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22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225화(225/524)
Episode 225
“…읏차.”
의자 다리를 프레이의 다리라 착각하고는 끌어안은채로, 침까지 묻혀가며 잠에 빠져든 루루를 들어 그녀의 방 침대에 눕힌 프레이는.
– 스륵…
조심스레 그녀가 입에 물고 있던 머리카락을 빼내 뒤로 넘겨준다.
“헤헤…”
이윽고 프레이가 깨지 않을정도로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루루는 잠결에도 그의 손길을 받는 것이 마냥 좋은건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널 당분간… 이 저택에 꼭꼭 숨겨둬야겠어.”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프레이는,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그녀의 방문으로 향한다.
“…그 망할년이 벌써부터 널 노리게 할 수는 없지.”
행여라 그녀가 깨어나 자신도 데려가 달라 다리에 달라붙을까,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루루의 방을 빠져나온 프레이는.
“내려가서 준비를 하고 있으라니까.”
“”………””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나보군.”
그녀의 방문 앞에서 조용히 대기를 하고 있던 아리스와 아리안느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난 언제든지 너희를 감옥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 판결이 그러하거든.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아카데미에서 퇴학을 당할 뿐만 아니라 감옥에서 모진 꼴도 당하겠지.”
퇴학이라는 말에 두 소녀가 움찔하자, 그런 그녀들을 노려보던 프레이는 둘의 사이를 가로질러가며 말을 덧붙인다.
“그러니 잠자코 내 명령에 따라. 허튼생각 하지 말고.”
“”…네.””
마지 못해 그의 말에 답한 두 소녀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 프레이의 뒤를 따른다.
– 스윽…
그녀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는 프레이를 바라보던 두 소녀.
그녀들은 잠시 눈빛을 교환하다가, 슬쩍 프레이와 거리를 좁히기 시작한다.
“…마차는 불렀나?”
하지만 프레이는, 지팡이를 잡고 있던 손을 잠시 움찔하더니 뒤로 돌아 그녀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가문의 인장은 붙였지? 천한 너희들이 과연 양식에 맞게 했을지 걱정이 되네.”
“…착오는 없을겁니다.”
“뭐, 보면 알겠지.”
자신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는 두여자를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프레이는, 이내 다시 걸음을 옮긴다.
“아, 저기…”
아까보다 몇배는 더욱 빨라진 걸음거리에 깜짝 놀란 아리안느가 그를 붙잡으려 했으나.
“…됐어.”
그런 그녀의 팔을 아리스가 잡는다.
“좀 더 확실하게 하자.”
“……..”
그 말에 머뭇거리다 고개를 속인 아리안느는, 이내 떨리는 눈빛으로 아리스를 쳐다본다.
“넌 빠져있어, 역시 내가 혼자 할테니까.”
“그치만…”
“방금 알았어. 넌 사람을 못 죽여. 보호하고 지키는 거면 모를까.”
고민에 빠져있는 아리안느에게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 아리스는, 품에 품고 있는 단도를 만지작 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끝나고 뒷처리나 잘 해줘. 정 연루되기 싫으면 보호막으로 주변을 막고 있어도 되고.”
“나, 나도 도울게…”
“맘대로 해. 그래도 방해는 하지 마.”
어느새 아리스는 평민 대표로서의 똑부러지고 지적인 모습이 아닌, 문라이트 가의 숙련된 암살자로서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프레이 공자님.”
그렇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리안느를 뒤로한 채 걸음을 재촉한 아리스는, 현관 밖으로 나선 프레이와 함께 마차에 올라선다.
“목적지는…”
“이 장소로 가줘.”
“알겠습니다.”
이윽고, 자연스레 그의 옆자리에 앉은 그녀는.
“도착할 때 까지, 잠시 기댈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프레이가 비스듬히 자신에게 기대고 눈을 감자,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한 후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안하지만, 프레이. 네가 거기에 도착할 일은 없을거야.’
타겟을 죽일때면 늘 끓어올랐던, 어째서인지 지금은 몇배나 더 끓어오르기 시작한 살인충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말이다.
‘…영원히.’
잠시 후, 마차가 출발했다.
.
“…..음냐.”
“…………”
꽤나 느린 속도로 프레이가 알려준 장소로 향하고 있는 마차 안에서, 아리스는 빳빳하게 굳어있다.
“으음…”
지금 그녀의 어깨에는, 프레이가 고개를 기댄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오늘 그녀가 암살해야만 하는 타겟인 프레이가. 그녀의 먹잇감이 되어야 할 프레이가. 완전히 무방비 상태인 채로 자신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숙련된 암살자인 그녀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은 잘 차려진 밥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숟가락을 한 숟갈 뜨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 부스럭…
자신의 품 안에 있는 나이프를 꺼내 프레이의 목에 박아 넣음으로서, 차려진 밥상을 입에 넣고 싶었다.
자신과 그녀의 동기들에게 새겨진 ‘종속의 저주’를 만든 장본인이라 알려진.
실제로 자신을 말 한마디로 얼마든지 조종할 수 있는 프레이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
하지만 아리스는, 그런 충동을 억누르고 있었다.
자신이 사전에 세운 계획이 그것이 아니었기에, 지금 그를 죽인다면 자신의 앞에 있는 순진한 소녀에게도 죄가 생길 것이기에.
그리고 저주를 통해 비밀리에 전해진 지령을 수령하기 위해서, 그녀는 초월적인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흐음…”
하지만 오늘 따라 이상한 점이 있다.
평소의 암살 임무때는 자유자재로 컨트롤이 가능하던 인내심이, 아까부터 계속해서 바닥나려 하고 있었다.
‘대체… 뭐지…?’
자신의 어깨에 기대있는 프레이가 숨을 내쉴때마다, 그리고 호흡이 어깨에 닿을때마다, 서로 맹렬히 부딪히는 두 감정이 마구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중 하나는 ‘살의’였다.
자신과 자신의 동기들을 비밀 당주의 인형으로 만든 ‘저주’를 만든 장본인인 프레이에게 느끼는 혐오감.
자신을 허구한 날 성노예로 만든다고 협박하는,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자신앞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서있는 그를 볼때마다 느끼는 불쾌함과 역겨움.
그 밖에 그가 여러가지 악행들을 할 때 느끼는 여러가지 부정적 감정들이 한데 모여, 아리스에게 상당히 강력한 ‘살의’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그 정도가 더 심했지만.
“으흠…”
그리고 그런 살의와 함께 일어난 알 수 없는 감정은, 아리스에게 있어서는 꽤나 당혹스러운 감정이었다.
겉으로나 속으로나 냉랭한 그녀는, 암살을 할때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감정들을 느끼는 법을 인위적인 훈련으로 제한 받았었기에.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상당한 ‘방해’였다.
‘뭘까…’
그 덕분에 원인을 분석해야 겠다는 판단을 내린 그녀는, 속으로 열심히 감정을 분석해본다.
“모르겠어…”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녀는 마땅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창백한 프레이의 얼굴을 볼때마다, 그를 죽이기로 결심한 마음에 망설임이 찾아온다.
오직 그뿐인 애매모호한 상태를 하나의 감정으로 결론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 휙…!
그렇게 암살 인생 최대의 난제에 빠져있던 아리스는,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자 급하게 시선을 그곳으로 돌렸다.
– 파지직!!
“…윽.”
이윽고, 정확히 그녀가 보고 있던 창문의 지점을 강타한 돌멩이.
“뭐야…?”
비록 방호가 잘 되어있는 공작가 가문의 마차였기에 돌멩이가 마법진을 뚫지는 못했지만, 자는 척을 하며 상황을 살피던 프레이의 눈을 뜨게 하기는 충분했다.
“무슨…”
물론 잠을 설쳤던건 맞았기에 눈을 비비다가, 게슴츠레 뜨며 창 밖을 쳐다본 프레이는.
“…….”
이내, 얼어붙고 말았다.
“이런.”
거리의 사람들이, 성난 표정으로 자신에게 돌을 던지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돌이 아닌 병을 던지고 있었고, 계란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부지깽이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거 놔!”
“…으헉!”
물론 그런 사람들은, 거리를 에워싸고 있던 치안대에 의해 즉시 체포되었지만.
“쓰레기 같은 새끼…”
“그냥 죽었으면.”
“마물은 뭐하나? 저 새끼 안잡아가고…”
그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까지 전부 체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차에 붙인 스타라이트 가문의 인장이 너무나 태양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기에, 그것에 이목이 집중된 시장 골목의 사람들이 전부 거리로 나와 그런 행동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웃기는군.”
잠시 동안 얼어붙어 있던 프레이는,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한다.
“아무리 그래봤자 나는, 이리도 안전한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더욱 분노했고, 그렇게 한동안 마비가 된 거리속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던 프레이는 이내 흥미가 식은듯 혀를 차며 커튼을 내렸다.
“이상하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아리스의 의문점은 증폭되었다.
“무슨 일이지…”
그녀는 목격하고 말았다.
타겟의 순간순간을 집중해 분석해야 하는.
그녀처럼 노련한 암살자가 아니면 절대 잡아내지 못할.
얼어 붙어있던 찰나의 순간에 프레이가 짓고 있던 표정을.
그 찰나의 순간에 그는.
분명히 겁에 질린 표정을, 상처입은 표정을, 그리고 불안하고 슬픈 표정을 지었었다.
‘겨우 그런걸 봤다고 내가 동요할 리가 없는데…?’
물론 타겟인 프레이의 그런 표정을 봤다고 동정심이 생기거나 봐줄 마음이 생기는 것은, 숙련된 암살자인 그녀에게 있어서 콧방귀를 뀔 정도로 일어날 가능성이 전무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의 그런 표정을 보자, 왠지 모르게 살짝 망설임이 든 것은.
동정심에 기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걸 느끼기에, 아리스는 너무나도 무감정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사랑 때문에?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자신이 갑자기 프레이에게 사랑에 빠졌을 가능성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어 보였다.
‘기분탓인가…”
결국, 그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라고. 그렇기에 감정 기복이 심해진 것이라 결론을 내린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프레이를 조심스레 살폈고.
“아리스.”
어느새 그런 아리스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프레이가 그녀에게 말을 건 것은, 바로 그 시점이었다.
“오늘 밤도, 잘 부탁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해온 프레이.
“……..!”
그 말을 듣자마자, 아리스의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이, 이익…!”
그동안 애써 무시해오던, 아침마다 듣던 박수소리. 왠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 만족한 표정의 프레이.
그 모든 퍼즐이 한데 맞추어지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밀려온다.
“개, 개새끼가…!”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죽도록 싫어했던,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던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반응을 보여서는 안됐다.
설사 감정이 폭발해도 작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도록 훈련을 받은 그녀가, 그런 질 나쁜 도발에 걸려든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지만.
– 콰직…!
어째서인지 몇배나 부풀려진 살의 덕분에 이성을 잃어버린 아리스는, 어느새 품에서 단도를 꺼내 프레이의 왼팔을 꿰뚫고 있었다.
“흠.”
“……!”
그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프레이, 그리고 작전에 없었던 상황에 당황하는 아리안느.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그런 상황에서 빠르게 이성을 되찾은 아리스는, 이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이렇게 된 이상… 처리할 수밖에.’
그리고 생각을 마치자마자, 왼팔에 꽂힌 칼을 거세게 비트는 아리스.
일단은 고통을 느끼게 하여, 프레이를 무력화 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흠.”
“……?”
하지만 그녀는,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뭐하는거지?”
프레이가 조금의 고통도 호소하지 않은 채, 너무나 침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몸에 무슨 짓을…”
덕분에 잔뜩 당황한 그녀였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고 팔에 꽂아넣은 단도를 도로 뽑아내려 했다.
“…윽?”
하지만, 어째서인지 단도는 뽑히지 않았다.
– 꽈드드드득…
“오.”
프레이의 팔에서 갑자기 솟아난 검은 기운이, 단도를 꽉 움켜잡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덕분에 식은땀을 흘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재빨리 품에 손을 집어 넣었지만.
– 쿠과광…!
“꺅!!!”
그 순간 싸늘한 표정을 지은 프레이가 왼손으로 그녀의 멱살을 잡더니, 마차의 바닥에 내리꽂아 버렸다.
“아으윽…”
“……..”
수많은 방음과 방어마법이 되어있는 마차안이, 꽤나 거세게 울려퍼질 정도로 바닥에 내려 꽂혀졌기에 그녀는 그로기 상태에 빠져버렸고.
그렇게 상황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대체… 어떻게…”
“내가 마왕에게 받은 힘 하나 없을 것 같나?”
“아…”
“굳이 저주로 명령을 내릴 필요도 없어. 넌 평범한 상태에서도 나한테 안돼.”
잠시동안의 침묵이 끝난 뒤 그런 질문을 던진 아리스는.
“차라리 죽여줘.”
조롱이 섞인 프레이의 답을 듣자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나도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어.”
치욕스럽고 역겨운 표정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며 말이다.
“매일 밤 네게 그런 짓을 당하느니… 죽는게 나아.”
“그건 거짓말이었는데.”
“닥쳐, 빨리 날 죽여. 이 얼간아.”
마치 전쟁에서 패한 여기사마냥, 그렇게 선언한 아리스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짓던 프레이는.
“싫은데.”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윽.”
그 말을 듣자, 눈을 질끈 감는 아리스.
먹잇감에 되려 제압되어버린, 무력하고 한심한 자신을 탓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그녀는.
“퉤.”
이내, 피가 섞인 침을 프레이에게 뱉는다.
‘죽여… 날 죽이라고…’
그가 어서 자신을 죽여주길 원했기 때문에 한 도발이었다.
‘제발…’
임무에 ‘실패’하자, 안 그래도 자신과 동료들에게 고통을 주며 암살을 재촉하던 종속의 저주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며 찾아오기 시작한 끔찍한 고통.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동생처럼 아끼던 아이들이 당하게 될 일들.
그것들을 피하는 일은, 저주가 활성화되기 전에 자결을 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것이였다.
“빨리 죽여…!!!”
그 때문에,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렇게 소리치던 아리스를 내려다보던 프레이는.
“읏차.”
“으앗?”
갑자기 그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자신의 옆에 앉힌다.
“우리, 내기 하나 할래…?”
“내, 내기?”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말하는 프레이.
“내 힘은, 일주일마다 약해져.”
“뭐?”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아리스를 보며 큭큭 웃어대던 프레이는, 살짝 창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러니, 일주일마다 날 죽여줘.”
“그게 무슨…”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죽일 시도를 하라는거지. 일주일 마다 날 전력을 다해 암살해 봐.”
그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아리스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고, 아리안느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건가 싶어 계속해서 볼을 꼬집는다.
“그때 하는 시도는, 그 어떤 책임도 안 물을게. 넌 날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는거야.”
“뭐라고…?”
“유언장도 써 둘게. 네가 무사할 수 있게. 그리고, 오히려 사람들은 널 좋아할걸? 날 죽이는데 성공하면, 넌 아마 영웅 취급을 받을거야.”
프레이의 알 수없는 말은 그 이후로도 계속됐고, 그 바람에 작게 피를 토한채 프레이를 노려보고 있던 아리스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건낸다.
“이러는 저의가 뭔데…? 대체 무엇을 위해서…”
“대신, 만약 네가 날 암살하는걸 실패하면…”
“…그래, 그렇게 나올줄 알았어.”
그러다, 프레이가 그 말을 꺼내자 역겨운 표정을 짓는 아리스.
“난 네 유흥거리가 아니야. 그러니…”
“일주일간은, 군말없이 얌전히 메이드로 봉사해줘.”
“…..?”
하지만 프레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예상과는 다른 발언이었다.
“진심으로, 아주 옛날부터 근무했던 메이드처럼… 꽤나 열심인 사용인이 되어주면 돼.”
“…….”
“그럼, 일주일마다 나를 암살할 기회를 줄게.”
프레이가 그 말을 마치자, 마차안에 정적이 흘렀다.
“어때?”
당연히 일주일 마다 약해지는 그를 합법적으로 죽일수 있기에, 아리스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아니,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라. 반드시 수락해야만 하는 제안이었다.
주기적으로 암살을 시도한다면, 당주가 죽더라도 계속해서 유지되는 ‘프레이를 죽이라’는 명령으로 인해 시도 때도 없이 그녀를 옭아매던 고통이 사라질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을 이러한 꼴로 만든 ‘저주’의 창조자임과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최악의 악인이라 생각하고 있는 프레이를 죽이고도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런 제안을… 왜 하는거야?”
그랬기에, 아리스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이득이 있다고…?”
자신에게만 너무나 유리한 이 제안이, 그에게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이냐고 말이다.
“글쎄?”
그 말을 들은 프레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한다.
“재밌을 것 같아서?”
그 말을 들은 아리스가, 인상을 찌푸린다.
“…사실, 사용인들이 그리워서?”
하지만 프레이가 그 다음 말을 하자, 아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풀었다.
그의 표정에, 또다시 찰나의 순간 슬픈 표정이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뭐,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추리해 봐.”
“나, 나도…?’
“그래, 너도.”
그렇게, 아리안느가 당황한채로 프레이에게 질문을 던질때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리스는.
“좋아.”
이내,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며 답한다.
“무슨 꿍꿍이인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널 죽여줄게.”
“좋아, 그럼 됐네.”
그런 그녀의 말을 듣자 살짝 미소를 지은 프레이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커튼을 열어젖혔으나.
“………”
여전히 마차의 주변을 팻말까지 든 시위대가 둘러싸고 있자, 순식간에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윽.”
그리고는, 이내 몸을 파르르 떨며 심장을 부여잡는 프레이.
“후우…”
그럼에도, 애써 창밖을 바라보며 무덤덤한 표정을 짓던 그는.
“…그나저나, 오늘 암살시도는 실패네.”
여전히 시선을 창밖에 고정한 채, 쓸쓸해보이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니 부탁좀 들어줘.”
“무슨 부탁…”
“붕대좀 감아줄래?”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아리스에게 공격을 당한 팔을 내밀었다.
“………”
그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던 아리스는.
– 스윽, 스윽…
건내받은 붕대를 잡고 천천히 프레이의 팔에 감다가, 이내 움찔거린다.
“음…”
자신을 향해 마구 팻말을 흔들어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프레이를 쳐다보던 와중에, 자신이 느끼던 감정을 대략적으로 특정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프레이에게 느끼던 감정은.
최근 자주 밥을 같이 먹던 돈의 용사에게 느끼던 친근감.
그리고, 어디서 나온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 죄책감과 자책감이었다.
“………”
그것들은, 당연히도 암살자가 가져서는 안되는 감정이었다.
“널 죽일거야, 프레이. 널 이기면, 최대한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일거라고.”
“그래.”
“네 목적에는 안 넘어가. 날 이용하는 낌새가 보이면… 그냥 자살할거야.”
“맘대로 해.”
“그리고, 오늘의 암살 시도는 안 끝났으니 각오해.”
“그렇구나.”
그 감정을 잊으려고 애써 독설을 날려봤지만, 프레이는 그저 태연하게 답할 뿐이었다.
“…….”
그 바람에, 결국 그녀는 입을 다물고 묵묵히 프레이의 팔에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히든 퀘스트: 세레나의 종속의 저주 제거] [진행률: 20%] [보상: 비밀당주 소멸, ???, ???, ???, 세레나의 19금 이벤트 해방, 최우선 순위 지정]밖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던 프레이의 앞에 시스템 창이 떠오른건, 한참동안 붕대를 감던 그녀가 심란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그 말을 던졌을 때였다.