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1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10화(210/524)
Episode 210
“……..”
수련장에서의 짧은 해프닝이 끝난지 몇십분 뒤.
프레이는, 이솔렛의 방에 있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저기, 누나…”
“누나라고 부르지 말거라.”
물론, 그것이 프레이가 원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나 괜찮은데…”
“훈련 뒤에는 휴식이 필수다.”
이리나와 루루의 소리없는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이솔렛이 강행한 일이었다.
“특히 너같은 허약한 녀석은, 이 정도의 휴식을 취해주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저기, 그 정도면 역시 훈련을 안 하는게…”
“훈련을 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도 없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약골로 있을 셈이냐?”
“후우.”
이솔렛의 말을 듣고는 조용히 입을 다문 프레이는,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덮는다.
“음.”
침대 앞까지 의자를 끌고와 그런 프레이를 지켜보던 이솔렛은, 무심코 그런 그에게 손을 뻗으려 했으나.
“꾸우~!”
“짹! 째잭!”
“애옹…”
그 순간, 방 구석구석에 포진해 있던 동물들이 일제히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헥… 헥…”
“으헉…”
그 다음 순간에는, 루루가 이리나의 애완견이라 소개한 빨간색 개가 침대위로 뛰어 올라오더니 프레이의 이불속으로 들어갔고.
“”………””
그 후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동물들에게는 사랑받는구나.”
웬만해서는 볼수 없는 진귀한 장면을 목격한 이솔렛이, 주변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그렇게 말한다.
“그, 그러게… 아니 잠깐, 개는 데려온 적이 없는데 왜…”
“헥헥…”
그러던 그녀는, 빨간색 개가 프레이의 이불속에서 꿈틀거리자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저 개는 아직 중성화 수술을 안 시킨건가?”
“나는 시키고 싶었는데, 이리나가 시키지 말라네?”
“…그렇단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이솔렛이 자기도 모르게 싸늘한 시선으로 개를 쳐다보자, 녀석이 귀를 내리며 겁을 먹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의 볼을 세게 때리며 고개를 흔든 이솔렛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구석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흠.”
그러더니 구석에 있던 냉장 마도구를 여는 그녀.
“풉.”
그 안에 가득 차 있던 맥주를 보자, 프레이가 입을 손으로 가린채 웃음을 터트린다.
“뭐야? 진짜 노처녀다운 구성이네? 누나, 같이 술을 마실 사람도 없어서 밤에 혼자서 술 홀짝거리지?”
“……”
“진짜 불쌍하네? 나라도 같이 마셔줄…”
그리고는 웃음을 섞으며 말하는 프레이였지만, 그는 이내 말꼬리를 흐리더니 말을 멈췄다.
“어, 으음…”
어느새 자신을 무참히 깔아뭉갰을 때처럼 다시 음침해진 이솔렛의 눈빛을 목격하고는, 자신의 작전이 실패했음을 다시 상기했기 때문이었다.
“미, 미안…”
그렇기에 프레이는 시선을 돌리며 쭈뼛쭈뼛 사과를 건냈고, 그 모습을 본 이솔렛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건방을 떨던 그가, 자신의 침대에 누운채 약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어째서인지 그녀의 음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에 눈이 돌아갔을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첫번째 제자에게 그런 마음을 품어서는 안되는 법이었다.
어째서인지 며칠 전부터 프레이를 생각하기만 하면 몸이 너무나도 뜨거워지던 이솔렛은, 그런 심리적 선을 억지로 그려두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를 상태가 되어있었다.
즉 ‘자신의 첫번째 제자’라는 암시는, 이솔렛의 마지막 마지노선이었다.
‘진정해…’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을 하던 이솔렛은, 냉기가 흘러나오는 마도구의 깊숙한 곳에 있는 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무엇인가를 꺼내든다.
“어…”
그러자, 그것을 본 프레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거… 오랜만에 보네.”
이솔렛이 꺼내든 건, 그녀와 프레이가 어릴때 수련을 끝내고 나면 항상 같이 나누어 먹었던 아이스크림이었다.
“근데, 그건 왜…?”
꽤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오는 이솔렛을 바라보며 프레이가 질문을 던지자,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한다.
“사, 상이다.”
“상이라고?”
“이제부터 훈련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면… 네게 상을 줄거다.”
말은 그렇게 하긴 했지만, 이솔렛의 의도는 따로 있었다.
더 이상 눈앞의 프레이를 남자로 봤다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것 같았기에, 그를 자신의 첫번째 제자로 고정하기 위해.
과거에 프레이가 그녀의 제자였을때 했던 행동을 되풀이 하며 자신의 음심을 제어하기 위해서였다.
“…하읍.”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의도는 프레이가 아이스크림을 숟가락으로 떠먹자 산산히 무너지고 말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채 아이스크림을 오물거리는 그의 모습이, 과거에 훈련이 끝나고 나란히 저택의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어둠과 사악함이 가득한 제국에서, 혼자서만 새하얗게 빛나고 있던 순수했던 프레이와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으…”
그리고 그런 순수해보이는 프레이의 모습은, 이솔렛의 뇌리에서 여라가지 모습으로 파생되기 시작했다.
그가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 자신에게 검술로 패배해 치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주저앉은 모습,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거리는 표정.
그리고, 그런 프레이를 강제로 제압해 자신의 밑에 깔아 뭉개고. 겁에 질린 프레이의 흰색을 자신의 색으로…
“…짝!”
“으아?”
이솔렛이, 자신의 뺨을 거세게 때렸다.
“…모기가 있나보군.”
“지금은 겨울…”
“……”
되지도 않는 변명을 했다가 얼굴을 붉힌 그녀는, 이내 프레이가 들고있던 아이스크림 통에 숟가락을 꽂아 넣는다.
“…하읍.”
그렇게 한동안 그녀의 방에서는,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떠올리는 소리와 오물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으음.”
아이스크림은 옛날처럼 달고 맛있었다.
하지만, 이솔렛은 더는 옛날과 같은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어렸을때는 그날 했던 훈련의 성과를 생각했고, 기껏해야 아이스크림을 오물거리는 프레이가 귀엽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프레이의 숟가락과 침에 의해 질척거려진 아이스크림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나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아이스크림을 떠 먹던 이솔렛은,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음란한 여자였던건가?’
그리고는,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앞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프레이를 보며 몸이 뜨거워지는 자신에 대해서.
그동안 자신이 프레이를 엄하게 ‘교육’한것이.
어렸을때 그를 이길때면, 항상 그를 깔아뭉갠뒤 입꼬리를 올리며 ‘승리선언’을 했던 것이.
사실 자신만 모를 뿐, 숨겨진 기벽이였던건 아닐까?
“…저기, 누나.”
“누나라고 부르지 마아…”
이제는 그에게 누나라는 소리만 들어도 몸이 떨려온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나는 기사도, 교사도, 스승도, 귀족영애로서도 실격이구나.’
그렇게, 계속해서 자신을 누나라 부르는 프레이를 말리지도 못한 채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이솔렛은.
‘이대로가면 나는… 그저 음심도 제어하지 못하는 음란한 여자. 즉, 치녀일 뿐이지 않은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침묵에 잠긴다.
“누나? 왜 그래?”
“……..”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
“…하읍.”
한참동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이제는 음료수가 되어버린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떠먹은 이솔렛이, 갑자기 눈을 빛낸다.
“프레이.”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있던 프레이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낸다.
“프레이, 여기서 살지 않겠느냐?”
“응?”
그 말에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솔렛이 슬며시 시선을 옆으로 피하며 덧붙인다.
“내 가족이 되란 말이다.”
그 말이 끝나자, 프레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프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솔렛은, 이내 그의 손을 맞잡고는 침착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확히 말은 해줄 수 없지만, 황실과 교단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 이대로 가면 넌 몇달 내로 파멸하고, 목숨마저 위험해질거다.”
“그건 나도 알… 음. 그, 그렇구나.”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내가 아무리 훈련을 시킨다 해도 넌 몇개월 버티지 못하고 확실히 파멸하거나 죽어.”
그녀의 말은, 사실에 입각한 말이었다.
최근에 황실과 교단은 그녀에게 ‘용사파티’에 가입할 것을 요청했고, 뛰어난 실력과 높은 신분 덕분에 그녀는 ‘용사파티’에 관련된 꽤나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알아낸 사실 중에서는 용사파티에서 ‘마왕’만큼이나 경계하게 될 사람이 다름 아닌 프레이라는 것 또한 있었다.
그리고, 황실과 교단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프레이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요청하고 있었다.
“음…”
“하지만, 내 가족이 되면… 널 지켜줄 수 있다.”
그런 사실에 입각해서 프레이에게 제안을 하는 이솔렛의 눈빛은, 묘한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넌 바보처럼 이미 맹약을 써버렸지만, 가족 구성원에 한정해서 맹약을 쓸 수 있는 바이워크 가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어.”
마치 돌파구를 찾은 것 처럼 회심의 미소를 지어가며 그렇게 말한 이솔렛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프레이의 부드럽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너도 이미 알겠지. 이미 너에대한 공격은 시작됐다. 제국 언론사들이 일제히 공격에 들어갔어. 네 저택이 압수수색을 당하거나 수사관들이 널 소환하는 것도 그리 머지않았다.”
이내 침대에 누워있던 프레이에게 고개를 숙고는, 무서운 표정을 지은채 속삭인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프레이?”
그렇게 한참동안 프레이를 바라보던 그녀는, 그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린다.
‘그래, 이건… 첫번째 제자를 지키기 위해서고, 동시에 교육에 실패한 나 자신에게 주는 벌이야.’
그리고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러니, 어쩔 수 없어. 절대 사심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고.’
오랜 생각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프레이를 가족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첫번째 제자였던 그가 이렇게 타락해버린 건 스승인 자기 자신의 잘못이였고, 그런 그를 몇번이나 진심으로 죽이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그를 벨수 없었다.
게다가 죽이는 건 커녕 공격조차 가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그에게 벌을 줘 그를 갱생 시킬 수 없다면, 자기 자신이 책임진다는 간단한 논리였다.
“프레이? 대답하거라.”
자신의 ‘첫번째 제자’에게 파렴치한 생각을 품을 수 없다는 이솔렛의 마지막 마지노선이, 자기합리화의 끝에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어떻게 할거냐.”
마른침을 삼키며.
“내가 책임을 져주마.”
병약한 표정을 짓고있는 프레이에게 계속해서 대답을 촉구하던 그녀는.
‘그러고보니, 처음 프레이가 나에게 찾아왔던 이유도… 혼약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서였지.’
지긋이 눈을 감고,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한다.
키가 자신의 배에 닿는 아이가, ‘우리 결혼 하는거에요?’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순간을.
물론, 여러가지 이유로 혼담은 결렬됐었지만.
어쩌면, 이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자신은, 프레이와 맺어졌어야 할 운명…
“…그러니까, 날 입양하겠다고?”
“어?”
순식간에 망상이 프레이가 얼굴을 붉힌채 자신에게 몸을 맡기는 장면까지 도달했던 이솔렛이, 프레이의 말에 정신을 차린다.
“날 입양하겠다는 말 아니야, 지금.”
어째서인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프레이의 발언에, 이솔렛은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느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가족이 되는 법은, 입양을 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어째서 당연하게…
“그럴 일은 없을거야.”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에게, 프레이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난 누나의 아들이 되고싶진 않거든.”
그렇게 말을 마친 프레이는 다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동물들과 함께 방문으로 향한다.
“오늘 꽤 즐거웠어, 누나.”
– 철컥…!
그렇게, 프레이는 너무나 순식간에 방을 빠져나갔다.
“………”
그 후로, 잠시동안 흐르던 정적.
“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나?”
그 정적속에서 눈이 돌아가버린 이솔렛이.
“그냥 저택에 가둬버릴까? 저대로 나가면… 분명히 만인의 공적이 될텐데…”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내, 내가 그의 스승이니 책임을 져야지. 가끔 교육도 하고. 밥도 주고… 가, 감옥에 가거나 죽는것보단 그게 나을…”
이윽고,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깨물던 이솔렛은.
“…흐익.”
갑자기 찾아든 오싹한 느낌에, 옆에 있던 서랍에 손을 뻗는다.
– 스윽…
잠시 후 서랍에서 병약해보이는 소년의 사진을 꺼낸 뒤에, 방금 전까지 프레이가 누워있던 침대에 조용히 기어들어간 이솔렛은.
“아, 안돼. 일단… 진정을 해야…”
온몸에 느껴져오는, 침대에 남아있던 그의 온기와 체취에 아찔함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흐으…”
잠시 후, 그녀의 방에서 거친 숨소리가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