다 참다 안 되겠어. 이솔렛 언니는 절대 알리지 말라 했지만,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이건?”
어째서인지 이솔렛의 이름이 적힌 편지봉투 안에 있는건, 내 동생 아리아의 필체로 쓰여진 편지였기 때문이다.
[대체 이솔렛 언니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덕분에 한참동안 편지를 집중해서 읽던 나는, 이내 편지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외출을 좀 해야겠는데.”
“응, 외출? 어디로?”
그러자 내 어깨에 매달려 있던 이리나가 귀를 쫑긋거리며 물어온다.
“누나 집.”
그런 그녀에게 간단하게 답변해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챙겨 입다가.
– 띠링!
문득 허공에 뜬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 [공략: 85%]
상세사항…
방금, 1퍼센트가 또 올랐다.
.
한편 그 시각, 태양신 교단.
“이솔렛 교수가, 드디어 접견을 허락했습니다.”
“…그런가.”
계속해서 이솔렛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결국 방금전에 그녀의 허락을 받아낸 주교는, 교황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보고를 하고 있었다.
“역시, 고독함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아무리 그녀라 할지라도…”
“그럼, 가세나.”
“…네?”
한창 이어지던 주교의 말을 끊은 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교황은.
“…교단의 지하로 말이네.”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했다.
“우리 교단의 자랑스러운 최연소 성기사를 만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