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0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00화(200/524)
Episode 200
나는 지금 저택의 마당을 떠나 이솔렛의 집으로 향하는 중이다.
“후우…”
덕분에 마음이 꽤나 심란했었는데, 방금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더 심란해졌다.
“”……..””
아까부터 내 옆에 바싹 달라 붙은채로 눈치만 살살보고 있는 루루와 이리나도, 내 기분을 어느정도 눈치챘나보다.
“저, 프레이…”
그렇게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창가에 있던 이리나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괘, 괜찮아? 괜찮은거 맞지?”
“…응, 걱정하지 마.”
“으음…”
비록 대답을 하긴 했지만 영 시원치 않았던 건지 계속해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이리나는, 잠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 스윽…
그러더니 잠시 후, 난데없이 자신의 머리를 내미는 그녀.
“마, 만질래?”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쫑긋쫑긋 거리는 그녀의 강아지 귀가 내 시야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쓰, 쓰다듬어지는건 제 역할인데요…”
하지만,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루루가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고 덕분에 잠시 적막이 흘렀다.
“아… 그렇구나. 그렇지. 이건 ‘애완동물’이나 하는 거였지.”
이윽고,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리나.
“으아?”
그러던 그녀는 갑자기 내 손을 덥썩 잡더니, 자신에게 가져간다.
– 몰캉
“마… 만져. 프레이.”
그리고 잠시 후, 몰캉거리는 느낌과 동시에 이리나가 얼굴을 붉히며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애완동물의 방법이 있다면, 사람의 방법은 따로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여전히 손을 붙잡은 채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변신술… 당신… 강아지…”
“…시, 싫으면 말고!”
하지만, 그녀는 별안간 손을 놓더니 빨갛게 익은 얼굴을 창 밖으로 내밀어 버렸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그나저나 루루가 뭐라 말을 꺼내려 하던 것 같은데?
“주, 주인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눈치를 살살보던 루루가 내 옆구리를 꼭콕 찌르며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온다.
“그, 로즈윈이라는 애… 어떻게 하실거에요?”
“응?”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 꽃을 가져오라고 하셨잖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내 꽃을 로즈윈이 가지고 있을리가 없어. 그랬으면 내가 계속 그녀를 찾아갈 이유… 아니, 아무튼 그녀가 날 찾아올 일은 없다고 보면 돼.”
“아…”
“그런데 그런건 왜 묻는거야?”
그러자, 루루가 다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한다.
“애완동물이 낮선 사람을 경계하는건… 당연한 건데요요…”
“…푸흐.”
그런 그녀가 귀여웠던지라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준 나는, 이내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는, 철저히 밀어내야겠지.’
최종 결전이 끝날때까지 나는 로즈윈을 싸늘하게 대할 것이다.
이미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기에, 관계가 변했다는 걸 알려야 그녀가 마왕의 표적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녀가 편지를 보내거나 선물을 보내도 전부 돌려보낼 것이다.
2학년때 가짜용사 파티의 최측근이 되어 마왕에게 감시를 받을 그녀니, 철저히 해야 한다.
– 프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이리나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 궁금한게 있어서 그러는데…
헛것을 들었나 싶었는데, 머릿속에 다시 한번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아무래도, 이리나가 전음마법을 쓴 것 같다.
‘…하여간, 참 대단해.’
최고 등급 마법을 어떻게 저렇게 간단하게 구사하는걸까? 심지어 이리나는 아직 마나회로를 다 회복하지도 못했다.
저녀석, 인간은 맞을까?
– 이, 인간이야! 인간 맞다고!
‘응?’
잠시 이리나를 보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이 새어나간건지 이리나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전음을 보내온다.
– 그 로즈윈이라는 애, 나중에 미안하다면서 달라붙으면 또 호구처럼 없었던 일로 하고 받아줄건 아니지?
“응?”
– 너 호구처럼 착해빠졌잖아. 세상에 어떻게 이런 선인이 있을까 싶을 정도라고. 내가 걱정이 되서 그래, 걱정이.
그 말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답했다.
‘네가 염려할만한 일은 없을테니, 괜한 걱정은 접어둬. 나도 엄연한 사람이라고.’
– 정말로?
‘응, 애초에 난 너만 있으면 돼.’
“…흐이익!”
왠지 모르게 불안한 목소리인지라 농담삼아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그리 전했더니, 창밖을 바라보며 전음을 보내던 이리나가 비명을 지른다.
“짜증나… 농담일게 뻔한데… 나만 두근거리고…”
‘지금 내게 필요한건 조력자 시스템이 아니라 넌데?’
– 시, 시끄러!!
다시한번 능글맞게 전음을 전했더니, 그녀는 가슴을 부여잡고는 창가에 늘어져버렸다.
“음.”
그런 이리나를 잠시 쳐다보던 나는, 이내 눈앞에 시스템 창을 띄우며 생각에 잠겼다.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농담은 아닌데.’
지난 며칠간 호감도 시스템을 뜯어보며 몇가지 사실들을 알아냈다.
호감도 시스템에 나와 있는 명단은, 나와 맺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공략이 완료되거나 진행이 되는 상태에 돌입하려면, 나 역시 상대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참고로 이때의 ‘좋아한다’의 의미는, 역시나 ‘이성으로서’ 좋아한다 였다.
“음…”
그렇기에, 수많은 서브히로인들의 공략 상태가 ‘중지’로 변해 버린 것이다. 지금 나는, 그녀들을 이성으로서 좋아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루루 [공략 완료]
상세사항…..
뭐, 계기가 있다면 ‘루루’의 경우처럼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로즈윈 솔라 선셋 [공략 루트 닫힘]
상세사항…..
웬만해서는 달라지지 않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 띠링!
그렇게 멍하니 시스템창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들려온 경쾌한 소리에 고개를 든 나는, 이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 [공략도: 81%]
상세사항…..
“돌겠네…”
지금 로즈윈 생각을 하고 있을때가 아니다. 최소한 이녀석에 대한 대응 방안은 전부 정해두지 않았는가.
지금 내게 있어서 가장 시급한건 ‘이솔렛’이다. 그래도 지난 며칠간은 공략도가 올라가지 않았었는데, 어째서인지 방금 또 1퍼센트가 올라갔다.
이러다가, 그녀와 만나자마자 공략도가 100%가 되어버리는건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상당히 곤란하다.
그녀가 날 걱정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그렇게나 노력을 했는데, 헛수고가 될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그녀의 공략이 계속되고 있다는건, 역시 내가 이솔렛에게 향해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까?
딱히 그런 감정은 느껴지지가 않는데, 그저 신기할 다름이다.
– 삐빅! 삐비빅!
묘한 표정을 지으며 시스템 창을 닫고 자리에 기대려는데, 어디선가 신호가 들려온다.
“세레나?”
품을 뒤적여 통신용 수정구슬을 꺼내보니, 세레나의 연락이었다. 갑자기 얘는 또 무슨 일로 연락해 온걸까?
“무슨일이야?”
낮의 세레나는 엄연히 속여야 할 대상이었기에 싸늘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니, 수정구에서 잔뜩 녹아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 헤헤… 프레이이… 그 말, 진짜에요오…?
“…뭐야?”
– 겨, 결혼 한다는거요. 저, 저랑 결혼을 해서… 대를 잇는다는건… 그건… 저랑 아이를 만든다는거 맞죠…?
그 말을 듣자, 나는 직감적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간건지 알 수 있었다.
아마, 낮의 세레나가 로즈윈에게 뭔가 도청장치를 부착해둔 것 같다.
– 그,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아직 관계를 맺는 법은 공부 안했어요. 제국 도서관에서 문헌과 책을 빌려 보면서 열심히 공부할게요.
“저기…”
– 애, 애 이름은 뭘로 할까요? 달과 별이 만났으니, 그것과 관련해서 제가 여러가지 단어를 만들어볼게요. 아참, 옷도 준비하고 애기 장난감도…
“……..”
잔뜩 흥분한채 중얼거리는 낮 세레나가 너무 귀여웠던지라, 입을 틀어막아가며 한참동안 이야기를 듣던 나는.
– 인간? 왜 방바닥에서 굴러다니는건가? 드디어 그 지능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쳐버린건가?
“푸흡.”
작은 목소리로 들려오는 미호의 말을 듣고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 아까 반지를 품에 안은채 몇시간 동안이나 바보같이 헤실헤실 웃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 조, 조용히 해! 미호!
“푸흐흐…”
“”……….””
싸늘해진 이리나와 루루의 사이에서, 세레나의 하찮은 행동을 들으며 한참동안 숨죽여 웃음을 떠트리던 나는.
“…착각하지 마.”
이내 크나큰 아쉬움을 느끼며, 싸늘하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네가 좋아서 한 일은 아니니까.”
그러자, 쉴새없이 떠들던 세레나의 목소리가 끊켰다.
“그저 귀찮아질 여자 한명을 떼어내려 떠벌린 변명이야. 너랑 그런 알콩달콩한 생활을 보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고.”
그런 상황에서 속마음과는 정반대의 언행을 한 나는.
“의뢰나 잘 수행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데이트도 없을 줄 알아.”
끝까지 목소리를 유지해가며 말한뒤에 수정구의 연결을 끊으려 했으나.
– 우, 우으…
수정구에서 처량한 신음이 들려오기에, 연결을 끊기 직전에 손을 멈췄다.
– 이, 이미 주문해놨는데… 애기 옷이랑 장난감…
“……..”
– 인간? 왜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건가?
– [남자를 만족시키는 101가지 방법]도 방금 구매했는데에… 우으으…
미호의 질문에도 계속해서 처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녀는.
– 그, 그래도… 로즈윈. 걔는 이겼잖아? 그, 그래. 그럼 된거야…
훌쩍임을 멈추고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날 이용한다는 건 아직까지 관심이 있다는 거니까… 그, 그래. 데이트만 봐도… 여, 열심히 해야지…!
그렇게 한참을 혼자서 중얼거리던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수정구의 연결을 끊었다.
“…꿀꺽.”
내 약혼녀가 너무 귀여워서 미칠 것 같다.
얘가 원래 이 정도로 귀여웠나?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심장에 두근거림을 느끼며 기분 좋은 여운에 잠겨있는데, 마부가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음을 알려왔다.
“흠.”
아마 이곳에서 내리면, 잠시 뒤에 내 동생 아리아와 이솔렛을 보게 될 거다.
아리아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밥은 잘 먹고 있으려나?
이솔렛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지? 호감도를 어떻게든 깎아내려야 할 텐데, 방법이라도 있을까?
“가자.”
그런 생각을 하며 내릴 채비를 마친 나는, 느려지던 마차가 길에 정차하자 마차에서 내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겠어.”
.
한편, 그 시각.
“뭐…?”
“글쎄, 프레이가 왔다니까요?’
침대에 누워있던 이솔렛은, 믿기 힘든 말을 듣고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녀석이… 왜?”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방금 연락을 받았을 뿐.”
“어, 음…”
그말을 듣고는 잠시 멍을 때리던 이솔렛은.
“…그렇다면,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군.”
“어, 어어?”
지친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확인할 것도 좀 있고… 이대로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분명히 의사가 일주일간은 못 일어날거라 했…”
“뭐하나, 가서 맞이할 준비를 하게.”
“네, 넵!”
그렇게 하인이 바쁘게 방을 뛰어나가자, 한숨을 내쉬며 방문으로 향하던 이솔렛은.
“…음.”
이내 걸음을 멈추고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 임명장 –
[당신을 최연소 성기사의 정식 검술 스승으로 임명합니다.]최연소 성기사는 오늘부로 당신의 집으로 찾아갈 것이며, 알아두셔야 할 특이사항으로는…]
태양신 교단이 보낸 그 임명장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던 이솔렛은.
“…불쌍한 녀석.”
그리 말하고는, 종이를 책상에 둔 채로 방 밖을 나섰다.
“항상 미움만 받는구나.”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