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2화(22/524)
Episode 22
“흐으…흐으으…”
“………”
카니아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 누워있다. 나는, 침대에 살짝 걸터앉은 채 그런 카니아를 물끄럼히 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이랬던거야?”
“오, 오늘 아침부터 점점… 배가 민감해지더니… 결국…”
“그럼 그때 배가 아팠던 이유도 그거였구나.”
“네, 네에…”
너무나 고통스러워 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니, 절로 마음이 미어진다.
아마 그녀가 지금 이렇게나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어젯밤 내가 생명력을 불어넣어줄때 별의 마나가 섞여들어 갔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는, 흑마법사에게 치명적인 별의 마나가 섞여들어가지 않게 세밀하게 조정을 하지만… 아마 그당시 내 상태가 말이 아니었기에 실수를 한 것 같다.
결국, 나는 카니아에게 또 잘못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카니아, 미안해.”
“…네?”
“…아무래도, 내 잘못인것 같네.”
이제야 카니아에게 잘해줄 수 있게 되었는데, 잘해주기는 커녕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들다니…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다.
나는, 결국 이러나저러나 악행을 하게 되어있는 운명인 것 같…
“도련님.”
“카니아?”
고개를 떨구고 잠시 자책을 하고 있는데, 그때까지 바들바들 떨고 있던 카니아가 살며시 내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도련…님의… 잘못이… 아닙…흐읏…!”
그녀는 울먹거리는 눈빛으로 날 보며 힘겹게 뭔가를 이야기하다 이내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떨기 시작했다.
‘…그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때가 아니다. 지금은, 나때문에 배에 고통을 느끼게 된 카니아를 치료하는게 우선이다.
사죄는, 치료가 다 끝나고 한 뒤에 하도록 하자.
“…카니아, 상의를 살짝 걷어낼게.”
정신을 차린 내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카니아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그녀의 집사복을 살살 들쳐올리기 시작했다.
“흐윽…..!”
그러자, 카니아가 가냘픈 신음소리를 흘렸다. 아무래도, 옷깃이 배를 스치는것 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낀 것 같다.
그 때문에 잠시 옷을 들어올리는 걸 멈춘 나는, 문득 방금 카니아가 낸 신음소리에서 기시감을 느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그때 들렸던 갸날픈 신음이 이거였나?’
새벽에 한창 고양이 인형을 만지고 있는데, 방에서 갸날픈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몸상태가 워낙 안좋았기에 유령이나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카니아의 신음과 소리가 꽤 비슷한 것 같다.
‘사실 나에게 생명력을 받았을 때부터 아팠었구나…’
배가 상당히 아팠을게 뻔한데도, 신음을 꾹꾹 눌러담으며 애써 잠에든 카니아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아마, 그녀는 밤새 앓았다고 했다간 내가 죄책감을 가질까봐 거짓말을 한 것 같다.
역시, 나에게 카니아는 너무 과분한 사용인인 것 같다.
“카니아…”
“예… 도련님…”
“…잠시만 참아줘?”
더더욱 쌓여만 가는 죄책감을 애써 마음 한 구석에 밀어넣은 나는, 카니아의 상의를 마저 걷어내 그녀의 배를 완전히 드러나게 한 뒤에 조용히 카니아에게 속삭였다.
“네? 그게 무슨… 하윽…!!”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나는 카니아의 배를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흐으으으읏… 흐읏…”
덕분에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으려던 카니아는 밀려오는 끔찍한 고통에 눈을 질끈 감더니, 이내 살며시 잡고 있던 내 손을 꽉 움켜쥐며 경련을 하기 시작했다.
“…미안.”
“으, 으으읏…으으…”
그렇게 한참동안 경련을 하던 카니아는, 내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사과를 하자 눈에 방울방울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사과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제가… 흐익…!”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할게.”
“하으으으으…”
더 이상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수 없었기에 나는 손가락으로 찔러 어느정도 마나가 분산된 그녀의 배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빠르게 마나를 안정화 시키기 시작했다.
‘…이런, 이건 좀 곤란한데.’
그렇게 한동안 카니아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배의 마나를 안정화 시키던 나는, 그녀의 배 깊은 곳에서 이미 내 별의 마나와 그녀의 흑마력이 섞이기 시작한 걸 느끼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렇게 깊은 곳에서 융합해 버리면, 영구적인 부작용이 남거나 언제든지 터질수 있는 폭탄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물론 상당수의 별의 마나를 내가 이미 안정화시켰으므로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 확신하긴 이르지만… 그렇다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융합이 완료되어 버린다면 돌이킬 수 없다.
‘…할 수 없지. 통째로 흡수 할 수밖에.’
이렇게 된 이상 카니아의 뱃속 깊은 곳에 있는 내 별의 마나를 흑마력과 함께 흡수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별의 마나만 흡수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디만, 그랬다간 카니아의 뱃속 깊은 곳에서 내 별의 마나와 뭉쳐지고 있던 흑마력이 폭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융합되고 있는 두개의 기운을 동시에 흡수한다면 별 탈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내 몸에는 무리가 가겠지만, 어차피 마왕과 동귀어진을 할 건데 뭐 어떻겠는가.
‘…그리고, 뭐든지 최선을 다해 잘해준다고 했으니깐.’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심호흡을 한 뒤에 그녀의 배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흐읍!”
“…하윽?”
그러자 카니아가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깊은 곳에 존재하고 있던 흑마력이다 보니, 그녀 역시 기운이 빠져나가는걸 눈치챘나 보다.
“…으윽.”
“도, 도련님…?”
그렇게 계속 힘을 주고 있으니 그녀의 배 깊은곳에 위치하고 있던 내 별의 마나와 그녀의 흑마력이 반쯤 섞인 채 내 손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러자 카니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다급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도련님, 별의 마나와 흑마력은 상극입니다! 그걸 억지로 흡수하시면…”
“…이 방법 밖에 없어서 말이야, 미안.”
그렇게 카니아가 잠시 할말을 잃고 나를 멍하니 쳐다보던 순간, 검은색 기운이 내 팔을 스멀스멀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으으…”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아, 별거아냐. 잠깐이면 끝나.”
“…설마, 지금 흑마력을 흡수하시는 겁니까?”
카니아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기에 나는 새삼 그녀의 착한 마음씨를 다시 한번 느끼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별거 아니라니까.”
“……..”
애써 말을 마친 나는 그녀의 뱃속 깊은 곳에 있던 잔여 흑마력마저 전부 흡수한 후, 식은땀을 흘리며 털썩 침대에 쓰러졌다.
“하아… 일단… 응급처치는 끝냈어… 당분간 배가 좀 민감해지긴 하겠지만… 고비는 넘겼으니…”
“…도련님.”
마나를 정밀하게 다루느라 탈진해버린 나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치료 결과를 말해주기 시작했으나, 갑자기 카니아가 내 말을 끊기에 입을 다물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도련님의 팔을 좀 보십시오.”
“…아.”
그녀가 가리킨 내 왼팔은,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왼팔이라 다행이네. 오른팔이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
“………..”
카니아가 너무 신경을 쓰기에 대충 웃으며 넘어가려 했는데, 그녀가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생각보다 그녀의 반응이 격했기에, 당황한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카, 카니아. 정말 괜찮다니깐? 팔이 검게 변한건 별의 마나를 계속 팔에 흘리고 있으면 금방 사라질거야.”
“그, 그치만… 통증과… 저주는 계속…”
“나 돈 많은거 알잖아? 값비싼 약초와 포션들을 사서 주기적으로 바르고 다니면 가렵지도 않을걸? 그러니, 너무 걱정하진…”
“허나… 영구적으로 지속될겁니다… 영원히요… ”
울먹거리며 말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제 흑마력은… 저주받은 능력인지라… 결국 이번에도… 도련님을…”
“카니아, 걱정하지마. 애초에 나에겐 이런 영구적인 상처따위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으니 말이야.”
“…네?”
“조금 뒤면, 이런 자잘한 상처뿐만 아니라 너에게 주느라 깎인 생명력도, 능력도 다 상관 없어지는 날이 올거야. 그러니 안심하고…”
“흐윽…!”
“카니아…?”
나는 그런 카니아를 미래의 일을 살짝 스포까지 해가며 어떻게든 안심시키려 했지만… 그녀는 내 말을 다 듣지도 않고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
“지, 진짜 왜 그래…? 글쎄 난 괜찮데도…?”
“그, 그치만… 그치마안…”
“………”
그렇게 나는 서럽게 울며 나에게 안긴 카니아의 등을 한동안 토닥거려주며 시간을 보냈다.
역시, 카니아는 너무 착한 것 같다.
.
“…훌쩍.”
한참을 울던 나는, 날 계속 위로해주시던 도련님에게 더 이상 패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울음을 멈추었다.
“카니아, 이제 좀 진정이 됐어?”
그러자 잠시 그런 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시던 도련님은, 조용히 내 어깨에 손을 얹으시며 따듯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셨다.
“네, 도련님. 칠칠치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냐, 사람이 울 수도 있는거지 뭐. 오히려 울음을 참았다간 마음에 병이 생길 수도 있으니… 울고 싶을땐 우는게 좋아.”
나는 그런 도련님께 사과를 했지만, 도련님은 쓴 웃음을 지으시며 오히려 내게 조언을 해주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도련님이 인형에 깃든 날 껴안고 서럽게 우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건, 경험담인가요?”
“…그럴지도.”
그러자 도련님은 짧게 답변하시곤,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맡에 있던 붕대를 집어드시더니 조심스럽게 자신의 팔에 감으시기 시작했다.
“…아야.”
비록 붕대를 팔에 감기 시작하신 도련님은 별거 아닌 표정을 짓고 계셨지만, 그분의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계셨다.
나는 그런 도련님을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제가 대신 감아드리겠습니다.”
“어? 난 괜찮…”
“…괜찮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주세요. 도련님.”
“…응.”
또다시 괜찮다고 말하려던 도련님의 말을 단호하게 끊은 나는, 도련님이 건네주신 붕대를 집어들고 조심스럽게 도련님의 왼팔에 붕대를 두르기 시작했다.
“…도련님, 헌데 붕대가 왜 머리맡에 있던 겁니까?”
“아, 그게… 아무래도 조만간 쓸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말이지.”
“………”
머쓱한 목소리로 말하는 도련님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억지로 누르며 다시 팔에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팔이 떨리는걸 보면, 역시 많이 아프시다는 건데…’
비록 도련님은 괜찮다고 하시지만, 팔이 이렇게나 썩어들어갔는데 괜찮을리가 만무하다.
아마 지금쯤 도련님은, 바람이 살짝 스치기만해도 맹렬한 고통을 느끼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렇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 내 저주받은 흑마력을 흡수하신 도련님은… 나에게 여전히 미소를 짓고 계신다.
대체,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는 것일까?
모두를 구하기 위해 전 세상으로부터 미움받을 각오를 할 만큼 용감해서?
자신의 어머니를 제물로 만들어진 흑마력을 가진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봐 자신의 기억을 지운데다가, 그런 내 흑마력에 팔이 썩어들갔음에도 저렇게 해맑은 미소를 지을 수 있을만큼 착해서?
그 사람의 온갖 추악하고 역겨운 것들이 모여드는 무의식의 공간이, 그 어느 공간보다 눈부시고 신성한 모습을 취할 만큼 순수해서?
“…다 됐습니다, 도련님.”
그런 생각을 하며 붕대를 다 감자, 도련님은 미소를 띠며 생각치도 못하던 말을 하셨다.
“고마워 카니아. 그럼, 다시 치료를 시작하자.”
“…네?”
“아직 네 불균형한 흑마력을 치료 못했잖아? 하루라도 거르면 큰일이 날거야.”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알수 있었다.
‘당신은… 용감한데다 착하고 순수하기까지 한 사람이네요. 도련님.’
아까 속으로 추측한 세가지의 질문이, 전부 정답임을.
“…도련님, 오늘 하루는 쉬시지요.”
“안 돼. 절대 거르면 안 돼. 그랬다간… 네 흑마력이 폭주… 아무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네, 알겠습니다.”
그런 도련님을 배려하기 위해 오늘 하루는 휴식을 할 것을 청했으나, 도련님은 엄하신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으셨다.
아무래도, 전 회차에 내가 잠시 마나 폭주를 겪었을때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고 계신 것 같다.
물론, 그 때는 정말 끔찍히도 아팠지만…
‘…그건, 지금까지 도련님이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저기, 카니아. 그… 화내지 말고 들어줘?”
그렇게 다시 죄책감이 밀려오던 그때, 도련님이 내 눈치를 보며 더듬더듬 말을 꺼내셨다.
“…네?”
대체 왜 나 따위의 눈치를 보시는건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는데, 도련님이 얼굴을 붉히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하시기 시작했다.
“그… 방금 한 치료 때문에 네 배의 상태가 영 말이 아니라… 치료를 할때 네 배에 손을 얹는건 당분간 자제해야 할 것 같거든?”
“네, 그 점은 저 또한 동의합니다.”
“그래서, 다른 부위에 손을 얹어야 하는데… 그 부위가…”
“…부위가요?”
“…가장 부끄럽지 않은 곳이 심장밖에 없어.”
“…아.”
그 말을 마치신 도련님은, 죄책감에 가득찬 표정을 지으시며 고개를 푹 숙이시더니 중얼거리시기 시작하셨다.
“미안, 네가 그런 접촉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걸 잘 아는데…”
“……..”
그런 도련님을 물끄럼히 쳐다보던 나는…
“아니면, 그냥 손으로 흘려보내줄까? 약간 힘들긴 하겠지만, 네가 불쾌하다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
“…이러면 되나요?”
“……..!!!”
그때까지 맞잡고 있던 도련님의 손을 조심스럽게 내 심장에 얹었다.
“카, 카니아…!”
“…시작하세요, 도련님.”
물론 옷이 가로막고 있다면 도련님이 생명력을 전달하시는데 방해가되므로, 입고 있던 상의를 살짝 들추어 맨살에 닿게 하였다.
“그럼… 시작할게…”
그러자 잠시 망설이시던 도련님은, 이내 조용히 내게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셨다.
‘…이렇게 따듯한 느낌이었구나.’
매일매일 생명력을 받느라 너무 익숙해졌던 탓일까, 아니면 옷이라는 장벽이 있기에 잘 느껴지지 않았던 걸까.
도련님의 손이 얹어진 내 가슴 부근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생명력을 받는게 이렇게나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이었다니… 몰랐어…’
그렇게 내 가슴에 손을 얹고 계신 도련님의 손등을 잡고 그 편안해지는 느낌을 만끽하던 나는, 이내 도련님의 표정을 살피며 표정을 굳혔다.
‘나야 생명력을 받을때는 편함을 느끼지만… 도련님은…’
지금 이 상황에서도 도련님은 날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시고 계신다. 이 얼마나 자기희생적이고 숭고한 사람이란 말인가.
그런 도련님의 안색을 살피며 만약 힘들어 하시는 기색이 보인다면 바로 손을 가슴에서 떼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 부근에서 이상현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왜 가슴이 뜨거워지는걸까?’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따듯한 정도였는데, 어느새 도련님이 손을 얹고 있는 주변 부위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도련님의 손등을 붙잡고 있던 손의 손가락을 살짝 뻗어 가슴을 만져보았으나, 지금 내가 느끼는 것 만큼의 뜨거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생명력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긴걸까?’
그렇게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며 도련님의 손을 떼내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그때, 어디선가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두근 두근 두근
그리고 그 의미를 잠시 생각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읏.”
“카니아? 왜 그래!? 설마 또 별의 마나가…”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응?”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계속 얼굴을 숙인채 도련님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애써 피한 나는, 여전히 똑똑히 내 귀에 꽂히고 있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전, 도련님의 사용인으로는 적합하지 않은가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 얼굴은, 야속하게도 붉어져 있었던 것 같다.
.
“흐흐흥~♪흐흥~♪”
그렇게 카니아가 고개를 푹 숙인채 얼굴을 붉히고 있을 무렵, 페를로체는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다.
“그러니… 비밀이 밝혀지고 싶지 않으면… 오늘 아카데미가 끝나는 즉시… 태양신 교단의 성당으로 와주세요…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가.”
편지의 내용까지 입으로 읊어가며 열심히 편지를 써내려가던 페를로체는,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펜을 놓고 중얼거렸다.
“후후… 좋아요. 이러면, 아무리 프레이라도… 눈에 불을 켜고 성당으로 찾아오겠죠…?”
말을 마친 페를로체는 자문자답이라도 하는건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봉투를 집어들다가,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아, 맞다! 이거 협박장인데!”
협박편지에 버젓이 자신의 이름을 써넣었다는 사실을 용케도 알아차린 페를로체는, 잠시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이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펜을 집었다.
“…됐다!”
이윽고, 자신의 이름에 큼지막하게 X자 표시를 그려넣은 페를로체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봉투를 편지 안에 넣고는 중얼거렸다.
“프레이… 당신을 파멸시키기 전까지… 실컷 부려먹어 주… 흐아암… 졸려…”
하지만 열심히 편지를 쓰느라 머리가 과열되는 바람에 말을 하다 말고 크게 하품을 한 페를로체는,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로 향했다.
“내일이 기대되네요… 후훗…”
그렇게 침대에 발라당 누운 페를로체는, 내일부터 펼쳐질 자신의 맹활약을 상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은채 중얼거리다가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끝까지 봉투를 편지 안에 넣은게 뭐가 잘못된건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페를로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