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1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12화(212/524)
Episode 212
이솔렛의 집에서 탈출하고 난 후, 며칠동안 나는 의외로 상당히 편안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몇몇 해프닝들이 있긴 했지만.
[시스템 업데이트중… (애정도 시스템 개편 중)](업데이트 완료까지, 시스템 기능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 예상 소요 일자 [7일]
“뭐야?”
이솔렛의 집에서 탈출한지 몇시간 뒤, ‘애정도 시스템’을 개편한다는 메세지와 함께 시스템 업데이트 창이 뜬다거나.
“프, 프레이! 당신! 시한부라는게 무슨…”
“…치안대를 불러.”
저택에서 쉬고 있는데, 로즈윈이 현관문을 두드리며 뭐라 소리를 지른다거나.
“허, 허접. 오늘도 아파?”
“……..”
“마, 많이 아파? 진짜로 아픈거야?”
“…콜록, 콜록.”
“아, 아아 아픈가보네. 그, 그럼 다음에… 올게.”
아직까지 ‘저주’에 대한 내성이 돌아오지 않아 아이시의 요청을 계속 거절했더니, 그녀가 우리집까지 찾아오질 않나.
– 프레이, 꾀병인거 다 안다. 그렇지? 그렇다고 말해다오.
정갈한 글씨체를 가진 이솔렛이, 마약을 한 사람마냥 휘갈겨 쓴 편지를 보내온다거나.
참고로, 이솔렛에게는 당연히 내 사익을 위한 ‘꾀병’이라 가짜 증거까지 만들어가며 설명했다.
이미 공략 완료가 되긴 했지만 어떻게든 호감도를 낮춰보려는 시도였기도 했고.
만약, 진짜라고 했으면 이솔렛이 어떻게 나올지 두렵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님! 한 말씀 해주세요!”
“노예법 위반에 대한 물증이 발견되었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시한부라는 주장을 일축하셨다는데,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용사 파티 소집령에 고문 자격으로 응하실건가요?”
그밖에도, 저택 마당에 빽빽하게 들어찬 기자들이 몇날 며칠동안 취재를 한답시고 소음을 만들어내다가 제풀에 떨어져 나가기도 했었다.
뭐, 이쯤 되면 편안한 나날들과는 거리가 좀 먼 것 처럼 느껴지지만… 내게는 꽤 괜찮은 나날들이었다.
목숨을 걸고 어딘가를 돌아다니거나 누군가와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저택에서 휴식을 취하는 삶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 띵동, 띵동!
– 똑똑똑…!
하지만, 오늘 아침에 있었던 사건 덕분에 그런 나날에 금이 가버렸다.
오랜만에 저택의 식당에서 루루와 이리나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와 노크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흡!”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으니, 눈을 지긋이 감은채 내게 밥을 받아먹고 있던 루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헛숨을 들이쉬었고.
“전투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와 동시에, 이리나는 오랜만에 평소의 어리바리한 모습이 아닌 전장에서의 표정과 분위기를 띠기 시작했었다.
“무, 무슨 일들인데 그러는…”
그런 그녀들의 반응에 긴장하며 의자 옆에 세워두었던 지팡이를 집어든 나는, 조용히 지팡이의 감시 기능을 활성화시켰고.
“하.”
그 즉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황실 기사단에, 성기사단, 그리고 수사관들이라. 의도가 뻔히 보이는군.”
저택의 현관에 제국을 대표하는 두 기사단과, 수사관들이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채 늘어서있는것이, 문이 열리면 그 즉시 달려들 기세였다.
“음… 어쩌지?”
아무 반응이 없자 노크 소리는 점점 격해졌었고, 그 때문에 그 당시의 나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렸었다.
“준비를 안 해놨는데…”
예상보다 수색 명령이 너무나 빨리 내려졌기에, 나는 미처 저택을 사악한 공간으로 만드는 작업을 끝내지 못했었다.
마왕군의 서큐버스들을 성노예로 위장시켜 지하실에 쳐박아두는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말이다. 만약 그것이 성공했다면 포인트가 산더미처럼 굴러들어왔을 것이다.
‘지금 저택을 뒤져봤자, 먼지 한톨조차 나오지 않을… 아니지, 생각해보니 걸릴게 있긴 하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던 나는, 예전에 불시 수색을 대비해 저택 여기저기에 비리 서류와 흑마도구들을 숨겨두었던 사실이 떠올리고는 그나마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예비용이었기에 살짝 부족한 감이 있긴 하지만… 애초에 녀석들은 날 죄인으로 만들려고 온거니 그것들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님,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황명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태연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었더니, 황실기사단과 성기사단의 부단장들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황실 측은 지하실을 맡아주시죠, 저희는 사용인들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겠습니다. 수사관들은 저택을 전반적으로 뒤져 주시고요.”
그와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내 저택 안으로 들이닥쳐오는 조사단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나는, 뒤에서 마안을 빛내고 있던 루루에게 조용히 고개를 저어보인뒤에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부단장들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이건 적당히 봐드릴수가 없네요!”
그러자, 그녀들의 옆에 서있던 수사관 대장이 유쾌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내 옆을 지나쳐간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놈은 참으로 한결같은 것 같다. 나중에 어떻게든 감옥에 쳐 넣어야지.
“실례하겠습니다.”
“협조해주세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날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던 부단장들이 내 양팔을 붙잡았다.
“단장들은 안오고, 왜 너희들이 온거지?”
“…극비 임무가 있습니다. 그것 이외에는 설명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왕이면 뇌물을 잔뜩 먹여둔 단장들이 오길 바랬지만, 아쉽게도 이번 수색은 부단장들이 담당을 했었다.
“근데, 너희들 꽤 예쁘네? 몇살이야?”
제국의 혼성 기사단의 경우, 남자가 단장이 되고 여자가 부단장이 되는것이 관례이다.
물론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이솔렛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아무튼 부단장들이 여자라는 뜻은, 그녀들에게 집적거릴 수 있다는 거다.
아까 수사관 대장놈이 한 말을 봤을때, 황실과 교단이 관련되어 있기에 아무리 뇌물을 먹였어도 소용이 없을거라 판단을 한 나는.
그냥, 최대한 눈 밖에 들어서 포인트나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들의 손길에 몸을 맡겼었다.
“”……””
그때, 그녀들의 눈빛을 유의깊게 살폈어야 했는데.
.
황실 기사단은 예로부터 황실의 개였다.
그리고 성기사단 역시 최근에 교황의 사병 집단 수준으로 변모했으니 날 봐줄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정성스럽게 뇌물을 먹여왔기에 거의 개인 사병마냥 휘둘러왔던 수사관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내 저택을 수사하는 꼴은 꽤나 불썽사나웠다.
그래도, 꽤나 재밌는 일들도 있었다.
“지, 지하실에는 치즈와 포도주밖에 없는데요?”
“…이미 빼돌렸군.”
용사의 무구를 지키기 위한 복잡한 고대마법들을 성노예를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라 오인한 황실 기사단이, 하루종일 지하실을 수색하다가 풀이 죽은채 먼지에 뒤덮여 나온다거나.
“그르르…”
“이, 이상합니다. 정신 조작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 아얏!”
며칠 전에 내게 죽음의 맹세를 받은 이후로 광적으로 내게 충성하게 된 루루가, 그녀를 정신이 조작당한 성노예로 오해하고 검사를 진행하던 성기사 조사관을 문다던가.
“당신이… 프레이의 ‘성노예’라고요?”
“네.”
“그리고 그것이, 명백한 당신의 의사라는 말이죠? 강제된 것이 아니라?”
“…네, 저는 프레이님에게 품어지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 음. 어쩌죠?”
아리스의 ‘종속의 저주’를 감지해내지 못해 그녀를 수사관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한편, 그녀는 성격과는 다르게 음란한 말을 내뱉으며 수치스러운 표정을 짓는다거나.
“저, 이거 말입니다. 보고 안할테니, 저 주시면 안될까요? 진짜 가지고 싶던거라…”
“하아.”
아무 비리도 발견되지 않으면 곤란했기에, 적당히 숨겨둔 흑마법 마도구를 찾아낸 수사관 대장이 내게 조용히 귓속말을 해온다거나.
내가 지금 조사를 받고 있는건지, 코미디 연극을 보고 있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유쾌함은 얼마가지 못했다.
“…후우.”
내 어머니가 쓰던 방과, 아버지의 방을 들락날락 거리는 조사관들.
그 분들의 초상화를 함부로 들쳐보고, 유품이나 물건들을 마구 뒤지고.
어렸을때 너무나도 친하게 지냈던, 이젠 한동안 볼 수 없게된 저택의 사용인들의 손길이 닿은 가구 배치들을 죄다 바꿔버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가슴에 납덩이가 눌러앉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싶어서.
메인 히로인 5명과 루루, 그리고 이솔렛을 제외한 전 제국, 전 세계가 내게 비수를 꽂아넣기 시작하는 신호탄이 쏘아졌음을 은연중에 깨달았기에.
실로 오랜만에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정확히는, 고질적인 불안증이 도졌다고 해야 되려나?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잠깐이면 됩니다.”
“응?”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건 바로 그 시점이였다.
“뭐야?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거야?”
거실에서 내 양팔을 붙든채 석상마냥 서있던 부단장들이, 동시에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왜 그래? 설마 내가 마음에 든거야? 아니면, 어디 가둬두려고?”
그녀들에게는, 쉴새없이 추태를 보이며 집적거리고 있었기에 올것이 왔다 생각하며 잠자코 그녀들을 따라간 나는.
“…흐극.”
내 방에 도착한 두 여기사가, 거칠게 날 의자에 앉힐 때까지만 해도 두들겨 맞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 스윽…
“응?”
그런데, 그녀들이 갑자기 품에서 안대와 밧줄을 꺼내는게 아닌가?
“뭐, 뭐야?”
어리둥절하게 그런 그녀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순식간에 내게 채워지는 안대와, 내 몸을 휘감는 밧줄.
“……?”
나는 어느새, 의자에 결박된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며, 명령이다. 따를 수밖에.”
“특진 시켜주는거 맞죠? 나몰라라 하는건 아니겠지?”
“…꿀꺽.”
이윽고 들려오는 그녀들의 속삭임.
“뭐, 뭐야? 무슨 짓이냐!”
‘고문이라도 하려는건가?’
물론 이정도의 결박은 얼마든지 자의로 풀어낼 수 있었기에, 나는 꼼짝을 못하는 흉내를 내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가만히 있으세요, 프레이.”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시죠.”
‘따지고 보면… 기회네?’
그리고,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자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들을 역으로 제압해 기사단과 딜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잔뜩 기대를 하며 앉아있었는데.
– 스윽…
그녀들이,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덕분에 순간적으로 얼어붙어버린 나는.
– 스릉…!
“반항하지 마세요.”
내 목에 단도를 겨눈 여기사의 싸늘한 발언에, 인상을 찌푸리며 몸에 힘을 주려 했으나.
– 부스럭…!
“…뭐지?”
“밖에 누가 있는 것 같군요.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그녀들이 밖으로 나가자 몸에 힘을 주던 걸 멈추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
그리고, 꽤나 긴 침묵이 시작되었다.
‘뭐야?’
그날은 유난히도 추웠기에 몸을 떨며 밧줄을 풀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 끼이익…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 터벅, 터벅.
이윽고 정체 불명의 인물은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고, 살기가 없다는 걸 알아챈 나는 몸에 힘을 뺀채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 터벅…
이윽고, 그 정체불명의 인물은 내 코앞까지 다가왔고.
– 텁.
잠시 후, 내 어깨를 잡았다.
“읏…”
그리고는, 갑자기 신음을 내며 파르르 떨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일단, 여잔데…’
신음소리를 보아하니, 분명히 여자였다.
그렇다면, 방금 날 협박하던 부단장이 다시 돌아온걸까?
– 부비적, 부비적…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천천히 내 옆구리에 몸을 비벼온다.
– 스륵…
그러더니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날 묶고 있던 밧줄을 붙잡고는 풀기 시작했다.
“뭐야…”
그 때문에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속삭였었다.
“루루구나?”
내 몸에 자신의 몸을 비벼오며, 그와 동시에 날 구해줄 이는 루루밖에 없었으므로.
– 핥짝.
잠시후 그녀가 내 얼굴을 조심스럽게 핥아왔기에, 나는 확신했었다.
‘루루가 맞네.’
역시나, 루루가 맞다고.
.
“루루, 간지러. 그만 핥아.”
프레이가 실없는 미소를 흘리며 웃고 있다.
“………”
그런 프레이의 미소를 바라보던.
‘으, 으으…’
용사파티의 지휘관이 가지는 신분 덕분에.
프레이에 대한 황실과 교단의 작전을 방금전에 입수하자마자 번개보다 빠르게 그의 집으로 달려온 이솔렛은.
‘내, 내가 무슨 짓을…’
자신을 루루라 부른 프레이의 얼굴을 엉겁결에 핥고는.
“마안을 쓴거야? 아프진 않았고?”
마른침을 삼키며, 의자에 묶인채로 해맑게 웃고 있는 프레이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꿀꺽.”
이윽고, 그녀의 눈빛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