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07)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07화(207/524)
Episode 207
실로 오랜만에 겪은 느낌이었다.
클라우드 왕국의 왕위 계승자가 되었을 때, 그리고 심장이 저주로 얼어붙었을 때 이후로 다시는 그러한 느낌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내 눈앞에 있는 이 소년에게 장난을 걸며,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얼어붙어있던 마음의 문이, 아주 살짝 열리는 것을.
“허접♡ 그것조차도 못 버티는 거야?”
“이, 이게 뭐하는건데…”
“넌 이제 내 다리 받침대야. 잠자코 있으라고.”
한창 그를 도발하던 도중, 프레이의 무릎에 내 다리를 얹은 뒤에, 한동안 슬쩍 다리를 비비거나 발을 꼼지락거렸을 때가 있었다.
“으, 으읏…”
“뭐야, 설마 흥분한거야? 진짜 못봐주겠네…”
그러자 고개를 숙이며 신음을 흘리기에, 그렇게 매도를 하니 면목없다는 표정을 짓던 그.
세간에 여자를 꽤나 밝히는 저질로 알려졌었는데,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였을까?
“재미없네… 당신, 이야기나 해봐.”
“뭐?”
“빨리, 아무거나.”
갑자기 그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싹터올랐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이해를 할수가 없지만, 그때의 나는 프레이와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각인된 기억처럼.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그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물어보고 또 물어보며, 딱봐도 술이 약해보이는 그와 같이 술을 마시면서 미친듯이 대화를 나누었었다.
“…그래서, 동정이라고?”
“아니, 그걸 그렇게 말하면…”
“푸흡, 푸흐흐흐! 진짜 웃겨…! 진짜 허접이었네?”
그리고 그와의 대화는.
“그래서, 순결의 돌 공인 처녀인 당신이 왜 내 가족들을 구매했던걸까? 성노예로 쓴다고 하지 않았나?”
“…네게 관심이 있었어.”
“하?”
“미끼로 삼은거지, 널 꾀어내려고… 흐익.”
놀랍게도, 꽤나 즐거웠다.
“듣자 하니까, 거짓말이 너무 많네?”
“…지, 진짠데?”
물론, 그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순결의 돌이야 얼마든지 모조품 제작이 가능하고, 그의 말에서는 거짓의 기미가 보이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오늘 이 자리에서 경험한 그는, ‘세계 최고의 악인’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기껏해야 내 장난에 전부 넘어갈 정도로 멍청하고 어리바리한, 잘 노는 망나니 정도랄까?
뭐, 정보원들이 건내준 소문에 따르면 그가 내게 보여주는 모습은 허물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그것은 내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게 아니었고, 나는 눈앞에 보이는걸 믿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너 좀 예쁘네?”
“…내 나잇대의 소녀에게도 추파를 던지는거야? 진짜 저질. 그냥 죽어.”
“나, 너랑 한살밖에 차이 안나는데?”
“………”
그렇게 그와의 대화는 한참동안이나 이어졌고.
처음에는 그저 죄책감 없이 마음껏 괴롭힐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만 생각했던 그에게, 나는 어느새 흥미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얼어붙어 있던 나의 마음의 문이 아주 살짝 열린 건,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리고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어떻게든 나를 파멸로 몰아넣고 싶어하던 그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언젠가 한번 느껴본적이 있었던 기묘한 경험을, 어째서인지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눈앞의 소년이 이끌어낸 것이였을까?
그렇기에 한참을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내가 속에서 최종적으로 도출해낸 결론은, 눈앞에 있는 소년과 조금 더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어릴때 이후로 얼어붙어 버렸던 내 감정이, 그에게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어째서 그 망할 목소리가 그와 이야기를 할때는 들려오지 않는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윽, 으으…”
“많이 아파? 진짜 약골이네…”
그래서, 그만 저주는 거둘려고 했다.
처음 그에게 저주를 넘길때는 정말로 그를 죽일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는 마음이 많이 녹아내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원한 자체는 남아있었고 그가 마왕군의 소속이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견제용으로 저주가 계속 있다고 속이고, 저주를 몰래 회수하려 했다.
그런데.
성대하게 실패해버렸다.
분명히 그의 몸 안에 있는 얼음새를 다시 불러들였는데, 어째서인지 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고통만이 증폭되었을뿐.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돌발상황에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해서 저주의 회수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추… 워…”
그러자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창백하게 질린 그의 얼굴. 내가 너무 심했나? 아까 장난을 칠때, 설마 온도 조절을 못한걸까?
“자, 잠깐만 있어봐.”
다급하게 빙결 마법을 거두어본다.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그에게는 원한도 있었기에 강도를 조금 높였었는데, 그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
“으…”
그렇게 카페 안의 온도가 되돌아오자, 엎드려 있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이제 좀 괜찮네.”
지친 미소를 지으며, 그리 속삭인다.
“그, 그… 잠깐만. 잠깐만 있어 보…”
“난, 이제 슬슬 가봐야 하는데.”
그런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지친 표정을 지으며 나갈 채비를 하던 그.
“방금 그 제안은… 수락할게.”
그러던 프레이가,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정말 내 저주를 고칠 수 있는게 맞지?”
“어? 어어…”
“그래, 그럼 얼마든지 네 장난감이 되어줄게.”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니.
“그 목소… 아니, 네게 개인적으로 관심도 생기기도 했고…”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렇게 말을 맺고는.
“…너랑 이야기하는거, 꽤나 즐거워서 말이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 끼릭…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그 나잇대의 소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지팡이를 짚은채로.
– 터벅, 터벅.
너무나도 힘겹게 출구로 걸음을 옮기는 그를 보면서 내가 순간적으로 느꼈던건.
연민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였을까?
“자, 잘가… 허ㅈ…”
– 쿵…!
“…프레이.”
그렇게 그는 카페를 나가버렸고, 카페에 홀로 남겨지게 된 나는 조용히 손을 가슴에 모았다.
“흐읍…!”
그리고는 눈을 감고, 노예시장에서 내 가슴에 자리를 잡고 있던 새를 끄집어 냈을때를 떠올리며.
그 어느때보다도 집중을 하여, 마력회로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지만, 얼음새가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
“이, 이게 아닌데…”
방금전까지 프레이를 상대하며 여유로운 표정과 짓궂은 미소를 짓던 장난기 많은 공주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 대신 땀에 흠뻑 젖어 억지로 마나를 운용하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는 공주가 카페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왜 회수가 되지 않는거야… 대체 왜… 잠깐.”
그렇게 한참동안 식은땀을 흘리다가 주문을 멈춘 그녀는, 이내 과거의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 그때… 그 목소리…”
노예시장 습격 사건에서 프레이에게 저주를 잠시 옮기려 할때, 망할 목소리와 자신이 나누었던 대화를 말이다.
“이 저주는, 원한다면 언제든지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저주니까.”
– 그 저주는 한번 옮기면 다시는 가져가지 못하는 저주다만.
“헛소리.”
그때의 그녀는, 당연히 그것을 헛소리로 치부했었다.
어렸을때부터 그녀의 머릿속에 울려퍼졌던 그 목소리는, 단 한번도 ‘진실’을 말한 적이 없었기에.
그리고 자신의 저주를 밖으로 꺼내는 법을 알려준 왕국의 현자가, 저주를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럴리가. 설마, 그 허… 허접이 너무 나약해서 그래. 컨디션이 좋아지면 금방 꺼낼 수 있을거야. 응응, 당연한 걸.”
그 때문에, 천천히 손톱을 뜯으며 그렇게 중얼거리던 아이시는.
“공주님, 실례지만 그 사람은 왜 만나시는 겁니까?”
잠시 자리를 피해있던 시종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옆으로 다가오자 그에게 시선을 돌린다.
“평판도 최악인데다가, 신랑감으로 최악입니다. 그가 시한부인걸 모르시는겁니까?”
“뭐?”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아이시는.
“원래도 어릴때부터 병약했는데, 노예시장 습격사건 다음날에 갑자기 쓰러진 이후로는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는군요.”
“아…”
순간적으로 찾아온 불안감과 아찔함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왜 그리 병세가 악화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공주님이 요청했던 첩보에 따르면…”
그런 그녀를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던 시종이.
“기껏해야 1~2년 정도밖에 못살겁니다.”
조용히 쐐기를 박아 넣는다.
“……”
덕분에, 잠시 멍을 때리던 공주는.
“그러니, 그런 녀석에게는 신경을 끄시고…”
“와, 왕실 마법사에게 연락해 봐. 그리고 그 현자에게도.”
이내 다급하게 시종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
“빨리!!!”
이윽고, 어리바리한 표정을 짓는 시종을 재촉한 뒤에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 끝까지 믿지 않더니, 꼴 좋구나.
어째서인지 한동안 잠잠하던 사악한 목소리가 조소가 섞인 목소리를 툭 던지자,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
“고, 공주님?”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녀는 그저 망부석 마냥 멍하니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
“추, 추워…”
카페를 빠져나온 뒤에 몇걸음을 걷던 프레이가, 이내 몸을 감싸 안으며 중얼거린다.
“으으…”
어째서인지, 그는 아이시에게서 떨어졌음에도 짙은 추위에 몸을 떨고 있었다.
“프, 프레이?”
“주인님?”
그렇게 한참동안 추위에 떨던 프레이가 겨우 마차안으로 들어오자, 그곳에서 목빠지게 프레이를 기다리고 있던 이리나와 루루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너, 너 아이시랑 접촉했지? 이 멍청아! 내가 그러면 안된다고 했잖아!”
“미, 미안… 그치만 어쩔수 없었…”
“바보! 바보바보!”
발을 동동 구르며 온몸에서 싸늘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프레이를 바라보던 이리나는.
“이렇게 된 이상 빨리 해주마법을…”
손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리다가.
“………..”
갑자기 말을 멈추고는, 물끄러미 프레이를 내려다본다.
“이, 이리나? 갑자기 왜…”
왠지 모르게 묘한 이리나의 눈빛에 프레이는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어? 어어…?”
그런 프레이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외투를 벗기기 시작한 이리나.
“뭐, 뭐하는 거야?”
“…뭐하시는 건가요?”
“……..”
그런 행동에 깜짝 놀란 프레이와, 눈빛이 싸늘하게 변한 루루가 질문을 던졌지만, 이미 외투를 벗겨 어디론가 던져버린 이리나는 계속해서 프레이의 옷을 벗겨나갈 뿐이었다.
“으, 으으…”
“크르르… 아, 아니…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요!”
그렇게 잠시후, 프레이의 맨살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화들짝 놀란 루루가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고.
“…꾸우.”
어디선가 날아온 올빼미가, 싸늘하게 이리나를 쳐다보기 시작했지만.
“저주 해주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야. 방해하지 마.”
“흐익?”
“꾸, 꾸우?”
그런 루루와 올빼미를, 자기도 모르게 알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내 단숨에 압도해버린 이리나는.
“…이, 이건 애정행각이 아니라 ‘치료 행위’야. 그것도 프레이의 목숨이 직결된. 그러니 노카운트라고.”
이내 소심하게 올빼미를 눈동자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이, 이리나… 나 추운데…”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바들바들 떨고 있던 프레이를 다시 내려다 보던 이리나.
– 툭…!
잠시후 그녀가 두르고 있던 망토 밑으로, 무엇인가가 떨어졌고.
“”……!””
그걸 본 프레이와 루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리나의 상의가, 마차바닥을 뒹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투둑…!
“이리나? 대체 이게…?”
이윽고 이리나의 하의마저 마차의 바닥을 뒹굴자, 다급하게 질문을 던지던 프레이는.
“네 몸 구석구석에 박힌 얼음새의 파편을 직접 녹여야 해.”
수줍은 표정으로 자신의 망토를 살짝 열어보인 이리나가 시선을 피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자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네 몸에 불을 지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일반적인 해주마법을 쓰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킨 이리나는.
“그러니 이 안으로 들어와, 프레이.”
마법을 운용해, 자신의 몸을 뜨겁게 만들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네 몸에 섞인 차가운 기운을 정밀하게 조작해야 하거든. 그렇기에 최대한 많은 면적이 닿아 있어야…”
그렇게, 한참동안 행위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나가던 이리나는.
“…됐다.”
얼굴이 빨개진 프레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맺었다.
“내가 널 녹여줄게, 프레이.”
“…….”
“빨리 안으로 들어와.”
잠시 후, 이리나의 망토가 프레이를 완전히 삼켰다.
“으흣…”
프레이의 맨살이 그녀의 맨살에 닿고, 병약하고 여린 그의 몸이 그녀의 풍만한 품 안으로 쏙 들어간다.
“하으으…”
그렇게, 한동안 눈을 질끈 감은채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프레이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느끼며 신음을 흘리던 이리나는.
“저, 저도 도우면…”
“안돼, 정밀한 마나컨트롤이 필요해. 하나라도 잘못되면 큰일나.”
다급하게 자신에게 달라붙어오는 루루를 옆으로 밀친 뒤에.
– 스윽…
망토 위로 삐죽 튀어나와 있던 프레이의 머리를, 두 손으로 완전히 망토안에 밀어넣고는.
“푹 쉬어, 프레이…”
지긋이 눈을 감고 마차의 의자에 기대며, 그렇게 속삭였다.
“…이 순간을, 꼭 행복하게 기억해줘.”
이리나의 망토에 완전히 삼켜진 프레이의 심장박동이, 그녀의 가슴에 고스란히 전해져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