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9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99화(199/524)
Episode 199
– 끼이익…
뒷골목을 빠르게 가로지르던 마차가 점점 느려지더니, 이내 멈추어선다.
“계산좀 부탁해!”
그러자 마차 안에서 안절부절을 못하고 있던 로즈윈이, 퀭한 눈빛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여직원을 마차에 남겨두고 밖으로 나선다.
“아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네?”
“그, 금방 찾아서 나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
그 말을 들은 여직원이, 담배 연기를 내뱉는 것도 까먹은채 멍하니 로즈윈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를… 켁켁!”
이윽고,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려다가 입에 머금고 있던 담배연기를 잔뜩 내뱉는 여직원.
“뭐긴 뭐야! 꼬, 꽃이지!”
“…꽃이요?”
“하, 하나쯤은 남아 있을거 아니야. 얼마나 많이 받았었는데…”
그런 여직원을 보며 우물쭈물 답한 로즈윈은.
“설마… 다 버린건 아니지?”
살짝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질문을 던진다.
“…직접 확인해보시죠.”
“요즘 너 맘에 안들어.”
그 말을 듣고 대꾸할 기력조차 잃은 채 의자에 기대어 앉은 여직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그런 그녀를 흘겨보던 로즈윈은 발걸음을 돌려 길드로 향했다.
“…난 항상 맘에 안들었는데.”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여직원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리 중얼거리고는 입에 담배를 꼬나물었다.
“으음.”
물론, 그러한 여직원의 사정을 알리가 없었던 로즈윈은 자신의 길드 안으로 들어선 뒤에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 우선 응접실부터 확인해보자.’
그녀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응접실이었다.
프레이와 지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의 만남이 그곳에서 이루어졌기에. 꽃 또한 몇개 정도는 남아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영차.”
보안장치를 해제한 뒤에 길드의 VIP들만 사용하는 화려한 응접실 안으로 들어선 로즈윈.
“음…”
결벽증이 있는 그녀답게, 응접실은 먼지한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해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여기서…”
그런 방 안을 살펴보다 문득 프레이가 선물로 놓고간 꽃병과 황금색 꽃이 다시 뇌리에 떠오른 로즈윈은, 조심스럽게 책상으로 향했다.
– 스윽…
이윽고 그 당시 홧김에 깨트렸지만 복구 마법으로 원상복귀를 한 꽃병을 바라보던 로즈윈은, 혹시나 싶어 자신의 다리 앞에 있던 쓰레기통을 열어본다.
– 덜컹…!
“…윽.”
하지만, 쓰레기통은 텅 비어있었다.
더러운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그녀가, 일주일씩이나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다.
이미 프레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해 그녀에게 선물했던 귀하디 귀한 황금 장미는, 다른 쓰레기들과 섞여 불타 땅에 뿌려진지 오래였다.
“…..”
그러한 사실을 지금 막 깨닫고는 침묵에 잠긴채로 꽃병을 어루만지던 그녀는.
“그거… 이쁘긴 이뻤는데.”
살짝 우울하게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꽃이 많긴 많은데…”
응접실은, 향기로운 꽃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필요 없는 것들이네.”
물론 절반은 로즈윈이 직접 사놓은 꽃이었고, 절반은 루비가 그녀에게 선물해준 꽃이었다.
“…나가자.”
그 뒤로도 서랍과 책장, 그리고 옷걸이 뒤쪽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수색을 했지만 꽃은커녕 꽃잎조차 찾지 못한 로즈윈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응접실을 나왔다.
“…..!”
그러자 그녀의 눈에 들어온, 복도의 벽을 장식하고 있던 향기로운 꽃들. 그리고…
브이자를 그리고 있는 자신과 ‘용사 루비’의 사진.
불과 며칠전에 그녀가 감격을 하며 손수 장식했던 물건들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던 로즈윈은.
“뭐, 뭐지?”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며, 다음 목적지인 자신의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그렇게 묘한 표정을 지으며 방에 들어선 로즈윈은, 이번에는 자신의 방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한다.
심각한 결벽증 때문에 수색임무에 항상 난항을 겪던 그녀였으나, 그녀의 방은 놀라울 정도로 깨끗했기에 수색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윽.”
허나, 문제는 갑자기 로즈윈에게 나타난 이상 현상이었다.
“으으…”
어째서인지, 그녀가 루비에게 받은 꽃. 루비와 찍은 사진을 발견할 때마다, 머리에서 두통이 느껴진다.
“아드득…”
늘 느끼던 감정인줄 알았지만.
자신의 평생 소원이었던 용사를 모실 수 있게되어, 가슴이 터질 것 만 같은 기분이 지속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오늘만큼은,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무엇인가 잘못됐다.’ 라는 사실이, 그녀의 뇌리에 미약하지만 깊숙하게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흐아, 흐아아.”
덕분에 수색을 중지하고 자신의 방에서 뛰쳐나온 로즈윈은, 이내 거친 숨을 몰아내쉬기 시작했다.
“뭐냐고… 대체…”
그렇게 한동안 알수없는 감정과 이상현상에 혼란스러워 하던 로즈윈은, 다시 발걸음을 어디론가 옮기기 시작했다.
“으으… 시, 싫은데.”
이윽고 그녀가 도착한 곳은, 살짝 허름해 보이는 투박한 철문이었다.
“…으잇.”
그 앞에서 잠시 눈을 감고 망설이던 로즈윈이 조심스럽게 문을 여니, 길드의 지하실이자 창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으…”
지하 특유의 특성과 습기때문에,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금새 더러워지고 거미줄이 생기는 이 공간은, 로즈윈이 제일 싫어하는 공간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평소에 물건을 빼내올 일이 있으면 최대한 직원을 시키는 그녀였지만, 오늘만큼은 큰 맘을 먹고 창고 안에 들어선 것이였다.
“…읍.”
로즈윈 걸음을 한발자국 앞으로 옮길때마다, 불쾌한 느낌이 그녀를 덮친다.
정제되지 않은 뜨거운 공기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굵은 먼지들이 그녀의 코와 입과 눈을 자극했으며, 사방에 늘어져있던 거미줄은 자꾸만 그녀의 얼굴에 달라붙어 온다.
“흐익, 이이익…”
평소라면 그 즉시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나갔을 상황을 이를 악물며 버텨가면서 수색을 해나가던 로즈윈은.
“…어?”
이내, 식물의 줄기를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차, 찾았…!”
이윽고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집어들었으나.
“…다.”
금새 그녀의 표정은 망가지고 말았다.
대체 언제부터 창고에 박혀있던건지 감이 안잡히던 그 꽃은, 썩어 문드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옆에 있는 분홍색 장미 꽃도, 그 옆의 옆에 있는 튤립도, 아래쪽에 있는 백합과 위쪽에 있는 데이지 꽃도 마찬가지였다.
꽃이 빛을 받지 못하면 그리되는건 누구라도 아는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프레이에게 꽃을 받은 뒤에 그것을 자신의 눈앞에서 치우는데만 급급했던 로즈윈이 불러일으킨 참사였다.
“아, 안돼… 이러면 안되는데…”
결국, 코너에 몰리자 아까의 여유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얼굴에서 싹 지운채 다급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로즈윈은.
– 샤아아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태양의 마나를 꽃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 이거라면, 어쩌면…”
이윽고 꽃이 빛나자, 로즈윈은 침을 꿀꺽 삼켜가며 집중을 시작했지만.
– 화륵…!
“아…”
너무나 당연하게도, 시들어 있던 꽃은 다시 생기를 되찾는 대신에 재가 되어버렸다.
애초에, 이미 말라 비틀어져 죽은 꽃에 햇빛을 쬐인다고 다시 살아날리가 없었다.
“그, 그럼…”
덕분에 식은땀을 흘리던 로즈윈은, 그 옆에 있는 장미를 잡고 복구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될리가 없잖아.”
하지만, 한참뒤에 얼이 빠진 표정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장미를 내려놓는 그녀.
로즈윈의 말대로 이미 죽은 생명체를 부활시키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금지되어 있었다.
죽은것을 다시 살려내는 것은 세계의 규율에 위반되기 때문에.
천년전의 대마법사도, 천년후의 대마법사인 마탑주와 이리나조차도 그런 마법을 감히 행할 수도, 시도할 수도 없었다.
“이, 이거라도 들고 가면… 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로즈윈은, 그나마 색이라도 조금 남아있던 카나리아 꽃을 집어들었지만.
– 후두둑…
그 순간, 줄기에 붙어있던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
그 누가봐도 더 이상 ‘꽃’이라 부를 수 없는 그것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내려보던 로즈윈은.
– 끼이익…
말라죽은 꽃들을 뒤로한채, 먼지와 거미줄 투성이가 된 채로 조용히 창고를 나선다.
– 터벅, 터벅…
그리고는 처음 이곳에 올때와는 달리, 힘없이 화장실로 걸어가는 그녀.
– 쏴아아…
이윽고 세면대 앞에 도착해 물을 틀어놓고는, 손에 잔뜩 힘을 준채 닦기 시작한 그녀는.
“지, 지가 뭔데… 그런 조건을 걸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뭐? 꽃을 가져오면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참나, 그게 무슨…”
평소같으면 몇십분이고 프레이의 험담을 해댔을 그녀였지만, 왠일인지 그녀의 험담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진짜, 걔 꽃을 안 남겨 둔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던 로즈윈이, 이내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린다.
“단 한개도?”
물론, 답변은 없었다.
– 쏴아아…
그렇게, 한참동안 자신에게 묻은 먼지와 거미줄을 말없이 씻어내던 로즈윈은.
“…윽.”
이내, 아침에 본 사진과 마차에서 본 광경을 떠올리고는 인상을 팍 찌푸린다.
“으…”
프레이의 귀를 입에 넣은채 눈을 지긋이 감고는 오물거리던, 방금 전에는 분명히 그를 ‘주인님’이라 부르며 덮칠려 했던 루루.
자신이 알기로는 분명히 고고하고 자존심 높은 마법사였지만, 어째서인지 프레이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던 이리나.
마차의 문이 닫힐때 그 둘이 프레이를 바라보던 눈빛은 분명히 사랑, 그리고… 욕정이었다.
그렇다면.
“……”
지금 거울에 비추어지고 있는 자신이 띠고 있는, 한눈에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저 눈빛과 표정은 대체 무슨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걸까?
분노? 슬픔? 아쉬움?
후회? 절망? 무력감?
초조함? 두려움? 긴장감?
아무리 그녀라 해도 이제는 어느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며칠간 그녀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이유.
길드에 손님이 찾아올때마다 기대하는 표정을 지으며 마중을 나갔다가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며 늘 표정관리에 실패한 이유.
프레이가 결별을 통보한 이후부터 요동치는 자신의 마음, 그의 주변에 들러붙어있는 여자들이 프레이에게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낼때 느껴진 배알이 꼬이는 기분.
그 모든것들이, 단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나, 나는…”
그녀는, 대체 왜인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
어느새 프레이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마, 말도 안돼.”
그 사실을 자각하자 마자, 얼빠진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얼굴에 물을 끼얹은 로즈윈은.
“내가 왜… 뭐 아쉬울게 있다고…”
어떻게든 상황에서 도피해보려 했으나.
“…….”
그런 그녀의 뇌리에는, 어째서인지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감기에라도 걸린건지 유난히도 컨디션이 좋지않던 어느날.
침대에 누워 끙끙 앓고 있는데,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 프레이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문을 부수고 들어왔던 기억.
덕분에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꽃을 내밀었었다.
“로즈윈, 늦어서 미안해. 여기…”
“…나가요!! 실례야!!”
물론 안 그래도 예민했던 상태였는데, 잠옷차림을 프레이에게 보인지라 화가 폭발한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를 쫒아냈었고.
“…헤헤.”
프레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방을 나갔었다.
워낙 인상이 깊은 사건이었던지라, 침대에 누워 분을 삭히고 있던 그녀는.
“아가씨.”
“응?”
늘 헤실헤실 웃고 다니던 여직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속삭였던 말 까지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잃어봐야 소중한걸 아는 경우도 있다네요.”
“뭐?”
“그렇게 되기 전에… 쿨럭!!”
“너, 너 왜 그래?”
그 날 이후 며칠만에 자신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고, 그 대신 여직원이 일주일이나 앓았던 기억까지 말이다.
“……..”
물론 그날 여직원이 했던 말은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었지만, 어째서일까?
이제와서야 그 말이 자신의 머릿속을 멤돌기 시작한 것을.
“읏…”
갑자기, 과거에 프레이와 보냈던 기억들이 그럴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헤실거리며 꽃다발을 들고 와 건네주던 프레이.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주고, 아무 보상도 원하지 않던 프레이.
자신이 아플때, 부모님도 오지 않은 ‘병문안’을 유일하게 해준 프레이.
늘 매몰차게 차여도, 실실 웃으며 다음번에 또 도전을 하겠다 능글맞게 말하던 프레이.
“으…”
생각만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던 그 기억들이 어째서인지 그럴싸하게 느껴지는데다가, 어쩌면 즐거웠던게 아닌가 싶어진다.
아니, 아예 소중했던 기억들로 변하려 한다.
“뭐냐구… 진짜…”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자서 혼란에 빠져서 화장실을 나선 로즈윈은.
“그, 그냥 착각일 뿐이야… 피곤해서 이러는 거라고…”
마지막으로 현실을 부정해 봤으나.
“진짠데…”
어느새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저, 저기!”
이윽고 그녀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길드 밖에 자신이 대기시켜두었던 마차의 앞이었다.
“…왜 그러시나요?”
“어, 음… 마차에서 내려. 가야할 곳이 있어.”
“어딜요?”
오랫동안 로즈윈을 기다리던 여직원이 황당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자, 우물쭈물 하던 그녀는.
“그, 근처 꽃가게. 엄청 큰 곳 하나 있잖아.”
“꽃가게요? 거긴 왜요?”
“꼬, 꽃좀 사게. 프레이한테 사과… 아니, 선물로 주려고. 많이 삐진것 같던데, 기분좀 풀어줘야지.”
“선물이요?”
“그리고 편지지도 살거야. 엄청 비싼걸로. 그리고 또…”
로즈윈이 그렇게 말하자,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이제와서 그 분이 소중해지기라도 하셨어요?”
이윽고, 영혼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본 여직원은.
“…모, 몰라. 아무튼 따라와. 오늘 돌아다닐데가 꽤 많단 말이야. 네 도움이 필요하니까 좀.”
로즈윈이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그리 답하고는 뒤를 돌아 성큼성큼 걸어가자.
“후우……”
대량의 담배연기를 밖으로 뱉어내고는.
– 꾸깃꾸깃…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구겨버린 뒤에.
“왜 갑자기 뒷북인지 원… 그래봤자 이미 늦었는데.”
어두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마차를 나섰다.
“뭐, 지켜보긴 하겠지만.”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뭐가 어찌되든, 업보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