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2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24화(224/524)
Episode 224
“으음…”
리파엘 사건이 있었던 날로부터 며칠 뒤의 아침.
“맛있어? 프레이?”
“응, 늘 그랬듯이.”
나는 저택의 식당에서 이리나가 차려준 오믈렛을 먹고 있는 중이다.
“미안해… 잘하는게 오믈렛 밖에 없어서… 이제 질렸지?”
이리나의 말대로, 그녀가 식사 준비를 맡은 후에 한동안 아침식사는 오믈렛과 우유로 고정됐었다.
물론 아침에는 입맛이 없기에 늘 샌드위치와 커피로 대충 때웠던 나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이리나는 다르게 생각하나보다.
“아니, 괜찮아. 진짜 맛있어.”
하지만 그녀가 차려준 오믈렛은 늘 맛있었다. 오믈렛 위에 뿌려진 다양한 하트무늬와 강아지 무늬를 보는 것도 꽤나 쏠쏠했고 말이다.
그리고, 며칠전에 낮의 세레나가 우리집에서 날 대접한답시고 만들었던 음식을 먹은 뒤로는 유난히도 이리나가 차려준 오믈렛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 이제, 한동안 네가 차려준 오믈렛은 못먹는건가?”
그래서 참 아쉬웠다. 이리나는 오늘 아침을 기점으로 서대륙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모종의 일 때문에 조금 일찍 귀국한 클라나를 대신하여 카니아 일행에 합류해, 조사를 도운다고 했었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저택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으면 이목이 쏠릴 수 있으니. 아무쪼록 그녀가 몸조리를 잘 했으면 좋겠다.
“프레이.”
아무튼 오믈렛을 오물거리다 말고 서운한 표정을 지으니, 이리나가 내 볼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속삭인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응?”
“금방이면 돼.”
그렇게 말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그러고보니, 저택으로 돌아온 이후 한동안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무엇인가 연구를 하던데… 그때 들려오던 이상한 소리는 과연 뭐였을까?
– 부스럭…
과연 이리나가 자신의 방으로 향한 저의가 무엇일지 한참동안 생각을 거듭해보넌 나는, 저 발치에서 들려온 소리에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본다.
“아, 안녕하세요… 주인님…”
그곳에는,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있던 루루가 있었다.
“여긴 왜 왔어?”
“바, 밥먹으려고요…”
그런 루루에게 질문을 던지니, 그녀가 조용히 눈을 내리 깔며 그렇게 답한다.
“…냠냠.”
그리고는, 바닥에 자신의 밥그릇을 놓더니 조용히 머리를 박고 식사를 시작하는 그녀.
왠지 모르게 예전보다 훨씬 과장되어 보이는 동시에 처량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며칠 전부터 쭉 이어지고 있었다.
클라나가 집에 왔을때 오들오들 떨었었는데, 혹시 황녀라는 신분에 부담을 느껴서 자신감을 잃은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설마, 그때 일어난 일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그녀의 낙인은 비활성화 된지 오래인데 말이다.
“…흠.”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를 살피던 나는, 이내 인상을 찌푸린다.
어제 나는 그녀의 어깨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불행의 낙인에 손톱으로 긁은 자국이 대량으로 남아있던 것을 발견했었다.
그래서 자해를 하지 않기로 약속한걸 잊었냐고 오랜만에 그녀를 혼내며 붕대로 감아줬었는데, 오늘 보니 붕대가 살짝 풀려있었다.
‘트라우마인가…?’
“흐익…”
그런 그녀에게 손을 뻗으니, 루루가 눈을 질끈 감으며 움찔거린다.
그걸 보아하니, 그녀에게서 불행의 낙인을 지울수는 있어도 트라우마를 지우는 건 꽤 힘든 일인 것 같다.
닦으면 닦을 수록 더 번지는 낙서처럼, 트라우마는 잊으려 할 수록 더욱더 뇌리에 떠오르는 법이니.
– 꽉…!
그렇기에, 루루를 부드럽게 쳐다보던 나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헐렁해진 붕대를 꽉 조여주었다.
“어젯밤은 잘 잤지? 아무 일도 없었고?”
그리고, 매일 하던 말을 그녀에게 건냈다.
“사랑해, 루루.”
무엇이 다시 그녀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는지, 왜 그녀가 잔뜩 죄책감 어린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시간은 꽤 있다.
한번에 없애지는 못해도, 이렇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녀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없애는 날도 오지 않을까?
“…저도요, 주인님.”
내 생각이 먹힌건지, 그렇게 답하며 밥그릇을 멀찍히 치운 그녀가 내 쪽으로 기어오더니 조용히 다리에 몸을 가져다 댄다.
“……”
그리고 지긋이 눈을 감는 루루.
“후우.”
그 표정이 왠지 모르게 편안해 보인다. 아마 그녀는, 애완동물로서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거겠지.
사실 이런 우리의 관계는 꽤나 비정상적이고, 어찌 보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녀가 행복할 수 있으면 됐다.
그래도 모든 일이 끝나면, 반드시 그녀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어보리라.
“프, 프레이.”
그런 생각을 하며 피곤했던건지 내 다리에 기댄채 곤히 잠들어버린 루루를 바라보고 있는데, 자신의 방에 갔던 이리나가 나타났다.
“헥헥…”
품에 어디서 난 건지 모를 작은 붉은색 강아지를 안고서 말이다.
“그건 뭐야?”
“내, 내 애완견.”
“하지만… 네 강아지는 대형견이었잖아?”
나만 보면 눈이 뒤집어져 달려들고는, 날 깔아뭉개버리던 그녀의 대형견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헌데 지금 그녀가 품에 안아들고 있는 강아지는, 이리나의 가슴이 큰 이유도 있지만 그 안에 파묻힐 정도로 작다.
혹시 그 대형견이 새끼라도 낳은걸까? 하지만 저택에는 강아지가 없는데… 누구의 새끼지?
“추, 축소 마법을 걸었어. 네가 곤란해 해가지고…”
“아하.”
그제야 이해가 된다. 지금까지 그녀가 방에서 하던 일이, 강아지를 적당한 크기로 축소하려 하던 거였다니.
‘…그게 맞나?’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문득 이리나같은 실력자가 강아지를 축소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까? 라는 의문이 뇌리에 떠올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그럼… 내 정려… 강아지를 잘 부탁해. 네가 좋아하는 얌전한 아이야.”
“헥헥…”
그런 내게 혀를 내밀고 있는 강아지를 건낸 이리나를 수상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나는, 이내 머리를 긁적이며 강아지를 받아들었다.
뭐, 작아도 강해보이니 괜찮겠지? 마당에 묶어두고 파수꾼으로 키워야 되려나?
“프, 프레이… 그리고 선물을 줄게 하나 있는데.”
“응?”
어째서인지 내 옷 속으로 파고들고는 헥헥 거리는 강아지를 내려나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제, 왠지 모르게 얼굴이 잔뜩 붉어진 이리나가 내게 손을 내민다.
“네 손수건좀 줘봐.”
“…여기.”
그런 그녀에게 순순히 손수건을 건내니, 이리나가 심호흡을 하고는 손수건에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는다.
“오호.”
그렇게 한참 뒤, 그녀에게 받은 손수건은 한층 따듯해졌으며, 원래 있던 동물들의 사이에 혀를 내밀고 있는 빨간 강아지가 새로 그려넣어져 있었다.
“…아직, 이게 끝이 아니야.”
그 귀여운 장식을 눈을 빛내며 구경하던 내 볼을 손으로 어루만지던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입에 무엇인가를 넣고는 내게 입을 맞췄다.
“츄릅…”
그와 동시에, 부드러운 그녀의 몸이 내게 감겨들어온다.
“으음…”
그와 동시에 입안에 느껴지는 달콤한 맛.
이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용과… 아니, 강아지사랑 열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열매이자, 그녀가 내게 품고 있던 마음을 상징하는 결실.
그런 결실을 내게 단단히 새기기라도 하려는지, 지긋이 눈을 감고 내 무릎에 올라타 나와 혀를 옭아매며.
내 두손을 맞잡은채, 한참동안 나와 함께 달콤한 강아지사랑 열매를 입안에서 나누어 씹으며 굴리던 이리나는.
“푸하…”
나와 그녀가 한참동안 입안에서 공유하던 과즙이 서로의 뱃속으로 사라질때 쯤에 고개를 살짝 뒤로 때더니,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묻는다.
“맛이… 어때?”
“…꽤 달콤하네.”
“네 기숙사에 두었던 묘목에서 피어난 열매야.”
그런 그녀에게 답한 내게, 천천히 파고들며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
“지금 이 순간을 꼭 기억해줘.”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때 고고한 전장의 화염이라 불리며 모두의 경외를 받던, 마왕군을 싸늘한 표정으로 불태우던 그녀가.
내 무릎위에 올라타 품에 안긴채,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잊을까?
“사랑해, 프레이.”
꼭 그게 아니더라도, 수수한 메이드복을 파격적으로 바꿔버린 이리나는… 여러가지 의미로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도.”
덕분에 묘한 기분과 동시에 장난기가 들어, 그녀의 입가에 흘러내리는 과즙을 조심스레 핥아주고는 살짝 눈웃음을 치니.
“…..!”
내가 공격하는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던 그녀가 마구 움찔거리더니.
“프레이, 나 없을때, 그런 행동 조심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그렇게 말한다.
“…네가 가진 파괴력을, 자각하란 말야.”
그 말을 남기고 비틀거리며 내 무릎에서 일어난 그녀는.
“좋아… 난 할만큼 했어… 제발, 제발 먹혔으면 좋을텐데…”
혼자서 중얼거리며 저택의 현관으로 향하다가, 이내 나를 힐끔 바라본다.
“프레이, 무슨 일이 있으면 꼭 그 스크롤을 찢어.”
“…응.”
“꼭, 꼭이야. 약속한거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미련이 넘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당부를 하던 그녀는.
“그럼… 잘있어, 프레이.”
현관문을 열고, 겨울 바람이 만연한 저택 밖으로 나섰다.
“………”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 철컥.
“후…”
현관문이 닫히자, 표정을 어둡게 바꾸며 고개를 숙인다.
“…걱정되네.”
이윽고 다시 날 덮치기 시작한 불안감과 심장 격통.
“이제 시작인데…”
그렇다. 오늘은 가짜 용사인 루비가 세상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검증식’의 첫번째 날이다.
즉 나는 오늘, 날 비웃고 흉보거나 공격할게 분명할 사람들, 심지어 죽이려 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으로 향해야 한다.
아무리 그런 시선에 익숙해진 나라도, 두려움이나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건 아닌지라 웬만해서는 피하고 싶었지만.
최근 포인트가 벌어지는 속도가 조금 정체되기도 했고, 가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완전 혼자는 아니니까.”
그렇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려본다.
“원래보단 나을거야… 그래…”
그래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차라리 나 혼자 휘말리는 거였다면 편했을텐데.
오늘을 기점으로 마왕의 눈에 들게 될 내 소중한 이들이, 너무나도 걱정이 된다.
“으음…”
“…아, 루루.”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다 문득 눈에 들어온, 기대고 있던 내 다리가 사라지자 잠결에 의자를 어루만지고 있는 루루.
“역시, 두고 가야겠어.”
그녀를 위험에 빠트릴 생각은 없다. 위험하게 그녀를 스파이로 넣을 생각도, 그녀의 부탁대로 사용인 자격으로 검증식에 데려갈 생각도 없다.
안 그래도 용사파티 소집에 응하지 않은 루루가 나와 함께 있는 모습이, 그녀의 마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루비의 눈에 띄게 된다면… 어떤 해를 입을 지 생각하기도 싫다.
그러니, 이번 즉위식에 데려갈 사용인들은…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출발하시죠.”
다름아닌 아리안느와 아리스다.
이들은 내가 강제로 데리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기에, 내가 사용인으로 삼아도 피해를 받지 않을 거다.
참고로 루루가 사용인으로 강력 추천한 미호도 데려가려 했는데, 아직 세레나와 협상이 끝나지 않았기에 뺐다.
“…그래.”
그런데, 사소한 문제점이 하나 있다.
[아리스의 현재 감정: 혐오, 분노, 살의]지금 이 둘은, 아마 오늘 날 암살하려 들 것이다.
물론 그녀들 딴에는 나에 대한 혐오를 숨기고, 최대한 비밀스럽게 작전을 짰겠지만.
“프레이, 쟤네들 이상해요… 조사좀 해보세요…”
며칠전에 요리를 망치고 울먹이며 반성문을 쓰다가, 조사단의 심문이 끝나 돌아온 그녀들을 만난 세레나의 탐지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날 바라보는 녀석들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에휴…”
당연하게도, 이미 계획은 세워 두었다.
“출발하자.”
그녀들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검증식의 일 까지도.
눈 뜨고 당하는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
한편 그 시각.
“용사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네! 완전히 나았어요!”
병원에서 나온 루비는, 자신을 마중나온 황실의 각료와 교단의 주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출발하시죠. 시간이 빠듯합니다.”
“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차에 올라탄 루비는.
“아, 용사님을 위한 특별 호위가 있습니다.”
“네?”
인자한 표정으로 말한 주교의 표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그리고는, 주교에게 말을 걸려다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녀.
“안녕하세요!!!!!”
“…….”
어째서인지 앞의 좌석에, 특유의 멍청한 미소를 짓고 있는 페를로체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친구, 루비 씨!!!”
“…..하.”
즐거움이 만연하던 루비의 표정에, 작은 균열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