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1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14화(214/524)
Episode 214
“흐음…”
이솔렛이, 내 앞에 앉은 채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
그런 나의 옆에 바짝 붙어있는 루루와 이리나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이솔렛을 노려보고 있는 중이다.
“음, 저기… 누나.”
“왜 그러느냐.”
“언제까지 여기 있을거야?”
그런 이솔렛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지니, 그녀의 눈썹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이해가 잘 안간다는 눈빛을 띠며 그녀가 날 쳐다본다.
“차 향기가 좋구나.”
“언제 가냐니까?”
“차 이름이 무어냐.”
“……”
아까부터,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조사단이 물러 간 이후로 어째서인지 내 곁을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한 그녀는, 몇시간째나 내 집에 머물러 있었다.
“저, 프… 프레이. 잠시, 네 방을 구경하고 싶다만.”
“그래? 뭐, 상관없겠지. 그러면…”
– 쾅!
“…어라?”
내 시선을 슬금슬금 피하면서 내 방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고는, 허락을 내리자마자 내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거나.
“…뭐해?”
“흐아…아! 아니, 그러니까… 침대를 좋은걸 쓰는구나. 너같은 병약한 녀석들에게는 침대만큼 중요한게 없는지라, 좋은걸 쓰고 있는지 테스트를 해봤다.”
“…..?”
그 뒤로 한참동안 나오질 않기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비상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니, 이불까지 덮은채로 허리를 쭈끄리고는 내 침대에 누워있다던가.
“옷장 서랍은 왜… 아니, 됐다.”
“내, 내가 한 짓이 아니다. 조사단이… 조사단이 한거다.”
내 방의 옷장 서랍에, 열린 흔적이 남아있다던가.
“여기가, 그 유명한 스타라이트 가문의… 지하창고로군.”
“그래서, 언제까지 여기 있을거야?”
“…으읏.”
“저기?”
그 다음으로 지하창고를 꼭 구경하고 싶다기에 이번엔 둘이서 들어가니, 몇십분동안 가만히 선채로 날 음침한 눈빛으로 내려보다가 몸을 떤다거나.
“……..”
“그게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나 줄까?”
“아, 아니… 딱히 필요는 없다만…”
복도에 전시되어있던 어린 나의 웃는 사진과, 땀을 흘리며 검술 훈련을 하고 있는 사진, 그리고 막 교복을 입은 아카데미 입학 사진을 입을 떡 벌린채 멍하니 쳐다본다거나.
“그러고 보니, 저기서 네가 그랬었지.”
“응?”
“누나가 좋아! 난 커서 누나랑 결혼할래! 라고…”
“……..”
저택 마당에 있던 수련장에서, 아련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거나.
아무튼 그런 그녀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구경시켜주고 나니, 이제는 내 앞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다.
덕분에 살짝 곤란한 감정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도와준게 맞긴 하니까.’
그녀가 오늘 나를 도와준건, 분명한 사실이긴 하다.
애초에 그녀는 황실에서는 기사단의 부단장을, 교단에서는 아예 단장직을 제안받았을 정도로 유능한 기사다.
게다가 최근에 여러 기사단들이 마왕 출현으로 인해 갈아 엎어졌기에, 대부분의 기사들이 그녀의 아랫기수거나 부하들이다.
게다가 몇 안되는 명문 후작가의 1녀기도 하고, 얼마전에는 용사파티의 지휘관으로 내정 받기까지.
그런 그녀에게, 이번 조사대의 대장 격을 맡은 부단장들이 힘으로도, 권력으로도 이길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날 겁간하는데 실패한 그녀들은, 한동안 그녀에게 얼차려를 받다가 울며 겨자먹기로 조사대를 물릴 수밖에 없었다.
뭐, 당연히 그걸로 해결 될 일은 아니겠지만.
이미 상당수의 흑마도구들과 비리 장부들이 넘어간 상태이기도 하고, 이솔렛이 오늘 있었던 ‘사건’을 어떻게 잘 이용해 합의를 해본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게 될지는 미지수다.
“후우.”
물론, 내게 있어서는 둘 다 상관이 없다.
이솔렛이 모종의 방법으로 합의에 성공하면 그만큼 다음 공격에 대비해 쉴틈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합의에 실패해도 어차피 포인트가 벌리지 않는가. 그러니 아무 문제가…
…진짜 없나?
– 두근…!
“으극.”
갑자기, 심장에 격통이 찾아왔다.
“프레이?”
“주인님!”
덕분에 심장을 부여잡으며 창백한 표정을 지으니, 깜짝 놀라 날 붙잡는 루루와 이리나.
“아…”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앞에서 차를 마시다 얼어붙어버린 이솔렛.
‘…짜증나네.’
요즘들어 심장에 격통이 느껴지는 일이 부쩍 늘어진 것 같다.
진통제까지 먹는데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걸 보니, 역시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까?
“주, 주인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루루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게 다가온다.
“핥짝.”
그리고는, 갑자기 내 입술을 혀로 살짝 핥는 그녀.
“핥짝, 핥짝.”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 팔을 잡은채 내 입술을 구석구석 핥은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인다.
“거, 걱정마세요…”
“응?”
“제가 어떻게든, 바… 방법을 찾아볼테니…”
그런 그녀의 입술은, 선혈로 살짝 물들어 있었다.
‘…단순한 불안증세인 줄 알았더니.’
최근에 뭔가 걱정을 할때마다 심장이 저릿저릿 아파오기에, 불안 증세가 도졌기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심장의 고통은 불안증세만이 원인인 건 아니였다.
지금 내 몸이,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한 건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신체적으로 무리를 해야 나오던 각혈이, 그냥 살짝 불안해졌는데도 나오는걸 보면 그게 맞을 것이다.
하긴, 패널티 3개에 특수 패널티까지 있으니 그럴만도 하기야 하지만… 이대로 가면 역시 곤란하다.
처참히 깎여버린 수명과 생명력을 복구할 수 있는 법은, 정녕 없는걸까?
“흐음…”
심장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조용히 허공에 시스템 창을 불러내었다.
[히든 퀘스트: 세레나의 종속의 저주 제거] [보상: ???, ???, ???, ???, 세레나의 19금 이벤트 해방, 최우선 순위 지정]‘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분명히 선조님은, ‘세레나의 종속의 저주’는 해금 코드만 있을뿐 게임에 그 코드를 실행할 방법이 구현되어있지 않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런 형식으로 되어있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생명력과 수명을 늘리는 코드다.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종속의 저주가 해제되겠지. 그 말은…’
해결방법이 없던 종속의 저주를 푸는 ‘코드’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어째서인지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 말은, 내 수명과 생명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옛날에 시스템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시스템에는 내 수명과 생명력을 늘리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스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때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스템 업데이트 중……..]지금도 애정도 시스템만 업데이트가 완료됐을 뿐, 다른 기능들은 전부 정지된채로 바삐 돌아가고 있는 저 시스템을 보면…
역시, 기대를 걸어볼 만은 하다.
– 두근…!
“…하아.”
물론, 갑자기 도진 이 ‘불안증세’도 어떻게든 고쳐야 할 것 같다.
조금이라도 불안해진다고 해서 각혈을 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곤란한 일이 없을테니.
“”……..””
그렇게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주변에 있는 이들이 전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끼잉…”
울먹거리며 내 옆구리에 고개를 비비고 있는 루루.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좋은 음식과 영약들만 먹인다면… 대는 잇게 해줘야…”
패닉에 빠진채로 중얼거리고 있는 이솔렛.
“…….”
말없이 나와 팔짱을 끼고 있는 이리나.
“흠.”
그런 이들을 보고 있으니, 문득 머리에 드는 생각.
‘그래서… 연령 제한 이벤트는 대체 뭘까…”
일단, 지금 날 음습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솔렛은 확실히 관련 이벤트가 있다.
‘후순위 이벤트’라고는 하지만, 무려 3개나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체 무슨 이벤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 최우선 순위 이벤트라는건… 대체 뭐지?’
우선 지금 울먹거리며 내 옆구리에 볼을 부비고 있는 루루는, 이벤트가 열려있긴 하다.
그래서 명목상으로는 그녀가 최우선 순위지만, 시스템 창에서 꽤나 재밌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애정도 시스템 <연령 제한 해금 버전>]이리나, 카니아, 클라나 [최우선 순위 후보]
루루, 이솔렛 [잠재적 후보]
※ 잠재적 후보의 이벤트 발생은, 완전히 랜덤입니다.
.
현재, 총 세명의 이름 옆에서 저 문구가 각기 다른 색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있다.
카니아는 검은색으로, 이리나는 빨간색으로, 클라나는 노란색으로.
[후보 선출 종료 기간: 방학의 마지막 날까지.]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그렇다면 셋중 한명이… 아니, 다섯명 중 한명이 이번 방학에 나와 이벤트를 가지게 된다는 걸까?
그러고보니, 방금전에 세레나의 해금 이벤트가 뜨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퀘스트 명과 보상이 나왔을 뿐인데…
진행 방법도, 해결 방법도, 심지어 수락 버튼 마저 없기에 뭘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시스템 창의 문구를 보건데 이벤트가 이번 방학 내로 일어나긴 할 것 같다.
과연, 나와 이벤트를 가지게 되는 사람은 누굴까?
‘…모르겠다.’
꽤나 흥미로운 일이긴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이게 아니다.
아니, 어찌보면 꽤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아무튼 더 중요한건 각 히로인들의 ‘잠재능력’이 아닌가.
아마 보아하건데, 공략을 완료하면 그녀들의 잠재능력이 해방되는 것 같은데.
그럼 설마.
나는, 전부를 꼬셔야…?
– 삐비빅, 삐빅!
한참의 생각끝에 도달한 결론에 식겁을 하고 있는데, 앞에서 기계음이 들린다.
“…여보세요.”
이윽고, 품에서 통신 마도구를 꺼내고는 대화를 시작한 이솔렛.
“그것은 정당한 권한 행사였습니다. 그러니… 네?”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건데, 모종의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후로도 한참동안이나 통화를 하던 그녀가 통신을 끊고는 날 물끄러미 쳐다본다.
“아무래도, 난 이만 가봐야겠구나.”
그리고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솔렛.
“…일주일 뒤에, 내 집으로 오거라. 훈련도 해야하고, 못다한 이야기는 그때가서 하자꾸나.”
그녀에게는 아까전에 다시한번 시한부가 아니라고 정성을 들여 설명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다지 믿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럼, 이만…”
“저기, 누나.”
그렇게 어두운 표정으로 현관문으로 향하는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아까부터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던 질문을 입 밖으로 꺼냈다.
“…아까부터 품에 넣고 있던거, 뭐야?”
“…..!”
그러자, 밖으로 향하다 말고 움찔하며 자리에 멈춰서는 그녀.
“이, 이이 이거말이냐…?”
그러던 그녀는, 이내 품에서 조심스럽게 뭔가를 꺼내들었다.
“네, 네가 주지 않았느냐.”
“…….”
이솔렛이 꺼내보인것은, 아까 그녀가 몇십분씩이나 멍하니 쳐다보던 내 사진 앨범들이었다.
“그렇…구나?”
“그, 그래.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그녀의 배는 여전히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평생 동안 고강도의 수련을 해왔기에, 단 한번도 배가 튀어나와 본적이 없는 그녀의 배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내 옷장문은 왜…”
“자, 잘있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한발자국 다가서려 하니, 황급히 현관으로 달려가는 그녀.
– 철컥.
그렇게, 그녀는 순식간에 내 저택을 빠져나갔다.
“…후아.”
이솔렛이 저택에서 사라지자 어째서인지 느껴지는 안도감과,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아쉬움.
“…뭐?”
그런 복잡한 기분을 느끼며 소파에 앉아있으니, 이번엔 이리나가 눈썹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클라나가… 벌써 도착을 해? 왜? 어째서?”
“…..?”
통신 수정구도 없이 통화를 나누고 있는데… 설마, 지금 전음을 하고 있는 것인가?
“…으득.”
태연하게 마법학계를 뒤집어 놓을 만한 일을 일상에서 벌이고 있는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입술을 짓씹기 시작했다.
“프레이, 아무래도 나 잠깐 어디좀 들려야 할 것 같아.”
“으, 으응…”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전음 걸어. 아니면 이 스크롤을 찢던가. 바로 도우러 올게.”
그리고는, 내게 스크롤을 한아름 안겨준 그녀는.
“약속이 틀리잖아… 클라나!”
사납게 소리치며 저택을 나섰다.
“대체 뭘까…”
알 수 없는 오한을 느끼며,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맞다, 세레나가 오기로 했었지.”
오늘, 내가 맡겼던 의뢰의 결과를 가지고 내 집에 방문하기로 했던 세레나를 맞이할 준비를 하려 했으나.
“주인님…”
“응?”
내 옆에 가만히 앉아 있던 루루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용히 내 팔을 휘감아 오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주인님이랑 저랑… 단 둘이 남았네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던 루루는.
“할말이 있어요, 주인님.”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들어주세요.”
.
한편, 그 시각.
“흐흐흥~ 흐흥~”
“…에휴.”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미소를 짓고 있던 세레나는, 잔뜩 불만인 표정을 짓고 있는 미호와 함께 스타라이트 저택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프레이 만난다~♪데이트도 한다~♪헤헤…”
“인간, 넌 천재인건가? 아니면 미치광이인건가?”
“헤헤헤, 헤헤…”
미호의 질문에도, 그저 헤실헤실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저택의 마당을 가로지르던 그녀는.
“…..?”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저택의 창가 근처에 있는 풀숲에서, 알 수 없는 움직임이 그녀의 예리한 눈에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흠?”
바보같은 눈웃음을 띠고 있던 세레나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피, 피… 각혈… 우, 우으…”
그날도 같이 놀자는 핑계로 프레이의 상태를 살피러 왔다가, 프레이의 각혈을 목격해버리고는 혼자서 울먹거리던 아이시와.
“프, 프레이가 무슨 시한부야… 꾀병이겠지. 응응.”
불안한 눈빛을 띠고는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는 로즈윈이 저택의 풀숲에 숨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