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0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02화(202/524)
Episode 202
“…그럼, 전 거실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소리를 질러주세요. 즉시 개입하겠습니다.”
“알겠다.”
잔뜩 날이 선 소녀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이솔렛은, 물끄럼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프레이.”
“……..”
그렇게 방문이 닫히자, 침대에 누워있던 이솔렛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리 와 보거라.”
“…윽.”
내 감정이 많이 요동치고 있었기에 그냥 나가려 했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이솔렛의 목소리에 차마 그냥 나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를 완전히 실망시킨 이후로는 꽤나 오랜만에 듣는 부드러운 목소리었기 때문이다.
“왜.”
그래서 애써 표정을 딱딱하게 유지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더니, 이솔렛이 멍하니 날 쳐다보며 말한다.
“날 범하지 않는 것이냐?”
“흥이 깨졌어.”
“…그러냐.”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한층 어색해진 분위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툭툭 끊어지고 있었다.
“내 동생은 어딨어?”
“외출을 했다. 잠시 친구를 만나고 온다더군.”
“친구라니?”
“카니아의 동생말이다.”
동생이 집에 안보여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어디에 잠시 외출한 상태인것 같다. 하긴, 나 같아도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에 찾아온다면 외출을 했을 것이다.
“고민을 많이 하더군. 그래도 얼굴은 한번 볼지 말지…”
“별 관심없어.”
그렇게 살짝 한숨을 내쉬던 나는 계속해서 실없는 소리만 하던 이솔렛을 뒤로 하고 방에서 나가려 했으나.
“프레이.”
“또 왜.”
또다시 내 이름을 부른 이솔렛 덕분에,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네가 여기에 온 것도 참 오랜만이로군. 옛날에는 줄곧 찾아오곤 했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때의 프레이로 돌아올 순 없는거냐?”
그러자, 물끄러미 날 쳐다보던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요즘들어 자꾸 네 어릴적 생각이 나더구나. 그런지라…”
“왜 자꾸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아까부터 계속 요점을 빗나가는 이야기만 하던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서며, 대체 원하는게 뭔지 물어보려 했는데.
“…으익!”
그 순간 갑자기 나의 팔을 잡은 이솔렛이, 날 침대에 내리꽂아버렸다.
“커흑… 뭐, 뭐야?”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던지라 대비를 못하고 있었기에 꼼짝없이 당해버렸다.
그나저나, 분명히 침대에 내리꽂아졌는데 왜 돌덩이에 내려꽂혀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까? 눈물이 찔끔 나올 지경이다.
“으극…”
하긴, 여자의 몸으로 황실 기사단의 부단장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만큼이나 강한 그녀니 어찌보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착각하지 말거라 프레이.”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이솔렛이 싸늘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아프더라도, 너정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어.”
“…….”
“그리고, 그렇게 항상 기고만장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내 두팔을 우악스럽게 부여잡더니 침대 쪽으로 밀었고.
“넌 잘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서는 언제든지 입장이 뒤바뀔 수 있다.”
덕분에, 이솔렛의 말대로 상황이 아까와는 완전히 반전되어버렸다.
“네가 괴롭히던 사람들이 반대로 널 괴롭힐 수도 있고, 네가 핍박하던 사람들이 반대로 널 핍박할 수도 있다.”
“저기…”
“그리고, 내가 깔아뭉개던 사람들이 반대로 널 깔아뭉갤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말하며 다른 한 손으로 내 턱을 잡고 들어올린 이솔렛은.
“이래도 이해하지 못한거냐?”
어두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정 이해하지 못했다면, 직접 가르쳐 줄 수도 있다.”
“자, 잠깐…”
“왜 그러지? 아까 네 입으로 말했지 않았느냐. 한번만 해달라고.”
그렇게 말하더니, 내 겉옷을 잡아 옆으로 던져버리는 그녀.
“좋아, 해주마. 단, 네가 밑에 깔린채로. 내게 강압적으로 당하는 거다.”
“기, 기다려…”
그후 그녀는, 내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이거 놓으라니까?”
“싫다. 지금까지 너도 여자를 대할때 이렇게 무력을도 대했을거 아니냐. 나도 똑같이 따라할 뿐.”
마음같아서는 그녀를 멈추고 싶은데, 웬만한 최강자들만큼이나 근력이 강한 그녀를 압도하려면 ‘용사의 힘’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누적된 패널티 때문에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태이니 말이다.
“윽…”
“반항하지마, 프레이.”
하지만, ‘용사의 힘’을 지금 사용한다면 그 즉시 피를 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안 그래도 상태가 이상한 이솔렛이 내가 피를 토하는 걸 눈앞에서 본다면 우려했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으…”
그래서 최대한 몸을 비틀며 침대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이솔렛이 전력을 다해 날 깔아뭉개고 있었기에 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여리여리한 몸에서 저만한 괴력이 나오는걸까?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간다.
“얌전히 있어.”
“으으…”
그렇게, 결국 내 셔츠를 전부 다 풀어해쳐버린 이솔렛은.
“그러고 있으니, 마치 계집같구나. 건방진 꼬맹아.”
“윽…”
“옳지.”
침대에 내동댕이 쳐진 충격과, 계속해서 가해지는 압박 덕분에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나를, 여전히 무참히 깔아뭉갠채로 물끄러미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 스윽…
그러다가 침대쪽으로 젖혀진 내 두팔을 한층 더 거세게 잡은채로, 고개를 내 얼굴로 숙이는 그녀.
“…꿀꺽.”
잠시동안 그녀의 하늘색 눈동자와, 나의 은색 눈동자가 교차했고.
그 눈동자들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할때쯤.
“아, 알겠느냐. 프레이.”
잠시 옆쪽으로 곁눈질을 했던 이솔렛이,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너, 너는… 음욕에 찌든게 아니다.”
“…뭐?”
“그저, 남을 지배하고 굴복시키는걸 좋아할 뿐.”
갑자기 달라진 그녀의 태도에 당황해 하고 있는데, 이솔렛이 내 팔에 가하는 악력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랬지 않았느냐. 아까는 나와 하, 하고 싶다 말했으면서… 정작 내게 당할때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서는…”
“……”
“넌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저 남을 굴복시키고 싶어할 뿐인 건방진 꼬맹이에 불과하다는 거다.”
그 말을 마치고, 내게서 슬금슬금 떨어지던 이솔렛은.
“내, 내가 한 말을 잘 생각해보거라.”
그렇게 말한뒤에, 이불을 덮고는 옆으로 누워버렸다.
“”……….””
그리고 시작된 정적.
“뭐지? 갑자기 왜…”
갑자기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채 멍을 때리던 나는.
“…아.”
이내 열려진 방문과, 그 방문 뒤에서 입을 떡 벌리고 서있던 이리나, 루루, 성기사를 발견하고는 침음을 삼켰다.
“프…레이?”
“끼, 끼잉…”
“……..”
이솔렛의 태도가 갑자기 변한 이유를, 이제서야 이해했다.
.
“……….”
프레이가 일행에게 붙들린 채 방을 나선 후, 이솔렛은 한동안 이불을 뒤집어 쓴채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윽.”
그렇게 한참을 쥐죽은듯이 누워있다가, 별안간 신음소리를 내는 그녀.
“뭐나… 대체 뭐냔 말이다…”
아까와는 달리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운, 언뜻보면 겁을 먹은 것 처럼도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내가 프레이에게… 무슨짓을…”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내가 드디어 미쳐버린건가?”
아까전에 프레이가 자신을 덮쳤을때, 그녀는 분명히 혐오감과 실망감을 느꼈었다.
그런데 어째서였을까? 분명히 강하게 느껴졌던 그러한 감정들 사이에서, 이상한 감정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던 것은?
“한번만, 한번만 해달라니까?”
“……..”
그녀의 기준에서는 별것도 아닌 힘으로 그녀의 두 팔을 잡고는 밀어 붙이고, 그 여린 손으로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의 단추를 낑낑 거리며 풀어가던 프레이.
당장 조금이라도 힘을 준다면 제압을 할 수 있는데, 그것도 모른채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버릇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지배하려던 소년.
두 팔이 아주 약한 악력으로 묶인채, 병약한 몸으로 자신을 깔아뭉개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그 건방진 모습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읏…”
이솔렛은 어째서인지 마음이 뜨거워졌었다.
“으으…”
물론, 처음에는 단순한 분노나 훈육을 하고 싶은 마음인 줄 알았다.
그래서 기회가 오자마자 그녀는 훈육을 하기 위해 그를 제압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무엇인가가 살짝 어긋나기 시작했다.
침대에 내동댕이 쳐진 프레이가 보이던, 연약한 표정.
그러한 표정은, 늘상 프레이가 보이던 건방지거나 혐오스러운 표정이 아닌. 방금 전까지 자신을 겁간 하려던 표정도 아닌.
어렸을때 자신에게 패배해, 흙바닥에 나뒹굴게 된 프레이가 보여주던 표정이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자신의 힘에 의해 침대에 쳐박힌 프레이는, 찰나의 순간 과거로 돌아갔던 것이었다.
그 덕분에, 이솔렛은 그 시점부터 이성을 잃었었다.
어렸을때의 프레이를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침대에서 거친 숨을 몰아내쉬는 프레이를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덕분에 계속해서 몰아붙여진 프레이가,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표정은…
완전한 패배의 표정. 눈앞에 보이는 자신에게, 완전히 굴복한 표정. 평소에 모든걸 자신의 발 아래에 두던, 건방진 프레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한 표정이었다.
“하아…”
그 얼굴을 보자마자, 온 몸이 다시 한번 달아올랐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감히 자신의 팔을 구속하려던 가느다란 팔을 진짜 힘으로 구속해버리고, 감히 자신을 깔아뭉개려던 연약한 몸을 정말로 깔아뭉개버리자.
프레이의 건방진 표정이 연약하고 겁먹은 표정으로 변하는 걸 보며 자신이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에 그의 옷을 벗기고는, 그의 얼굴에 고개를 내밀때 자신이 하려던 행동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미쳤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하나밖에 나오질 않는다.
자신은 의도가 어찌되었든간에, 무의식적으로 프레이를 겁간하려 한 것이다.
“말도 안돼.”
그리고 그것은, 이솔렛에게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기사로서의 기사도 정신과 스승으로서 가지고 있던 올곧은 마음을 가진.
성에 관련된 이야기는 커녕 남자와 여자의 연애 이야기만 나와도 질색 팔색을 하며 온몸에 거부반응이 오던 자신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연약한 소년을,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하고 힘으로 몰아붙여 어떻게 해보려 한 것이니 말이다.
“기사 실격이다… 스승으로서도 실격이야…”
그 덕분에, 여러가지 감정에 잠식된채로 중얼거리던 이솔렛은.
“앞으로, 녀석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이내, 말을 멈추고는 자신의 볼을 만져본다.
“하.”
그녀의 볼은, 아직도 뜨거웠다.
“음욕에 찌든게 프레이가 아니라고? 그야 당연한게 아닌가…”
이성적으로는 이 상황에 혐오감마저 느끼고 있지만, 몸의 반응은 그대로라는 걸 알아챈 이솔렛은.
“…음욕에 찌든건, 다름아닌 나인것을.”
배고 있던 배개를 품에 끌어 안은채, 눈을 질끈 감으며 중얼거렸다.
“프레이…”
뜨거워진 몸을 식히려 끌어안은 배개였지만, 어째서인지 아까의 상황이 오버랩이 되어 몸이 한층 더 뜨거워지기만 한다.
“흐아아…”
잠시 후, 이솔렛의 숨결이 한층 더 거칠게 변했다.
.
한편 그 시각.
“하아…”
“왜 그러시죠? 무슨 문제라도?”
“아니야… 아무것도…”
어째서인지 식당에서 성기사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프레이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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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사항…..
“나도 모르겠다, 이젠.”
“…..?”
아까 있었던 일을 상기하던 프레이의 표정이 점차 멍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