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0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04화(204/524)
Episode 204
– 따르릉! 따르르릉!
“흐아암…”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 나는,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요즘 날씨가 꽤나 쌀쌀해졌기에 덮고 있던 이불을 옆으로 치우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침대 아래에 누가 있음을 눈치채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냐…”
이윽고 고개를 아래로 숙인 내 시야에 들어온건, 잠옷 차림으로 내 침대 옆에 웅크린채 잠에 들어있던 루루였다.
“………”
요즘 그녀는 툭하면 내 방에 들어와서 자곤한다. 말릴려고도 해봤는데, 애완동물은 주인 옆에서 자는게 당연하다는 그녀의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루루.”
“하읍.”
방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기에 그녀를 깨우려 손을 뻗었더니, 녀석이 잠결에 내 손가락을 물었다.
“아야.”
덕분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나는, 이내 손가락을 오물거리는 그녀를 내버려둔채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이… 아이시랑 만나는 날이였지?’
그렇다. 오늘은 아이시에게 한번 만나자는 편지를 받은 동시에.
‘그, 그리고… 이솔렛한테 훈련을 받는 날이기도 한데…’
이솔렛에게 협박 비스무리한 제안을 받은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오늘 이솔렛의 집에 들리기 전에 아이시를 만난다면, 내가 만나봐야 할 서브히로인들은 전부 만나본 것이 된다.
물론, 아직 관찰이 필요한 녀석들도 있고 주의해야할 녀석들도 있지만… 최소한 한시름은 덜게 될 것이다.
“에베…”
그런 생각을 하며 축축해진 손가락을 루루의 입에서 살며시 빼낸 나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도 새걸로 마련해 뒀는데, 이런곳이 뭐가 그리 좋다고.”
그런 뒤에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행여나 루루가 깰까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덮어준 나는, 살금살금 책상으로 향했다.
“주인님…?”
하지만 그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의자에 앉았을 무렵에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잠시 눈을 비비적 거리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헤헤…”
그렇게 내 바로 뒤까지 다가온 그녀는, 그대로 나에게 안긴채 볼을 부벼대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네…’
며칠전부터 이렇게 누군가에게 덮쳐지는 일이 많아졌다.
이솔렛에게 덮쳐진 이후로는, 왠지 모르게 공격적으로 변한 루루가 항상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나를 마치 대형견이라도 된 것처럼 이런 식으로 껴안는 중이고.
이리나의 애완동물인 빨간색 대형견은, 아예 애교를 부릴 때마다 늘 나를 덮쳐서 넘어트린다.
덕분에 요즘들어 기가 허해진 느낌이 물씬 든다. 허리도 좀 쑤셔오고 말이다.
– 끼이익…
그런 생각을 하며 책상에 있는 편지봉투들을 열어보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더니 이리나가 들어왔다.
“오, 오늘의 아침 식사야… 프레이.”
아직까지도 없어지지 않은 강아지 귀를 쫑긋거리며, 하트무늬를 그린 오므라이스를 내 책상에 두는 그녀.
오늘도 어김없이 메이드복을 입은채 내 눈치를 힐끔힐끔 보던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이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이리나, 물어볼게 하나 있는데.”
“응응, 말해봐. 뭐든지 대답…”
“클라나는 언제 와?”
“…..!!!”
처음에는 열의 있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던 이리나가, 그 말을 듣고는 얼어붙어버렸다.
“그, 그그 그건 왜 물어보는거야? 프레이?”
이윽고,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히 내 곁에 앉아 질문을 던지는 그녀.
“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가 서대륙으로 가고 클라나가 오게될 일자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었잖아?”
“아…”
그 말을 들은 이리나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 그러고보니… 얼마 안남았는데… 어떡하지? 곧 교대인데… 으으…”
“이리나?”
“지금까지 한걸로는 부족해… 임팩트… 임팩트 있는 뭔가를 해야하는데…”
그러더니 그녀는, 귀신에 홀린 표정으로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탑주랑 연락은 닿았어?”
그런 이리나에게 며칠전에 부탁했던 일에대해 질문을 던져보니.
“아, 어어… 아직이야. 왠지는 모르겠지만 연락을 안받더라고. 바쁜 일이라도 있나봐?”
“흐음…”
그러한 답변이 돌아왔다.
“최연소 성기사’가 연루되었다는 실험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아쉽네, 최대한 빨리 연락이 되면 좋겠는데…”
“오, 오늘 당장이라도 쳐들어갈까? 저 ‘애완동물’도 데려가면 그 망할 할망구랑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됐어, 오늘은 아이시를 만나러 가야하잖아. 이솔렛도 만나봐야 하고.”
“…아.”
살짝 흥분한 이리나를 진정시킨 나는, 과하게 떨려오는 그녀의 귀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이리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네 그 애완견 있잖아.”
“응?”
“요즘 발정기… 인것 같은데. 교육 같은걸 하면 안될까?”
그 말을 듣자, 이리나가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요즘 자꾸 나를 덮치더라고? 한두번이면 몰라도 여러번 덮쳐지니까… 뭔가 좀 묘해서 말이지. 그녀석 암컷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중성화 수술을 해야…”
“자, 자제할게!”
“뭐?”
“아니, 자제시킬게! 앞으로 그렇게 자주 덮치는 일은 없을거야. 응응.”
이윽고 얼굴이 잔뜩 빨개진 이리나는, 그리 답하고는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다.
“”……..””
그리고 잠시 방에 흐른 정적.
“주인님, 다음에 그 개가 덮쳐오면 제게 말해주세요.”
내 뒤에 안겨있던 루루가, 정적을 깨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여온다.
“주인님의 애완동물은 저 하나니까, 제가 혼쭐을 내줄게요.”
그 말을 마친 루루는, 내 얼굴을 한번 핥은 뒤에 방을 빠져나갔다.
“후아.”
그렇게 방에 혼자만 남게되자,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행복하네…”
그런 방 안에서, 미소를 지으며 책상에 올려져 있던 것들을 보던 나는.
“행복하긴 한데…”
이내 미소를 거두고, 살짝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요즘들어 좀 불안하단 말이지…”
지금 나는 매우 행복하다. 혼자서 모든걸 해쳐나가던 과거에 비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그래서 가끔은 무섭기도 하다.
이 행복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두렵기 때문이다.
동료가 없이 모든걸 스스로 할때는, 외로웠지만 마음은 편했다. 나 스스로만을 지킬 수 있으면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카니아, 이리나, 클라나, 세레나, 페를로체. 그리고 최근 내 집에 살게 된 루루까지. 꽤나 많은 이들이 완전한 내 편이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외롭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지만, 이제는 그녀들을 지켜야 하기에 가끔가다 마음이 불안해진다.
그래서 2학년에 돌입하기 전에 어떻게든 곯아버린 속을 치유해야 할 겨울방학이지만, 어째서인지 일을 계속 찾아서 하게 된다.
행복한 시간은 너무 좋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당장 지금만 해도 일주일 하고 며칠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지 않았는가.
이 평온하고 즐거운 시간을 조금이라도 길게 즐기기 위해, 역설적으로 뭔가 일을 찾아다니게 되는 아이러니함은 내가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오곤 한다.
아무도 없을때는 외로움에 마음이 썩어들어가더니, 동료들이 생기니 불안감에 마음이 잠식되어가다니… 나도 편히 살 팔자는 아닌 것 같다.
“에휴…”
마왕 루비가 점점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다면, 역시 ‘검증식’은 이번 방학내로 열릴 것이다.
그렇게 겨울방학의 메인 이벤트이자 본격적으로 내가 추락하게 되는 ‘가짜 용사 검증식’이 끝나면.
그 다음에 내가 겪게 될 것은 2학년의 메인 이벤트인 ‘학생회장 선거’와 ‘교단과의 전쟁’ 같은 굵직한 이벤트들이다.
그리고 피날레는, 당연히 ‘아카데미 공방전’과 네번째 시련일 것이다.
나는 과연, 단 한명의 희생자도 안내고 그것들을 끝마칠 수 있을까? 과연 내 목숨조차 바칠 수 있는 그녀들을 살릴 수 있을까?
“…원래라면 불가능했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쇠약해져서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문제인건지 요즘들어 계속 불안감에 조여오는 심장을 애써 달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옹.”
그 순간, 내 외투 주머니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고양이 인형.
“푸흐… 거긴 또 언제 들어갔어?”
며칠전에 혹시 납치를 당한거냐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던, 그 후에는 조심스레 내 취향에 대해 물어오던 카니아의 선물이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 스윽…
그러던 녀석은, 난데없이 내게 쪽지 한장을 건낸다.
“아.”
그 쪽지를 보고나서야, 나는 조금이나마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 DLC
세레나가 생일선물이라고 줬던, 반달과 부메랑, 그리고 초승달 모양이 그려져 있는 쪽지.
“애옹…”
“그래, 알고 있어.”
소중히 외투주머니에 늘 간직하고 다니던 그 쪽지를 들고 있던 고양이를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은 나는.
“희망은 분명히 존재한다는거.”
“애옹!”
녀석을 쪽지째로 주머니에 밀어넣고, 방을 나섰다.
“마차를 준비해, 아이시를 만나러 가야하니.”
“…네.”
“그리고 이솔렛의 집에도 들렸다 올거야. 그때까지 집안일을 다 해놓도록 해.”
이윽고 무표정으로 복도를 쓸고 있던 아리스에게 그렇게 명령을 내린 나는.
“로즈윈 씨에게 꽃이랑 편지가 왔는데… 어떻게 할…”
“반송시켜.”
그 옆에서 나타난 아리안느의 질문에 답변을 한 뒤에 1층으로 내려갔다.
“…이리나, 그러고 보니 그때 그 검사결과 말이야. 그거 확실해?”
“응?”
그리고 현관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이리나를 본 나는, 그러한 질문을 던졌다.
“저번에 저주에 대한 검사를 부탁했던거 말이야. 진짜 그게 맞아?”
“아, 그거…? 확실해. 내가 직접 네 몸 구석구석을 확인했다고.”
“음…”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얼어붙는 심장의 저주가 그렇게 된거지?’
아이시와 만나기 며칠전에, 이리나에게 저주에 대해 정밀 검사를 받았었다.
그러자 나온 결과는, 내 몸에 들어와 있는 저주가 담긴 ‘얼음새’가 산산조각이 나있다는 놀라운 결과였다.
이리나가 말하기를 지금까지 마법학계에 보고가 된 적이 없는 대사건이라고 했다.
어쩐지 가슴에 통증이나 차가운 기운이 통 나타나질 않더라니, 설마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재발 가능성은 없을까?”
“…확실한건 지금은 비활성화 되어 있다는 사실 뿐이야. 그 외에는 나도 연구를 해봐야 해.”
“흐음…”
그 말을 듣고 잠시 침음을 삼키던 나는, 조용히 품에서 편지 하나를 꺼냈다.
– 발신인: 클라우드 왕국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님에게.최근에 아이시 님과 약속을 잡으신 걸로 압니다. 그런 당신에게, 최근 아이시님의 변화에 대하여 말씀 드릴게 있…]
몇번이나 읽었던 그 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내려가단 나는.
“…안 그래도 누나 집에 가야하는것도 무서운데, 얘는 또 갑자기 왜 이런데?”
저택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며 그렇게 말했다.
“뭐, 직접 가서 확인해보면 되겠지.”
.
한편 그 시각. 접선장소.
“공주님.”
클라우드 왕국의 시종이,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아이시에게 조심스레 접근하기 시작했다.
“…….”
“프레이 님이 오신답니다. 지금 막 저택에서 출발하셨다는데…”
“너, 이리와봐.”
“네?”
그런 시종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 아이시.
“네, 네에…”
살짝 겁을 먹은 표정으로 그런 그녀에게 다가선 시종은.
“으힉!”
이내, 갑자기 바닥에 생긴 얼음을 밟고는 성대하게 넘어져 버렸다.
“………”
그런 시종을 빤히 내려다보던 아이시는.
“…푸흡.”
이내, 입을 가린채 악마같은 표정을 지으며 속삭였다.
“너, 완전 허접이네.”
방안에, 싸늘한 한기가 맴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