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2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22화(222/524)
Episode 222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쉬다 조심스레 눈을 뜬 리파엘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본다.
“뭐, 뭐야…?”
아마 그녀는, 나와 클라나의 표정이 겁에 질린게 아닌 싸늘하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
그리고는 자신의 변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몸을 내려다 보겠지.
이제 그녀의 시야에는, 보라색 피부와 등에서 솟아난 날개, 그리고 머리에 솟아난 흉측한 루비색 뿔이 보일것이다.
“아, 안돼…”
아마 그녀는 당황했을 것이다. 힘을 원하긴 했지만, 외형마저 바뀌는건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녀의 가족들이 힘을 얻기 위해 알약을 먹었을때는, 그저 조금의 고통을 호소했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 또한, 안심을 하고 먹었을거다.
그렇지만, 마왕이 그녀에게 준 알약은 살짝 특이했다.
마왕은 유사시에 자신에게 영혼을 바친 모든 이들을 죽일 수 있도록 알약에 마법을 걸어두었다. 하지만, 리파엘의 알약에는 먹은 사람을 타락 시키는 마법 또한 걸려있었다.
아름다운것을 보면 망가트리고 싶어하는 마왕의 기벽이 발동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외면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내면은 너무나 추악했기 때문이었다.
“이건 아니야… 이건…”
“평생 그렇게 살아.”
더 이상 인간도 아닌것을 존중해줄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변해버린 자신의 몸을 보고 마구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리파엘을 보며 나는 싸늘하게 말한다.
“네가 선택한 거잖아?”
“이, 이익…!”
그 말이 끝나자 그녀가 몸을 일으키더니 내게 돌진한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루비색 마기.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난다.
– 퍼버벙…!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클라나의 황금빛 마나와 리파엘의 루비색 마기가 거세게 충돌했다.
그러자 주위에 생긴 대량의 먼지구름과 돌 파편들. 마치 데쟈뷰를 보는 듯한 상황에서, 나는 침착하게 먼지구름이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왜, 왜…? 어째서…”
결과는 너무나도 뻔했다. 아무리 마족의 힘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각성한 클라나를 이길리가 없다.
세개의 특수 마나 중에서 가장 파괴적인 마나를, 방금 각성한 볼품없는 마기로 상대한다는 것 부터가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애초에, 1회용 발악기를 먹고도 용케 형태를 유지한게 기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으흐흐… 으흐흐흐…”
클라나의 태양의 마나에 타들어가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그녀가, 이내 실성한듯한 웃음을 터트린다.
– 샤아아…
“아직, 아직 안 끝났어… 더 강해져서 돌아오면 돼…”
그리고는, 삼류악당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온몸에 루비색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쓸만한 대사같으니 기억해 둬야겠다.
“어딜 가려고…!”
클라나가, 점점 희미해져가는 그녀에게 다가가려 발을 한발자국 앞으로 내딛는다.
– 텁…!
“프레이?”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팔을 잡아 멈춰세웠다.
“프레이… 그거 알아…?”
그리고 그 순간, 눈을 빛낸 리파엘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여온다.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그 말을 들은 클라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대충 무슨 말을 하는건지 짐작이 가지만, 일단 들어나 보도록 하자.
“내 손을 잡아. 나와 함께 가자…”
“무슨 말이지.”
“그곳에 가서, 나처럼… 나처럼 마왕님께 영혼을 바쳐.”
그 말을 들은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그녀는 내게 손을 뻗으며 말한다.
“마왕님의 종속이 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걸? 그게 싫으면, 그냥 영혼만 바쳐도 돼. 별로 어려운것도 아냐! 그냥 피의 맹세를…”
“그, 그런…”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날 바라보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 클라나.
“…마왕에게 영혼을 바치면, 넌 살 수 있는거야?”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
“그, 그런거라면… 만약 그런거라면…”
“거기있는 내 한심한 동생이, 네 목숨을 늘려줄 수 있을것 같아?”
“윽.”
그러다가, 리파엘의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는 그녀.
“어차피 죽으면 다 끝이잖아? 난 알고 있다고, 네 수명이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걸. 그러니…”
이윽고, 표정이 점점 창백하게 변해가던 클라나는.
“…나와 같이 마왕에게 가자.”
갑자기, 결심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네가 살아날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프레이…”
그리고 잠시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말해오는 그녀.
“난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어느새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클라나?”
나를 바라보던 프레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속삭여온다.
“난 당연히 살거야. 모든게 끝나면, 모두와 함께 행복한 나날들을 보낼거라고.
그런 그가, 오늘따라 밉다. 내가 모를 줄 아는걸까? 우리들이 모를 줄 아는걸까?
그의 수명이 2년밖에 남지 않았고, 설사 모든걸 끝마친다고 하더라도 다시 살아날 방법 따위는 없다는 것을?
“산책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공연도 보고… 음, 또 뭘하지? 아무튼, 그런 것들을 잔뜩 할 생각이야. 그러니 걱정 말고…”
그런 바보같은 표정으로 말하지 마. 우리가 패닉에 빠지지 않게 안심시키려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 이미 다 안단 말이야.
“뭐야? 왜 그러냐니까?”
서대륙에서 나와 함께 움직였던, 프레이와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카니아를 차마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카니아 씨?”
“대체… 대체 이 고통을… 어떻게 버티고 있는거야…?”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숨을 쉬기만 해도 온몸에 느껴지는 격통을 그녀는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길 웬만한 저주도 이 정도 고통은 못 낸다고 했다.
그의 몸이 지금 이 순간조차도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동시에 억지로 회복되고 있기에, 그만한 고통이 느껴지는 거겠지.
하지만, 그건 프레이에겐 이미 일상이나 다름없었을 거다. 이리나의 보고에 따르면 그는 아픈 기색 한번을 내지 않았으니까.
“설마 못 믿는거야? 내가 몇번이나 설명했잖아? 태양신에게 소원권이 있다니까?”
물론, 마신이 했던 말이니 거짓말일수도 있다. 어쩌면 프레이가 하는 말이 진실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세레나가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지 못하고 눈치만 본다거나. 마신이 말했던 것과 프레이가 보이는 행동이 너무 일치한다던가…
우리를 슬프고 불안하게, 그리고 패닉으로 몰아넣는 증거들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프레이는 모를 것이다. 그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카니아가 격통을 느낄때마다 너의 이름을 부르며 숨죽여 운다거나.
그러면서도 원래는 그녀에게 그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할 뿐인 저주를 뜯어고쳐, 대부분의 고통이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던가.
이리나가 자신이 평생을 혐오하던 어둠의 마법과 금기된 마법에 손을 대, 광인마냥 자신을 깎아가면서 까지 네 수명을 늘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거나 말이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프레이를 지키기 위해서, 그를 죽이려는 자들에게 누명을 씌워 귀양을 보내거나, 나쁜 자라면 아예 죽여버리고 있다.
절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폭군이 되어가고 있단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그런 일들을 그가 모르게 할 것이다. 그가 자신의 고통을 내색하지 않았듯이, 우리도 우리의 노력을 내색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래, 클라나. 안색이 좋지 않은데…”
“……”
프레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건네온다. 그러자, 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수많은 감정.
‘진정해, 클라나.’
어쩌면 우린 조금 있으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미쳐버린걸지도 모르겠다.
세번째 시련에서 진실이 해방됨과 동시에 봇물처럼 터져나온 영혼의 기억들, 그리고 감정들.
그런 것들에 잠식되어버린 우리는, 이제 프레이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가 2년뒤에 소멸한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영혼이 갈갈이 찢어져버릴 듯이 슬프다. 아마 그 후에는, 완전히 폐인이 되거나 광인이 될지도 모른다.
‘방학의 내기’는, 그런 배경에서 이루어진 일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달달하고 유쾌한 로맨스 코미디겠지만.
진실을 아는 사람이 본다면, 미쳐버리기 직전의 사람들이, 미치지 않기 위해 벌이는 미친 짓으로 보일 것이다.
만약 2년뒤에 그가 정말로 소멸한다면, 그런일이 진짜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필히 그를 따라 목숨을 버리거나 미치광이가 되어버리겠지만.
프레이는 그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길 원할 것이다.
그런 그의 바램을 감히 어기고 우리가 죽어버리거나 정신병자가 되면, 프레이가 기껏 한 행동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든걸 전부 바칠 수 있을정도로 사랑하는 프레이와 사랑의 결실을 맺어, 배에 그의 씨앗을 품기 위해.
그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그의 얼굴과 존재를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번 내기를 했다.
물론, 그것 역시 현실 도피일 뿐이지만.
방금 전까진 그것이 프레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그리고 우리가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가장 그럴싸한 판단이였다.
“프레이.”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내 말, 잘들어.”
그가 살아남을 방법이 있다면, 그게 무슨 짓이든, 무슨 일이든 난 할 수 있다.
나라를 팔아서라도, 이미 빨갛게 물든 내 손을 더욱더 빨갛게 물들여서라도, 후세에 어떤 황제로 기록되더라도.
나는 그를 살리고 말거다.
그것이 지금 내 유일한 목표다.
“내 영혼을 대신 바쳐도 돼.”
.
“그게 무슨 소리야… 클라나?”
클라나의 말에 당황한 프레이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묻는다.
“그거 알아? 네가 항상 모든걸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걸.”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던 클라나는, 침착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넌 이미 내 영혼을 가지고 있어. 난 이미 너에게 모든걸 바치고 난 뒤니까. 그러니, 네가 마왕에게 영혼을 바칠때, 넌 너의 영혼대신 나의 영혼을 바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밝아보였다.
“그러니, 너의 영혼이라 속이고 내 영혼을 바쳐. 그리고 잠시 마왕에게 굴복한 척 하고, 생명을 받아.”
“클라나.”
“난 괜찮아. 겨우 나 하나쯤 타락하는거야, 네가 충분히 막을 수 있잖아? 여차하면 카나리아가 되어도 상관없고, 지하감옥에 유폐해도 괜찮아.”
“클라나…!”
“바로 영혼을 바치라는건 아니고, 한번 자세히 알아봐. 속아서 영혼을 날릴 생각은 없어. 모든게 확실해지면 내 영혼을 바쳐도 좋다는거야.”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던 프레이가 손에 힘을 주자, 클라나는 온몸에서 지배의 아우라를 발산하며 말한다.
“명령이야, 프레이.”
그러자, 살짝 움찔한 프레이가 조심스레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어쩌면 타락에 버티는 것 쯤은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내 뺏긴 영혼으로 협박을 당하기야 하겠지만, 까짓꺼 눈 딱 감고 수발을 들지.’
그런 프레이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클라나.
‘어떻게든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돼. 그 이후로 내가 내려오든, 폐위가 되든 맹약은 지킨거니까…’
그런 그녀는, 자신의 지배의 아우라에 천천히 영향을 받아가는 프레이를 바라보며.
“네가 오래오래 살길 바라, 프레이. 그게 내 유일한 소원이야.”
이내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 만약 저 말이 사실로 밝혀지면,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내 영혼을 바치고 잠시 동안만 마왕에게 고개를 숙여.”
그렇게 지배의 아우라의 침식이 끝나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리파엘에게 향하려 했으나.
“…싫어.”
“뭐?”
“그럴 일은 절대 없을테니, 단념해.”
지배의 아우라를 특유의 정신력으로 너무나 간단히 이겨낸 프레이의 단호한 목소리에, 그녀는 걸음을 멈춘다.
“내 위에서 날 지배할 존재는, 너밖에 없어.”
“…….”
“날 종으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은, 내가 평생 충성을 맹세한 너밖에 없다고. 난 죽을때까지 널 섬기다 죽을거야.”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난 마왕의 개보단, 황제의 신하로 죽고 싶어.”
그 말을 남기고 리파엘에게 걸어갔다.
“그래… 내 손을 잡아 프레이! 내 손을 잡으라고…!”
– 스윽…
이윽고, 광기어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리파엘의 손을 잡는 프레이.
“그래, 약속대로 마왕님에게 말은 잘 해줄게. 대신… 나한테 좀 길들여질 필요가 있겠어.”
그리고, 흥분한채 떠벌리던 그녀를 바라보던 프레이는.
– 파지지지직…!
“꺄아아아아악!”
그녀의 손에, 별의 마나를 불어 넣는다.
“이, 이 개새끼가…!”
덕분에 온 몸에 흉측한 흉터와 자국이 피어나는걸 보고 이성을 잃은 리파엘은,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으나.
“너 때문에… 클라나는 십여 년을 지옥에서 살았어.”
그런 그녀의 손을 더욱더 꽉 잡은 프레이는,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너도 똑같이 그 기분을 느껴봐야지.”
“아아아아아악!”
그렇게 한동안 마당에는,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윽.”
흉측한 모습이 되어가던 리파엘을 바라보던 프레이가, 별안간 인상을 찌푸린다.
최근 심해진 심장의 격통 때문이었다.
– 꽈드득…!
“흐흐, 으흐흐…”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프레이의 팔에 마기를 침투시켜, 자신의 손과 결합시키기 시작한 리파엘은.
“클라나, 내 멍청한 동생아…”
다급히 그들에게 손을 뻗는 클라나를 보며, 속삭인다.
“네 약혼자는, 내가 데려갈…”
– 파징…!
하지만, 그 속삭임은 미처 끝을 맺지 못했다.
“끄으윽…”
어디선가 날아온 부채모양의 암기가, 프레이를 잡고 있던 그녀의 팔을 잘라버렸기 때문이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는데…”
그 덕분에 한숨을 돌린 클라나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왼팔을 내려보던 프레이는,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쾌하네요?”
품에 알뜰살뜰하게 야채와 채소, 그리고 요리 재료들을 담은 바구니를 품고 있던, 어디서 구했는지 앞지마 까지 차려입고 있던 세레나가.
“…프레이는, 내 약혼자인데.”
프레이의 앞에서는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