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2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23화(223/524)
Episode 223
“아윽, 아으으…”
팔이 잘린 리파엘이,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
– 파즈즈…!
그와 동시에 강렬한 루비색 기운에 둘러싸여 사라져가던 그녀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린다.
“각…오해. 프레이… 너를…”
하지만 미처 말조차 끝내지 못한 채, 그녀는 저택의 마당에서 모습을 감췄다.
“…프레이?”
그런 리파엘을 끝까지 쳐다보던 클라나가, 이내 프레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왜, 왜 날 막은거야?”
그녀는 분명히 리파엘을 끝낼 수 있었다. 이미 그녀의 주먹에는 충분한 양의 태양의 마나가 모여있었으며, 리파엘이 사라지기 전 까지 공격을 먹일 시간 또한 충분했다.
그저 주먹을 뻗어, 프레이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심장을 꿰뚫는 것으로 끝을 냈기만 했다면 충분했을 일이다.
“어째서…?”
하지만, 프레이는 그런 클라나의 주먹을 막은 뒤에, 작고 연약한, 하지만 굳은 살이 잔뜩 배겨있는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덕분에 공격은 리파엘에게 도달하지 않았고, 그녀는 성공적으로 도주했다.
– 츠즈즈…
프레이의 왼팔에, 자신의 팔을 결합하며 생긴 끔찍한 흔적을 남긴 채로.
“설마… 그냥 놔준거야?”
그렇기에, 생각에 잠겨있던 클라나는 프레이의 눈치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또 기회를 주려고?”
보통 상황이라면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겠지만,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프레이였다.
그 많은 회귀에서 자신이 직접 자신의 정신을 조작하고 나서야 모두를 미워할 수 있었던, 순진하고 착해빠진 소년 말이다.
“아니, 전혀.”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 프레이는,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가 평소에 보이는 거짓되고 과장된, 우스꽝스러운 분노의 표정이 아닌. 그가 진심으로 분노했을때나 나오는 차가운 표정이었다.
“저 녀석이 도망친 곳은… 마왕군이야.”
“마왕군? 그럼 더 큰일… 아.”
그 말을 듣고서야 클라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마왕군의 대장은 다름아닌 프레이다. 즉, 리파엘은 프레이의 본거지로 도망친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그런데 굳이 왜? 번거롭잖아? 그리고… 왜 팔까지 그렇게 만들어가면서…?”
“아, 이 팔은 괜찮아. 문제없어.”
클라나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프레이의 팔을 어루만지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팔을 돌려보인다.
“옛날에 카니아를 치료할 때 신경이 끊어졌거든. 그래서 여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프지 않아. 그러니 걱정하지 마.”
“……..”
“아, 이거 카니아한테는 비밀이야.”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한 눈빛으로 서있던 클라나는, 프레이가 조심스레 별의 마나로 새까매진 자신의 팔을 뒤덮어 숨기자 그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클라나, 잊은거야?”
그러자,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프레이.
“저 녀석이, 널 지옥으로 몰아넣었던거.”
“그, 그렇긴 한데…”
“저번회차와 이번회차에서, 내가 그걸 방관하면서… 얼마나 피가 거꾸로 솟았는 줄 알아?”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의 표정은, 다시 차가워져 있었다.
“자기 멋대로 영혼까지 판 채 타락해버렸으니, 이제 그동안 네가 당해온 수모를 갚아줄 때야. 그런데, 그냥 이대로 죽여버리면 안되잖아. 아깝게.”
“……..”
“마왕군에게는 내가 잘 이야기 해 둘게. 처분은 전적으로 너에게 맡길거야. 죽이고 싶으면 죽이고, 고문하고 싶으면 고문해. 난 상관 안할게.”
그렇게 말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프레이는.
“날 구해준 대가로는 부족하지만, 당장 해줄 수 있는게 이것 밖에 없네… 미안.”
그렇게 말하고는,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 주륵…
그러자 클라나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
“…그런데, 방금 전에 그런 이야기는 왜 한거야?”
그 눈물을 재빨리 손으로 훔쳐준 프레이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몇번이나 말했잖아. 분명히 기회가 남아있을 거라니까?”
“미, 미안. 미안… 프레이.”
그런 프레이를 바라보며, 클라나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도 아는데… 불안해. 너무 불안했어. 나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없어질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제정신이 유지가 안돼…”
그런 그녀의 표정은,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애들도 그래… 카니아도, 이리나도. 왜 그럴까? 대체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네가 없어져버릴 것만 같아. 그게 너무 무서워.”
세번째 시련에서 직접 과거 회차의 자신들에게 빙의가 되며, 무수히 많은 회차에서 느꼈던 회한중 가장 큰 회한을 느꼈던 그녀들이었기에.
그리고 페를로체가 의도했던 대로 강제로 조작된 세번째 시련이 끝날때 발생한 여파 덕분에, 여타 히로인들 보다 몇배는 더 강력한 영향을 받은 그녀들이었기에.
영혼에 내제되어 있던 감정들이 터져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프레이, 나는. 우리는 널… 이번 방학동안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어.”
그 덕분에, 파르르 떨던 클라나는 이내 조용히 프레이의 손을 잡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네가 휴식을 취하는 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명씩 돌아가며 널 보살피기로 기간을 정했어.”
“음.”
“우리가 전부 네 곁에만 있으면, 해야하는 일을 진행하지 못하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이 쏠릴테니까.”
말을 하다 잠시 멈춘 클라나는, 조용히 프레이의 안색을 살핀다.
“계속 이야기 해.”
“그, 그런데… 너한테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지금이라도 모두 불러 모을까? 일은 좀 못미덥지만 조사단에게 맡기고…”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됐어, 이번에 내가 조사단을 봤는데… 못미더운 애들이더라고. 믿을 만한건 역시 너희밖에 없어.”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조용히 클라나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시선을 받던 그녀는 이내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프레이, 물어볼게 있어.”
“응?”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 그녀.
“우리가 이러는 거, 싫지는 않지?”
그런 그녀는, 제국을 휘어잡을 패왕으로 각성한 것 치곤 꽤나 귀여운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 딴에야 너가 행복해지길 원해서 하는건데… 혹시 싫은건 아니지?”
“…….”
“네가 싫으면 바로 그만 둘게. 네가 행복하지 않으면 할 이유도 없어. 아니면, 혹시 우리 모두가 보필하는걸 원해? 그, 그러면… 내가 전달할게.”
그런 그녀의 말을 듣던 프레이는.
“…좋아.”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꿈 같더라, 지난 몆주일이.”
“그, 그래?”
“응, 너무 행복했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두려웠고. 최대한 오래 이어지길 바랬어.”
“그렇… 구나.”
“그리고, 다 부르진 마. 서대륙도 조사해야 하고, 사람들 이목도 끌리잖아?”
“응…”
“아무튼, 걱정 안해도 돼. 너희들의 봉사에, 나는 너무 만족하고 있어.”
그 말을 들은 클라나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다행이야. 정말로.”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럼, 이제 내가 널 행복하게 해줘도 될까? 프레이?”
이윽고, 프레이의 왼팔을 감싸안으며 그렇게 말한 클라나.
“제, 제국에서 가장 높은 신분이 될 사람을… 마음 껏 부릴 수 있는 기회야.”
그리고는, 시선을 돌리며 외우고 또 외웠던 대사를 읊는다.
“…앞으로 몇주간, 제국을 한번 네 발 밑에 둬볼래?”
그 말에, 프레이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손을 뻗던 그때.
“음흠, 흠…”
옆에서, 세레나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야기가… 언제쯤 끝나려나…”
황녀의 신분 때문에, 그리고 프레이가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언질을 내린 것 때문에.
그녀는, 야채바구니를 품에 품은채로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리파엘이 사라진 곳에 앉아 있었다.
– 휘적, 휘적.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어째서인지 알콩달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둘의 시간이 끝나지 않자.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주어 리파엘이 남긴 루비색 흔적들을 휘적거리거나, 프레이 사랑해- 라는 낙서를 끄적이거나, 진지한 표정으로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척을 하던 세레나는.
“빨리 저택에 가서… 점심 차려야 하는데… 맛있는거 먹여야 하는데…”
프레이의 눈치를 보며 그렇게 말한다.
“세레나 님, 안녕하세요.”
그런 세레나에게, 조심스레 인사를 건낸 클라나.
“아, 황녀님. 이야기 계속 하세요.”
왠지 모르게 상당히 어색한 문답이 오고 간 뒤에, 세레나의 달색 눈동자가 클라나의 황금빛 눈동자로 향했다.
“으흠흠… 흐흠…”
그러더니, 과일 바구니를 땅에 조심스레 내려놓고는 뒷짐을 지고 둘의 사이를 배회하는 세레나.
“…흠흠, 흠.”
그렇게 한참동안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세레나는, 둘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조심스레 사이로 끼어든다.
– 비비적, 비적.
능숙하게 프레이의 왼팔에 자신의 몸을 비벼 체취를 덧씌우고, 자신의 뒤를 프레이의 앞에 밀착시킴으로서 그를 완전히 가린 세레나는.
“어, 음… 황녀님.”
이내, 소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지금 황녀님과 프레이의 관계는… 정확히 뭔가요?”
그러자, 곤란한 표정을 짓기 시작한 클라나.
“낮의 세레나는 상대하기 곤란한데…”
전회차의 기억이 있는 밤의 세레나와는 꽤나 깊은 친분이 있었기에 상관없었지만, 낮의 세레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않은 그녀였다.
“화, 황녀님. 법적으로 프레이의 약혼자는 아직 저 한명이에요.”
그런 클라나를, 세레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예비 남편의 하인을 담당하고 있는 카니아와 이리나, 애완동물인 루루, 불륜 관계가 의심되는 이솔렛.
이들은 여차하면 세레나가 권력과 카리스마로 찍어누를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 그쵸? 네?”
하지만, 클라나는 달랐다.
이제는 황위 계승서열 2위이자 유력 황제 후보가 되어버린 클라나의 신분은 세레나를 능가했으며, 지배의 아우라가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카리스마 역시 밀리지 않았다.
또한 어째서인지 경계심을 자아내게 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와, 측근들의 도움으로 한창 물이 오른 외모, 그리고 찰랑이는 금발.
게다가, 프레이가 한번밖에 쓸 수 없는 ‘맹약’까지 써가며 자신을 두고 ‘청혼’을 한 존재라는 사실까지.
“…대, 대답해 주세요.”
화룡점정으로, 어째서인지 아까부터 자신의 연약한 남편이 클라나를 볼때마다 너무나 자연스레 보이던 눈웃음과 홍조는.
이대로 있으면,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우월한 클라나에게 그를 눈뜨고 빼앗겨 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을 그녀에게 자아내고 있었다.
“그건, 향후 기자회견을 열어서 설명할게요.”
그런 상황에서 클라나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세레나를 바라보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한다.
비록 클라나는 세레나를 어찌 대할지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였지만.
“염려하시는 일은 어, 없을테니… 너무 걱정 마…”
“…배, 배고프죠! 프레이!”
그 반응 덕에 순식간에 혼자의 뇌내에서 궁지에 몰려버린 세레나는, 이내 창백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질문을 던졌다.
“제가 보양식을 차려드릴게요! 방금 산 요리책에서 본 메뉴에요! 이걸 먹으면, 원기가 회복된데요!”
“저, 저기…”
“기다려요! 금방 차려줄테니까…!”
이윽고 그렇게 말한 그녀는, ‘가정적인 여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휘날리며 저택으로 달려갔다.
“…괜찮으려나?”
“세레나 씨는… 요리를 못하는데…”
그런 그녀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프레이와 클라나.
“뭐, 일단 저택으로 들어가자. 클라나, 그나저나 네가 저택에 오는건 오랜만이네?”
이윽고, 상황도 전부 정리 되었으니 조심스레 클라나를 저택으로 이끌려던 프레이는.
“아, 잠시만!”
클라나가 그의 팔을 잡아 불러세우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게 꼭 보여주고 싶던게 있어.”
“응?”
“얼마전에 익힌 기술인데, 이제야 보여주네.”
그런 프레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클라나는, 이내 품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뭐, 뭐지…?”
한편 그 모습을, 마당의 끝자락에 있는 나무 뒤에 숨어있던 로즈윈이.
“또 뭘 하는거야…?”
떨리는 눈빛으로 훔쳐보고 있었다.
.
로즈윈이 이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한건, 몇분 전의 시점부터였다.
“…저거, 로즈윈 아니야?”
“에이, 설마. 걔가 저렇게 꼬질꼬질한 옷을 입는다고? 벌을 받고 있는 성노예겠지.”
세레나의 폭격마법에 당해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은 엉망진창이 된 채로 마당의 끝자락으로 뛰어갔던 그녀는.
잠시 후에 마당에 시위대와 기자들이 들이닥치자, 행여라도 자신을 알아볼까봐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긴채 멍하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 찌릿, 찌릿…!
“뭐, 뭐야…?”
그렇게 시위대가 전부 떠날때까지도 멍을 때리며 루루에게 들었던 말을 곱씹던 그녀는, 갑자기 몸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자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나와 함께 가자… 프레이…”
“…..!”
그 직후 그녀가 본 것은, 마족이 되어버린채 적은 태양의 마나를 가진 자신조차 반응할 정도로 강렬한 마기를 내뿜던 리파엘이었다.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이냐고…”
그 뒤로, 미처 뭘 할 틈도 없이 세레나에 의해 그녀의 팔이 잘리고, 그 덕에 리파엘이 도주하는것, 그리고 프레이와 클라나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로즈윈은 무엇에 홀린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어?”
그러던 그녀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저건…!”
지금 클라나가 품에서 꺼내든 것은, 늘 지니고 다니던 망원 마도구를 통해서 봤을때 분명히 자신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기억나지? 네 생일때 네가 나에게 줬었는데, 내가 멍청하게 안받겠다고 한 카나리아 꽃.”
이윽고 클라나가 프레이에게 그렇게 말함으로서, 로즈윈의 추측은 확신이 되었다.
“그 꽃의 꽃잎이야.”
“뭐야, 그건 또 어디서 났어?”
“비록 하나밖에 없지만… 이걸로도 충분하겠지.”
저 꽃은 자신이 그의 생일 파티때 그에게 ‘받았던’.
자신이 멍청하게 바닥에 패대기 치고 밟아버리려 할때 빠져나갔던, 그런 자신을 말리던 클라나가 떨리는 손으로 그 꽃잎을 챙기는 걸 보고 남몰래 숨죽여 웃었던.
그리고, 며칠간은 머리에 차고다니다가 꽃잎 한장이 없는게 거슬려서 결국 버려버렸던 카나리아 꽃의 꽃잎이었다.
‘쟤는 지금까지 저걸…’
프레이에게 받은 꽃중에서는 최장 기간을 지니고 다녔던 그 꽃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며 꽤 많은 후회를 했었기에.
단박에 그 정체를 알아낸 로즈윈은, 멍한 표정으로 생각한다.
‘…쭉 보관했구나.’
그런 그녀의 시야는,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노란색 카나리아 꽃잎에 고정되어 있었다.
“후.”
“…..?”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갑자기 클라나가 그 꽃잎을 손에 쥐더니, 입으로 후 불었다.
“어, 어?”
그러자 허공으로 날아간 꽃잎은, 이내 겨울 바람에 휩쓸려 마당 저편으로 날아갔고.
“…짜, 짜잔! 꽃잎이 사라졌어.”
그 모습을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두팔을 벌리며 그렇게 말하는 클라나.
“…재밌는 마술이네.”
아까부터 마당을 휩쓸고 있던 차가운 겨울 바람에 꽃잎이 나풀거리며 날라가는 걸 바라보던 프레이는, 피식 웃으며 클라나를 바라봤고.
“그래서, 방금 한 행동의 의미는?”
이내, 호기심에 가득찬 표정으로 묻는다.
– 팔랑, 팔랑…
그 순간에도, 꽃잎은 바람에 날려 마당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 그래… 저거. 저거라면…!”
그와 동시에, 로즈윈의 눈에 이채가 돌기 시작했다.
“내가 ‘받았던’ 꽃이잖아? 그, 그래… 그러니까, 저걸 가지고 가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거야. 응응.”
절망과 무기력함에 빠져있던 그녀는, 이내 희망으로 가득차 바람에 날려오는 꽃잎으로 향한다.
“그것봐. 아직 안 늦었다니까. 아직 되돌릴 수 있어. 충분히 모든걸 되돌릴 수 있다고…”
어느새 그럴줄 알았다는 미소까지 지어가며.
“…헤헤.”
바람에 날려가던 꽃잎의 코앞까지 당도한 로즈윈은.
“뭐라고 말하지? 음, 일단…”
우연인지, 기적인지 그녀가 잡기 좋게 허공에서 멈춘 꽃잎에 손을 뻗기 시작했으나.
– 파지직!
“꺅?”
그녀의 손에 닿기 직전에, 갑자기 꽃잎에서 스파크가 튀겼다.
“무, 무슨…?”
그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때고, 멍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스파크가 튀기기 시작한 꽃잎을 바라보던 그녀는.
“짹~♪”
“……….”
그 스파크 속에서 아주 작은 카나리아가 태어나자, 멍한 눈빛으로 그 새를 바라본다.
“짹~ 째잭~♪”
그러거나 말거나, 카나리아는 달콤한 선율의 노래를 부르며 클라나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고.
“휴… 실패한 줄 알았네.”
계속해서 두 팔을 벌린채 식은땀을 흘리던 클라나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카나리아를 손에 올리더니, 프레이에게 내밀며 말했다.
“네가 준 카나리아 꽃의 꽃잎으로 만든 선물이야.”
“오…”
“키워볼래? 별로 안힘들어. 가, 가끔은 쓰다듬어도… 좋고.”
“나야 좋지. 그런데 이런걸 갑자기 선물로 받아도…”
어째서인지 프레이의 눈치를 보며 그렇게 묻던 클라나는, 프레이가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츄릅.”
그를 껴안고는, 조용히 혀를 섞었다.
“푸하.”
그렇게, 꽤나 긴 시간이 지났다.
“보, 보답은 이걸로 됐어…”
이윽고, 클라나는 빨개진 얼굴로 프레이의 시선을 피하며 그렇게 말했고.
“째잭~♪”
카나리아는 달콤한 노래를 지저귀며, 프레이의 어깨에 앉아 볼을 부볐다.
많은 사건과 위기가 있었던 날이었지만, 그날의 끝은 꽤나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
그 모습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으극.”
있을때 잘했어야 했다는 루루의 말을 뇌리에 떠올리며, 눈에서 한줄기 눈물을 흘린 로즈윈은 아니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