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2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20화(220/524)
Episode 220
“저기요? 언제까지 자고 계실건가요?”
“…음.”
몽롱한 의식속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으윽…”
눈이 부셔오기에 눈을 팔로 가리며 침대에서 일어나니 느껴지는 심장의 격통. 아무래도, 지금 내 몸상태는 말이 아닌 것 같다.
하긴 내 상태를 더 호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별의 가호’뿐인데, 이건 생명력의 총량에 영향을 받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래도 다행인점은, 어쨋든 아까보다는 고통이 좀 가셨다는거다. 아까는 일시적인 상황이었던걸까?
“저기요.”
깨어난지 얼마 안되었기에 무거운 뇌를 억지로 굴려가며 생각에 잠겨있는데, 다시한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꽤나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온다.
‘젠장.’
내가 마왕과 동급으로 혐오하는, 이름조차 담기 싫은 여자의 얼굴이.
“정신을 차렸나 보네요?”
“……..”
이 여자가 등장했다는 건, 본격적으로 나에 대한 공작이 시작됐다는거겠지.
그래도 지난 몇주 동안은 꽤나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었는데, 이젠 안녕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즐겨둘걸. 그녀가 이렇게나 빠르게 움직일줄은 몰랐는데.
“그때 약속 기억나요?”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 앉은채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니, 그녀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속삭여 온다.
“저랑 같이 손을 잡자고 한거요.”
“뭐?”
“동맹 제의 말이에요.”
그 말을 들으니, 뇌리에 기억이 떠오른다.
1학기 방학에 있었던 내 생일날, 두번째 시련에 영향을 받아 패배선언을 한 뒤에 벌벌 떨던 클라나를 보고 만족한 그녀가.
지금과도 같은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어 왔던 것을.
“그때 내가 뭐라고 했었던가~?”
“당신의 것이 되라고 했었고, 황제가 될 수 있게 힘을 실어 주라고 했으며, 황제의 국서자리를 주겠다고 했었죠. 절 포섭하는게 상당히 이득인 이유도 말하셨던걸로 기억합니다만.”
“용케도 기억하시네요?”
전부 알면서도 굳이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화법에는 진절머리가 나있었기에 세세하게 답하니, 그녀가 눈을 치켜뜨며 그렇게 말한다.
“그런데, 프레이.”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의 반응이 달라졌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잖니.”
대중들에게 보이던 착한 미소와 표정, 내게 보이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지운 그녀는.
“안 그래?”
“으극…”
비웃음, 짜증남, 혐오감, 지배욕, 우월감.
그러한 감정들을 잔뜩 모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내 턱을 잡아챈다.
“이러면… 내 꼴이 뭐가 돼?”
“………”
“왜 말이 없니?”
턱을 그녀에게 잡힌채 조용히 그녀의 황금색 눈을 바라보던 나는.
“죄송…합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풉.”
그러자,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
“눈치는 있구나? 아니면, 주제파악을 해 버린걸까?”
그러던 그녀는 침대에 앉아있던 날 천천히 눕히더니.
“넌 이미 끝났어, 프레이.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귓가에 그렇게 속삭여온다.
“더 이상 넌 옛날의 그 잘난 공자가 아니야. 쇠약하고 병이 든, 몰락 귀족일 뿐이지.”
그렇게 말한 그녀는, 꽁꽁 묶여져 있던 방의 커튼을 한순간에 풀어버렸다.
“자, 보렴.”
“……..”
그러자 드러난, 저택을 빼곡히 매운 시위대. 마치 개미때가 연상되는 듯한 그런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흐응… 그렇구나. 보기만 해도 심장이 떨리는구나?”
창가에 시선을 고정한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어느새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있던 그녀가 차가운 미소를 짓는다.
“하긴, 커튼도 이렇게 꽁꽁 묶어두고… 방음마법까지 걸어놨으니, 이미 저런 일에 지칠대로 지쳐있던 상태겠지.”
그런 그녀의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아름다웠다. 자신의 어머니를 닮아 제국에서도 손꼽일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였으니.
“…으득.”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얼굴이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데, 미칠듯한 혐오감이 솟아오르는건 왜일까?
“…하.”
그렇기에 나도 모르게 표정관리에 실패하니, 그녀가 내 턱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준다.
“프레이, 그만 인정해. 넌 더 이상 예전의 잘나가던 망나니가 아니야. 골방에서 썩어가는 퇴물일 뿐.”
그러다가 손에 슬쩍 힘을 뺀 그녀는, 이내 내 침대위에 슬쩍 걸터앉았다.
“그래도 네 주제가 이해가 안가니?”
이윽고 내게 손을 뻗은 그녀는.
“…흐극.”
아주 천천히, 내 목을 부여잡는다.
“간단히 말할게. 지금 난, 널 이렇게 목졸라 죽일수도 있어.”
“크헥.”
“아무도 슬퍼하지 않고,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겠지. 공식적으로는 병사로 세간에 알려지게 될거야. 제국 신문은 이미 황실에 굴복한지 오래거든.”
뇌로 가는 산소가 차단되자, 의식이 흐려진다.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서 기포가 팡팡 터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으…”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제압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입술을 꽉 깨물며 참는다.
여기서 일이 틀어져서는 안된다. 지금은 그냥 버틸 때이다.
“봐… 내가 네 목숨을 앗아가려고 하는데, 그 누구도 도우러 오지 않잖니.”
문 밖에서 루루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마, 마안으로 이 상황을 보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나보다.
“케헥… 켁…”
“추하게 발버둥 치는거야? 웃기네… 추한 벌레같아. 이걸 나만 보는게 아까울 정도야.”
다급히 고개를 흔들어, 날 보고 있을 루루에게 메세지를 전한다. 마왕으로도 충분하다. 그녀가 황실마저 적으로 돌리게 할 수는 없다.
“음… 그냥 죽일까? 슬슬 짜증나는데.”
“…흐극.”
그렇게 루루를 겨우 방문 앞에서 멈추게 하니, 그녀는 어느새 무게까지 실어가며 양손으로 내 목을 조르고 있었다.
“아……..”
그렇게,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할때 쯤.
“…쯧.”
그녀가 혀를 차더니, 내 목을 조르던 손을 푼다.
“푸하… 하아아… 하아…”
그 다음 순간, 코와 입으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러워. 추잡해. 목졸라 죽이고 싶어. 진짜 싫어…”
숨이 막히기 직전이었기에 재빨리 호흡을 내쉬니, 그녀가 나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보며 매도한다.
“…살고 싶니? 프레이?”
그러다가,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날 보며 질문을 던지는 그녀.
“살고 싶으면, 내 명령에 따라.”
이윽고 그녀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자신의 손을 정성스레 닦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잠시만 내 인형이 되렴.”
글자 하나도 틀리지 않고, 내가 예상했던 말을 그대로 꺼내는 그녀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려던 나는, 겨우 이성을 유지하며 멍한 눈빛을 띤다.
“저번에 했던 그 약속은 파토야. 넌 이제 쓸모가 없어.”
“…….”
“국서? 꿈도 꾸지마. 너랑 몸을 섞는건 생각만 해도 싫어. 정치적으로 끝난 남자는, 하등 관심이 없단다.”
기대와 한치도 어긋나지 않는 대사를 하고 자빠졌다. 그냥 좀 빨리 끝내고 갔으면 좋겠다. 지금 난 휴식이 절실히 필요한데…
“왜? 이렇게 나올 줄 몰랐어? 하긴, 넌 몰랐겠지. 넌 네가 최고인줄 아니까.”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내 표정을 보고 지레짐작한 그녀가, 혼자서 나불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넌, 잘생기긴 했어. 그래서 옆에 두고 있기에는 딱이야. 옆나라 왕자들은 죄다 별로라서 말이지. 아무리 가짜 남편이라도 내 외모에 맞는 사람으로 골라야 하지 않겠니?”
“……..”
“그런데, 넌 너무 찌질해. 게다가 나대기까지. 그리고 나한테도 몇번 집적댔었잖니? 그래서 목졸라 죽이거나 망신을 주고 싶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생길 줄이야.”
그 말에 내가 입을 다물자.
“여전히 스타라이트 가문과 문라이트 가문이 따라들어온단 말이지. 그 메리트를 포기하는게 쉽지는 않았는데… 그걸 포기하게 만들었네. 축하해.”
그녀는 다리를 꼬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래도, 네가 파멸하는 모습은 보고싶어.”
“그게 무슨… 으헉!”
그 말에 내가 무심코 그렇게 말하자.
“무엄하네. 네 주제를 제발 파악하란 말이야…”
“자, 잘못… 잘못했습니다…”
내 배에 주먹을 꽂은 그녀는 싸늘한 표정으로 속삭인다.
“세상 잘난 네가 철저히 바닥까지 추락해서, 이렇게 망가지고, 부서지고, 죽어가는 모습이 보고 싶어.”
“윽…”
“그렇게 고장나버린 네 죽은 눈을 보면서, 잠시 가지고 놀며 희망을 주다가 버려버리는게 내 소원이야.”
그렇게 말한 그녀는, 불쾌한 표정으로 주먹을 내 배에서 때고는.
“그건 그렇고, 슬슬 내 인형이 되어줘야지?”
내 손을 잡고 침대에서 일으키는 그녀.
“저택에 모여있는 기자들에게, 내게 충성했음을 선포해. 동시에 살짝 그렇고 그런 분위기도 풍기고. 일종의 스캔들을 터트리는거야.”
“스캔들…이요?”
“덮어야 하는 사건이 하나 있거든. 그리고 끝나면 황실로 거처를 옮겨.”
“…….”
그렇게 말한 그녀는,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클라나가 널 좋아하는건 이미 알고 있거든. 내가 널 품은 것 처럼 행동하면 길길이 날뛰겠지?”
“……”
“그녀가 보일때마다 애정행각도 좀 하고. 살짝 선도 넘고. 그러면 진짜 재밌겠다. 그치?”
“그게…”
“…설마 거절할거니?”
당연히도 거절하고 싶지만, 이 이벤트는 피할 수 없다. 나는 남은 방학동안 그녀에게 유린당해야 한다.
그래야 클라나가 각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
그녀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는, 그녀의 각성이 필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싫어?”
물론 싫다. 끔찍히도 싫다.
그 아름다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히로인이 아닌 빌런인데다, 정석루트로 갈시 3학년 시나리오의 최종보스가 되는 그녀의 인형이 왜 되고 싶겠는가?
물론 나는 지금 위악자 루트를 타고 있으니 3학년 까진 갈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싫은건 싫은거다.
애초에 히로인들에게 말해두지 않은 이유도, 필수적인 이벤트기에 굳이 그녀들이 알지 않도록 조용히 처리하려고 한건데.
설마 내 집까지 찾아올 줄이야.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좋아.”
그런 생각들을 하던 내가 눈을 질끈 감고 그렇게 말하니, 그녀가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날 이끈다.
“…으득.”
그런 그녀를 보니, 절로 마음이 어두워진다.
리파엘이 내게 노리고 있는건, ‘가스등 효과’. 그녀는, 내 자존심을 깎고 또 깎아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걸 뻔히 알고 있기에 역겨워 보이는거지만, 뭐 어쩌겠는가.
“안 따라오니?”
당분간은,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
“주, 주인님…”
“…….”
프레이의 방 밖을 나선 리파엘은, 방문 바로 앞에 서있던 루루와 미호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 벅, 벅, 벅…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루루는, 불행의 낙인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자신의 팔을 손톱으로 마구 긁고 있었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 나…”
“루루.”
그런 루루의 팔을 잡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프레이.
“잠깐 어디좀 다녀올게.”
“우, 우으…”
“집 잘 지키고 있어.”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이내 리파엘의 손에 이끌려 복도를 벗어난다.
“안돼…”
“푸흡, 푸흐흡…”
그런 프레이의 뒤에서 세상을 다 잃은것처럼 무너져내리는 루루를 흘깃 쳐다보고는, 숨죽여 웃기 시작한 리파엘.
‘드디어… 드디어 프레이를 손에 넣었어…’
이윽고 아까 그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상당히 들뜬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날 이후로 어떻게든 널 얻고 싶었는데… 설마 이런 기회가 생길줄이야…’
“으극…”
“하, 빨리 빨리 좀 걸어. 쓰레기 새끼야.”
“…네.”
“하여간, 도움안되는 새끼.”
그러던 그녀는, 심장을 부여잡고 자리에 멈춘 프레이를 쏘아보며 매도하고는 이내 다시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런 표정 짓지 마, 프레이… 이건 널 구해주는 거니까.’
리파엘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영웅이었다.
‘어차피 세상이 다 널 증오하고 죽이려들거니, 앞으로는 나만 바라보렴.’
물론, 누가보기에도 상당히 뒤틀린 영웅이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잘 길들여야겠지?’
그렇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며 저택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음?”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니? 너희들?”
자신의 근위병들이, 황실의 근위병들과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
드디어 자신의 손에 넣은 프레이를 빨리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꽉 차있던 그녀는, 이내 버럭 성질을 내려 했으나.
– 쿠구구구구…!
“흐아?”
이내 하늘과 대지가 진동하며, 큰 파동이 발생하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했다.
“으, 으윽…”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 고오오…
그렇게 마치 호랑이나 용의 앞에 선듯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공포와 미지감을 느끼게 하는 지배적인 아우라에 한동안 사람들과 함께 휩쓸리던 리파엘은.
“…하?”
이내, 갑자기 갈라진 근위병들 사이에서 나타난 인물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그리고 그건, 그때까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프레이도 마찬가지였다.
“…클라나?”
근위병의 사이에서 나온. 어째서인지 각성을 끝마친 클라나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 휙…!
리파엘의 얼굴에 클라나의 손수건이 날아든건, 바로 그 다음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