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9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95화(195/524)
Episode 195
“저, 저기… 교황님.”
“왜 그러나?”
이솔렛의 설득을 맡았던 신임 주교가, 불안한 표정으로 교황을 살피다 질문을 던진다.
“지금… 교단의 지하로 내려가는 겁니까?”
“그래, 그렇다만.”
“그, 그렇군요.”
그는 주교의 자리에 오른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신입이었기에, 무척이나 긴장해 있었다.
본격적으로 교단의 간부 대접을 받게 되는 주교가 아니더라도, 교단의 지하에 대한 소문들은 웬만한 내부 사람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교단의 지하에 간다는 것은, 이 자리에 올라오기위해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그에게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 자네 신임 주교로구만? 그럼, 한번도 지하에 가본적이 없나?”
“네, 넵. 그렇습니다.”
덕분에 잠시만 시간을 줄 수 없겠냐 물으려던 그는, 교황의 말에 다급히 답하며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저, 그런데…”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그리 쪼그라들 필요는 없다네.”
그런 그의 행세를 눈치챈건지, 호탕한 목소리로 그의 등을 두드리며 달랜 교황은.
“모든 주교들이 한번씩은 거쳤던 일이니 말이지.”
살짝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고는, 다시 지하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그러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다리를 살짝 후들거리며 교황의 뒤를 따라가던 주교는.
“여기라네.”
“아…”
교황이 낡은 문 앞에 멈추어 서자, 식겁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이, 이건…”
자신의 신성력과 직감이, 이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고 아우성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뭘 그리 망설이나?”
“자, 잠시만!”
– 끼이익…
하지만, 그가 뭐라 할 틈도 없이 교황에 의해 문이 열렸고.
“…어?”
살짝 눈을 감았다가 조심스레 실눈을 뜬 주교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 뭐지?”
너무나도 사이한 기운이 풍겨져 나오던 지하실 안에 있던건, 그저 반짝거리는 태양신 교단의 유물들이었다.
“뭘 기대한겐가? 괴물이라도 도사리고 있을 줄 알았나?”
“아, 아닙니다.”
“그럼 어서 들어가게나. 한시가 바쁘다네.”
덕분에 머리를 긁적이던 주교를 지하실 안으로 밀어넣은 교황은.
“저, 그런데… 여기에 ‘최연소 성기사’가 왜…”
– 파지직…
“…..?”
지하실의 문을 닫은 뒤에, 스크롤을 꺼내 문에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보면 모르나. 문을 잠구고 있지 않은가.”
“굳이 왜…”
그런 교황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던 주교가 다시금 질문을 던지자, 살짝 한숨을 내쉰 교황은.
“자네가 여기서 뛰쳐나가면 곤란해서 말이네.”
“…네?”
그렇게 답하고는, 주교의 뒤를 가리켰다.
“그게 지금 무슨 말…”
알 수 없는 교황의 행동에 무심코 뒤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던 주교가.
“…..흐익!”
별안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뭐, 뭐뭐 뭐야?”
확장된 그의 동공은, 아까까지만 해도 짙은 어둠에 휩싸여 있던 허공에 갑자기 나타난, 잔뜩 충혈된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아, 아으… 아으으…”
당연히 깜짝 놀라 이리뛰고 저리뛰어야 마땅할 상황이었지만, 주교는 그곳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었다.
동공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이후로, 어째서인지 몸이 굳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게… 이게… 뭡니까…?”
덕분에 한참동안 식은땀을 흘리며 공포에 침식되어가던 주교는, 젖먹던 힘을 다해 겨우 입을 움직여 그때까지의 그의 옆에 있던 교황에게 질문을 던졌다.
“몰라서 묻나?”
그러자, 어느새 싸늘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교황은.
“진정한 태양이지 않은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리 답했다.
– 스르륵…!
그리고 그 순간, 교황이 한 말의 의미가 드러났다.
“으, 으악!!”
허공에 떠있던 눈알에서, 징그러운 촉수들이 자라나 주교에게 뻗어져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사, 살려! 살려주…”
눈동자를 중심으로 하여 꿈틀거리는 촉수를 내뿜는 괴생명체는, 마치 검은 태양을 연상시키는 듯 싶었다.
“태양이 네게 햇빛을 내리셨구나.”
“……억.”
그렇게, 촉수가 주교의 목과 얼굴에 닿자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교황은.
“그 또한 은총일지어니.”
“으으…”
입꼬리를 올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의 진정한 일원이 된걸 축하하네.”
그렇게 말을 마치고, 벽쪽으로 걸어가던 교황은.
– 그라이우스.
“…..!”
갑자기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섬뜻한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는, 재빨리 뒤돌아 무릎을 숙였다.
“진짜 태양을 뵙사옵니다.”
“끄엑, 끄이익…”
자신의 앞에 있는 주교가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은채, 침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교황은.
“헌데, 무슨 일로…”
– 몇개월 전에 2명의 아해들이 이곳을 침범한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구나.
“……”
괴생명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 ‘만들어진 아이’가 나설때가 되었도다.
“그, 그렇습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안정화를 할…”
이윽고 괴생명체가 그렇게 말하자, 잔뜩 당황해 이야기를 하던 교황은.
“…으힉!”
귀와 눈에서 피가 새어나오자, 다급히 머리를 땅에 찍으며 애원한다.
“미천한 제가 감히 진실되신 분의 말을 끊는 우를 범했사옵니다! 부디 용서를…”
– 다음은 없다.
“…가, 감사. 감사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눈과 귀에서 흐르던 피가 멎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시작한 교황을 바라보던 괴생명체는.
– 성녀를 견제할 필요가 생겼다.
“…네?”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이 차원의 창조신인 별의 신이 결국 개입한 것 같다.
“네? 그가 어찌…”
– 세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변수가 생겼어. 아마, 놈이 성녀를 통해 준비한 비장의 수단이겠지.
그 말을 들은 교황이 입을 떡 벌리는 한편,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괴생명체는 자신의 옆에서 파르르 떨고 있던 주교에게 눈동자를 돌린다.
– 이대로 가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니 우리도 지금 시점에서 변수를 내보내야 한다.
“끄르르…”
이윽고 그때까지 촉수로 이어두었던 주교와의 연결을 끊으며 그리 명령을 내린 괴생명체는.
– ‘만들어진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거라. 그 지긋지긋한 용사를 상대하도록.
“……”
– 그 정도 녀석에게는 그만한 상대를 보내는게 이치에 맞다.
“…알겠습니다.”
교황이 고개를 조아리며 답하자.
– 방심하지 말도록. 다시 말하지만, 두번은 없다.
눈을 지긋이 감으며 말을 맺었다.
“”………..””
그렇게 눈을 감은 괴생명체가 완전히 사라지자, 지하에 흐르기 시작한 정적.
“푸후…”
그제야 깊은 한숨을 토해낸 교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늘 느끼는 거지만…”
– 쿠구궁…!
그와 동시에 벽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번 두드리자, 견고한 벽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숨겨진 출입구가 드러났다.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군.”
이윽고 그렇게 중얼거림을 마친 교황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진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구.”
미처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재지 못한채로.
.
– 지이잉…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리자, 거대한 공간이 드러난다.
– 터벅, 터벅.
길게 이어진 계단을 벗어나 거대한 공간으로 들어선 교황은, 조용히 걸음을 공간의 한복판으로 옮겼고.
“…….”
이내 방의 중앙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추고는 침묵에 잠겼다.
“일어나거라.”
이윽고, 그때까지 방의 중앙에 쭈그려 앉아있던 소녀에게 말을 건 교황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갈때가 찾아왔다.”
엄숙한 목소리로 그리 이야기했다.
“세상 밖… 말입니까.”
그러자, 신비한 분위기가 풍기는 외모와, 회색의 장발, 그리고 맑은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고개를 들어 그리 묻는다.
“그래, 예정을 앞당기게 되었다. 오늘부터 너는 우리가 지금까지 홍보해왔던 태양신 교단의 최연소 성기사야.”
그 말을 들은 소녀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편, 그런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던 교황은.
“지금까지 교육받은 대로만 하면 된다. 이곳에서 나가는 순간, 넌 만들어진 성녀가 아닌 밝고 활기차며 순수하고 명랑한 성기사야.”
“…네.”
“조금이라도 어긋날 시, 그 대가는 짐작하고 있겠지. 우리는 모든걸 알 수 있다.”
“…네.”
소녀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참, 깜빡할 뻔 했군. 나가기 전에 네가 할 것이 있다.”
“네?”
“눈을 지긋이 감고, 배워왔던대로 태양에게 기도를 드려보거라.”
“드디어, 오늘 실전에 돌입하는 건가요?”
“그래, 내가 친히 허락하마.”
그 말을 들은 소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뒤에 눈을 지긋이 감고 손을 모으더니.
“거룩하신 태양에게 오늘도 기도를 드리옵니다… 당신의 미천한 어린양인 제가 감히 염치를 불구하고 간절히 부탁드리오니…”
온 몸에서 신성력을 뿜어내며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제게 뒤를 보여주시옵서서.”
그리고 그 시점부터, 소녀가 천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으? 으아?”
이윽고, 신비로운 분위기와는 맞지 않게 어벙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그녀.
“하아, 하아… 이, 이게 무슨…?”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기도를 멈추고 가픈 숨을 내쉬다가 그렇게 질문한 소녀를 바라보던 교황은.
“무엇을 봤느냐.”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여러 장면들이 보였습니다. 허나, 대부분이 암흑에 휩싸여 있었기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런, ‘마신’이 ‘방해’를 했나 보구나.”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교황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자.
“하, 하지만… 선명하게 보이는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그래?”
소녀는, 재빨리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를테면, 살덩이와 살덩이가 부딪히는 장면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가장 처음 봤던 장면의 살덩이 중 한명은, 그 뒤에도 계속 살덩이로 등장하는… 세계 최고의 악인 ‘프레이’였습니다.”
“음.”
“그리고 다른 한명은…”
“네가 나온 장면은 있었느냐.”
침묵을 깨고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한 소녀의 말을 끊은 교황이 그렇게 말하자, 잠시 입을 다문 소녀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내 상상만 해도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틀어막은채 그리 답했다.
“끔찍했습니다. 실제로 일어날 일이 아니어서 다행…”
“그것은 실제로 일어날 일이니라.”
“네!?”
이어진 교황의 말에,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은, ‘예언’ 능력이다. 네가 본 장면들은, 실제로 미래에 벌어질 일들이지.”
“그, 그치만…”
“…왜 그러지?”
소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뭔가 말하려 하자, 교황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진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냐?”
“……”
“태양의 사도인 나의 말을?”
“…아닙니다.”
창백하게 질린 채 그렇게 답한 소녀는.
“그렇다면… 저는, 제가 본 대로 그 남자에게 사랑을 속삭이게 되는 겁니까?”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묻기 시작했다.
“싫습니다. 무섭습니다. 두렵습니다. 그 역겨운 자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되다니, 저는…”
“싫으면, 미래를 바꾸면 되지 않느냐.”
그런 소녀에게 따듯한 목소리로 그리 말한 교황은.
“미래를 아는건 이 세계에 너 한명 뿐이다. 그러니,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네 미래도 달라지겠지.”
“그, 그런건가요?”
“그래, 그러니…”
엄숙하게 선언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프레이를 죽여라.”
그 선언을 듣고 소녀가 긴장한 표정을 짓는 한편.
“그게 너를, 제국을, 더 나아가 세계를 지킬 유일한 길일지어니.”
그럴싸하게 말을 맺은 교황은 그 길로 등을 돌려 계단으로 향하다가.
“…준비가 되면, 나오거라.”
짤막하게 말을 덧붙이고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그리고 흐르기 시작한 긴 정적.
“…프레이.”
그 정적속에서, 아직까지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역겨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소녀는.
“그 꼴이 되기 전에, 반드시 죽여서 미래를 바꿔주겠어.”
그리 중얼거리고는, 한 발자국 걸음을 옮겼다.
“구구.”
“…..?”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앞으로 날아온 비둘기.
– 샤아아…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그녀의 품으로 비둘기가 파고들자.
“아…”
신비로운 외모에 모멸감과 경멸을 가득 채우고 있던 소녀가, 잠시 의식을 잃는다.
“………”
그리고, 그 뒤로 한참동안 잠시 멍을 때리던 소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뱉은 말.
“만연해 있던 어둠이… 살짝 걷혔어.”
어둠속에서 홀로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가만히 서 있던 그녀의 눈에는.
“난 왜 그를 안아든 채…”
한줄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 표정을 지으며 흐느끼고 있던거지?”
한편.
그런 소녀의 몸에서 빠져나온, 어디선가 많이 본 멍청한 표정의 비둘기가.
“구구~♪”
신나는 울음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