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2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21화(221/524)
Episode 221
“…푸하.”
자신의 얼굴에 붙어있던 손수건을 때낸 리파엘이, 조용히 클라나를 노려본다.
“클라나? 왜 이러는거니?”
그러던 그녀는, 이내 표정을 선량하게 고치고는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녀와 단둘이 있을때가 아닌, 바깥에서 대외적으로 그녀가 보이는 가증스러운 모습이었다.
– 터벅, 터벅.
그런 그녀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클라나.
– 파지직… 지직…
“…..!”
그녀가 발걸음을 한걸음씩 옮길때마다, 주변인들의 감각에 찌릿함이 울려퍼진다.
“뭐, 뭐야… 이 기운은…”
1000년전에 서대륙을 통일했던 초대 여황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던 ‘지배의 아우라’의 완전체가, 클라나의 몸에서 발산되어 스타라이트 저택의 마당을 감싸고 있었다.
– 스릉…!
클라나가 그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리파엘의 근위병들이 무기를 뽑아 그녀를 막아선다.
“무엄하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건조하면서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클라나.
“너희에게 무슨 권한이 있어, 내게 무기를 겨누는거지?”
평소 리파엘에게 당하기만 하는 클라나만을 봐왔던 근위병들은.
“지금 너희들을 즉결 처형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조용히 손에 막대한 양의 태양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한 클라나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난다.
“……..”
평소라면 그런 근위병들을 알게 모르게 마구 질타했을 리파엘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 역시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눈앞에 있는 클라나가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보였기 때문에.
평소에는 항상 나태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진심이 됐을때는 그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지는.
자신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황제의 위압감과 카리스마를, 그녀가 몇배는 더 강렬하게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동생이 말하고 싶은게 있나보구나?”
하지만, 그녀 역시 물러날 수 없었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근위병들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된 이 장소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일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잠깐 기다려 줄래? 지금 언니가 해야 할 일이 있거든. 그러니…”
그렇기에 당혹스러운 상황에서도 애써 표정을 유지하던 그녀는, 프레이를 잡고 기자들 쪽으로 향하려 했으나.
– 퍼버벙…!
“으악!”
그 순간, 바보같이 끝까지 클라나에게 무기를 겨누고 있던 한 어리바리한 근위병에게, 클라나의 태양의 마나가 작렬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일까?”
그렇게, 고통에 데굴데굴 구르는 근위병을 뒤로 한 클라나가 그녀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리파엘은 선량했던 표정에 균열을 일으키며 그렇게 묻는다.
“손수건을 얼굴에 던지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진 않겠지.”
그런 그녀에게 클라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답을 하기 시작했고.
“그야 당연히…”
“…대결하자. 황위 계승서열 2순위를 두고.”
그 말이 끝나자,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 찰칵, 찰칵!
“클라나 님! 지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방금 리파엘 씨에게 결투를 신청하신게…”
“클라나 님은 어제까지만 해도 계승 순위 4위…”
하지만 잠시 후, 일대에서 소란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설마 네가 거절하진 않겠지?
“…아득.”
그런 소란의 중심에서 클라나가 자신을 따라해 도발을 걸자, 리파엘은 조용히 이를 갈기 시작했다.
‘프레이를… 온전히 내 걸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러다가, 조용히 옆에 있는 프레이를 바라보기 시작한 그녀.
‘내가 안 구해주면… 넌 결국 얼마 못버틸텐데…’
그런 그녀는, 어느새 프레이를 불쌍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쟤한테 갈거니?”
그렇게 한참동안 프레이를 바라보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 그녀.
“잘 선택해야 될거야. 내 인형이 되던지, 아니면 저 바보같은 클라나한테 갈건지…”
“………”
하지만 그런 그녀는.
“뭐, 뭐야?”
방금 전까지 죽은 눈이 되어 자신을 따르던 프레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자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클라나가… 이미 각성을 했네?”
이윽고, 갑자기 음산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 프레이의 입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소리.
“…그럼, 더 이상 네게 굽힐 이유가 없는데.”
그 직후, 프레이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때낸다.
“그게 무슨…”
그런 프레이의 반응에 어리둥절해 하던 리파엘은.
“내빼는 거야?”
“…그럴리가.”
자신의 옆에 있던 클라나가, 한번 더 그렇게 말하자 입술을 짓씹으며 그녀에게 다가선다.
“귀찮게…”
그리고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리파엘.
‘이대로 가면, 죽도 밥도 안되는데…’
이미 정보원 몇명을 시켜 프레이의 상태를 조사하고 난 뒤였기에, 그녀는 자신이 세웠던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심각한 병에 든 동시에 세상 사람들에게 규탄받기 시작한, 아마 그런 상황에 반쯤 마음이 꺾여 있을 프레이에게 찾아간다.
그런 뒤에 적당히 겁을 준 뒤에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한동안 학대를 한다.
그러다가 점차 잘해주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계속된 핍박에 벼랑 끝까지 몰린 그는 자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프레이가 온전히 자신에게 의존하게 되면, 그때는 다 널 위함이였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자신은 프레이를 구하기 위해 그런 짓을 했을 뿐이다. 비록 방법이 잘못되긴 했지만,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왜 방해를 하냐고…”
하지만, 1단계에서 막혀버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의 영웅적인 의도가, 프레이에게 전해지지 않게 되는게 아닌가.
이건 오해다. 바로잡아야 한다.
“좋아, 수락할게.”
그렇기에, 그녀는 우선 눈앞에 있는 클라나부터 치우고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겠어.’
너무 매도만 하면 프레이의 마음이 부숴져버릴 수도 있으니.
우선 결투가 끝나면 따듯한 말이라도 좀 해볼까- 내 방에 데려간 뒤에, 맛있는 음식이라도 주면서 경계부터 풀어볼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결투 방식은?”
“간단해. 먼저 흙바닥에 나뒹구는 사람이 진거야.”
“…빨라서 좋네.”
그렇게, 진지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리파엘은 몸에 태양의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럼, 시간과 장소는?”
“여기서, 당장.”
“설마 지금 바로 하자고? 통도 크네. 그러다 우리 동생 망신당하면 어쩌…”
– 파지직, 파직…
그런 클라나를 가소롭게 쳐다보던 그녀는, 클라나가 어느새 대량의 마나를 끌어모은채 대기하고 있자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전투태세를 갖춘다.
“무기는 필요없지? 어차피 우리는 태양의 마나가 있잖니.”
“…그래.”
“음… 이런 경우는 전례가 없어서 심판 역시 준비가 되어있지 않지만, 구경꾼들도 많고 규칙 역시 단순하니 상관 없겠지?”
그렇게 말한 리파엘은.
“그런데 넌… 뭘 걸꺼니?”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난 당연히 계승 서열인데, 넌 뭘 걸꺼냐고.”
“내 목숨.”
“하.”
그 말을 들은 리파엘은, 헛웃음을 짓더니.
“그런 초라한 건 필요 없는데… 아, 그건 어때?”
그녀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프레이가 네게 사용한 맹약의 이전.”
– 파지직, 파직…
그 말이 끝난 순간, 클라나의 몸에서 태양의 마나가 전기 스파크 마냥 지직거리기 시작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그래.”
“…좋아.”
이윽고, 클라나가 이를 악물며 대답하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리파엘은.
“…거기 너, 대충 둘 다 준비 됐다 싶으면 시작이라 말해줘.”
“네, 넵.”
급변하는 상황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들의 옆에 멍하니 서있던 근위병 한명에게, 그렇게 명령을 내렸다.
“그, 그럼… 준비하시고.”
그리고 잠시 뒤, 얼떨결에 즉석 결투의 개시를 맡게 된 근위병이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고.
“…시작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 쿠과과과광…!
저택의 마당이, 황금색 섬광으로 물들었다.
– 쿠구구구구…
잠시후, 마당을 가득 매운 돌의 파편과 흙먼지가 잦아들자.
“”……..!!!””
열심히 촬영 마도구로 그 모습을 담던 기자들이, 전부 얼어붙었다.
“헤윽… 으…”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많은 파벌들을 긁어 모으던 리파엘이, 무릎을 꿇은채 배를 부여잡고는 침을 줄줄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결투는 끝났습니다.”
한편 너무나도 여유롭게 바닥에 서, 한때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던 배다른 언니를 내려다보던 클라나는.
“그러니, 이제 다들 여기서 나가시죠.”
그녀를 발로차 흙바닥에 넘어트리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대중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황실의 추태를 계속 보고 싶은거라면, 있으셔도 좋습니다.”
그날 있었던 결투는, 황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끝난 결투였다.
.
“우욱… 윽…”
시간이 지나, 마당을 빼곡히 모으고 있던 시위대와 영지민들, 그리고 기자들마저 전부 빠져나간 시점에서.
“우으으…”
마당에 주저앉아 여전히 헛구역질을 하고 있던 리파엘은.
– 스윽…
이내 조용히 고개를 치켜든다.
“프레이.”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던 클라나가, 천천히 프레이에게 다가선다.
“내 생일 날, 네가 날 지켜줬었지.”
이윽고 프레이의 앞에 도착하자, 그의 손을 붙잡는 클라나.
“이제 내가 널 지켜줄게.”
그렇게 말한 그녀는, 프레이를 조심스레 안았다.
‘이게… 이게 아닌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리파엘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계획대로였는데… 모든게 계획대로였는데…’
자신이 그렇게나 깔보던 클라나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방금전까지, 자신에 의해 마음이 무너져내려 얌전히 끌려가던 프레이를 빼앗어가 그녀의 품에 안은채로.
심지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일격에 때려눕히고 나서 말이다.
‘왜? 왜 이렇게 된거야…?”
원하는 건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리파엘이였기에, 원하는것을 손에 얻지 못하고 실패한것은 그녀에게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
그렇게, 한참동안 프레이를 끌어안은채로 뭐라 중얼거리고 있던 클라나를 멍하니 쳐다보던 그녀는.
“그래.”
자신만의 결론을 내린다.
“힘이… 부족해서야.”
품에서 옛날에 자신을 마왕이라 소개했던 한 여인이 건냈던, 이상한 알약을 꺼내며 말이다.
“어디서 우연히 기연이라도 얻었나보지…? 그런거라면 나도 있다고…”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클라나를 제외한 모든 황족들은 이미 마왕의 편이었다.
그들은 마왕이 건낸 약을 먹고 힘을 얻는 대신, 그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물론 리파엘은, 의심이 많은 성격이였고 또한 교활한 성격이었기에 끝까지 약을 먹지 않았었지만.
결국 그녀는 선택을 내렸다.
자신을, 마왕에게 바치기로.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클라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프레이를 인형으로 만들 수 있다면, 영혼을 바치는 것 쯤이야 손해가 아니었다.
“흐, 흐흐…”
칠흑처럼 새까만 알약이 그녀의 손 안에서 꿈틀거린다. 이것이 알약은 맞을까? 그러한 의문점은 그녀에겐 하등 상관이 없었다.
– 스윽…
그녀는 이미, 소유욕에 눈이 먼지 오래였다.
“…하읍.”
그렇게, 꿈틀거리는 알약을 입 안에 넣은 그녀.
“리파엘 님.”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앞에 프레이가 나타났다.
“옷이 흐트러지셨네요…”
“…..!?”
그리고 그는, 갑자기 흙에 굴러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옷매무새를 정돈해주기 시작했다.
“…그거, 드실건가요?”
그러던 프레이가, 나지막하게 묻는다.
“후회하실거에요. 진짜로. 그게 어떻게 만들어진건지는 알고 계시잖아요.”
물론 입 안에 마구 꿈틀거리는 알약을 물고 있던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날 일, 생각나세요?”
그런 그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프레이.
“그때의 절 기억하신다면, 제 손에 그 알약을 뱉어주세요.”
“……..”
“어서요.”
어째서인지 프레이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왜?”
그런 프레이를 보며.
“너 따위 새끼의 말을 들어야 하지?”
끝까지 프레이를 혐오하는 표정으로 말한 그녀는.
‘이걸 먹어야, 널 구원해준다니까?’
속으로 생각한다.
‘나한테 고마워 하라고. 클라나 따위에게 안기지 말고, 너의 구세주가 될 나를 찬양하란 말이야.’
마지막에는 자신의 의도를 알고, 고마워 하게 될 프레이를.
‘너따위 인물을 구원해주는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으니까.’
“…꿀꺽.”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린 리파엘은, 이제는 아예 입에서 날뛰던 알약을 삼켰다.
“쯧.”
그리고 그 순간.
“원래는 3학년 최종보스전때 발악기로 먹는걸, 갑자기 지금 먹어 버리다니. 어이가 없네 진짜.”
프레이의 표정이, 차게 식었다.
“갱생 불가능한 쓰레기인걸 알고 있었기에 솔직히 기대도 안했지만, 그래도 평생 감옥에나 갇히도록 마지막 기회는 주려 했는데…”
그런 그의 표정을 보지도 못하고, 곧 자신에게 찾아올 힘을 머리에 그리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든 리파엘을 바라보던 프레이는.
“…역시 답이 없네.”
싸늘하게 중얼거리고는,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 샤아아…
그런 리파엘은, 어느새 온몸이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 파직…!
잠시후, 그녀의 머리에 루비색 뿔이 돋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