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0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05화(205/524)
Episode 205
– 덜컹, 덜컹…!
나는 지금 차가운 공기가 맴도는 제국의 거리를, 마차를 탄채 가로지르고 있다.
“헤헤.”
그런 내 양쪽에 바짝 달라붙어 있는건, 최근에 내게 선물 받은 옷을 입은채 내 팔에 볼을 부비고 있는 루루와.
“…….”
불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팔짱을 낀채, 귀를 쫑긋거리고 있는 이리나다.
– 삐빅, 삐비빅!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이런 일상에 잠시 분위기가 헤이해질 쯔음에 걸려온 전화.
“…읏.”
낮의 세레나나 내가 보고 싶다고 자주 칭얼거리는 카니아의 전화인줄 알고 수정구를 꺼내들었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아닌 이솔렛이었다.
“여보세요.”
– 프레이.
일주일 전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기에 침을 꿀꺽 삼키며 전화를 거니, 수정구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 저번에 했던 약속… 기억하고 있느냐…?
그런 그녀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상당히 지쳐있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것을 기회라 생각한 나는, 눈을 빛내며 본격적으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나, 많이 지쳐보이네? 훈련이라도 한거야?”
– 흐아… 그, 그렇다만.
“흐응, 그렇구나. 옛날에는 몇시간을 훈련해도 하나도 안지쳤었는데, 그리 지친걸 보면 누나도 한물 갔네.”
그렇게 말하자, 수정구에서 들려오던 거친 숨소리가 뚝 끊켰다.
“애초에 누나, 아프다며? 그런 이빨 빠진 허약한 호랑이에게는 훈련이든 뭐든 받고 싶지 않…”
잘하면 훈련을 빼먹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말한 나는.
– 건방진 꼬맹아.
이솔렛의 목소리가, 일주일 전 내 목을 부여잡았을때의 음산한 목소리로 바뀌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 아무래도 훈련은 내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왜, 왜…?”
이윽고, 나도 모르게 그 이유를 묻자 수정구에서 다시한번 흘러나온 그녀의 음산한 목소리.
– 오늘만을 기다려왔더니, 몸이 통제가 잘 되질 않는군.
그 말이 끝나자, 잠시 깊은 침묵이 흘렀다.
– 네, 네 녀석이 저지른 악행 때문에 분노가 너무 많이 쌓여서… 자칫하면 널 죽여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몸을 좀 식히고, 내일 진행 하도록 하지.
“그, 그 정도면 그냥 안하는게…”
이윽고 다시 들려온 이솔렛의 전언에 내가 간절한 목소리로 내가 그리 말하자.
– 무단결석을 한다면, 교사의 권한으로 가정 방문을 하겠다.
즉시 돌아오는 그녀의 답변.
– 그리고 그때는… 가,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왠지 모르게 거친 숨소리와 함께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가 끝나자자 수정구의 빛이 꺼졌고.
“”………””
내 옆에 바짝 붙어있던 소녀들이, 조용히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 아리아가.
[오빠, 이솔렛 교수님한테 도대체 뭘 한거야?왜 교수님이 나한테 오빠의 사진을 부탁하는데!?]
그러고 보니 며칠전에 동생에게 그런 편지를 받은적이 있다.
역시 호감도도 그렇고, 방금 일도 그렇고, 이솔렛의 상태가 루루를 제외한 서브히로인들 중에 가장 심각한 것 같다.
“이, 일단 가세요 주인님. 제가 옆에 있을테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자, 내게 달라붙으며 조용히 속삭이는 루루.
“…들었지 얘들아? 비상상황이야. 정령들을 미리 대기시켜놔.”
그리고 갑자기 전보용 수정구슬을 꺼내 어디론가 바쁘게 연락을 하는 이리나.
“으음…”
두명씩이나 내 옆에 붙어있는데도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오싹함에 몸을 부르르 떨던 나는.
“도착했습니다…!”
마부가 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리자, 정신을 바로잡고 천천히 내릴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프레이, 정말 혼자가도 괜찮겠어?”
그러자 조심스레 내게 질문을 던지는 이리나.
“세상에 있는 얼음 법사들은 전부 성격이 개차반이야. 모든 마법사들이 인정하는 유서깊은 사실이라고.”
“…그래?”
“응, 당장 천년전의 대마법사이자 용사파티의 일원이었던 그 얼음 마녀를 떠올려봐.”
그 말을 들은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언서에 적혀있던 선조님의 하소연 중 상당수가, 이리나가 언급한 대마법사에 대한 하소연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조심해. 위험하면 바로 소리를 치고. 얼음은 불을 절대 이기지 못하는 법이니까. 내가 다 녹여버릴게.”
“응.”
“진짜로 불러야 해? 또 상처입어서 오기만 해봐? 물어버린다?”
“알겠어.”
“네 몸 안에 들어있는 조각난 새가 그녀를 만나면 일시적으로 활성화 될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만일 그런일이 생기면 내가 해결해 줄…”
“알겠다니까.”
거듭 고개를 끄덕이며 이리나를 안심시킨 나는, 완전히 자리에서 멈춘 마차를 뒤로하고 접선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음.”
이윽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카페였다.
안에 사람이 없는걸 보면 아무래도 카페를 통째로 빌린 것 같은데, 아무리 약소국이라도 공주는 공주라는 걸까?
– 끼이익…
그런 생각을 하며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자리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아이시가 눈에 들어온다.
“”………””
살짝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서있었더니곧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이내 카페 안에는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들어와 앉으세요.”
이윽고 그러한 적막을 깬 아이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고.
“그래.”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그녀에게 향하던 나는.
– 샤르륵…!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에서부터, 빠르게 바닥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또 뭘까…’
아무래도, 그녀의 심중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보통 사람이라면 힘들겠지만.
나는, 시스템의 ‘독심술’ 스킬이 있으니.
.
– 꽈드득, 꽈드드득…
자신이 앉아있는 자리에서부터 바닥이 천천히 얼어가기 시작하자, 아이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프레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걸렸나? 걸린건가?’
세간에 멍청이 망나니로 소문난 프레이. 지금도 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라면, 자신의 장난에 걸려줄것은 아주 자명해 보였다.
“…꿀꺽.”
그렇게, 자신에게 걸어오는 프레이가 얼어붙어가는 바닥과 점점 가까워지고. 결국에는 빙판이 그의 코앞까지 들이닥친 그 순간에.
“흠.”
갑자기 프레이가 자리에서 멈췄다.
“아.”
그 바람에 애써 기대감을 드러내지 않고 평소처럼 냉혹한 성격으로 차를 마시던 아이시는, 자기도 모르게 허탈한 소리를 입밖으로 내버렸다.
“”………””
그리고 시작되어버린 침묵.
‘역시, 나는…’
그러한 침묵속에서 아이시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는 거겠지.’
아이시가 어렸을 적에, 그녀는 왕실의 악동으로 상당히 유명했었다.
수많은 왕족들과 형제자매들 중에서도 제일 마지막으로 태어난 막내인 그녀였기에,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빠~! 놀자~!”
“아이시, 조금만 이따가 놀자. 난 지금…”
“그것밖에 체력이 안돼? 완전 허접 오빠네.”
“…근데 이게!”
그리고, 아이시의 형제 자매들은 그런 그녀를 꽤나 귀여워 했었다.
자신들과 왕위를 놓고 대립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서열 맨 마지막의, 애교가 많은 악동 여동생은 그들에게도 꽤나 좋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악마로 변하는걸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네?”
“몇백년 만에 나타난… 완전체 반마족이라는 겁니다.”
어느날, 그녀가 악마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의문을 느낀 부모님이 의뢰를 맡긴 대마법사가 그녀가 ‘완전체 반마족’이라 선언한 뒤에.
그녀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아이시 왕국의 왕족들은 그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는게 중요하게 여겼기에.
마족으로 변하는 것을 컨트롤 할수 있는 아이시가 단숨에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되는것은 지당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오, 오빠? 오늘은 안 놀아줘?”
“……..”
“벌써 지친거야? 오빠, 완전 허접…”
“저리 꺼져.”
그 덕에 한순간에 닭 쫒던 개 신세가 되어버린 그녀의 형제자매들은, 더 이상 그녀의 장난을 받아주지 않았다.
“아이시, 이제 넌 왕국을 이끌어갈 차기 여왕이란다.”
“그러니, 그런 성격은 고치도록 하거라.”
덕분에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아버린 그녀에게 부모님이 건넨 말은, 따듯한 위로가 아닌 엄한 충고였다.
“흑, 으극…”
“울면 안됩니다, 공주님. 군주는 자고로…”
“싫어! 다 싫어!!”
당시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평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냈던 아이시가 그런 상황을 버틸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여왕도, 제왕학 공부도, 권력도 다 싫어!! 난 그저… 장난을 치면서 놀고 싶단 말이야…!”
그렇기에 아이시는, 그 무엇보다 소중했던 타인에게의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을 그녀에게서 앗아간 자신의 능력을 혐오할 수밖에 없었고.
“아이시가 시한부라고…?”
“어쩔수 없군. 계승 서열을 다시 돌려두는 수밖에.”
어느날 검진을 하다 발견된, 그녀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얼어붙은 심장의 저주’ 때문에 다시 계승서열이 최하위로 돌아갔을 때에는.
“공주님? 저기…”
“앞에 두고 가.”
시간이 지날 수록 차갑게 얼어붙는 마음과 함께, 모두에게 마음을 닫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 모두가 밉지? 그러면 나의 손을 잡거라. 모두에게 되갚아줄 힘을 줄테니.
“…닥쳐!”
그렇게 마음의 문을 닫은채 그녀의 방에 틀어박힌 아이시는.
어느날부터 그녀의 머릿속에서 속삭이기 시작한 어두운 목소리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 아이야. 그러지말고, 한번 몸을 맡겨보거라.
“시, 싫어어어어!”
때로는 목소리에 잠식되어 사고를 터트리기도 하며.
천천히 안에서부터 곪아가고 있었다.
“왕족을 태운 배가… 실종됐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 그녀가 실로 오랜만에 자유를 되찾았던 것이, 그리고 살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몇달전에 있었던 ‘노예시장 해방 사건’ 이었다.
오랫동안 틀어박혀 있던 독방에서 나와 선라이즈 제국으로 향할때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꼈고.
그곳에서 갇혀있던 마족이 된 형제자매들을 만나 구출을 하며 살아있는 기분을 느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옭아매던 ‘얼어붙는 심장의 저주’를 잠시나마 없앨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얼어붙었던 그녀의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어렸을때의 그녀의 성격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으나.
“공주님, 적당히 하시지요.”
“…으, 으응?”
돌아온건, 그녀의 성격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이 왕국을 이끌어가실 분이 아닙니까. 그런 장난에 어울려드리는 것도 한두번이지요.”
“어, 어울려 준거야? 지금까지…?”
“공주님의 그 바보같은 장난에 넘어가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제발 정신좀 차리시지요.”
저주가 없어졌다 생각한 왕국은 그녀에게 계승 서열과 군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의무를 되돌렸으며.
구출작전을 성공시킴으로서 어느정도 회복되었던 형제자매들과 주변 사람들에게서의 사랑조차 다시 앗아갔다.
게다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약해질대로 약해져버린 왕권 덕분에 신하들의 눈치를 보기까지.
“한번만 더 장난을 치시면, 시종을 그만두겠습니다.”
“으, 으읏… 미안.”
심지어 그녀는, 방금전에 장난을 쳤던 시종에게 싸늘한 눈빛으로 그런 말까지 들었었다.
물론 온실 속 화초로 자랐던 그녀의 장난이, 그 누구도 넘어가지 않을정도로 조악한 수준인 탓도 있었고.
그녀를 살짝 불쌍하게 여긴 시종이, 아무도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 장난을 몇번 상대해주다가 지친 탓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종에게 들을 법한 언행은 아니었다.
“우으… 으…”
그렇기에 유일한 희망이였던 프레이마저 자신의 장난에 걸려들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채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걸 원한게 아니란 말이야…”
자기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을 맺은채로.
“난, 그저… 장난을 치고 싶을 뿐인데… 그리고…”
원하지도, 앞으로도 바라지 않을 권력과 의무에 짓눌려 버린채로.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 옛날에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슬피 울며 했던 말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 아이야.
“…..!”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온, 사악한 목소리.
– 슬프니?
“다, 닥쳐…”
– 슬픈 게로구나.
어째서인지 심장의 저주가 사라졌음에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너무나도 부드럽고 달콤하게 들렸다.
– 나와 손을 잡자.
“그, 그만…”
– 그것도 싫으면, 그저 나에게 손을 맡기거라.
“그만…”
그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풀리기 시작한 아이시.
– 옛날처럼, 한번 즐겁게 놀아보자꾸나.
“아……”
그녀가 어렸을때 멋모르고 목소리에 넘어가 생겼던, 클라우드 왕국의 참극이 이번엔 제국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으앗!”
“…..?”
방금 전까지는 말이다.
– 콰당!!
멍한 표정을 짓으며 아이시를 쳐다보고 있던 프레이가, 그녀에게 한발자국을 내디뎠다가 빙판을 밟고서는 성대하게 자리에서 넘어져버렸다.
“으헉…”
그 바람에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자리에 넘어진 프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다시 한번 자빠져 버렸고.
“……..”
그런 프레이를 멍하니 쳐다보던 아이시는.
“지,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야!?”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항의를 하는 프레이를 보고는, 설마하는 마음에 질문을 던진다.
“당신… 지금 제 장난에 걸린건가요?”
그러자 돌아오는 답변.
“보면 몰라?”
글썽글썽한 눈물까지 머금어가며 그렇게 답변한 프레이를 바라보던 아이시는.
“푸흡!”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완전 허접이네요~♡ 그런 장난에 넘어가고~”
“뭐, 뭐어?”
“바보~ 멍청이~ 얼간이~♡”
“이, 이익…”
자신의 눈에 맺혀있던 눈물을.
‘생각보다 재밌으신 분이네요.’
아무도 모르게 털어내며.
‘뭐, 저번에 제게 한 짓도 있고, 원래부터가 나쁜 분이니… 오늘 하루동안 실컷 가지고 놀다가…’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주는 다시 가져와야겠어요.’
소악마적인 웃음에.
‘어차피 얼마전에 넘기는 법을 알아낸 이후로는, 저주를 사형수에게 넘길 생각이었고… 뭔가, 최대한 빨리 그래야만 될 것 같은 느낌인지라.’
울상을 짓고 있는 프레이를 본 순간 온 몸에 느껴지기 시작한 왠지 모를 떨림을 숨기며 말이다.
‘…역시, 기분이 이상한데.’
한번 넘긴 저주를, 다시는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고 있던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